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2-11-06 20:30:26

카넬리아

1. 개요2. 내용3. 여담

1. 개요

궤적 시리즈에 나오는 소설. 총 11권. 영웅전설 하늘의 궤적 FC에서 모을 수 있다. 영웅전설 섬의 궤적에서는 카넬리아 문고판으로 재등장한다. 그 외 영웅전설 하늘의 궤적 SC에서는 에레보니아 대사관 도서관에서도 열람 가능하다.

에레보니아 제국을 배경으로 한 수녀와 청년의 모험 활극. 에레보니아의 분위기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밀수업자의 운반책을 하면서 살아가던 청년 토비가 자신도 모르게 위험한 아티팩트를 운반하게 되면서 목숨을 위협받게 되고, 그것을 아티팩트의 회수를 담당하는 성배기사단의 카넬리아가 목숨을 구해주게 된다는 내용이다.

FC에서 전권을 다 모으면 에스텔이나 요슈아의 최강무기 중 하나를 얻을 수 있다.

2. 내용

제1회 《제국시보》 Ⅰ

나는 회전문 앞에 서서, 부츠의 뒤꿈치를 움직이며 소리를 냈다. 코트 옷깃을 올리고 턱을 끌어당기고 유리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다. 가지런한 짧은 머리, 어디에서나 보이는 흔한 가죽 코트와 가죽 부츠는 사실 철판으로 보강된 특별주문품이지만, 겉으로는 평범하게 보인다.
평범한 외견ㅡ예나 지금이나 나의 직업은 이런 것이 중요한 것이었다.
잿빛으로 빛나는 아침 안개 사이로 큰 길을 지나는 사람들의 구두 소리가 마치 진자처럼 규칙적으로 울려퍼진다. 때때로 행상인의 목소리에 흐름이 끊기지만 그 소리는 바로 흐름을 되찾는다.
제도의 아침은 언제나 회색이다. 판매원의 옆구리에서 잡지를 낚아채고 뒤쪽으로 미라를 던져준다. 잉크의 수수함까지 눈에 익은 《제국시보》. 표지를 열고 회색 지면 위를 눈으로 훑는다.
문득 숨이 막혔다.
사회면 제일 아래쪽에서 그 문자를 찾았다. 나의 시선은 그곳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아인 셀너트」ㅡ문자가 의미를 잃고 단순한 잉크 얼룩이 될 때까지, 같은 행을 바라보았다. 몇초의 공백 후, 마침내 시선은 기사의 마지막까지 흘러내렸다. 기사를 읽는 동안 기억이 과거의 한 부분으로 향하고 천천히 흘러가기 시작했다. 내가 처음으로 이 이름을 들은 3년 전, 며칠간 있었던 일들을 향해서ㅡ

3년 전 그날 오후의 제도도 변함없이 회색이었을 것이다. 지금보다 조금 더 젊었던 22세의 나는 평소와 같이 부티크의 문에서 옷매무새를 확인하며 경쾌한 발걸음으로 《미휴트 제휴동공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점주 미휴트에게 새로운 일을 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미휴트는 작은 공방을 운영하는 중년 남성으로 도력기(오브먼트) 조정이 취미였던 나는 얼마 안 되는 단골이었다.
질퍽질퍽한 골목길을 지나 썩어가는 나무문을 빠져나가면 반지하에 위치한 공방 입구에 흐릿하게 빛나는 도력등이 보인다.
미휴트가 나에게 「일」을 주게 된 건 《백일전쟁》으로 세상이 어수선할 때쯤이었다. 당시 리벨 왕국과 제국의 관계는 최악이어서 도력기의 수입은 대부분 중단한 상태였다. 수상한 놈들과 함께 밀수를 시도한 미휴트는 나에게 운송역을 맡겼다.

평민 출신에 연줄도 없는 10대였던 아는 나는 당연히 그 일을 맡았다. 왕국과의 관계가 정상화된 이후에는 거의 장물 전문 배달원이 된 것 같지만, 손을 씻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착실하게 미라를 벌 수 있는 일은 내겐 이것 말고는 없었기 때문이다.
세련되지 않은, 눈에 잘 띄지 않는 모습을 한 나는 모자나 바지 속에 물건을 숨기고 국경을 계속해서 왕복했다. 덕분에 나의 지갑은 점점 무거워져 갔다. 더불어 안전을 위해 정기적으로 이름을 바꾸었기 때문에 나는 경박한 필이기도 했고, 재주꾼 루니이기도 했고, 동시에 겁쟁이 크리스이기도 했다. 하지만 미휴트는 나를 「토비」라고 불렀다. 그것은 우리가 처음 일을 했을 때 사용한 가명으로 내가 제일 마음에 들었던 이름이기도 했다.


제2회 구동

「여어, 토비. 마침 잘 왔어」
나에게 그렇게 인사를 하고 미휴트는 카운터에서 느릿하게 움직였다. 먹고 있던 과자를 무릎 위에 놓고, 설탕 투성이의 손을 탁탁하고 턴다. 어두운 가게 안에 달콤한 냄새와 구운 사과의 냄새가 펴졌다.

「마침 물건이 도착했단 말이지」
미휴트는 허리를 틀어 뒤쪽의 찬장에서 오래된 잡지에 쌓인 물건을 꺼내 주었다.
「이번엔 뭐야?」 못 들을 걸 알면서도 물어봤다.
「상대는 왕국의 그곳이다.」 미휴트는 질문을 무시하고 철도와 비행선의 티켓을 건넨다.
「쓸데없는 걱정은 안 하는 게 좋다고, 토비.
매번 하던 것처럼 빈틈없는 너였으면 좋겠어」
깊은 한숨을 내쉬자, 미휴트는 손가락으로 눈 아래를 문질렀다. 그 손에서 또 과자 냄새가 퍼진다. 그가 그 손을 입으로 가져가기 전에 나는 가게를 나왔다.

