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9-27 11:46:53

감자 역병

감자마름병에서 넘어옴
파일:external/www.horkans.ie/Potato_Blight.jpg 파일:external/www.dpi.nsw.gov.au/late-blight-potato.jpg

1. 개요2. 상세3. 방제4. 아일랜드 대기근의 원인


potato blight, late blight

1. 개요

식물의 질병 중 하나로, 감자에 번식하는 감자역병균이라는 난균[1]이 원인이다.

저온다습한 환경에서 많이 나타나며, 이름에서처럼 감자에서 주로 발생하지만 토마토처럼 같은 가지과에 속한 농업 작물에서도 병이 발생한다. Phytophthora infestans라는 난균류가 일으키는 병이다.[2]

2. 상세

1차적으로 감자잎에서 증식하며 섭씨 10도 이상, 습도 75% 이상인 상태로 약 48시간 정도 지나면 전염병이 되어 작물 전체로 퍼진다.

그렇지 않더라도 포자가 비에 씻겨 땅으로 스며들거나 바람에 날리거나 하면 금세 밭 전체의 감자에 영향을 주니 한 개체에 한 번 걸리는 것만으로도 매우 높은 확률로 밭 하나를 갈아 엎어야만 하는 난처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심지어 감자를 따로 떼어내서 저장한다 하더라도 감자 괴경에서 부패를 일으킬 수준이다. 다만 섭씨 30도 이상에서는 높은 온도에 활동이 불가능하니 휴면포자로 생존한다.

게다가 주변환경의 변화로 생존이 어려워지면 휴면포자 상태로 수년을 버티는 것이 가능하다. 겨울에도 죽지 않고 버티다가 봄철에 다시 본래대로 돌아와 증식을 시작하기 때문에 그대로 놓아두면 일대의 감자밭이 말 그대로 초토화. 전부 감염되어 죽어가기 시작한다.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삶든지 태우든지 하여 75도 이상 가열하는 방법 뿐. 항진균제를 대량살포하는 방법도 있지만 살아남는 개체는 면역성을 가지고 다음에 항진균제가 듣지않는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재등장한다. 감자에게는 헬게이트 소환.

대표적인 증상은 난균이 증식한 잎사귀 끝부분과 줄기 부분에 짙은 반점이 생기는 것. 또한 감자 덩이줄기 부분의 색깔이 매우 짙어지며 2차 감염에 의해 썩는 냄새가 나게 된다.[3] 그리고 이 시기가 되면 이미 늦었다. 하나라도 이런 상태가 되어 있다면 대부분 밭의 다른 개체에게도 포자가 옮아 있는 상태이며, 설령 겉보기에 멀쩡한 상태라도 유통 과정에서 난균이 번식해 버려 언제든지 증상이 갑툭튀할 수 있으므로...

3. 방제

현재에는 적극적인 방제작업으로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에서만 간헐적으로 발견되는데 이 때문에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에서는 미국 감자를 생으로 수입하는 것을 법으로 금하고 있다. 이 병에 걸린 감자가 살균되지 않은 채 국내로 유입되면 국내의 모든 감자가 실제로 전멸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 때문에 국내로 수입되는 감자는 먼저 한번 튀기거나 삶은 후 가공한 제품만 수입이 가능하다.[4] 감자 역병을 유발하는 난균은 가열하면 인체에 독이 되지 않아 설령 감염된 감자가 수확되더라도 굽거나 튀기는 등 충분히 익혀서 먹는다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21세기 들어서 감자 역병에 내성이 있는 유사종으로부터 저항 유전자를 이식한 유전자 조작 감자를 개발하였고 그 밖에 GM을 대체하는 저항성있는 원종을 찾아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 병을 방제하기 위해서라면 일단 위생 자체는 철저해야 한다. 저항성 품종을 심거나 적정 시기에 약제 살포하는 것을 모두 감안해야 거의 방제가 가능하다. 다행히도 곰팡이의 일종인 만큼 바이러스보다는 변이가 느리기에 일기예보를 잘 듣고 정기적으로 곰팡이 제거제를 뿌리며 꼼꼼하게 성장관리를 해 주면 발병률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 역병의 발생이 많은 밭의 포장은 식물체의 잔해를 완전히 제거해야 하는데, 이렇게 하는 즉슨 잔사에 병균이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역병은 레이스[5]가 많아 저항성도 쉽게 극복이 되기 때문에 약제 살포가 필요한 것이다.

