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Carnictis
피터 잭슨 감독의 영화 킹콩에 등장하는 가상의 벌레로, 이름의 뜻은 "더러운 고기 족제비"이다.
2. 특징
골짜기에 떨어진 베나토사우루스[1]를 사냥하는 카르닉티스 무리 |
카르닉티스 소르디쿠스(Carnictis sordicus, 더러운 고기 족제비)
몸길이: 2~4미터
해골섬 내륙의 지옥과 같은 골짜기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생물로 꼽히는 생물. 골짜기 깊은 곳의 뜨뜻미지근한 진흙탕에서 구불구불한 몸을 꿈틀거리며 산다. 굼뜨지만 가차없는 포식자로 주로 사체와 다친 동물을 잡아먹는다. 눈은 고사하고 안면부에 있는 건 이빨 달린 괄약근이 전부. 사실상 몸통을 앞뒤로 수축 및 이완시키면서 기괴하게 움직이는 거대한 위장덩어리에 가깝다.조충과 유사한 카르닉티스의 조상은 으레 다른 동물의 몸 속에 사는 장내 기생충이 그렇듯, 거대한 포식 공룡의 내장에 붙어서 숙주가 삼킨 소화가 덜 된 살코기를 먹고 살았을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서 숙주가 골짜기 아래로 떨어져 죽자 살아남기 위해 내장 밖으로 빠져나왔고, 그 밑바닥에서 지열로 데워진 진흙탕을 새 보금자리로 삼았다.
기원을 추측하는 한 이론에 의하면, 바스타토사우루스와 같은 포식 동물이 골짜기에 빠져 죽자 숙주 안에 살고 있던 기생충들은 부득이하게 바깥 환경으로 나와야 했는데, 공교롭게도 바깥이 습하고 웅덩이가 많아 내장속과 별 차이가 없어 기생충이 살기에 적합한 환경이었던 까닭에[2] 말라 죽지 않았고, 더 이상 기생충이 아니게 된 이들은 몸집을 불린 뒤 심연의 포식자인 카르닉티스로 진화했다고 한다. 이전보다 더욱 강해진 카르닉티스는 살아있는 먹잇감까지 압도하여 잡아먹을 수 있으며 다친 먹잇감을 진흙탕 아래로 끌고 갈 수도 있다.매우 제한된 환경에서만 서식하는 탓에 서식지의 환경 변화에 극도로 취약해서 구덩이의 습기가 마르거나 온도가 내려가면 쉽게 죽어버린다. 이러한 열악한 생존 조건에서 살아남고자, 성체는 환경 변화에 극히 취약한 반면 알은 어떤 환경에서도 수십 년 넘게 휴면기 상태로 버틸 수 있어 기후가 적합해지면 바로 부화하는 식으로 진화했다. 또한 이들은 아라크노클로의 생애주기를 위한 숙주이기도 하다. 포식 동물의 체내에서 기생하던 기생충이 이제는 기생을 당하고 있는, 그야말로 주객전도의 진화사를 거친 셈.
3. 매체별 등장
3.1. 영화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선사해준 생물로 손꼽히기도 한다. 생긴 것도 어딘가 거시기하게 생겨서[3] 혐오감을 주는 건 물론, 작중 콩에 의해서 계곡 아래로 떨어진 선원들을 잔인하게 먹어치우는 충격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중 초이는 계곡 아래에 떨어졌을 때부터 곧 숨을 멎을 상태였고,[4] 벌레들이 초이를 먹으려고 하자 럼피가 그들을 저지하다가 자신도 벌레들에게 공격당하고, 결국 위의 이미지와 같은 모습이 되어 먹히고 만다.[5][6] 초이의 최후는 나오지 않았지만 자신(혹은 자신의 시체)을 지켜줄 이가 한 명도 없는 상태였으니, 친구 럼피와 비슷한 꼴이 되었을 듯하다.하지만 럼피가 저런 처참한 최후를 맞이한 것은 초이의 시신을 지키기 위해 수적 열세에도 굳이 싸웠고 애꾸눈 때문에 거리감각이 부족해 칼질 헛스윙을 한 점이 크다. 카르닉티스들은 달리 무술을 배웠다는 언급이 없는 럼피의 막 주먹질에도 유효타를 먹었고, 현실에서 비슷한 전법을 쓰는 뱀에 비해 순발력도 별로 좋지 않은 편. 작지 않은 체구에도 실질적인 무기로 쓸 수 있는 부위는 몸통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입이 전부인데 그조차도 칼질에 손쉽게 썰렸기 때문에[7] 본작에 등장하는 다른 생물들에 비하면 활약이 짧고 굵었을 뿐 별로 강하진 않다.[8]
럼피를 떼거지로 덮치는 장면을 끝으로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다. 직후 앵글혼 선장과 브루스 백스터 일행이 잭 일행을 구하러 아라크노클로 무리들을 학살할 때, 근처의 카르닉티스들도 전부 기관총에 난사당했을 것이다.