가방 안에서 파지 소포가 구르고 있었다. 나는 옆구리에 그 감촉을 느끼며, 이것도 장물일 거라고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달리 불안은 없었다. 정체불명의 물건을 나르는 것은 익숙했고, 지금까지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잘 넘겨왔다. 실제로 일을 하며 쌓은 경험도 있어서, 도력 마법(오벌 아츠) 지식과 솜씨는 상당히 괜찮았다. 덕분에 역에서 수상한 놈을 봐도 필요 이상으로 신경질적으로 되는 일은 없었다.
승강장은 왕국방면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으로 혼잡했다. 벤치에도 자리가 없어 나는 어쩔 수 없이 입구 가까이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가방을 바꿔 들기 위해 몸을 틀었을 때 남자 2명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개찰구 앞, 정확히 제국문장의 말머리 타일 부근에서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곧 1명이 더 와서 이야기에 합류했다. 계속 보고 있자니 녀석들의 모습은 평범하지 않았다. 체격이 굉장히 좋은 데다 헤어스타일까지 같은 저 3명은 인파 속에서도 눈에 확 띄었다.
그 3명에게서 시선을 돌려, 나는 가방을 고쳐 들고 주머니 안에 있는 도력기를 손가락으로 만졌다. 열차의 도착을 알리는 여자의 목소리가 흐른다. 낮은 도력기관의 소리가 멀리서 느껴지더니 곧 어깨 위로 지나간다.
「괜찮을 거야」 입으로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브레이크 소리가 울리고 검은 빛을 내는 철 덩어리가 선로에 미끄러지며 들어온다. 도력기관이 반대방향으로 추진을 거는 것이 공기의 진동으로 느껴진다. 대기실에서 나오는 인파에 밀리듯 나도 객차의 문 쪽으로 밀려갔다. 차장 옆을 지나갈때, 순간 개찰구 시선이 흘러갔다. 아까 그 남자들은 없었다. 타일로 만들어진 말의 얼굴만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제3회 시스터

열차는 안개 속을달리고 있었다. 유리창에 붙은 물방울이 투명한 줄무늬가 되어 계속 같은 장소에서 몸부림 치고 있었다.
차장에 이마를 붙인 채 손가락으로 티켓 2장을 문질렀다. 왕국까지는 철도로 아득히 먼 남부 국경도시까지 가서 비행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양쪽 다 일등석의 티켓이었다. 객차는 만석이었지만, 나의 옆에는 아무도 앉지 않았다. 어쩌면 미휴트 녀석이 일부러 비워둔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번 일은 그에게도 꽤 벌이가 큰 건수일지도 모른다.
「왕국에 가시는 건가요?」
열차로 절반쯤 지났을 때 들러오는 목소리에 얼굴을 들었다. 통로에는 한 여성이 서 있었다.
3겹의 버클로 코트의 앞을 고정시킨 그녀는 30대 중반쯤으로 보였다. 어깨에 닿을락 말락 하는 적갈색 머리에 같은 색의 눈동자. 혹시 괜찮으시다면 이라면서 쪼그리고 앉으며 나의 옆자리를 가리키며 「저쪽은 담배연기가 지독해서」 라고 중얼거렸다.
나는 보라색 공기가 떠도는 뒤쪽을 돌아봤다.
나는 말없이 발밑의 가방을 창문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녀는 인사를 하고 내 옆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자꾸 말을 걸어왔다. 나는 도력기에 관련된 일 때문에 왕국으로 향하는 중이라고 적당히 말을 둘러댔다. 그 여성은 교회의 자선운동가로 국경 도시에 볼일이 있다고 한다.
「일단은 시스터라고 불리고 있어요」 그녀는 검은 가죽 부츠에 싸여있는 다리를 꼬면서 웃었다. 「별명이지만요」 하며 계속 이야기한다. 「시스터 카넬리아」 그것이 그녀의 별명이었다.
나와 시스터 카넬리아는 잡담을 이어갔다. 태양이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고 열차가 숲을 지나자 주황빛이 객석위를 비추었다. 저녁 햇볕에 그녀의 갈색 눈동자가 붉게 물들고 나는 그녀의 별명의 유래인 홍요석(카넬리아)을 상상했다.
이윽고 열차는 완만하게 속도를 줄이기 시작해 짐을 가지러 그녀는 자리에 돌아갔다. 나는 이제 습관이 된 동작으로 가방과 마법(아츠)용 도력기를 조사했다. 종이에 쌓인 물건도 허리에 묶어둔 도력기도 무사했다.
정시 도착을 알리는 여성의 목소리가 차내에 흘렀다. 목적지 날씨는 비. 좌석에서는 한숨이 터져 나왔다. 창문에 빗방울이 튀고, 검푸른 도시의 그림자가 순식간에 다가온다. 역의 신호등이 물방울에 흔들려 왜곡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금속음, 도력기관의 추진력이 반전되는 진동.
수하물을 조심하라는 방송이 들리자 승객들은 통로에 서기 시작한다. 빗속에서 수기를 흔드는 역원의 제복을 보면서 나도 가방을 안고 일어섰다.

통로에서 시스터 카넬리아와 마주쳤다. 한걸음 뒤로 물러서려고 했을 때, 돌연 그녀가 내 쪽으로 넘어졌다. 나의 어깨를 잡고 몸을 일으키며 그녀는 수줍게 웃으며 길을 양보해 주었다. 인사를 하고 먼저 통로로 나가는 나. 그 뒤에는 카넬리아가 간격을 두지 않고 따라왔다. 오른손이 멋대로 도력기가 있는 주머니에 들어간다. 그러나 평소의 금속 감촉은 그곳에 없었다.
순간 강렬한 힘이 나의 손목을 비틀었다. 금속이 튀어나오는 소리와 함께 나의 등, 정확히 신장 부근을 뾰족한 물건이 누르고 있었다.
「찾는 물건이라면 나한테 있어, 토비」
시스터 카넬리아의 입술이 나의 귀 뒤편에서 희미하게 움직였다.
「움직이거나 떠들지마, 토비.
더 이상 따끔한 맛은 보고 싶지 않겠지?」
시스터는 손목을 누르는 각도를 약간 바꾸었다.
나의 눈동자 속에서 색 없는 불꽃이 튀었다.


