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24 10:34:10

감사의 글

1. 개요2. 주된 내용3. 형식4. 주의점

1. 개요

Acknowledgment[1]

경우에 따라 머릿말(Preface)로 대체되거나, 논문사사(論文謝辭)라는 어려운 말로 불리기도 한다.

논문을 쓸 때, 논문 출판이 최종 결정되고 나서 연구자가 일정한 기준에 따라서 감사를 표하는 선택적 단락.

2. 주된 내용

연구의 진행 및 논문 작성에 있어서 신경 쓰고 알아봐야 하는 부분들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어떤 논문도 저자 한 명이 다른 연구 기관이나 동료들의 도움을 일절 받지 않고 완성하는 경우는 없다. 모든 논문에는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리기에는 부적절하지만 논문에 도움을 준 관계 기관이나 인물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그들의 역할을 명시하기 위한 감사의 글을 싣곤 한다.

자주 나오곤 하는 개인적인 감사의 글의 필수요소를 조금 거론하자면 다음과 같다.
  • 이제 펜을 놓고 다시금 돌이켜 보니, 떨리는 마음을 안고 대학원에 첫 발을 들여놓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많은 분들의 아낌없는 도움 속에, 비로소 제가 여기에 작은 열매 하나를 맺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 잘 할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의견을 주신 많은 선생님들의 얼굴을 한 분 한 분 되새겨 봅니다.
  • 제 졸고가 출판되기까지 지도편달을 아끼지 않으신 김나무 지도교수님께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 방대한 자료들을 검색 · 정리해 주고, 연구 전반에 세심한 배려를 해 준 영수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 연구실의 철수 형, 영희 누나, 길동이, 백산이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 현미경 분석을 도와 주신 기기지원실의 성춘향 선생님 감사합니다.
  • 표본을 제공해준 심정호 교수님, 표본수집가 하태성님에게 감사드립니다.
  • 대학원에 입학하게 지원해 준 (주)리브레전자 및 제가 대학원에서 공부할 수 있게 추천해 주신 이강토 차장님께 감사드립니다.
  • 적지 않은 나이에 대학원에 다시 입학함에도 불구하고 저를 믿고 기다려 준 부인 목단이 없었다면 저는 이 학위를 마칠 수 없었을 것입니다.
  • 자신감을 잃고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많은 조언과 격려를 해 주신 어머니, 형님, 형수님께 이 지면을 이용하여 못다한 감사를 드립니다.
  • 이 논문을 (종교적 대상)께 바칩니다.[2]

간혹 유명 어록을 인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잘못하면 중2병(?) 같아 보일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학계 외부의 사람들을 거론할 수도 있다. 즉 가족이나 친지, 교회와 같은 종교 공동체, 개인적 멘토, 여자친구/남자친구, 약혼자, 심지어는 전 남편(?!!)을 거론하는 것도 가능하다.[3] 전 남편을 감사의 글에 올린 여학생 왈, 전 남편과 함께 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대학교 교정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고, 그때의 경험 덕분에 대학원 연구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한다. 어떤 저자들은 사람이 아닌, 키우는 개나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 등을 올리곤 한다.[4]

그런데 이런 인물을 언급할 때에는 미래에도 변하지 않을 관계를 언급하는 것이 좋다. 즉, 헤어질 가능성이 있는 이성친구는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유인즉 논문에서 감사의 글은 수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중에 관계가 깨지고 나서 엉뚱한 사람과 결혼까지 하게 되면 두고두고 배우자에게 잡혀 살 수 있다.[5] 성씨의 이니셜을 딴다면 어찌저찌 둘러댈 수가 있으니 그나마 낫다.

3. 형식

논문의 전체 내용 중에서 (그나마) 가장 자유로운 형식의 글이자 가장 사적이고 부드러운 내용의 글이며 가장 쓰기 쉽다고 알려진 글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학술세계의 글쓰기 활동이 다 그렇듯이 감사의 글 역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있다. 감사의 글 역시 문제가 생길 경우 연구자의 대인관계가 상당히 꼬이게 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심한 경우는 "비윤리적" 이라는 비난을 듣기도 하니 마냥 만만히 볼 부분은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라면 감사의 글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해도 그 논문이 연구부정행위로 취급되지는 않으며 게재가 취소되는 문제도 없다는 점이랄까.

문어체로 쓰이는 본문과는 달리 존댓말로 주로 쓴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종종 화려체만연체가 뒤섞인 문장도 나오곤 하는데 감사의 글 역시 학계에 도는 글인만큼 간단 명료한 것이 좋다. 표현은 "지지, 지원, 격려, 배려, 충고, 의견, 지도, 도움, 응원" 과 같은 일반적이고 무난한 것을 가져다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혹시나 연구결과가 잘못되었거나 비판받을 소지가 있을 때 감사의 글에 거론된 인물들에게 누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또한 의외로(?) "하늘나라에서 저를 내려다보고 계실..." 과 같이 망자를 거론하는 것은 지양하는 편. 이하에 서술되듯이 감사의 글은 상대방의 허락을 구해야 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많은 연구들은 연구비 지원단체나 기관의 도움을 받는다. 이런 경우 해당 단체는 감사의 글에 표기해야 하는 양식을 미리 정해준다. 그리고 연구자는 감사의 글에다 그것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고스란히 옮겨적어야 한다. 실제 업무에서는 흔히 '사사(謝辭) 표기'라고 하는 것인데 만약 인쇄나 편집 과정에서 빠진 채로 나왔을 경우 지원단체나 기관 측에 시말서를 제출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사사 표기의 대략적인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국문표기
이 논문은 2011년도 교육과학기술부의 재원으로 첨단의료기기사업본부-신기술융합형성장동력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과제번호)

