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이 쓴 동화. 원본도 짧고 사실 별 교훈이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천장까지 높이 쌓인 침대에서 잠자는 공주라는 이미지가 너무도 강렬해서인지 서양에서의 인지도는 안데르센 작품 중에서도 은근히 높은 편이다.
2. 줄거리
한 왕자가 공주와 결혼하고 싶어했다. 단 그냥 공주가 아니라, 진정한 공주 중의 공주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었다. 왕자는 수많은 공주들을 만나보았지만, 다들 어딘가 공주답지 못한 결함이 있어서 왕자는 자기 짝이 없다고 슬퍼했다.그러던 어느 폭풍우가 치는 밤, 왕자의 성에 한 공주가 찾아왔는데 그 몰골은 비바람에 엉망진창이었다. 그런데도 공주는 자기가 진짜 공주라고 주장했으며 자기를 좀 재워달라고 부탁했다.
왕자의 어머니인 왕비는 이 공주가 진짜 공주인지 알아보기 위해 공주가 묵을 방의 침대를 모두 치우고 위에 완두콩 한 알을 올려놓은 다음 그 위에 매트리스 12개, 오리털 이불 12겹을 깔고 공주를 그 위에서 자도록 했다.
다음 날 아침 공주에게 잘 잤냐고 묻자, 공주는 침대에 뭔가 딱딱한 게 있어서 온 몸에 멍이 들고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는데 대체 침대에 뭐가 있었냐고 물었다. 왕자 가족은 이렇게 민감하고 예민한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공주로다라고 판단하고 왕자는 공주를 아내로 맞아들였고 그 완두콩은 박물관에 전시되었다고 한다.
3. 여담
이야기 내용 자체가 짧은 주제에 스토리가 난해하다 보니 끝까지 다 읽고 바로 교훈이 뭔지 알수있는 안데르센의 다른 동화와는 달리 교훈이 애매모호한 편이다. 안데르센 전기의 작가 율술라거는 공주와 완두콩이 안데르센의 다른 동화와 마찬가지로 안데르센 본인의 삶이 투영된 이야기라고 묘사했다. 평범한 작가였던 안데르센이 동화작가로 성공하면서 갑작스럽게 상류 사회에 편입된 영향으로 상류층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며 불화를 겪고 상류 사회에 대한 회의감과 동시에 상류층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동경을 나타낸 것이 공주와 완두콩이라는 것이다.실제로 가난한 평민 출신이었던 안데르센은 성공한 이후에 상류사회에 진출한 이후로도 상류층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고, 이야기속의 수많은 매트리스와 이불은 얼핏보면 편안해 보이는 상류사회를 의미하며 그 밑의 완두콩은 안데르센이 상류 사회에서 느꼈던 불안감과 열등감, 그것을 불편해하는 공주는 안데르센 자신을 상징한다는 것. 또한 마지막에 공주가 "진짜 공주"로 인정받는것은 "사람을 진정으로 판단하는 것은 그 사람의 겉모습이나 출신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인간성/능력이다."라는 메세지를 담고있다고 해석된다.
한편 후대 비평가들에 의해서도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었는데 공주를 긍정적으로 보는 비평에서는 공주의 예민함을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는 예술가의 감수성'을 상징한다고 보며, 반면에 사회주의 계열 비평가들은 '타도되어야 마땅한 지배계급의 허위의식'을 상징한다고 보기도 했다. (출처: 주석달린 안데르센 동화집, 현대문학, 2011)
판본에 따라선 공주 이외에도 적어도 한명 이상의 다른 공주들이 등장한다. 다들 같은 조건의 침대에서 잘 때 주인공 공주와는 달리 다른 공주들은 그냥 잘 잤다고 해서 떨어졌다.
가끔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다'라고 마지막에 소개가 붙어있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진짜 공주가 이유도 없이 그 밤중에 혼자 비를 쫄딱 맞고 나타난 것이나 그만한 쿠션 위에서 완두콩을 느끼는 게 가능한가 등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야기라 별 의미는 없다.
그림 형제의 그림 동화의 1843년 판본에도 완두콩 시험(die erbsenprobe)란 제목으로 같은 줄거리의 동화가 수록되었으며 안데르센 동화와의 유사성이 지적되어 다음 판본에서는 삭제되었다.
원전으로 추정되는 이야기가 샤푸르 1세와 하트라에 관련된 나디라 공주 전설이다. 단, 이 전설은 내용이 암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