제4회 육탄

시스터 카넬리아는 나의 오른팔을 비틀며 상냥하게 말을 걸어왔다.
「얌전하게 있어 토비」
나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손목의 각도는 느슨해지고, 아픔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오해하지마, 토비.
나는 여신(에이도스)이 보낸 당신의 수호자야」
그녀는 그렇게 귓전에 속사이며, 나에게 창박을 보도록 지시했다. 「토비」라며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의 「비」 부분이 귀를 간지럽힌다.
승객들은 천천히 차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카넬리아에게 밀리며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가면서 창밖의 승강장을 보았다. 개찰구와 이어지는 계단 아래에 그 녀석들의 모습이 보였다. 제도의 역에서도 봤던 그 3인조다.
「극진하게 환영해 주는 것 같네」 그녀의 목구멍 안 쪽에서 흐린 웃음소리가 울린다. 「도력기를 돌려줘」 고개를 돌리며 부탁했다. 카넬리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양쪽에서 인사하는 승무원을 뒤로하고 납빛의 승강장으로 나온다. 젠장, 이 바보들. 사람이 이런 꼴을 당하고 있는데 왜 알아차리지 못하는 거야? 세차게 보는 안개 같은 비에 거의 눈을 감은 나는 젖은 계단을 반걸음씩 천천히 내려갔다. 그 뒤에서 같은 보폭으로 따라오는 카넬리아. 그 패거리들은 계단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대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저 녀석들에게 넘겨지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3인조와 점점 가까워지자 왼손에 열이 나기 시작했다.
계단의 중간에서 갑자기 카넬리아가 말했다. 「토비, 발밑을 봐」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빗물이 스며든 부츠의 발끝을 보았다. 그리고 숨을 내쉰 순간, 카넬리아가 나를 힘껏 밀쳐냈다. 발끝에서 나온 물방울의 뒤편으로 천지가 뒤바뀌고 나의 몸은 계단 아래 패거리들에게 등으로 떨어졌다.
우드득 소리와 함께 늑골이 부서지는 감촉. 군인풍의 패거리 2명에게 굴러떨어지고 그 기세로 물웅덩이까지 굴러떨어진다. 승객들의 비명이 마치 열차의 브레이크 소리처럼 들린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시계 속에서 차가운 타일을 등올 느끼며 나는 왼손으로 시선을 돌린다, 다섯 손가락은 확실하게 가방을 잡은 상태였다.
몸을 일으키려다 미끄러지고 나는 턱부터 다시 넘어졌다. 열심히 좌우를 둘러봤지만 군인풍의 남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시스터 카넬리아의 모습만 이 머리 위의 승강장에 보였다. 마치 곡식 자루를 페는 것처럼 어깨에 사람을 짊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열차 쪽으로 향하자마자 그 사람을 선로 아래에 던져 넣었다. 세계는 아직도 요동치고 있었다. 시스터의 부츠 소리가 가까워지고 나의 손을 잡는다. 잡았을 때의 위화감을 나는 아직 눈치채지 못했다.
「자, 가자. 토비」
억지로 일으켜져 뛰기 시작했다. 구경꾼들이 소리를 내며 길을 열어주었다. 왼팔의 끝에서 가방이 흔들리며 허벅지를 때렸다. 개찰구를 빠져나오자 드디어 시스터가 손을 놓아준다. 순간 무언가가 벗겨졌다. 나는 시스터의 양손이 붉게 튀어 오른 피에 물들어 있는 것을 알아차린다. 달리면서 승강장 쪽을 돌아보았다. 나를 마중 나온 3명의 모습은 이제 어디에도 없었다.


