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18-03-25 00:35:08

대군사 사마의/왜곡 및 편항된 시각

정통 사극을 표방하지 않았다는 점, 사건 순서를 뒤섞는 것은 고증오류가 아니라 개연성을 위한 각색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왜곡되고 편향적인 시각으로 쓰여진 점이 많다. 우선 실제 역사에서는 가후가 조비를 태자로 세우기 위해 조력한 부분이 사마의의 공으로 돌아갔다. 뿐만 아니라 실제 역사에서는 진군이 제안한 구품중정제 또한 사마의가 이를 같이 밤새 고쳐 쓰고 이를 시행하기 위해 강하게 관철시키는 부분이 나온다. 물론 사마의 역시 조비를 태자로 만드는데 진력했다는 점, 진군과 친분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정도는 지나친 왜곡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또 사마의가 장춘화에게 면박을 줘서 장춘화가 수치심에 자살할 뻔한 이야기는 반영하지 않았지만 극 초반 사마의가 장춘화에게 잡혀 사는 모습, 이후에 흑화해서 사람들을 살육하는 것을 묘사하는 것을 보면 작가의 말대로 그래도 사마의는 억지로 미화한 것은 아니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조비문덕황후 곽씨(곽조)의 미화가 심하다. 첫 째가 문소황후 견씨(견복)와 조비의 결혼이다. 역사서에 분명히 이 일에 관해 조비가 견씨의 미모를 보고 좋아하자 조조가 조비를 위해서 강제로 시킨 약탈혼으로 묘사되어 있다. 근데 이것을 무시해 버리고 마치 조비는 곽조를 사랑했는데 사랑없는 결혼을 조조 때문에 억지로 한 것처럼 왜곡했다. 이것은 각색이나 해석의 정도를 떠나 그냥 곽조를 부각시키고 조비를 감싸기 위한 악의적인 역사왜곡이다. 아버지의 힘을 빌려 남의 부인이었던 힘 없는 여자를 강제로 뺏어서 자신의 부인으로 삼아놓고 이후에는 싫어지니 죽여 버린 것이 팩트인데 애초부터 사랑없었던 결혼을 한 것처럼 거짓으로 묘사한 것이다. 조비가 문소황후를 강제로 자신의 처로 삼은 행위는 여자가 전리품처럼 취급받던 그 당시에도 비판받던 행위였다. 이를 현대에서 오히려 숨겨주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그래서 조비가 사랑을 중시한 로맨티스트냐고? 아니, 자기 사랑만 중요하고 자신의 절친인 하후상의 사랑은 짓밟고 그 마저도 친구를 벌 주는게 아니라 죄 없는 절친의 첩을 목졸라 죽인 인간이다. 이건 로맨티스트가 아니라 당시의 시대상으로 보았을 때도 소름돋는 사이코 패스일 뿐이다. 드라마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므로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필요가 없다지만 조비에 대한 미화는 도가 지나친 감이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실제 역사에서 우금같이 조비가 추악하게 죽인 사람들은 아예 숨기고 거의 표현하지 않고 조비가 오나라 원정으로 삽질하는 것도 묘사하지 않는다. 오나라 원정에서의 삽질을 숨긴게 왜 심각한 것이냐면 조비가 오나라를 치느라 국력을 낭비하는 동안 촉은 금세 이릉대전의 패배를 회복하고 이후 제갈량이 위나라를 침공한다. 사마의와 제갈량의 대결구도는 이런 배경이 있었던 것임을 생각해보면 이 과정의 생략은 삼국지 팬들에겐 아쉬운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조비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내려지는 사건을 다루는 경우에도 피해자가 한 없이 악한 사람들로 묘사된다. 정의와 조홍이 그렇다. 정의는 원래 조조의 딸인 청하공주와 결혼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조비가 정의가 단순히 못생겼다는 이유로 반대해서 이 결혼은 무산되었다. 이 일 때문에 정의는 조식의 편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정확히 묘사하지 않고 정의가 조식을 위해서 조비를 뒷조사하는 인물로 묘사하는 등 편파적으로 정의를 악인으로 만들고 조비를 옹호한다. 참고로 조비는 청하공주를 자신의 친구인 하후무와 결혼시키는 데 성공했는데 이후 하후무는 첩을 마구 늘려서 청하공주의 삶은 불행해진다.

