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식 홈페이지 인물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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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검사를 하면 ‘S.E.X.Y’가 나올 것 같은 근사한 남자. 훤칠하다. 목소리도 나긋하다. 무심할 땐 우수에 차 있지만, 또 슬쩍 미소 지으면 첫사랑이 떠오를 만큼 해사하다. 심지어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었는데 좋은 냄새까지난다. 마치 로맨스 소설 표지에서나 볼 법한 치명적인 이사님의 현신. 그러나 신이 외모에 몰빵하다 지친 나머지, 미처 인간의 하트를 주지 않고 이 땅에 내려보낸 일종의.. 아름다운 쌍놈.
원한리테일 역대 최연소 임원이라는 화려한 이력과 다르게 여러모로 심플하다. 옷도 살림살이도 아주 기본적인 것만 갖고 있는 데다가 모두 무채색. 이렇다 할 사생활도 없고, 친구도 없고, 싸가지도 살짝 없는데, 인정머리는 더더욱 없다. 사람을 볼 땐 플러스마이너스가 전부다. ‘조직혁신 담당 이사’라는 아리까리한 직함의 정체도 바로 그것이다. 이 팀이 회사에 돈을 벌어다 주고 있는지, 이 직원의 연비는 얼만큼인지, 다분히 수학적인 판단으로 팀을 뜯어고치고 인력을 재편한다.
계열사 여러 곳을 돌면서 공중분해 시킨 부서가 열 손가락을 넘어가고, 정리해고 당한 직원들만 몇 트럭이다. 그중 몇몇은 백호 앞에 무릎도 꿇고 욕지거리에 멱살잡이도 했지만, 백호는 물러난 적이 없다. 내 결정은 합리적이고 타당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고개 뻣뻣한 자본주의 저승사자로 살아가던 백호는, 감자연구소의 구조조정을 맡게 되며 아수라장 한복판에 내던져진다. 이곳은 무언가 잘못됐다. 연구소도, 영을리도, 백호의 상식을 아득히 뛰어넘는다. 연구원들은 서로의 연애사까지 꿰고 있을 정도로 과하게 친밀하고, 영을리 주민들은 집앞 도로가 자기 땅이라며 통행료를 뜯어간다. 평정심이 가장 큰 무기인 백호에게, 자꾸 객기와 오기가 치솟게 한다. 각종 사건 사고로 체면을 구기는 건 덤이다.
그리고, 그 모든 나쁜 것들의 중심에 미경이 있다.감자연구소의 고인물 대리이자, USB 게스트하우스 A동에 사는 옆집 사람, 김미경. 문제적인 여자다. 동네에서는 이장 패거리에 붙어 텃세를 부추기고, 연구소에서는 직원들을 끌어모아 타도 소백호 세력을 이끈다. 관련 학위도, 내세울 성과도 없는 비전 문가가, 이 일 저 일 다 건들며 바쁜 척만 한다. 상사에 대한 태도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무조건 해고 1순위다. 그런데 나는 왜.. 그 여자와의 키스가 싫지 않았던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