제5회 안식의 상자

식은 팬케이크 위에 있는 버터를 나는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포크를 집어, 쿡쿡 찌르고, 뒤집고, 뭉갠다. 그러는 동안, 점점 접시 위의 물건에 흥미가 사라졌다. 나의 머리 위에서 램프가 지직거리는 소리를 냈고, 벌꿀 색의 빛이 흔들거린다.
비는 그칠 것 같지 않다. 창문 뒤로 흐르는 물에 얼굴을 맞대고 완전히 어두워진 거리의 모습을 엿본다. 역은 길 건너편에 있지만, 우리가 있는 펍에서는 그냥 건물의 그림자만 보일 뿐, 승강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하얀 손수건으로 손을 닦으면서 시스터 카넬리아가 돌아왔다.
「당분간 추격자는 오지 않을 거야」 그녀는 네모난 천 조각을 펼쳐 냅킨처럼 무릎에 올려놓았다. 그런 그녀의 손을 보고 있자니 끈적거리는 피 냄새가 다시 떠오른다.
「어떻게 그걸 확신하지?」
「구조가 그래」
급사가 오고 시스터 앞에 소리를 내며 접시를 두고간다. 구워진 고기가 1장 담긴 접시를 눈앞으로 끌어 당기는 시스터는 손가락에 묻은 소스를 빨아낸다. 나는 포크를 놓고 의자에 깊게 기댔다. 창박의 도시는 푸르게 그늘지기 시작했다. 시스터 카넬리아가 스테이크를 뱃속으로 전부 넣었을 때는 완전히 밤의 어둠 속에 가라앉고 있었다.
「추격자가 오지 않는 것을 어떻게 알지?」 나는 다시 물었다. 카넬리아가 검은 빵으로 접시를 닦으면서 말했다, 「3인 1조가 녀석들의 기본이야」 대답하다 막 생각났는지 덧붙였다.
「녀석들은 《엽병단(예거)》이야」
나는 승강장에서 본 남자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엽병단》은 일부 용병들에게 주어진 명칭이라고 옛날 미휴트가 알려준 적이 있다. 미라를 쫓아 움직이고 미라만 넉넉히 준다면 그 누구라도 따른다고 한다. 「전쟁광에 국적도 신경 안 쓰는 놈들이야, 괜히 얽히지 마」 미휴트가 입버릇처럼 말했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발을 뻗어 가방의 위치를 다시 확인했다.
「이야기는 간단해」 시스터는 디저트에 손을 뻗는다.
「토비, 당신은 위험한 물건을 나르고 있어, 누군가가 《엽병단》을 고용해서 당신을 없애려고 해」
「놈들의 목적은 내가 아니야, 짐이지」
「똑같은 거야」 카넬리아가 차를 단숨에 들이켠다.
「가방을 조사하기 전에 주인을 죽일 걸.
스테이크를 굽기 위해 소를 죽이잖아?」
말하면서 그녀는 빛나는 나이프로 애플파이를 자른다. 황금빛 조명 아래 설탕이 춤을 춘다. 바늘에 찔린 듯이 위가 아파온다. 미휴트는 어쩌고 있을까라고 생각한 순간 시선의 끝에서 시스터의 손이 멈췄다.
사냥개와 같은 눈빛으로 어둠을 노려보더니 그녀는 뭔가 빛나는 것을 테이블 위에 내던지고 천천히 일어섰다. 그것은 나의 도력기였다.
「어디가?」 라는 질문에 답하지 않고 시스터 카넬리아는 빠르게 코트의 버클을 잠갔다.
「당신 좋은 취미를 가지고 있어, 토비」 다리를 한 쪽식 의자에 올리고 부츠 끈을 묶는다.
「그 도력기를 구동할 수 있으면 대단한 거야. 유격사가 되어도 좋을 거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어디에 가냐고」 나는 초조하게 다시 물었다. 「걱정하지 마」 라고 하는 그녀
「어차피 내일 아침에 또 만나게 될 거니까」
라는 말을 남기고 시스터는 화장실 입구로 사라졌다. 동시에 2명의 남자가 가게에 들어왔다. 그들은 곧장 이쪽을 향해 와서 테이블 앞에 멈춰 섰다. 가슴에 빛나는 문장을 한 그자들은 나를 보지도 않고 말했다.
「유격사 협회(브레이서 길드)다.
미안하지만 협조해다오」


제6회 구조의 확인

테이블 위에는 나의 도력기와 빈 가방과 낡은 종이에 쌓인 물건이 나란히 있었다. 유격사는 나의 얼굴과 테이블 위의 물건을 비교하듯 번갈아 보고 있었다. 가죽장갑을 낀 오른손을 과시하듯 턱으로 가져가 문질렀다.
내가 끌려간 곳은 펍의 2층이었다. 유격사는 정성들여 방의 배치를 확인하고 가장 안쪽의 방에 나를 끌고 갔다. 아무래도 근처의 협회(길드)의 지부가 없는 것 같았다. 처음 나의 앞에 앉은 것은 마른 사람이었다. 이름을 물었지만, 곧 어느 쪽이 클레이고 어느 쪽이 파블인지 까먹었다. 몸 검사가 끝났을 때 손에 장갑을 끼운 사람 즉, 파블인지 클레이인지가 되돌아오고, 상대에게 귓속말을 한다. 결국 시스터는 찾지 못한 것 같다.
그들의 관심은 시스터 카넬리아와 《엽병단》에 집중되었다. 카넬리아에 대해서는 열차 안에서 들은 이야기를 전부 말하고 피해자인 양 반대로 그녀에 대해 물었다. 실제로 나는 피해자였다.
「그 여자는 셀너트, 아인 셀너트」 마른 남자가 수첩을 읽었다. 「원래는 《엽병단》의 구성원으로 현재 소속과 활동 내용은 불분명하다.」
「뭐, 선량한 시만이 상대할 만한 자는 아니지」
장갑의 남자는 분위기를 잡으며 말하며 종이에 쌓인 물건에 손을 뻗었다. 나의 상태를 확인하며 물건을 중앙에 펼쳐놓는다. 나온 것은 점토가 붙어 있는 금속 덩어리였다. 「연구 기관에 정하는 중」이라고 둘러대고 있지도 않은 손님의 주소를 알려주었다. 유격사들은 빠짐없이 메모했다.
그리고 그대로 나는 유격사들과 동숙을 하게 되었다. 역에서 생긴 사건으로 조서를 작성하기 위해 다음날 지부에 가게 되었지만 큰 불만은 없었다. 어떻게 하면 아침까지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 그것이 최대의 고민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일출과 함께 눈을 떴다. 평온한 아침의 방문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유격사들의 모습은 방문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유격사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복도에서 그들의 목소리만이 들려왔다.
윗도리 소매에 팔을 통과시킬 때 팔꿈치에 통증이 오면서 그녀가 떠올랐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불안감을 느끼며 치장을 하는 둥 마는 둥 나는 도력기의 조정을 시작했다. 뒤쪽의 뚜껑을 열고 기름칠한 가죽으로 쿼츠를 집어 올렸다. 다른 슬롯에 넣고 가벼운 마법 중심의 구성으로 바꾸기까지는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1개의 나사를 원래대로 하고 뚜껑을 닫으니 마음이 안정되어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때, 숙소 직원으로 보이는 키 큰 여자가 세면용으로 뜨거운 물을 가지고 왔다. 김이 피어나는 대야를 테이블에 올리고 여자는 조용히 침대 시트를 벗기려고 한다. 침대에서 쫓겨난 내가 어쩔 수 없이 대야로 향했을 때 열려있는 문 너머로 2개의 그림자가 연속하여 가로질러 갔다.
「왔다」 나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손에 비누를 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냉정하게 문을 닫고, 열쇠를 걸고, 벽 옆에 섰다. 벽 너머로 노성과 피륙이 부딪치는 소리가 엇갈렸다. 허리에 쇠사슬을 당겨 방금 조정한 도력기를 꽉 쥐었다.
유격사는 2명, 아까 본 자들도 2명. 나를 더하면 머릿수는 이긴다. 문쪽에서 방향을 바꾸었을 때. 어딘가 멀리에서 그리고 나 자신도 중얼거린다.
「2명이라고?」 시스터는 「3인1조」라고 말했었다. 그렇다면 또 한 명은 어디에ㅡ스스로의 물음에 얼어붙은 내 목에 무언가가 휘감기고 눈 깜빡할 사이에 뒤에서 당겨져 넘어졌다. 나의 시야에 여자의 핏발이 선 눈이 보였다. 대야를 가지고 온 그 여자였다. 손에 있는 도력기를 사용하여 나는 넘어진 채로 마법을 썼다. 압축된 공기가 나의 허벅지를 통과하여 여자를 그대로 창문까지 날려버렸다. 흰 리넨과 선혈이 바람이 꿰뚫고 나간 자국을 따라 소용돌이처럼 휘감았다.