조홍도 그렇다. 조홍은 이 드라마에서 완전한 악인으로 나온다. 그런데 정사에 분명히 조비가 조홍에게 악감정을 품은 이유는 단순한 재물 문제였고 조홍의 빈객이 죄를 짓자 이를 구실로 조홍을 죽이려 했다고 나와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분명히 조비를 원망하고 조홍의 편을 들었다고 나와 있다. 그런데 이 추악한 행위를 감싸기 위해 역사서의 기록은 무시하고 조홍이 엄청난 악인인것 마냥 폄하하고 조홍이 죽을 뻔한 것도 빈객이 죄은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 조비를 공공연히 비판했기 때문인 것 처럼 묘사된다. 그 뿐만 아니다. 이때 조홍을 살리기 위해 조비의 어머니 무선황후 변씨는 문덕황후를 황후에서 폐하겠다고 협박했고 그래서 조홍은 겨우 살아난 것이다. 즉 변씨는 곽씨에게 악감정을 품고 진심으로 한 말인데 이것을 마치 곽조가 조홍을 살려내기 위해 변씨와 미리 짜고친 것 마냥 포장한다. 이러고도 작가가 말한 억지로 미화하거나 깎아내리지 않았다는 말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이러고도 선악 이분법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어디 이 뿐인가? 역사서에 그 어디도 문덕황후가 조예를 직접 양자로 들였다는 말은 없다. 이것은 아무도 원치 않았는데 조비가 강제로 한 것이다. 이를 드라마에선 곽조가 본인이 자청해서 한 일인 것처럼 포장해서 곽조를 조예의 생명의 은인으로 만든다. 한술 더 떠 조비는 곽조에게 조예가 아닌 다른 아들을 양자로 들일 것을 권유하는걸 보면 실소가 나온다. 더 우스운 것은 조예가 은혜도 모르고 곽조를 죽이게 하는 것이다. 이 드라마에서 견복과 곽조는 사이가 좋다. 즉 곽조가 견복을 모함해서 죽게 만들지 않았다. 정사 삼국지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계속 정사의 입장을 따라서 조예도 곽조를 죽이지 않게 해야지 이후에는 입장을 바꿔서 야사를 따라 조예가 곽조를 죽이게 만든다. 야사에서 조예가 문덕황후를 죽이는 것은 문덕황후가 자신의 어머니인 문소황후를 모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모함했다는 걸 빼 버리면 결국 조예만 패륜아 인성 파탄자로 만드는 것이다.

곽조가 견복을 모함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적어도 정사에는 그런 말이 없으니까. 그러면 끝까지 정사를 따라가서 조예도 곽조를 죽이지 않게 만들어야지 이후에는 야사를 따라가서 조예를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살인자로 만드는 것은 무슨 만행인가. 애초에 곽조를 장춘화의 의자매로 억지로 가공해서 설정한 것은 사마의가 위나라를 배반한 것에 개연성을 억지로 실어주기 위함인 것이다. 실제 역사에서 사마의가 문덕황후 때문에 위나라를 배신했는가? 아니다. 실제 이유는 수두룩하겠지만 적어도 문덕황후 때문은 아니다. 이게 무슨 개연성인가? 개억지다. 그리고 그렇게 따지면 조예가 곽조를 죽인 건 조비가 견복을 죽였기 때문이니 사마의가 배신한건 다 조비 때문이다.

모든 역사 자료에는 왜곡이 필연적이고 이는 정사라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철저히 위나라와 조비 입장에서 쓰여진 정사보다도 더 조비를 감싸주고 그 추악함을 숨긴다는 것은 드라마라 할지라도 도가 지나친 감이 있다. 역사적 사실과 재미를 위한 각색을 적절하게 잘 해낸 웰메이드 사극들과 비교했을 때, 제 입맛에 맞게 가공해서 왜곡해 보여주는 경향이 심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