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5-08-29 23:25:17

갈돌과 갈판

파일:갈판과 갈돌.jpg
1. 개요2. 상세

1. 개요

갈판과 갈돌은 신석기 시대의 유물이며, 나무열매나 곡물의 껍질을 벗기고 가루로 만드는 용도로 쓰이는 기구들이다.

2. 상세

밑받침인 갈판은 판판한 돌을 이용해 만들었는데, 오랜 기간 사용하여 전체적으로 휘어진 모습이다. 갈돌은 잘방형의 몽둥이 형태로 양쪽을 쥐고 앞뒤로 밀어서 사용하는 도구였다. 평안남도 대동군 대동강변과 황해도 봉산군 지탑리 등 신석기 유적지에서 출토되었다. 신석기 시대에는 주로 도토리 같은 야생 견과류를 가루로 만드는 용도였는데, 청동기 시대에 들어 농경이 활발해지자 곡물 가공에도 이용되었다.

그러나 초기 철기 시대가 되면 절구와 시루가 새로이 등장하기에 갈돌과 갈판은 자취를 감추었다. 갈돌과 갈판의 후신 격으로 '돌확'이 등장하기도 하였다. 돌확은 바위를 넓직하게 파서 그 안에 곡식 따위를 넣고 돌로 문질러가며 갈거나 쓿었다.[1] 돌확도 현대 한국에선 실사용 목적으로는 사라졌지만, 일부 옹기 장인들이 돌확을 옹기 재질로 대체하여 만들기도 한다. 김치 담글 때 사용할 고추를 학독으로 갈면 더 맛있다 하여 소수지만 수요가 있는 듯하다.[2]




이렇듯 한반도에서는 갈돌과 갈판이야 오래 전에 없어졌고 돌확마저도 거의 명맥이 끊겼지만, 몇몇 나라에선 아직도 사용한다. 멕시코의 메타테(Metate)는 원주민들이 옥수수나 카카오 따위를 가는 데 사용하였는데, 지금도 멕시코의 시골 농촌에선 메타테로 직접 옥수수를 갈아 토르티야를 만드는 곳이 아직 남아있다.

인도에서도 아미칼루(Ammikallu), 혹은 실 바타(Sil Batta)라고 부르며 사용하는데, 유튜브에 올라오는 인도 사람들의 요리 동영상을 보다 보면 마늘이나 고추, 각종 향신료 따위를 갈돌과 갈판으로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두 가지 모두 옛날 유물처럼 조잡하고 원시적이지는 않고, 쓰기 편한 모양으로 제대로 조각되어 나온다. 재료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갈판의 가장자리에 턱을 만들어 둔다든가, 갈돌의 양 옆을 손으로 잡기 좋게 조각한다든가...


[1] 여기서 '쓿다'라는 동사는 단단한 곡식의 겉껍질을 벗겨냄을 뜻한다. 쌀을 쓿는 것을 정미(精米)한다고 표현하곤 한다.[2] 이런 옹기 돌확이 현대에는 '학독'이란 명칭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원래 돌확의 전라도 사투리가 '학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