제7회 여신(에이도스)에게로

실바람 소리가 울리고나는 숨을 들이켰다. 도력기를 쥔 채 손으로 목을 감고 있는 시트를 풀었다. 옆으로 누우니 입에서 침이 흘러나왔다. 탁, 뒤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조짐이. 《엽병단》의 여자가 마치 용수철처럼 벌떡 일어난다. 배의 한 발의 마법을 먹였는데도 그런 일은 없었다는 듯 매끄럽게 움직이고 있다.
어깻죽지에 나무가 갈라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부서진 문과 함께 시스터 카넬리아가 방으로 굴러들어왔다. 그 팔이 채찍같이 휘어져 스쳐나가자 여엽병의 목을 쳤다. 여자는 공중에서 빙글빙글 춤을 추며 머리 부터 떨어진다. 무희와 같이 무릎을 높게 들은 시스터는 바닥에 늘어진 여자의 목을 부츠의 뒤꿈치로 밟아버렸다.
슬쩍 나를 보며 손짓을 하더니 시스터는 마치 발판에 내린 것 같이 순쉽게 창문에서 지상으로 몸을 날렸다. 나는 가방을 끌어안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 기다리고 있던 시스터에게 붙잡힌 나는 그녀와 함께 거리를 뛰기 시작했다. 귀에는 열차 출발을 알리는 경적이 울렸다. 시스터가 승차권을 내밀자, 이를 받기 위해 손에 쉬고 있던 비누를 버렸다.

차 안은 신사들의 담배 연기로 자욱했다. 인쇄한지 얼마 안 된 잡지의 냄새와, 헛기침. 나는 몹시 초조해졌다. 제도행 열차에 가방을 안고 탑승하는 것은 묘한 느낌이 들었다.
「도력기와 같은 거야」 마법으로 찢어진 나의 발을 흰 손수건으로 지혈하면서 카넬리아가 말했다.
「한 번 시동이 덜리면 누군가에게 맞어서 쓰러질 때까지 멈추지 않아」 그녀는 반으로 접은 종이를 무릎에 두고 손가락으로 톡톡 거리며 가리켰다. 오늘 아침 《제국시보》. 몇 줄의 교체 기사가 제도에서 일어난 공방 점주의 변사를 전했다. 미휴트의 진짜 나이를 나는 이때 처음 알았다.
「간발의 차였어」라며 잡지를 코트 주머니에 넣는다.
「저 가게이서 5분만 더 있었으면, 토비 당신도 여신(에이도스) 옆으로 갔을 거야」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고개를 저었다. 카운터 안에서 차갑게 식은 미휴트의 모습과 종이에 싸인 금속 덩어리를 동시에 떠올렸다. 이것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뭣 때문에 이런 물건을 위해 죽는단 말인가?
「《아티팩트》이기 때문이야」라는 시스터의 말에 나는 코웃음을 쳤다. 「고대 유물? 그런 건 지금까지 계속 운반하고 있었다고」
《아티팩트》는 고대문명의 유산으로 도력기 같은 정체불명의 기구를 말한다. 골동품으로 귀족들 사이에 인기가 높고 내가 밀수해 온 장물 중에도 그럴듯한 물건이 꽤 있었다. 대개는 이번 물건과 같이 흙 투성이에 별난 취미 이상의 가치를 나는 찾을 수 없었다.
「조금 달라 토비. 이번 물건은 다르다고」
카넬리아는 아이를 타이르듯이 말했다.
「저건 살아있어」
의미를 이해 못한 내가 그녀의 눈을 봤다. 「지금도 움직인다는 말이야. 어떤 힘이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시스터는 말하기 시작했다.
「저것이 발굴된 것은 30년전, 제국 영내」
시스터가 이야기하는 금속 덩어리의 이야기는 귀족들의 암투 역사 그 자체였다. 권력자의 교체에 따라 《아티팩트》도 손에서 손으로. 그리나 《백일전쟁》 직후, 행방불명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제도에 나타났다」 도착 시각이 차내에 흐르고 시스터는 다리를 바꿔 꼬았다.
「저걸 노리는 놈이 《엽병단》을, 그리고 교회에서는 나를 파견했어. 당신과 《아티팩트》를 노리는 녀석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나는 발밑의 가방을 응시했다. 열차는 조용히 속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제8회 제도의 내부

신사들의 사이에 숨으며 우리는 좌석 사이를 지나갔다.

