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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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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거짓의 사랑에서 나온 분기
2.1. 만만찮은 사람 혹은 멋있는 사람(콧쿠리상)2.2. 제멋대로인 사람(책벌레)
3. 창틀 안에서에서 나온 분기
3.1. 그렇게 생각한다(천국에서 맺어진 사랑)3.2.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당신과 함께)

1. 개요

아파시 - 학교에서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 1995년 특별판에 수록된 에피소드. 이와시타 아케미거짓의 사랑 이야기를 할 때, 사랑하는 두 사람이 관계를 끝내는 경우가 무엇이냐고 생각하는 질문에 성격이 어긋나는 점이라고 대답하거나 혹은 창틀 안에서 이야기를 할 때, 사랑하는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타오르는 경험을 한 적이 있냐고 하는 질문에 없다고 대답하면 각 분기에서 두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창틀 안에서 분기의 이야기는 후쿠자와의 이야기를 들은 상태에서 사람을 배신한 적이 있다고 대답해도 들을 수 있다.

2. 거짓의 사랑에서 나온 분기

이와시타는 사카가미에게 도서관에 가본적이 있냐고 물어본다. 여기서 없다를 선택하면 이후 선택에 따라 창틀 안에서 시나리오에서 나온 분기로 진행 가능하다. 옛날, 나루가미 학원에는 한 여학생이 있었다. 그 여학생의 이름은 아사미 케이코. 아사미는 눈에 띄지 않는 얌전한 학생으로, 언제나 방과후에 도서실에서 책을 읽곤 했다. 아사미는 늘 다른 반의 독서 동료인 나베시마라고 하는 안경을 낀 여학생과 함께 두 사람은 묵묵히 책을 읽곤 했다. 보통 마주치면 가볍게 인사를 하곤 했지만 어느 날을 기점으로 나베시마가 갑자기 아사미에게 말을 걸어왔다. 나베시마는 아사미가 1학년인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은 3학년이라고 소개한다. 까다로운 아사미였지만 왠지 그 때는 나베시마에게 친근감이 생겼다. 나베시마는 아사미가 자신처럼 따돌림당해도 당당하게 지내는 동류의 인간이라고 착각했다. 아사미가 자기 소개를 간단하게 하자 나베시마는 갑자기 그녀의 앞에 앉더니 추리소설을 좋아하는지를 물으며 자신도 좋아한다고 말하는 등 허물없는 태도로 대하기 시작했다. 그런 태도에 아사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베시마는 그런 것에는 상관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전부 떠들어댔다. 그렇게 한참을 떠들다가 나베시마는 시간이 되었다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끝내 아사미는 자리에서 자신의 이름 이외에는 말한 것이 없었다. 그렇지만 아사미는 혼자 떠들고 간 나베시마에게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다음 날, 두 사람은 또다시 만나게 되었다. 나베시마는 이번에도 아사미가 읽는 책 제목으로 이야기 소재를 삼으려 했지만 아사미는 나베시마가 읽은 적이 없는 추리소설을 읽고 있었다. 나베시마는 아주 얕은 지식으로 여러 가지를 건드리는 유형이었기 때문에 더 이상 추리소설 소재로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그러자 나베시마는 다른 책 이야기를 꺼내지만 그것마저도 작가를 틀리게 말해 아사미가 결국 고쳐주게 된다. 나베시마는 화술이 좋았기 때문에 아사미는 그 대화로 얻는 것은 없었지만 왠지 괜찮게 시간을 보낸 듯한 기분이 되곤 했다. 그렇게 나베시마는 또 혼자서 떠들다가 자리를 일어서고, 인사하는 아사미에게 자신을 나베시마라고 부르지 말고 카오리라고 부르라 명한다. 그렇게 시일이 지나자 아사미는 나베시마에게 적응하게 되어 나베시마의 말투나 소리, 행동 등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사미 역시 외로웠기 때문에 아사미의 마음 속에 나베시마가 차지하는 비중은 커져갔다. 그런데 어느 날을 기점으로, 나베시마는 더 이상 도서실에 나타나지 않았다. 매일 오던 사람이 어느 날부턴가 보이지 않을 때의 불안을 아사미는 겪게 된다. 이와시타는 나베시마같은 여자아이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사카가미에게 묻는다.

