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19-11-12 16:58:10

후성유전학

후성유전에서 넘어옴
1. 개요2. 후성 유전학3. DNA 메틸화4. 히스톤의 변형5. 연구 사례6. 용불용설과의 관계7. 기타8. 관련 문서

1. 개요

후성유전(epigenesis) 또는 후생유전에 대한 것을 다루는 학문을 후성유전학(epigenetics) 또는 후생유전학이라고 한다.

유전학(Genetics)의 하위분야로, 유전체의 본질인 DNA와 그것의 염기서열의 변화뿐만이 아니라 그 외의 히스톤 단백질의 변화 및 DNA 메틸화(methylation), 아세틸화(acetylation) 등 DNA 이외의 것들의 세대간 유전을 다루는 학문. DNA만이 오롯이 유전정보의 주체이고, 유전정보를 후대에 전달한다라는 명제가 거짓임을 보여준 매우 획기적인 학문이다.

한가지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키가 있다. 키를 조절하는 SNP가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돌려봤지만, 놀랍게도 DNA 유전정보 하나만 가지고는 키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도출하는데 실패했다. 그럼 DNA 서열말고 대체 무엇이 유전될 수 있단 말인가 하는것이다. 단백질과 RNA는 있지만, 정자 내의 단백질은 거의 없는 수준이고, RNA도 굉장히 작은 극미량으로 들어있다. 있다면 난자에 뭐가 많이 들어 있을텐데, 당연히 키는 모계쪽에서만 유전되는 형질은 아니다.

또한 Genetic Imprinting 이란것도 있다. 놀랍게도 몇가지 유전자 세트는 발달과정 말고도 성인이 되어서도 부계쪽에서 받은 DNA만, 혹은 모계쪽에서만 받은 DNA만 작동을 한다. 세포 하나에 두개의 상동염색체 세트가 있으며, 이 두개가 얽히고 섥혔는데도 불구 하고 세포는 칼같이 이것은 모계에서 받은 유전자야, 이것은 부계에서 받은 유전자야 하고 구분을 해서 조직에 따라 유전자를 모계 부계 유래를 구분해서 한쪽을 아예 메틸화 시켜서 꺼버린다 (X 염색체처럼 랜덤으로 끄는게 아니다). 각각 maternal imprinting gene, paternal imprinting gene이다. 이 때문에 pathenogenic (난자만 가지고 만든) 와 androgenic (모계 DNA 없이 만든) mouse를 만드는데는 성공률이 크게 차이가 난다. 이러한 Genetic imprinting의 기작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후성유전에 대해서 가장 잘 알려진 히스톤에 대해 설명하자면, 복잡하고 긴 유전 정보를 핵이라는 조그마한 공간에 보관하여야 하는 관계로, 평상시에 DNA는 매우 작은 형태로 압축되어 있다. DNA가 코일처럼 감기는 기둥 역할[1]을 하는 옥타머[2] 단백질인 히스톤은 번역 후 가공(Post-translational modification)[3]에 의해 DNA와 상대적으로 단단히, 또는 느슨하게 결합할 수 있는데, 이 결합 강도의 차이가 2차적인 정보 저장 기능을 한다. 만약 히스톤이 강한 결합을 이루어 DNA가 응축된 상태로 유지되면 염기서열 자체에 문제가 없더라도 RNA로의 전사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반대의 경우에는 전사에 관여하는 단백질이 풀린 DNA에 쉽게 결합할 수 있어 많은 양의 발현을 기대할 수 있다. 즉 DNA 염기 서열로 이루어져 있는 유전자가 전자회로에서의 특정한 전자 부품이라면 히스톤은 거기에 달라붙어 있는 스위치와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DNA 메틸화 또한 후성유전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염기 중 하나인 시토신(C)에 메틸기가 붙어서 5-메틸시토신 (5mC)이 되느냐, 아니면 그냥 시토신을 유지하느냐가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주는데, DNA 상에서 5-메틸시토신이 존재하는 위치에 따라 역할이 천차만별이다. 대표적으로 유전자의 프로모터(Promoter) 부분 시토신에 메틸화가 과다하게 될 경우 유전자 발현이 억제된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에는 발현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대개는 히스톤의 H3K9me2,3 및 H3K27me2,3으로 묶인 DNA는 DNMT (DNA Methyl Transferase)에 의해 5mC가 늘어나며, 5mC가 많은 자리는 다시 HMT (Histone Methyl Transferase)에 의해 히스톤 메틸화가 늘어나게 된다. 주의할것은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것일 뿐, 이러한 프로파일을 따르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히스톤 메틸화 패턴과 별개로 DNA 메틸화 패턴은 또 따로 봐야 하며, 둘다 메틸화가 이뤄졌거나 혹은 그렇지 않다고 보더라도 RNA전사에 영향을 받는것은 프로모터 한정이므로, 실제 RNA 전사가 시작되는 부위가 또 다른 곳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기 때문에 RNA 전사량 패턴도 따로 봐야한다.