무릎 옆을 스칠 때마다 나는 가방의 존재를 강렬하게 의식한다. 마치 의도치 않게 누군가의 몸에 접촉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싸구려 같은 천 속에 《엽병단》이 혈안이 되어 찾고 있는 고대의 유물이 들어 있다. 어리석은 미휴트. 이건 우리에게는 과분한 물건이다.
「내리면 교회에 가는 건가?」 눈을 한 번 굳게 감고 나의 뒤에 서있는 카넬리아게 말을 걸었다.
「그래, 그럴 생각이야」 그녀는 넌지시 시선을 차창으로 돌리며 나에게 대답했다. 「당신을 구원하기 위해서 이 길밖에 없어」
끊임없이 열차가 도착하는 아침 역은 승객으로 대단히 혼잡한 것 같다. 제도의 하늘은 여느 때처럼 약간 흐림. 모두 윗도리의 옷깃을 세워 겨울 갯벌에서 몸을 맞대는 물새처럼 그저 가만히 승강장에 서 있다.
「계단에서 밀지 말라고」
「이번에는 하지 않아」라는 시스터. 「당신이 두 명이라면 생각해보겠지만」 아무래도 마중 나온 인원이 꽤 있는 것 같다.
「불리하겠네」 귓가에 들리는 시스터의 목소리.
「개찰구로 나가는 건 무리야」
우리는 행렬에서 빠져나와 승강장과 반대쪽의 문을 열고 선로의 침목으로 뛰어내렸다. 선로 위를 제도의 찬 바람이 자나갔다. 우리는 연결 통로를 지나 화물 열차의 뒤에 붙었다.
화물 승강장에는 작업원들이 컨테이너의 짐 내리기에 한창이었다. 밀수 운반자에게 역의 부정출입은 초보적인 기술이었다. 나는 승차권을 보여 주며 작업원에게 말을 걸었다. 연예인과 그 매니저라고 하는 상투적인 이야기. 이야기 도중에 시스터 쪽을 가리켰다.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포즈를 취하는 그녀. 오페라 가수 라고 했는데 마치 술집의 가희 갔다. 그래도 작업원은 흔쾌히 우리를 안내해 준다.
「역시 당신 좋은 솜씨를 가지고 있어, 토비」 창고 거리를 달리면서 시스터가 말했다. 「진심으로 다른 일을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거야」
「유격사가 되라는 거지?」 어차피 거절할 걸 알면서도 나는 웃으며 그녀에게 되물었다.
「시스터, 당신이야말로 유격사가 되는 건 어때?」
정확히 거리가 끝나는 지점에 있는 철망 앞에서 우리는 멈처 섰다. 「쓸데없는 말 하지마」 배수구 뚜껑을 열면서 나의 질문에 시스터가 웃는다.
「지부에 들어가는 순간 살해당할걸」

구불구불한 바위 터널은 제도의 밑바닥 어디까지라도 계속되고 있었다. 기어가는 우리의 앞을, 대로에서 비치는 빛이 마치 가로등처럼 비춰주고 있었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구두가 눈앞을 지나갔지만 아무도 이쪽을 눈치채지 못했다. 얇은 돌의 건너에 있는 지상 세계를 나는 눈부시게 응시했다. 《엽병단》, 《아티팩트》, 이유 없이 찾아오는 갑작스러운 죽음. 지금까지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들이 나의 눈앞에 다가오고 있었다.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은 터널은 드디어 천장이 높은 하수도와 만났다.
「여기를 통해서 성당의 근처까지 갈 수 있어.」
시스터 카넬리아는 한쪽 눈썹을 치켜들며 머리 위를 가리켰다. 「위로 가는 것보다는 나을 거야」
「교회가 습격당하면 어쩌지?」 내가 물었을 때 멀리에서 물이 튀는 소리가 났다. 시스터는 내 손을 잡고 진흙 같은 어둠 속으로 향했다.
「걱정하지마, 토비」
그녀가 말했다.
「교회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신앙심만이 아니니까」


제9회 카넬리아

끊어져 가는 도력등의 깜빡이는 빛이 하수 표면에 얇은 빛을 달리게 하고 있었다. 그 앞을 바람 소리를 남기며 시스터가 앞지르고 있었다. 발끝 저편의 어둠으로 멀어져 가는 그녀의 그림자를 쫓아 나는 숨을 헐떡이며 발을 움직인다.
칠요교회의 성당을 목표로 나와 시스터는 쉬지 않고 이끼낀 돌 위를 달리고 있었다. 역에서 성당까지 지사에서 3블록 정도의 거리다. 수문 끝에서 배수구를 오르면 성당 앞의 광장으로 나갈 수 있다.
멀리서 도력등의 빛이 보인다. 시스터는 고개를 이쪽으로 향해 오른손을 뻗어 다음 블록에서 우회전이라고 알려준다. 그대로 그녀는 무언가에 대비하듯 양어깨를 빙글빙글 돌렸다. 시스터 카넬리아는 앞으로 벌어질 일이 보였을지도 모른다.