4. 아일랜드 대기근의 원인

영국과 함께 1845년~1857년간 있었던 아일랜드 대기근의 원인[6]이기도 하다.

사실 이 병의 창궐은 북아메리카 지역에서 일어났다. 1843년에 미국 동부의 필라델피아와 뉴욕에서 이 병이 발생했는데, 바람을 타고 균류의 포자가 퍼져나가서 1845년에는 미국의 중부지역인 일리노이, 심지어 캐나다의 온타리오에서까지 병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당시 이 병을 몰랐던 사람들로서는 이 병을 방제할 방법이 없었고, 결국 역병은 벨기에로 보내는 씨감자 화물에 묻어 대서양을 건너 유럽에 상륙하였다. 흔히 아일랜드만 감자 역병이 돈 것으로 아는데 아일랜드만 그런 건 아니었고 감자를 키우는 온 유럽 지역에 이 병이 확산되었다.

다만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 감자는 가축 사료 취급을 받았거나, 감자 외에 밀, 보리, 호밀, 옥수수, 올리브, 양파, 포도 등 대체할만한 농산물들이 넘쳐났기에 아일랜드 대기근과 같은 수준으로 사람들이 떼거지로 아사하는 참변은 없었다.[7] 문제는, 영국의 식민지배로 인해 대부분의 식량이 영국으로 보내지고 영국 본토에서 가축사료 취급을 받던 감자 말곤 먹을 게 없던 아일랜드에 하필이면 이 사태가 벌어졌던 것이다. 더군다나 영국 정부는 첫해를 제외하곤 기근 문제를 거의 방치하여 그 어떤 구제책도 작동하지 않았기에 아일랜드가 그토록 괴멸적인 타격을 받은 것이다.


[1] SAR 상군으로 곰팡이 같은 균류보단 미역에 가까운 생물이다. SAR 상군중에선 말라리아균 같은 병원성 생물도 있지만 감자 역병의 원인이 되는 생물은 말라리아의 원인인 학질원충보다 미역이나 다시마에 가까운데 학질원충은 피하낭류고 감자역병과 미역은 부등편모조류이기 때문이다.[2] 난균류는 외견상 균류와 유사하지만 실제로는 균류와는 계 단위에서 서로 다른 생물이며, * SAR 상군 - 부등편모조문 - 난균강 *에 속하는 생물이다. 이들은 이름처럼 난포자라는 것으로 번식을 하며, 이 난포자는 물 속에서 유영이 가능하도록 편모가 달려있다.[3] 이 냄새는 쇠똥이나 돼지똥은 물론, 그 독하다는 닭똥보다도 고약하다고 한다.[4] 비슷한 이유로 미국에서 생산된 생 체리가 국내 반입금지된 사례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국내에도 수입되는 중.[5] 품종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 것으로 같은 종이어도 레이스에 따라 살균제에 내성이 강한 것도 있고 약한 것도 있다.[6] 그래서 보통 사람들이 인생에서 감자 역병을 처음 알게 되는 때가 아일랜드 대기근을 배울 때다.[7] 당시 유럽에선 감자를 사람이 먹는 곳이 드물었다. 기껏해야 프랑스와 독일, 벨기에, 그리고 아일랜드 정도. 그렇지만 아일랜드를 제외하면 다른 국가들은 주된 식량이라고 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