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Fell Beasts반지의 제왕에서 나즈굴들이 타고 다니는 비행 괴수.
원작에서는 이름이 따로 없는 짐승이며 따로 뭐라고 불리는 대목이 없으나, 팬덤에서는 '펠 비스트(Fell Beast)'라는 명칭이 굳어졌다. 참고로 '펠 비스트'라는 단어의 뜻도 특별한 고유명사는 아니고 그냥 "끔찍한 짐승"이라는 뜻이다.[1] 고유명사화 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펠비스트(Fellbeast)'라고 붙여쓰는 경우도 있다.
2. 상세
원작 소설의 초반만 해도 나즈굴은 검은 말을 타고 다녔으나, 엘론드가 부른 강물에 휩쓸렸을 때 말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사우론에게 새로운 탈 것을 하사받는다. 이 탈 것은 평범한 말이 아닌 정체불명의 대형 날짐승이다.영화판에서는 와이번과 흡사하게 나오지만 원작의 묘사로는 익룡 또는 깃털 없는 새에 가까우며, 칠흑의 날개를 달고 불길한 기운과 악취를 풍기는 맹수로 묘사된다. 톨킨 본인의 회고에 따르면 반지의 제왕을 저술할 당시 익룡을 염두에 두고 묘사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유사점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며, 구체적으로 익룡까지는 아니어도 고대로부터 살아남은 생물종의 최후의 생존자일 가능성은 있을 것 같다고 한다.[2] 이런 언급을 보면 반지전쟁 이전까지는 가운데땅의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을 정도로 희소한 고대종으로 보이는데, 사우론에게 징집되어서 멸족당했으니 어찌보면 상당히 불운한 짐승이라고 할 수도 있다.
영화에서는 앞서 언급한 대로 괴조(怪鳥)라기보다는 와이번과 비슷한 짐승으로 등장한다. 머리는 새가 아닌 뱀을 연상시키는 형태이고 이빨도 제대로 나 있다. 이는 레젠다리움 수석 삽화가 존 하우(John Howe)의 묘사를 따른 디자인. 이 때문에 한국에서 영화를 개봉했을 당시에는 이들을 용이나 와이번 따위로 착각하는 관객들이 있었는데, 레젠다리움의 용은 이들과 비교도 할 수 없이 강대한 존재이며. 단순한 짐승인 펠 비스트와는 다르게 마력과 지성을 지닌 고등 종족이다.[3]
원작의 묘사상으로는 괴조에 가까운 펠 비스트와는 달리 용은 두 쌍의 다리를 지닌 도마뱀 같은 체형에 어깨에 한 쌍의 날개를 단 전통적인 서양식 용으로 묘사되므로 외형상의 공통점도 딱히 없다. 다만 영화상에서는 펠 비스트가 뱀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변경되기도 했고, 용(스마우그) 또한 원작의 묘사와는 달리 박쥐처럼 앞다리가 날개를 겸하는 디자인으로 변경되어 디자인상으로 공통분모(앞다리가 날개를 겸하는 길다란 체형의 파충류라는 점)가 생겼는데 영화 한정으로 어느 정도 유연 관계가 있을 수도.
펠 비스트를 묘사한 시리즈 중에서도 영화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에서의 연출이 매우 훌륭하다. 죽음늪에 빠져 죽을 뻔 한 프로도가 구출된 직후 나즈굴 특유의 비명 소리가 들리는데, 나즈굴의 얼굴만 클로즈업 될 때 뒤에 보이는 배경이 이상하게 높고 뭔가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잠시 후 카메라가 멀어지면서 나즈굴이 말이 아니라 커다란 날짐승을 타고 날아다니고 있었다는 충격과 공포의 사실이 드러난다. 이 날짐승은 무척 오래된 고대의 생물인데, 사우론이 그들을 붙잡아 썩은 고기를 먹여가며 키워 자기 부하에게 탈 것으로 제공했다고 한다. 이후 '날개 달린 나즈굴'은 반지전쟁 곳곳에서 맹위를 떨쳤다.
영화판에서는 나즈굴이 펠 비스트에 탑승한 이후로 광역기로 공포를 발산할 때가 많고, 직접 전투는 펠 비스트가 더 많이 해서 나즈굴의 활약이 펠 비스트 덕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사실 펠 비스트는 날짐승이라 적군 기병대보다 따돌리기도 힘들고, 반대로 그들을 어딘가에 몰아놓고 일망타진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펠 비스트는 날짐승인지라 미나스 티리스처럼 아무리 성벽이 튼튼해도 그냥 날아서 넘나들면 그만이기 때문에 전략상 커다란 이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덩치도 공룡만한 맹수라서 힘도 상당히 센 것으로 묘사된다. 보통 사람은 물론 기병이나 중무장한 보병을 한 무더기씩이나 가볍게 잡아채서 던져버리고, 발톱을 앞세워 기병대를 쓸어버리거나 투석기를 파괴해버리는 등 맹활약을 했다. 원작과는 달리 세오덴이 탄 말 스나우마나를 입으로 낚아채서 휘두르다가 던져버리는 바람에 세오덴이 치명상을 입어 사망했으므로, 세오덴을 죽인 존재도 사실상 펠 비스트이다.
하지만 에오윈의 칼질에 목이 달아난 것만 봐도 이들이 무기에 면역인 것은 아니다. 한 발이라 버티긴 했지만 파라미르가 쏜 화살도 박혔다. 곤도르 병사들이 펠 비스트의 발톱에 유린당한 이유는 나즈굴이 내뿜는 공포 탓에 감히 화살로 노릴 엄두조차 내지 못한 탓이다. 즉, 펠 비스트가 강력한 탈 것은 맞지만 이들도 주인 덕택에 활약할 수 있는 것이며, 주인과 짐승의 능력이 잘 맞물려 전장에서 흉악한 위력을 발휘했던 것이다.[4] 어쨌거나 이런 시너지 덕분에 나즈굴과 펠 비스트는 전쟁에서 사우론 진영의 최강급 전투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악명을 떨쳤다. 다만 이런 나즈굴의 능력도 고등한 존재인 가운데땅의 독수리에게는 안 통하고, 펠 비스트의 육탄전 능력도 독수리보다는 아래인지라 공중전이 벌어지자 그냥 밀렸다.
[1] 'Fell'은 중세 영어로 "두려운, 끔찍한"이라는 의미이다.[2] 톨킨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이후 고생물학이 진척되며 밝혀진 바에 의하면 익룡은 작중에 등장하는 날짐승처럼 맨피부가 아니라 피크노섬유로 덮여있었다.[3] 반지의 제왕 원작 소설에서는 펠 비스트가 그 어떤 날짐승보다도 컸다는 서술이 있지만 이는 수사적인 표현일 뿐이고, 날짐승 또한 용이 아니라 평범한 새 등을 의미한다.[4] 위에서 세오덴을 죽인 존재 또한 사실상 펠 비스트라고 하지만, 이 또한 나즈굴인 마술사왕의 사기에 스나우마나가 겁을 먹고 날뛰는 바람에 세오덴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에오윈도 자신에게 덤벼든 펠 비스트의 머리를 날려버렸으니, 세오덴도 충분히 펠 비스트에게 반격할 수 있었다. 세오덴 본인이 아니라 세오덴의 애마가 나즈굴의 사기에 겁을 먹는 바람에 반격을 해보지도 못했다. (이 탓에 스나우마나는 왕의 충신이자 기수의 재앙이라는 명성과 오명을 둘 다 받았다.) 결국 펠 비스트가 세오덴을 죽일 수 있었던 것도 주인인 마술사왕 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