또한 히스톤 메틸화라고 해도 H3K4me자리는 뭐가 붙든지 일단은 RNA 전사량 증가에 기여하는게 일반적이다. 때로는 히스톤에 H3K4자리와 H3K27자리가 동시에 붙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을 Bivalent라고 한다.

최근에는 이러한 DNA와 히스톤과의 관계말고도 DNA 3D structure등의 3D구조 및 DNA와 상호작용하는 RNA역시도 떠오르고 있다. 대체적으로 DNA가 3D상으로 꼬여 있으면 RNA 전사량이 내려가고, 아닐경우 RNA 전사량이 상승하게 된다. (Hi-C라는 실험방법으로 보는게 대체적이다.)

이렇듯이 굉장히 메카니즘이 방대하고, 작용하는 요인도 너무나 많은데, 확인하는 방법은 High throughput, 즉, 대량의 input을 넣어서 Next generation sequencing (혹은 deep sequencing이라고도 한다.) 으로 보는 방법이 일반적인데, Chip-seq 및 Rip-seq, Hi-C등등이 대표적이다. 때문에 돈도 굉장히 많이 드는데, 샘플도 대량으로 필요하여 세포양 자체가 적은 경우는 하기 힘들고, 또 다각적으로 동시에 보는것도 힘든데다가, 한번 실험해서 나오는 결과도 Big data기 때문에 분석도 많은 노력이 든다. 바꿔말하면 운좋으면 논문 노다지 하나를 캐낼수도 있다.

생물의 세포는 각종 발달 관련 인자들과 환경의 영향을 받아 최종적으로는 각기 다른 에피제놈 정보를 가진다. 심지어 일란성 쌍둥이도 태어날 때는 대부분의 유전정보가 일치하나 성인이 되면 에피게놈 덕에 거의 일치하는 부분이 사라진다.[4] 원본 DNA는 같으나 에피게놈으로 인하여 발현되고/안 되는 부분이 생기면서 달라지는 것이다.

2. 후성 유전학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렇게 개체수준에서 누적된 히스톤 기록이나 DNA 메틸화 기록도 후대에 전해지며, 세포의 자녀세포에게 유전이 된다는 것이다. 교수님들은 이를 보고 농담삼아 용불용설이 사실은 맞는 말이라고 하신다. 체세포 분열 후 메틸화가 된 부분을 확인한 다음 거기에 메틸기를 똑같이 붙이는 과정이 하나 더 있는 셈. 부모 개체에서 자식 개체로 후성유전이 일어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많은 연구가 필요한데, 이는 생식 세포를 생성하는 장소가 비교적 격리되어 있고, 배아 발달 과정에서 DNA methylation과 Histone methylation 정보가 리셋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후천적으로 습득된 형질이 자식에게 유전되는 것에 대해 여러 연구가 진행되었으며 굶긴 예쁜꼬마선충(C.elegans)의 자손이 대를 이어도 굶었던 선조의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는 실험이 대표적이다. 또한 초파리나 C. elegans의 경우는 piRNA라는 것이 있어서 굉장히 확고하게 메틸레이션을 대를 이어줄 수도 있고, 하는 역할도 확실하다. 예쁜 꼬마선충과 인간에서도 이런 piRNA가 발견되었으며 정자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다만, 파리와 초파리, 실크웜 같은 동물과는 달리 쥐나 인간같은 경우는 후생유전에 딱히 이거다! 하는 요인이 발견된 바가 없으며, 진화상으로 piRNA의 발생 메카니즘이 크게 달라진것으로 추정되어서 인공적인 piRNA로 후생유전학적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증명된 바가 없다.