2.1. 만만찮은 사람 혹은 멋있는 사람(콧쿠리상)

멋있는사람을 골랐을 경우, 앞에서 도서실에 가본 적 없다고 대답했다면 아래의 창틀 안에서 분기로 진행된다.

아사미는 나베시마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학교에 와도 나베시마 밖에 자신에게 말을 걸지 않기 때문도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혼자 있어도 아무렇지 않았지만 한 번 누군가와 함께로 있어보게 된 뒤로는 혼자가 고독해서 견딜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베시마는 예고도 없고 갑자기 도서실에 나타나고 아사미는 내심 반가워하며 나베시마에게 인사한다. 그런데 그 날 따라 나베시마는 자신 이외에 두 명의 여학생을 더 데리고 나타났다. 아사미는 나베시마가 너무 반가운 나머지 그녀의 미세한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나베시마가 하자는 대로 콕쿠리씨를 부르는데 참여한다. 다른 두 여학생의 이름은 각각 오오토모와 호소카와. 총 4명이 문자가 쓰여진 종이에 동전을 올려놓고 그 동전 위에 손가락을 하나씩 올려놓는다. 그리고 나베시마의 신호에 따라 주문을 외워 콕쿠리씨를 부르고, 소환될 콕쿠리씨에게 질문을 하는 놀이였다. 콕쿠리씨를 부르는 도중 아사미는 나베시마의 이변을 그제서야 눈치챈다. 나베시마의 표정을 매우 어두웠지만 그 눈만큼은 무언가인지 빛나고 있었는데, 아사미는 이전에 콕쿠리씨를 소환하다가 머뭇거릴 경우엔 그 자신이 콕쿠리씨에게 홀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그만 둘 수 없었다.

그리고 어떤 결과로 끝나든지 나베시마의 마음에 들 수 있다면 싼 대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당신은 여자냐는 오오토모의 질문을 시작으로, 콕쿠리씨의 답변이 시작되었다. 그러자 콕쿠리씨는 천천히 종이의 문자들을 조합하여 그렇다는 답변을 내 놓았다. 오오토모는 계속 해서 내일 날씨가 맑는지, 도쿄에 대지진이 일어나는지 등의 질문이나 하고 있었다. 질리지도 않고 오오토모가 계속 해서 질문하는 가운데, 아사미는 나베시마가 굉장히 슬픈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어느새 깨닫고 보면, 자신의 무릎 위에 종이 쪽지가 올려져 있었다. 그 종이 쪽지는 두 사람을 도와달라는 나베시마의 쪽지였다. 그리고 아사미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오오토모와 호소카와가 콕쿠리씨에게 홀렸으며 나베시마가 자신에게 도와달라고 하는 것임을 눈치챈다. 나베시마는 자신이 벌인 일임에도 아사미가 희생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베시마는 이어서 아사미에게 두 사람을 구하는 방법이 있다는 쪽지를 보낸다. 오오토모와 호소카와는 아사미와 나베시마의 쪽지 교환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무서운 얼굴로 콕크리씨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점점 눈이 공허해지고 입꼬리가 올라가는 두 사람은 아사미에겐 아무래도 좋은 존재였지만 나베시마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동의한다. 나베시마는 신호를 보내면 두 사람이 동시에 동전에서 손가락을 떼기로 한다. 그리고 나베시마의 신호에 맞춰 아사미는 손가락을 뗀다. 그러나 나베시마는 여전히 손가락을 붙이고 있었고, 당황한 아사미에게 나베시마는 콕쿠리씨를 소환하는 도중 손가락을 떼면 홀린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콕쿠리씨에게 홀릴까봐 불안해하는 아사미에게 나베시마는 조소하듯 두 사람을 대신해서 홀리라고 말하고, 갑자기 오오토모와 호소카와가 벌떡 일어나더니 미친 듯이 웃기 시작한다. 나베시마는 아사미를 가리키며 새로운 빙의자가 여기 있으니 자신의 친구들로부터 나오라고 소리치고 아사미는 귀를 막은 채 자리에서 도망가버린다. 몇 일 뒤, 나베시마는 아사미의 교실까지 찾아온다. 아사미는 나베시마가 한 번도 자신을 먼저 교실까지 찾아온 적이 없었기 때문에 놀라고 나베시마는 아사미에게 그 날 미안했다고 사과한다. 그러나 그 사과는 진심이 아닌 듯 했고 나베시마는 곧 아사미에게 손을 흔들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른 여자아이들의 무리에 섞여 사라진다. 아사미가 나베시마에게 가졌던 호의는 차갑게 식어버렸고, 아사미는 원래대로 다시 혼자서 책을 읽기 시작했으며 그 모습은 졸업할 때까지 쭉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오오토모와 호소카와는 친구를 가지고 싶었던 나베시마가 콕쿠리씨를 이용해 곁에 두었던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아사미는 그런 나베시타의 희생양이 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말하며 이와시타는 이야기를 마친다.