4. 기타
올랜도의 유니버셜 스튜디오 올랜도의 킹콩 놀이기구에서도 등장한다. 애니매트로닉스는 물론 CG가 완성도가 높아 영화 본편을 보는 것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리얼하게 구현되어 있다. 작중 여성 탐험대원과 함께 골짜기로 추락한 테라푸스모르닥스를 산 채로 잡아먹으며, 영화와 마찬가지로 탐험대원에 의해 칼에 썰리거나 총알 세례를 받는다.참고로 카르닉티스를 비롯한 거대 벌레들이 사람들을 습격하는 장면에 대해 한 리뷰어는, 작중에서 등장한 소설 《어둠의 심장》을 언급하며, 어쩌면 덴험과 잭 일행이 만난 벌레들은 그들 내면의 어둠이 형상화된 면이 반영되어있을지도 모른다는 평을 남겼다. 실제로 그곳으로 떨어진 사람들이 자신의 소중한 것[9]을 잃은 상태에서, 그들의 마음 속 어둠이 만든 심연인 벌레소굴에 떨어져서 절망을 느끼면서 달아나려고 몸부림치고, 심지어 몇몇은 결국 그곳에서 도망치지 못하고 죽고 만다라는 것을 봤을 때, 어느 정도 이 해석은 들어맞는 부분도 있다.
콘셉트 아트 단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조충이 아닌 포유류 계통의 생물로 그려졌으며 마치 바다코끼리와 벌거숭이두더지쥐를 섞은 듯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고기 족제비란 뜻의 속명은 이 당시의 흔적이었을 수 있다.
실존하는 동물 중 '미갑갯지렁이과(Glyceridae)'에 속하는 갯지렁이가 카르닉티스와 비슷하게 생겼다. 미갑갯지렁이류도 카르닉티스처럼 주둥이에 4개의 이빨이 붙어 있으며, 주둥이를 길게 늘려 먹이를 잡는다.
[1] 꼬리가 푸른색을 띠는 것으로 보아 임파비두스 종으로 보인다.[2] 생물학적으로 이를 전적응(preadaptation)이라고 한다.[3] 진흙 묻은 개불 같은 몸에 날카로운 이빨 여러 개가 원형으로 난 길다란 주둥이가 안에서 쑥 튀어나오는 모양새. 영화에 등장한 생물들 중 이질감이 가장 큰 편이기도 하다.[4] 삭제 장면으로 초이가 고개만 겨우 가누어 럼피에게 힘겹게 농담을 던지는 장면이 있는데, 추락의 충격으로 전신이 마비되고 심각한 내출혈이 생겨서 죽기 바로 직전의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5] 럼피가 처음에는 정글도를 가지고 이놈들에게 막 휘두르며 여러 마리의 주둥이들을 자르는 등 선전하지만 땅쪽에서 기어올라은 한놈한테 한쪽 다리를 먹히고 그 다리를 삼긴 놈에게 신경을 쓰는 사이 접근한 다른 한마리한테 왼쪽 팔이 먹히고, 팔을 붙든 녀석을 다른 팔로 때내려 하던 와중에 뒤에서 온 놈이 럼피의 머리를 집어삼켜버리고 럼피가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치는 와중에 여러 놈이 모여들면서 럼피의 사지를 삼키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호러.[6] 한국에선 이 기괴하고 소름끼치는 장면때문에 영화가 15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았다.[7] 그래도 몸통쪽은 질기고 튼튼한지 정글도로 여러번 내리쳐도 끄덕없었다[8] 물론 이는 무기를 든 인간들에게 다소 실력에 딸린 거지, 무기도 없는 상태였다면 당연히 주변 끈적거리는 늪 때문에 꼼짝도 못한 채 끔살될 가능성이 높다. 수컷이 성인 남성 넘는 정도고 암컷은 하마만 하니 인간 크기의 어지간한 척추동물을 제압 못 할 이유가 없다.[9] 럼피에게는 친구 초이, 지미에게는 아버지 역할을 해주었던 헤이즈, 덴험에게는 그가 그토록 집착하던 영화 필름, 잭에게는 사랑하는 여자인 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