유전에 대해서는 쥐의 사례를 보면[5] 어미쥐가 임신 기간 동안 영양섭취가 부족하면 자기 자손은 에너지를 아끼도록 유전자의 발현이 변경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러한 어미쥐의 자손은 다른 쥐에 비해 비만이나 심장병에 시달릴 확률이 더 높다. 인간의 경우에도 레닌그라드 공방전 당시 심각한 굶주림 속에서 태어난 세대들의 비만발생률이 높았다는 이야기도 있고, 제2차 세계대전 때에 네덜란드 사람들은 ‘봉쇄 정책’ 탓에 열악한 영양상태에 처해 있었던 경우도, 그때 태아였던 사람과 그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을 조사했는데 그 때 태아였던 사람들이 뚜렷하게 키가 작았다고 한다. 또 그 사람들의 자녀들도 키가 작았다고 한다. 후성유전물질의 작용이 가장 중요한 시기인 태아 때에 제대로 영양소를 섭취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추론할 수 있다. [기획] 게놈 유전의 밑그림에 세밀화 덧칠하는 에피게놈 2010. 07. 06 이러한 사례가 있어서 포유류도 후성유전이란게 있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몇몇 결과만 확인될뿐 원인 인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후성유전이 유전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말 할 수 없다. 게다가 DNA및 Histone methylation 정보도 전부 그대로 후대로 이어지는게 아니다. 정확히는 표현형만 재현이 되는것일뿐 DNA, Histone methylation 패턴중에 뭐가 달라졌는지 찾는것은 서울에서 김서방 찾는 격에 가깝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낸 유전자 세트마저도 공통점을 찾기 힘들다.

단순한 형질 발현을 후성유전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연재] '대담한, 수줍은, 명랑한...' 같은 동물 다른 성격 2012. 05. 03 이 기사를 예로 들자면 후성유전은 할머니 쥐가 어머니 쥐를 핥아줬을 때 어머니 쥐에게서 유전자 전환이 일어나고, 그런 어머니 쥐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자식 쥐의 성격이 (어머니 쥐가 핥아주지 않더라도)어머니 쥐를 닮는것이 후성유전이다. 반면 기사 내에서의 실험은 어머니 쥐가 자식쥐를 핥아준 결과 자식쥐의 성격이 달라진 것인데 이는 자손에게 이어지는 '유전' 현상과는 상관없는 단순한 형질 발현이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 후성유전적 변화와 관련 있나? 이 기사도 마찬가지로, PTSD환자 본인이 아닌 그 자식을 살펴봐야 PTSD가 후성유전이 되는지 안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형질발현과 후성유전 양쪽 다 히스톤 단백질과 탈 메틸화에 의한 현상이라는점이 공통점인지라 비전공자들이 착각하기 쉬운 부분.

3. DNA 메틸화

DNA 메틸화 문서 참조.

4. 히스톤의 변형

완전히 조립된 히스톤 단백질은 중심부 코어와 긴 꼬리 여러 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꼬리에는 라이신(K) 과 같은 + 전하를 띠는 아미노산이 많아 DNA의 등뼈를 이루는 인산기[6]와 전기적으로 서로 끌어당긴다. 이 부분에 번역 후 가공(Post-translational Modification)이 일어나며 대표적인 것이 메틸화(Methylation)와 아세틸화(Acetylation)이다.

히스톤 꼬리에 위치한 라이신에 아세틸화가 일어나면 원래 있던 + 전하가 제거된다. 즉 전기적 인력이 감소하기 때문에 히스톤의 꼬리가 DNA와 약하게 결합하게 되어 결과적으로는 느슨해진 상태가 되고, 이로 인해 발현양이 증가한다. 히스톤에 존재하는 아세틸기는 히스톤 디아세틸레이즈(HDAC) 효소에 의해 제거될 수 있으며, 그럴 경우 + 전하가 돌아와 DNA와 히스톤 간의 결합이 강해진다. 전기적 성질 이외에도 아세틸기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다른 단백질들에 의해 전사가 조절되는 경우 또한 존재한다.

히스톤 꼬리에서의 라이신 메틸화는 발현 억제 또는 발현 증가에 관여한다. 널리 알려진 히스톤 메틸화는 H3의 4번 라이신 모노메틸화, 4번 라이신 트라이메틸화, 9번 라이신 트라이메틸화, 27번 라이신 트라이메틸화, 36번 라이신 트라이메틸화가 있으며 각각 발견되는 장소가 다르다.