2.2. 제멋대로인 사람(책벌레)

확실히 그렇게 친하게 지냈다가 아무 연락도 해오지 않는 것은 너무하지만, 나베시마는 연락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병결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알게 된 아사미는 나베시마의 담임에게 주소를 알아내서 병문안을 간다. 그리고 나베시마의 방에 들어가게 된 아사미는 깜짝 놀라게 되는데, 나베시마는 뺨이 움푹 파이고 생기가 없이 속이 빈 듯한 눈동자를 한 채 엄청나게 야위어있었다. 나베시마는 자신을 부르는 아사미의 목소리에 반응하고, 아사미는 나베시마를 덮고 있는 이불을 보다가 나베시마의 배를 덮고 있는 이불 부분이 굉장히 부풀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아사미는 설마 나베시마가 임신을 했는지 생각했지만 몇 주만에 저렇게 될리가 없었다. 그렇지만 그 배는 임신이라도 한 것 같은 크기였고, 나베시마는 큰 배를 움켜 쥐고 이마에 땀을 흘리며 괴로운 듯이 어깨로 숨을 쉬고 있었다. 나베시마의 방은 책을 좋아하는 그녀답게 책이 많이 있었지만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책들은 표지가 너덜너덜해져 있거나 페이지가 뜯겨있어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

아사미가 이상하게 여겨 묻자, 나베시마는 마찬가지로 너덜너덜한 채 자신의 머리맡에 있던 책을 집어든다. 나베시마는 아사미에게 걸맞은 친구가 되겠다고 말하며 페이지를 뜯은 채 그것을 입에 물고 우물거리기 시작한다. 아사미는 그 모습을 보고 기겁해서 말리지만, 나베시마는 자신은 책을 아무리 읽어도 까먹지만 책을 먹으면 먹은 것에 한해서는 까먹지 않는다고 한다. 아사미와 더 많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기 때문에 자신을 말리지 말라며 나베시마는 계속 책을 씹고, 아사미는 그래도 말렸다. 그렇게 두 사람이 엎치락 뒷치락하다가 갑자기 나베시마가 괴로운 듯이 배를 움켜쥐었다. 나베시마가 끙끙 거리며 몸을 비틀자 몸을 덮고 있던 이불이 흘러내리고 아사미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게 된다. 나베시마의 배는 마치 아귀같이 튀어나와 있는데 거기에 초록색의 혈관이 뒤얽혀 있었다. 그리고 그런 배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더니, 검붉은 피와 함께 검은 무언가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크기가 큰 개미같아 보였는데 방안의 여기저기로 흩어지며 일부는 아사미에게 기어오르기까지 했다. 아사미가 그 개미들을 자세히 보자 그것들은 개미가 아니라 책의 활자들이었다. 당황한 아사미는 나베시마를 흔들어 깨우려고 하는데, 죽은 줄 알았던 나베시마가 엄청난 힘으로 아사미의 왼쪽 뺨을 꼬집으며 나베시마가 아니라 카오리라고 부르라고 하고는 정말로 죽어버린다.

