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소설가 염상섭의 데뷔작으로 1921년 동인지 <개벽>에 발표한 작품이다. 1인칭 관찰자 시점과 전지적 작가 시점이 혼합되어 서술된 것이 특징이다. 전체 구성은 액자식 구성이다. 1~6장까지는 '나(X)'와 친구인 A군, H군 그리고 Y군이 평양으로 가서 광인 김창억을 만났을 때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7~9장까지는 주인공 김창억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는데 이 부분은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쓰여 있다. 그리고 마지막 10장은 내가 친구로부터 김창억의 실종을 전해 듣는 이야기다.일제강점기판 디스배틀로, 김창억의 모델이 누군지 당시 조선문단에서 모르는 사람은 없었으며, 그 사람도 반격을 하게 된다. 두 사람은 이후 20여년이 지나 해방 후에나 화해하게 된다.
2. 등장 인물
- 나 : 이 작품의 서술자로 작중 이름은 X이며 3.1 운동의 실패 후에 빚어진 심한 좌절감과 절망, 신경과민으로 불면증(不眠症)에 시달리며 고뇌하는 젊은 지식인이다. 친구인 A군, H군 그리고 Y군과 함께 평양에 가서 김창억을 만나고 그와 만났을 때의 일을 또 다른 친구인 P군에게 편지로 알려준다.
- 김창억 : 이 작품의 주인공으로 과대망상증을 앓고 있는 인물이다. 본래는 어려서 신동이었고 부잣집 아들이었으나 부친의 작고 이후 가세가 기울어 생활을 꾸려가기 위해 학업을 중단하고 보통학교 훈도가 되었다. 훗날, 불의의 현실로 억울한 감옥살이를 하는 동안 아내(후처)가 가출하여 창녀가 된 사실을 알고 정신이상자가 되어 몽환의 세계에서 괴이한 행동으로 이상을 펼치려는 동적인 인물이다.
3. 줄거리
나는 요 며칠 심각한 신경과민과 수면장애에 시달린다.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어하던 중에 친구 H의 권유로 남포로 길을 떠나고, 기차를 타기위해 내린 평양에서 장발의 걸인을 만나기도 하고, 잠을 자다가 목이 졸리는 꿈을 꾸기도 한다. 남포에 도착한 나는 Y와 A를 만나 그들로부터 3원 50전에 3층 집을 지었다는 김창억이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일행과 함께 그를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선다. 실제로 그를 본 순간, 중학교 2학년 때 박물 실험실에서 수염 텁석부리 선생이 더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청개구리의 오장[1]을 끌어내 대발견이나 한 것처럼 소리 질렀던 일이 떠오르며 전율한다. 남포의 광인 김창억에게 감동한 나는 자유와 오뇌의 정수, 욕구를 구현한 자유인이며 승리자인 그에 대하여 서울에 있는 P에게 편지를 쓴다.김창억의 집안은 부모의 잇단 죽음으로 엉망이 되고 만다. 하지만 때마침 소학교가 개설되어 김창억은 교편을 잡게 된다. 그러나 얼마 안 지나 아내마저 죽자 술과 방탕으로 세월을 보내다가 재가를 해 잠시 안정을 찾는다. 그러던 중 김창억은 뜻하지 않은 사고로 4개월간 감옥살이를 하게 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젊은 아내는 이미 집을 나가버렸다. 결국 김창억은 분노와 낙심과 비탄에 빠져 차츰 정신이 이상해져 간다. 김창억은 서까래만 한 기둥 여섯 개와 널빤지 두개를 얻어다가 네 귀에 기둥을 세우고 3층 짜리 집을 짓기 시작한다. 그리고 세계 평화를 위한 "동서친목회"를 만들기로 작정하고 연일 강연을 하면서 분주히 지내게 된다.
이후 나는 Y의 편지를 받는다. 그 편지에는 김창억의 3층 집이 불에 타 버렸다는 내용과 함께, 김창억이 금각산으로 들어가면서 그 집을 관리할 자가 없자 불을 질렀을 것이라는 추측이 담겨 있었다. 지금 김창억이 어디에 있는지는 오리무중이며, 편지를 받은 나의 마음은 납덩이처럼 무거워진다.
[1] 참고로 포유류와 조류, 일부 어류를 제외한 모든 동물은 냉혈동물이다. 즉 양서류인 개구리의 오장에서 김이 날 리가 없다. 물론 작가가 단순하게 과학적 오류를 범했을 수도 있지만, 그만큼 개구리 해부가 '나'에게는 상식이 뒤틀릴 정도의 끔찍한 기억이었음을 의미한다는 해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