최근들어 많은 히스톤 변형 패턴이 발견되었다. 인산화, 유비퀴틸레이션, 잘림 등 오만 가지 자리에서 오만 가지 변형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 많은 히스톤패턴을 보기위해선 그만큼의 항체종류가 필요하기때문에, 대개 H3K9, H3K27, H3K4를 중점적으로 보게된다.

H3K9은 보통 constitutive heterochromatin이라 하여, 모든 세포에 공통적으로 들어가있는 염색체 패키징에 관여하며, 대개 centromeric repeat나 telomere 같은, 염색체로서 기본적으로 꺼져있어야 하는 영역에 주로 있다. H3K27은 facultive heterochromatin이라 하여, 세포 종류마다 다른 패키징을 대표하는 히스톤 변형이다.

5. 연구 사례

후성유전학 연구 기법을 통하여, 배 발생 과정에 있어서 유전자 발현 조절을 주로 연구한다. 또한, 각 개체에서 발생하는 유전자 발현 조절의 요인으로서 작용하며, 특히 사람에 있어서는 암과 같은 질병에서의 비정상적인 후성유전학적 양상을 확인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각 질병 세포에서의 비정상적인 DNA 메틸화 양상은 암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프로모터 영역 및, 포유류 유전체의 30~50% 정도를 차지하는 이동성 유전인자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에피게놈도 누적되면 암을 유발할 수 있다. 에피게놈들은 DNA 유전정보의 발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암 유발 유전자가 과발현하거나 암 억제 유전자가 과다억제되는 등의 후성유전 변화가 생기면 DNA손상이 없더라도 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노화 및 암에서 주로 발견되는 패턴은 메틸레이션 패턴이 엉뚱하게 붙어있는것이다. 대부분의 RNA는 원래 프로모터에서부터 발현되어야 정상인데, 비정상 세포에선 프로모터가 아니라, 유전자를 코딩하는 중간부분부터 발현이 시작된다거나 한다. 당연히 앞부분이 잘려먹은 RNA가 제 기능을 할 리가 없다.

텔로미어 및 발현이 히스톤 변형 패턴에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최근엔 텔로미어보다도 사기라는 소리를 들을정도로 놀라운 정확도로 메틸레이션 패턴이 노화를 예측한다는 논문도 있다.

우울증, 알코올 중독 가능성, 알츠하이머, 자살율 등 정신적인 면에도 후성 유전학이 관여한다. [전문가의 세계-뇌의 비밀] (9) 경험도 유전된다 2017.06.29

6. 용불용설과의 관계

후성유전학이 알려지면서 라마르크용불용설도 완전히 틀린 건 아니라는 주장과, 후성유전은 오히려 생애 경험이 유전에 영향을 줄 것이라 믿었던 찰스 로버트 다윈의 진화론에 가깝다는 주장이 있다.

7. 기타

후성유전학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민족성 운운하는 것들이 단순한 문화적인 이유로 발생하는 게 아니라 후성유전학적으로 발생하는 것일 수 있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국까혐한 등 특정 민족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 후성유전학을 이용해 '저 나라 사람들에게는 유전적으로 희망이 없다' 하는 식으로 혐오성 발언을 하곤 한다. 그치만 걔네 의견대로라면 한두 세대 만에 180도 달라질 수도 있다는 건데? 그럼 희망이 있는 거잖아.

8. 관련 문서




[1] 이게 감기면 고교 생1 과정에서 나오는 염색사의 단위체 뉴클레오솜이다.[2] 8개의 단백질이 합쳐 만들어진 구조. 1은 모노머, 2는 다이머, 3은 트라이머, 4는 테트라머-하는식으로 올라간다.[3] 메틸화, 아세틸화, 유비퀴틴화 등[4] Poulsen, P., Esteller, M., Vaag, A., & Fraga, M. F. (2007). The epigenetic basis of twin discordance in age-related diseases. Pediatric Research, 61, 38R-42R.[5] Godfrey, K. M., Lillycrop, K. A., Burdge, G. C., Gluckman, P. D., & Hanson, M. A. (2007). Epigenetic mechanisms and the mismatch concept of the developmental origins of health and disease. Pediatric research, 61, 5R-10R.[6] - 전하를 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