깜빡이는 조명 아래 카넬리아의 몸이 모퉁이로 사라진다. 한 개, 두 개, 세 개, 계속해서 둔탁한 충돌 소리가 나고, 무언가가 물속으로 떨어졌다. 골목을 돈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기묘한 자세로 누워있는 남자로, 나는 모르게 길의 가장자리로 몸을 피한다. 시스터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변함없는 보폭으로 달렸다.
「카넬리아다!」
뒤에서 들리는 노성에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한 명의 남자가 모퉁이의 시체 근처에 누워서 피가 흐르는 입으로 소리를 치고 있었다.
「카넬리아가 있다!」
시스터는 뒤돌아보려 하지 않았다. 얼굴을 앞으로돌려 그녀를 따랐다.
수문까지 곧게 뻗은 수로가 사각형의 어둠에 덮힌 채, 기다리고 있었다. 카넬리아는 상당히 지친 나의 보조를 맞춰준다.
「저 녀석들 본격적으로 들어오는 것 같네」 그녀는 허공을 응시한 채 말했다.
「아까 저 녀석, 옛 동료?」
카넬리아는 나에게 적갈색의 눈동자를 향했다.
「유격사한테 들었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 이상은 물어볼 수 없었다. 도력등의 불빛 속에서 움직이는 자신의 발그림자를 바라보며 오로지 앞으로 몸을 나아가게 했다. 「여관에서 싸운 여자를 기억해?」
갑자기 시스터가 입을 열었다.
「내가 용병을 그만둔 것은
저런식으로 죽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야」
나는 카넬리아의 옆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저런 식으로 죽는 게 아니라」 그렇게 시스터는 되풀이하고
「어차피 죽을 거라면 무언가를 위해 싸우고, 살았다는 증거를 남기고 죽고 싶어」
정체를 알 수 없는 위험을 느끼며 나는 그녀의 옆을 계속 달렸다. 문득 호흡하는 중간중간, 희마한 물소리를 들은생각이 들어 뒤를 돌아보았다.
「토비, 당신도 느꼈어?」 시스터는 천천히 속도를 줄여 마침내 멈춰선다.
「녀석들의 후속 부대가 온 것 같다.」
우리는 2개의 수로가 십자 모양으로 교차하는 지점에 도착했다. 악취를 풍기는 넓은 물줄기 너머로 흐리게 비치는 수문이 보인다. 습기 찬 벽에 등을 붙이고 나는 잠시 숨을 골랐다.
「아무래도 매복이 있는 것 같네」 시스터는 강 건너를 노려보고 뒤로 얼굴을 돌렸다. 「하지만 우회할 시간이 없어」 두 번, 세 번, 그녀는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깊게 호흡한다. 나는 땀이 벤 손으로 도력기를 들고 가방 손잡이를 손목에 둘렀다. 언제나처럼 구두를 확인한 시스터가 몸을 일으킨다.
달라붙은 듯한 어둠 속으로 우리는 숨을 멈추고 단숨에 뛰어 들어갔다.


제10회 발동

반대쪽을 향해 시스터는 검은 물보라를 일으키며 단숨에 달려갔다. 순식간에 나는 낙오했다.
수문에서 마법(아츠)이 번뜩이고 연달아 하늘을 가르지만, 어느 것도 시스터에게 닿지 않는다. 수로에 침전된 오물이 튀어 올라 폭풍처럼 내게 날아든다. 최후의 마법을 피하며, 그녀는 보이지 않는 적이 있을 법한 물보라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뛰어들었다.
몰주머니로 만든 벽을 뛰어넘어, 그녀는 양팔을 뻗었다. 엽병들은 지면에 수직으로 무너져 내렸다. 풍차같이 종횡으로 회전하는 시스터의 팔은 칼보다 빨랐다. 그녀의 팔은 상상할 수 없을 각도로 목을 찌르고, 맥을 끊고 지나갔다.
내가 돌바닥으로 올라왔을 때에는 이미 그녀 이외에 서 있는 사람의 그림자는 없었다.
「이 앞에 있는 사다리를 오르면 성당이야」 카넬리아는 손수건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손을 흔들며 피를 털어내고 싸움의 여운에 빛나는 눈동자로 나를 보았다.
「후속 부대가 접근하고 있어. 서두르자」
물을 차며 나아가는 낮은 발소리는 이미 명확히 귀에 들릴정도로 가까웠다. 우리는 엽병들의 시체를 넘어 마른 수로로 향했다.
젖은 돌을짚고 반쯤 열린 수문을 빠져나갔다. 목덜미에 물방울이 튀었다. 나는 머리에 울리는 소리를 알아차리고 움직임을 멈췄다. 그것은 마법을 구동하는 도력기의 소리였다.
「토비!」 흰 빛이 시야에 가득 찬다. 시스터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어디선가 뻗은 손이 어깨를 잡아챘다. 나의 몸이 뒤로 끌려가는 것과 마법이 포석에 작렬한 것은 거의 동시에 벌어진 일이었다.

굉음을 온몸에 맞으며 나는 등부터 지면으로 충돌하고 튕겨올라 배로 떨어졌다. 하수에 빠진 얼굴을 드니 자욱하게 흙먼지를 토해내는 수문이 보였다. 그안에서는 악몽같이, 양손에 칼을 든 엽병들이 쏟아져 나왔다.
진흙 위에서 나는 발버둥 쳤다. 순식간에 용병들이 땅을 박차며 덤벼들었다. 순식간에 몸을 굴려 칼을 피하고 두 번째 칼을 가방으로 막았다. 소리도 없이 천이 잘리며 물건이 굴러떨어졌다. 허리의 도력기를 찾았지만, 손끝에는 도력기가 달려있던 쇠사슬만 남아 았었다.
나의 목을 응시하며 장검을 들어 올리는 용병. 그 뒤에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시스터였다. 그녀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순식간에 용병들을 쓰러트렸다. 칼의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시스터는 무릎을 꿇었다.
「미안해, 토비」 고개를 숙인 그녀의 볼을 타고, 붉은 줄기가 흘러내렸다.
「당신도 여신 곁으로 가게 될지도 몰라」
그녀는 다시 일어선다. 코트는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다. 아까의 마법 때문이다. 나를 도망가게 할 때 맞은 게 틀림없다. 거품 낀 진홍의 피가 그녀의 가슴을 적신다. 나는 땅에 떨어트린 《아티팩트》를 집었다.
적은 종이를 벗기고 차가운 금속 덩어리를 자신의 도력기와 함깨 쥔다.
이제 《엽병단》의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수문을 가로막고 칼을 들고 서 있었다.
시스터의 들리지 않는 외침을 뒤로하고 나는 도력기를 구동시켰다. 기구를 울리게 하는 마법을 발하는 순간, 뺨에 뜨거운 칼이 스쳐 지나간다. 순식간에 들이받혀 앞으로 쓰려졌다. 머리 위로 시스터의 등이 보였다. 그 오른팔은 힘을 잃고 어개에서 축 늘어졌다. 그녀는 잠시 얼굴을 아래로 향하더니 그대로 미끄러지듯 눈앞으로 쓰러졌다.
나는 시스터를 끌어안고 공격해오는 용병을 마법으로 날려버렸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셀 수 없는 검이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도력기를 구동시킨 채 오른손을 몸을 지키도록 높이 올렸다. 칼이 바람을 가르고 나는 눈을 감았다.
컴컴한 눈꺼풀 뒤에, 끝없는 흰 세계가 펼쳐져 갔다.

