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작별이라니··· 그러지 마라."
"제자 삼보, 스승님을 오랜만에 뵙습니다."
"삼보야, 어째서 목숨을 소중히 하지 않느냐?"
"목숨은 소중합니다. 저의 목숨뿐 아니라, 무고하게 죽어간 민가의 부녀도요!"
"그리될 줄은······."
"막을 수 있으셨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산채를 차리기 전에 멈추셨다면, 저를 끌어갈 때 막으셨다면!"
"······미안하구나. 내가 죄를 지었어."
"스승님! 그리 말하시면서 또-!"
- 『녹림대제전』의 호호도인과 삼보의 대화 중에서 발췌.
풍종호의 무협소설인 『녹림대제전(綠林大帝傳)』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청성파(靑城派)의 장문인이 호호도인(好好道人)으로, 검(劍)으로는 천하오검(天下五劍)의 한 명으로 꼽힐 만큼 천하제일을 넘본다고 한다. 본래 이 호호란 그의 도명이 아님에도 그렇게 불리게 된 이유가 어떤 일이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항상 좋게 넘어가려는 일이 너무 잦아서이다. 심지어 방금 살인을 한 자를 잡고서도 그자가 다시는 살인을 하지 않겠다고 거짓말을 하면 그냥 믿고 보내주니, 그 좋다는 것에 사람들이 동의할 리가 없는 것이다. 소위 그런 호구스런 성격을 가졌기에 호호도인이 이리 퍼주고 저리 퍼줘서 청성파를 털어먹으러 찾아오는 자들도 많다고 한다. 그래서 대장로인 태대노인(太大老人)이 그의 성격을 고치려 두들겨 패기까지 했는데도 실패하여 그 꼴을 더는 못 보겠다고 청성파를 박차고 나온다."제자 삼보, 스승님을 오랜만에 뵙습니다."
"삼보야, 어째서 목숨을 소중히 하지 않느냐?"
"목숨은 소중합니다. 저의 목숨뿐 아니라, 무고하게 죽어간 민가의 부녀도요!"
"그리될 줄은······."
"막을 수 있으셨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산채를 차리기 전에 멈추셨다면, 저를 끌어갈 때 막으셨다면!"
"······미안하구나. 내가 죄를 지었어."
"스승님! 그리 말하시면서 또-!"
- 『녹림대제전』의 호호도인과 삼보의 대화 중에서 발췌.
2. 행적
정말 답답할 만치 이상한 성품이지만, 원래 호호도인은 이렇지 않았다. 그는 어릴 때 녹림 산채의 끄나풀 노릇을 하며 커 아직 어려서 강간이나 살인만 하지 않았지 이미 막가는 성품이었다. 그러므로 청성파에서는 그의 흉악함을 고치기 위해 특단의 조치로 능풍이환진(凌風移幻陳)[1]을 통과시킨 결과 지금처럼 확 바뀌어 버린 것이다. 더욱이 검을 가지고 다니면서도 뽑지를 못한다. 살짝 잘못 그으면 상대가 죽을까 걱정스럽고, 힘껏 그으면 칼바람이 어디로 튈지 몰라서 전전긍긍(戰戰兢兢) 했기 때문이다.이러한 호호도인의 호구 짓거리가 극에 달한 사건이 바로 사천사마(四川四魔)에게 제자인 삼보가 납치당한 일이었다. 그냥 베어 죽여도 충분할 악당들임을 알면서도 여전히 칼을 뽑지 못한다. 그렇다고 요구대로 청성파 장문인 자리를 넘겨줄 수도 없었기에[2] 1달에 가깝도록 사마의 주변에서 맴돌기만 할 뿐 아무것도 하질 못한다. 하물며 민가를 약탈하여 양민을 잡아와 가지고 놀다 죽여도 지켜보기만 한다. 결국, 음마문(陰魔門)의 태상장로를 찾으러 지나는 길에 왕삼구가 사마를 죽이고 삼보를 구해준다.
이참에 태대노인의 부탁을 처리할 생각으로 왕삼구가 다른 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끔 아예 안전장치로 싸울 영역만 지반을 낮추고 도발한 것을 호호도인은 받아들인다. 극도로 우유부단(優柔不斷)한 지금까지의 모습이 아닌 검귀(劍鬼)와 같은 모습을 드러내며 능풍검법(凌風劍法)을 자유자재로 펼치고 검강(劍罡)까지 발휘한다. 그러고도 두들겨 맞은 그는 나름 속이 시원해졌는지 이후 왕삼구의 일행에 합류하여 한동안 같이 여행한다. 그 와중에 심경의 변화를 따라 온통 검은 복장에 산발하며, 얼굴에는 숯까지 칠한 몰골로 변장해 다른 사람인 척을 한다. 나중에는 흑공자란 이름을 내세워 성품도 호전적으로 바꿔서 두 신분을 오가며 청성파의 일을 처리한다.[3]
3. 무공
[1] 검왕(劍王)이 청성에서 능풍검을 배운 뒤에 돌려주려고 남겨놓은 배려인 것 같다. 청성 문인이 이 진법 위에 서게 되면 능풍검과 맞서는 환영에 빠져든다. 여기서 살아 나오려면 자신의 한계를 넘어 껍질을 부숴야 해서 빠져나온 자는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2] 다름이 아니라 후대 장문인은 반드시 호호도인의 제자 중에 10세 이전에 입문해 10년 이상 배운 자로 한정할 것을··· 전대 장문인이 천지신명에게 맹세하게 시켰다고 한다. 그러므로 삼보만이 장문인 자리를 이을 수 있어서 그는 어쩔 수 없이 사천사마의 요구를 거절해야만 했다.[3] 삼보도 흑공자가 자신의 사부인 호호도인임을 안다. 그런데 『검신무』에는 흑공자와 삼보가 같은 배분으로 나온다. 한 문파의 항렬이라 잘못 전해질 리가 없으니 오류이거나 아니면 다른 사유가 있는 것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