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공랭식 엔진이란 주행풍이나 팬의 힘만으로 엔진의 열을 식혀 과열을 방지하는 방식의 엔진을 말한다.반대말은 수랭식 엔진. 수랭식은 냉각수를 이용하여 냉각수의 순환을 통해 엔진의 열을 식히므로 냉각수의 잦은 보충이 필요하지만 공랭식은 그럴 필요가 없어 정비성이 뛰어나다. 구조도 수랭식보다 단순하고 훨씬 가볍다.
냉각수가 없으니 얼어서 터질 위험도 없다. 수랭식 엔진은 냉각수 빙결을 막기 위해 겨울에 부동액을 넣는다. 허나 극한의 추위에선 그래도 언다.
반면 과열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공랭식 엔진이 달린 자동차나 오토바이가 도심의 교통체증으로 인해 달리지 못하면 엔진이 과열되고 고장날 수도 있다. 자동차에 공랭식 엔진을 달던 시절엔 교통체증이란 개념이 없었다. 때문에 오늘날엔 자동차에선 공랭식 엔진이 모두 퇴출되었다. 공랭식 오토바이에 장착되는 엔진조차도 완전 공랭식이 아니다(오일 쿨러가 장착되어 있다). 현대에는 지표면에선 완전 공랭식 엔진은 초소형 엔진에만 쓰인다(잔디깎는 기계, 체인소 등).
반면 비행기는 오늘날에도 모두 공랭식이다.[1] 제트기는 고속으로 엔진 주변을 흐르는 공기를 이용해 냉각을 하며, 프로펠러기도 오일 쿨러와 엔진 자체에 공기를 흘려 엔진을 냉각한다. 높은 하늘의 공기는 아주 차갑고, 비행기는 아주 빨리 날기 때문에 냉각에 유리하다. 게다가 공랭식 엔진은 수랭식 엔진보다 훨씬 가벼워 비행기에 최적이다.
2. 공랭식 엔진을 탑재한 탈것의 예
- 자동차: 오늘날엔 공랭식 차가 사실상 전무하지만,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공랭식 자동차는 흔했다. 아래는 그 중 유명한 것들.
- 폭스바겐 비틀: 1131cc 25마력 수평대향 4기통 엔진. 엔진이 차체의 앞이 아니라 뒤에 있어, 냉각을 위한 공기 통로가 마련되어 있었다. 공랭식이니 당연히 한겨울 한파에도 냉각수가 얼어 터지는 일이 없었고, 폭스바겐 비틀 광고 중에 “제설차 운전사는 어떻게 출근할까요? 폭스바겐을 타고 출근합니다“란 것이 바로 이 점을 자랑하는 것이었다.
- 포르쉐 356: 원래는 비틀과 똑같은 엔진을 탑재했었다. 허나 좀더 스피드를 내기 위해 금방 엔진이 업그레이드됐다.
- 시트로엥 2CV: 엔진이 앞에 달려 있고, 냉각용으로 대형 팬도 장착되어 있었다.
- 피아트 500: 이름의 '500'은 500cc란 뜻인데, 사실은 479cc밖에 안 됐다(후기형은 499cc).
- BMW 700: BMW는 원래 오토바이 회사로 시작했으며 이 차는 BMW 오토바이에 탑재되는 수평대향 박서 엔진을 달고 있었다. 그래도 시속 100킬로미터가 넘는 빠른 주행이 가능했다.
- 쉐보레 콜베어(Corvair): 1960년에 출시된 쉐보레의 흑역사. 폭스바겐 비틀의 패키징을 모방하여 미국 시장에 맞춰 개발했는데, 차 뒤에 팁재한 2300cc 수평대향 6기통 공랭식 엔진이 가뜩이나 무거운 상황에서 후륜 서스펜션이 비틀처럼 스윙 액슬 구성이었기 때문에 고속주행시 고장과 사고가 자주 발생했다.
- 혼다 1300: 사장은 공랭식으로, 기술자들은 수랭식으로 만들자고 해 대판 싸웠던 차. 1969년작이다. 크고 출력이 높은 자동차 엔진을 공랭식으로 만드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보여준 차로, 거의 최후의 공랭식 엔진 탑재 자동차라 볼 수 있다.
포드 모델 T는 수랭식이다. 포드 T의 상징과도 같은 래디에이터 그릴 위에 달린 마개가 냉각수 주입구 뚜껑이다. 워낙 옛날 차라 공랭식이라 지레짐작하는 이들이 많은 듯 하다.
- 오토바이: 오늘날엔 오토바이도 수랭식이 기본이지만, 1970년대에 스즈키에서 수랭식 GT750을 내놨을 때 큰 화제가 되었을 정도로 오토바이라 하면 공랭식 엔진인 것이 당연하던 시절이 있었다.
- 비행기: 제트기건 프로펠러기건 간에 비행기는 전부 공랭식이다. 단, 옛날 공랭식 자동차/오토바이 엔진처럼 쇳덩어리 공랭식 엔진인 건 아니고, 오늘날의 공랭식 오토바이 엔진과 마찬가지로 오일이나 연료를 래디에이터에 보내 냉각시키는 방식이 많다.
[1] 먼 옛날 미국과 일본, 독일과 소련이 맞붙었을 시절에는 진짜 수랭식이 존재했다. 이유는 그 당시 쓰던 엔진은 가솔린 프롭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