후일 아사미는 나베시마의 배에서 활자들이 튀어나왔다고 말하지만 아사미가 충격을 받아 환각을 본 것으로 처리되었다. 불쌍하게 된 것은 나베시마로, 약속을 했음에도 아사미에게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만약 자신이라면 육체는 죽었어도 아사미가 자신보다 더한 고통을 받고 죽을 때까지 저주한다고 하며 이와시타는 이야기를 마친다.

3. 창틀 안에서에서 나온 분기

옛날, 나루가미 학원에는 한 여학생이 있었다. 그 여학생의 이름은 아사미 케이코. 아사미는 눈에 띄지 않는 얌전한 학생으로, 언제나 방과후에 도서실에서 책을 읽곤 했다. 아사미는 늘 다른 반의 독서 동료인 나베시마라고 하는 안경을 낀 여학생과 함께 두 사람은 묵묵히 책을 읽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을 경계로 나베시마는 도서실에 나타나지 않게 되었고 늘 아사미 혼자 책을 읽게 되었다. 나베시마는 도서실에 갈 겨를이 없이, 남자친구가 생긴 것이었다. 두꺼운 안경 밑에 의외로 괜찮은 얼굴이 있을 수 있고, 나베시마와 사귀게 된 남학생은 도서 위원인데 늘 도서실에 오는 나베시마를 동경해서 어느 날 말을 걸었다가 흔쾌히 관계를 맺게 된 것이었다. 그 남학생의 이름은 오기노 사토시. 이와시타는 자신이 편할 때만 친구로 행세하는 나베시마 같은 인간을 믿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분명 나베시마는 남자친구와 지내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아사미가 도서실에서 혼자 책을 읽고 있을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와시타는 사카가미에게 이 두 사람의 사랑이 잘 되었을 것 같냐고 묻는다.

3.1. 그렇게 생각한다(천국에서 맺어진 사랑)