영문표기
The research was supported by the Converging Research Center Program through the Ministry of Education, Science and Technology (Grant Number)
(출처)

  • This work was supported by grant NO. ###-####-### from ABCD Foundation.
  • Supported by DCBA Research Institute under ###-####-###-#####

이런 식으로. (참고자료)

논문의 일부가 될 수도 있고 논문과는 별개로 작성될 수도 있다. 심지어 개인 블로그에 감사의 글을 올리는 연구자들도 있다.[6]

4. 주의점

  • 당연한 것이지만 감사의 글이라도 거짓을 실어서는 안 된다. 심한 경우 상대방 연구자의 개인적 환심을 사거나, 그 분야의 권위자를 거론함으로써 더 많은 주목을 받으려 하는 사례들도 간혹 있는데, 이런 식으로 감사의 글을 썼다가는 그 당사자에게서 당장 항의전화가 걸려오게 된다.
  • 일반적으로 동료평가자나 저널 에디터 역시 거론하지 않는다. 설령 그들의 지적이나 비판을 통해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역시 마찬가지다.[7]
  • 학계 인물들을 대상으로 한 감사의 표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 본인에게 허락을 먼저 득하는 것이다. 이메일 교류를 통해 허락을 요청할 경우에도, 교신저자는 반드시 허락의 뜻이 담긴 답장까지 확인한 후에 거론해야 한다.
  • 상대적으로 덜 중요해 보이긴 하지만, 거론된 사람들에 대해서 Dr. 나 Ms., Mr. 같은 존칭을 붙이는 것도 중요하다.
  • "DDD 교수님은 이 논문과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밝히는 바이니 오해 없기를 바란다" 같은 이상한 소리를 넣는 것 역시 올바른 글쓰기가 아니다.
  • 만일 감사의 글에서 문제가 생겼을 경우, 최우선적으로 당사자에게 진솔한 사과의 편지를 쓰는 게 급선무다. 전적으로 자신의 미숙함과 실수에서 비롯된 것임을 밝히고, 해당 글이 논문과 함께 게재될 저널의 에디터에게 별도로 정오(正誤) 요청을 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으로 충분한지, 더 필요한 조치는 없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이후 당사자가 OK사인을 보내오면,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해당 저널의 에디터에게 정오표(erratum)[8] 발행을 요청해야 한다. 그것이 완료된 후에, 당사자에게 다시 연락하여 조치에 만족했는지를 확인하는 교신까지 끝낸다면 사태를 침착하게 봉합했다고 말할 수 있다.
  • 감사의 글도 가능한 한 표절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감사의 글은 표절해도 연구부정행위가 되진 않지만 잘못되면 여러 사람 어지간히 골치 아프게 할 수 있다기 때문이다.


[1] 영국에서는 Acknowledgement 로 쓴다.[2] 대개 개신교인 논문 저자들이 '하나님(주님)께 바칩니다'와 같은 문구로 감사의 글을 맺는다. 한 힌두교 신자 인도인이 쓴 태양광 관련 논문에는 "태양이 없었다면, 이 세상도 태양광 발전도 이 논문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먼저 태양신에게 기도를 드린다"는 문구도 들어가 있다.[3] 제리 토머스(J.R.Thomas)의 《스포츠 연구법》 p.752에 실제로 나온 내용이다.[4] 2010년대 즈음에는 동물을 동생이나 자녀처럼 부르고 장례식을 치러주는 등 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문화가 퍼지고 있어 이상한 일은 아니다. 오히려 사이가 변할 가능성의 측면에서는 늘상 일어날 수 있는 커플 결별에 비해 동물 유기는 사회적 지탄을 받을 일이니 가능성은 더 낮은 편이다. 가족처럼 생각하진 않더라도 대다수 사람들이 동물을 키우는 목적은 심적 안정이니 충분히 감사할 만하다.[5] 사실 원리적으로 따지자면 그때는 그 애인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이 사실이고 현 애인은 나중에 만난 것이니 두 사건은 완전히 별개이다. 그러나 현실 연애에서 과거 연애에서의 열의가 보통 그렇게 썩 좋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6] 이런 경우는 블로그에서 관련 연구자들끼리 만날 수 있는 사례인 경우가 많다.[7] 본문 첫머리의 각주로 언급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심사위원의 경우 심사 평을 반영해 수정하면서 주석을 달곤 하는데, 그래서 논문에서 "익명의 심사위원은…"이라는 어구가 아주 자주 나온다. 사실 저자는 심사위원을 알 때도 많지만 논문에서 밝힐 순 없으므로 그런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8] corrigendum이라고도 하며, 논문의 논리나 결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소한 교정 안내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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