이와시타는 이야기를 계속 하자고 하며, 이 학교의 도서실은 알다시피 몇 개의 층으로 되어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아사미를 피해 다른 층에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나베시마와 오기노는 늘 아사미가 없는 층의 도서실 구석에서 1권의 순수문학을 읽고 있었는데, 다른 학생들이 그들을 배려해서 주변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도서실의 한 구석은 완전히 그들의 공간이었다. 그 구석에서 오기노는 나베시마에게, 이 책에 있는 것 같은 사랑을 하고 싶지 않냐며 현대의 사랑은 육욕과 손익 계산 투성이가 되었기 때문에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고 매도하고 나베시마는 그런 오기노를 보며 미소짓는다. 두 사람은 서로 응시한 채 책상 아래에서 손을 붙잡았다. 볼을 붉히는 나베시마에게 오기노는 자신을 정말 사랑하면 오늘 밤 12시에 학교로 와 달라고 하고 나베시마는 승낙한다. 그 다음 날, 일찍 등교한 한 학생이 구교사의 입구 근처에서 두 사람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둘 다 숨을 쉬지 않고 있고 차갑게 식어있었다. 옆에는 흰 알약이 든 통과 한 송이의 백합,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 읽던 순수문학의 연애소설이 놓여있었다.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편한 미소를 띈 채 죽어있었다. 그러나 이후 나베시마의 부모는 오기노의 부모를 심하게 책망하고, 오기노의 부모는 두 사람이 죽었던 그 장소에서 동일하게 자살하게 된다. 이후 총 네 사람이 자살한 구교사의 입구는 밤이 되면 그 자리만 밝게 빛이 난다고 하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런 것에 호기심을 가지는 인간이 생겼다. 그 남학생의 이름은 야마다 타쿠로. 야마다는 남들보다 앞서서 무언가를 해내고 싶어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친구들에게 이 소문을 듣자마자 사실인지 확인을 하기로 한다. 그리고 오밤중에 구교사로 간 야마다는, 무서워하지 않고 반에서 인기인이 되고 싶은 마음에 장소를 향해 갔다. 그리고 소문대로 도착한 구교사 입구는 입구 근처와 수풀이 빛나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간 야마다는 그 빛의 정체가 한 송이의 백합인 것을 알게 되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꽃을 뽑아낸다. 그리고 그 꽃의 뿌리를 보는 순간, 교정에는 야마다의 비명이 울려퍼졌다. 다음 날 야마다의 시체는 교정에서 발견되었다. 사인은 체내의 피를 뽑힌 실혈사. 그리고 몸의 여기저기에 짐승의 것이 아닌, 총 네 사람의 잇자국이 박혀있었다고 한다. 야먀다의 사건 이후에는 흰 백합이 빨간 꽃을 붙인 채로 피었다고 한다.

3.2.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당신과 함께)

오기노는 문학을 좋아하는 학생이었고, 그런 옛날 문학에는 보통 소극적인 남성을 일으켜 세우는 똑똑한 여성의 묘사가 많았다. 나베시마는 겉보기에는 두꺼운 안경을 끼고 늘 책을 읽고 있었기 때문에 오기노의 이상향과 매우 잘 맞는 외관이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베시마는 무엇이든 얕게만 알고 있고 깊게 들어가지 않는 나태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오기노가 곧 현실과 이상의 갭 차이를 알아차리는 것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상대의 본성을 알고 나자, 두 사람이 함께 걷는 풍경이나 함께 책을 읽는 듯한 일은 좀처럼 볼 수 없게 되었다. 오기노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나베시마는 불합리를 느끼고 있었을 것인데 이것은 원래부터 없었다면 외로운 감정도 없었겠지만 이미 생긴 뒤부터는 없으면 견딜 수 없는 그런 존재가 된 것이었다. 이와시타는 나베시마가 아사미에게 한 짓과 똑같다고 비웃는다.

나베시마가 멀리서 오기노를 보고 반갑게 다가오다가도 그가 노골적으로 표정을 찡그리면 어둡게 돌아서곤 했던 일이 반복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까마귀떼가 너무 시끄럽다고 동네 주민들이 학교에 항의를 해 왔다. 이에 교사들은 구교사 뒤를 조사하다가 목이 없는 남학생 시체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동물의 소행이 아니라 사람의 소행이라 여겨져 대대적인 조사가 이루어졌다. 그렇게 필사적으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현장에 한 여학생이 흔들거리는 발걸음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 여학생은 바로 나베시마였다. 한여름인데도 코트를 껴입고 그 아래에선 피가 떨어져 나베시마가 지나가는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다보니 곧 경관에게 붙잡혔는데, 나베시마는 잡히자마자 뿌리치며 자신에게서 사토시 군을 빼앗지 말라고 난동을 피웠다. 결국 여러 명의 경관들이 팔다리를 잡고 나서야 얌전해진 나베시마는 출혈이 굉장했기 때문에 곧바로 병원에 실려갔지만 결국 죽고 말았다. 나베시마는 자신의 배를 찢고 내장을 꺼낸 뒤에 그 안에 오기노의 목을 넣고 있었던 것이다. 이와시타는 인간이 그런 상태에서도 걸을 수 있다니 사랑의 힘일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이야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