최종회 《제국시보》 Ⅱ

흰 세계에 삼켜진 나는 단단한 지면에 토해지듯 굴러 떨어졌다.
태양의 냄새가 나는 따뜻한 대지. 천국의 바닥은 돌로 되어 있는 듯한 감촉이었다. 손으로 주위를 더듬으니 뻣뻣한 머리카락이 닿았다. 시스터도 나와 함께 여신(에이도스)의 곁으로 온 모양이다. 나는 대자로 누웠다.
주위가 술렁인 것은 그때였다. 누군가가 내 얼굴을 들여다 보는 듯 했다. 시력이 돌아와 확인하니 소녀의 얼굴이었다 생긋하며 웃는 여자아이. 여신(에이도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리다.
라고 생각한 순간 머리에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것은 마치 성당에서 사간을 알리기 위해 치는 종 같았다. 이상하게 생각한 나는 마침내 꿈에서 깨어났다.
비둘기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나를 보는 구경꾼들의 시선이 모였다. 낯익은 거리, 소리, 바람의 냄새. 틀림없이 그건 제도의 성당 앞에 있는 광장이었다.
나는 오른손을 펴서 미휴트에게 받은 금속 덩어리를 보았다. 금색의 빛 줄기가 《아티팩트》의 표면에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시스터가 이야기한 「살아 있다」라는 말을 떠올리며 점차 약해지는 고대의 빛을 다시 한 번 꽉 쥐었다.
서로의 어깨를 빌려 성당으로 향하는 우리를 색유리에 날개를 펼친 여신(에이도스)이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 후, 사건은 정연히 처리되어 갔다.
시스터가 피투성이가 되며 지킨 금속 덩어리는 성당의 추기경 예하를 거쳐, 두꺼운 문 너머로 사라져갔다. 황실관계자에 유력 귀족 대리들, 그리고 제국군 장교까지 끝없이 더러운 흥정을 펼쳤고 유격사 협회의 조정역을 질리게 하였다.
나는 시스터 카넬리아의 옆에 있었다. 교회의 긴 의자에 옆으로 눕혀진 그녀. 진짜 시스터들이 코트를 벗겨 내고 피로 얼룩진 윗도리를 절개한다. 그러자 그 아래에 사슬 갑옷이 나와 그녀들을 당혹하게 했다.
다음날 《엽병단》을 움직이고 있던 모 귀족은 토지를 대가로 손을 놓는 것에 동의하고 드디어 《아티팩트》는 교회의 관리하에 들어갔다. 그리고 가방에 한가득 입단속용 대가를 받은 나는 공화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가는 곳은 유명한 고급 휴양지. 몸에 좋은 곳이었다. 호위로 붙여준 유격사는 바로 그 파블과 클레이였고, 출발 직전 둘은 나에게 아무말도 없이 시스터를 안내했다.
정신을 차린 시스터와 나는 조금 이야기를 나눴다. 헤어질 무렵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아인. 나 아인이라고 해」 나는 그녀의 하얀, 더럽혀지지 않은 손을 꽉 쥐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오늘ㅡ
나는 《제국시보》에서 그녀의 이름을 보고 있다.
「아인 셀너트」 그리고 그 활자의 끝에는 지극히 간단한 기사가 이어지고 있었다.
『어제 새벽 제도 시가에서 변사체로 발견.
사체에는 복수의 외상, 고인은 생전 칠요교회의 자선사업에 참가하여 각지에서 많은 사람을 구했다.』
마지막 한 줄을 읽었을 때 거리에 누운 시스터의 모습이 떠올랐다. 피로 덮인 그녀의 잠자는 얼굴은 몹시 편안해서 미소를 띄고 있었다.
나는 잡지를 말아 들고 가슴에 빛나는 유격사 문장을 살짝 만졌다. 시스터가 권유했던 이 직업으로 갈아타고 2년이 흘렀다. 이제는 본명을 사용하는 것도 익숙해졌다.
「토비」 귓가에 시스터의 속삭임이 들려오는 듯했다. 나는 차갑고 흐린 창문에 이마를 댄다. 기억 속의 시스터의 눈동자는 홍요석과 같았다.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어둠속으로 달리기 시작한 그녀. 눈을 뜨고 나는 창밖을 바라본다. 제도의 등 빛이 붉게 번지고 흰 안개의 저편으로 사라져 갔다. <끝>

3. 여담

카넬리아의 실제 모델은 케빈 그라함의 상관인 아인 세르나트. 성배기사단의 단장이다.

결말에서 여주인공이 사망하는데, 이를 두고 케빈은 3rd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소설의 모델이 됐다고는 생각할 수가 없는기라. 다들 실제 인물을 알모 그리 쉽게 죽을 사람이 아인데. 카고 바로 알 만한데 말이다."라고 말한다. 나름 그녀가 죽었다는 위장이 될 수도 있다고 세실과 마커스(케빈 휘하 종기사)가 말하지만, 정작 결사에서는 그녀가 아직 잘 살아있다는 걸 알고 있는 것 같다.

청년 토비의 실제 모델은 영웅전설 제로의 궤적의 프레스토리에서 등장한 유격사 토발 랜도너.

영웅전설 섬의 궤적 시리즈에서는 토발 본인과 정보상 미휴트가 그대로 나온다. 토발은 레그람에 남은 유격사 지부를 맡고 있고 미휴트는 트리스타에서 전당포를 하고 있다. 카넬리아는 문고판으로 다시 나왔다. 그리고 여기서 이 소설을 쓴 게 다름아닌 미휴트라는 사실이 밝혀진다(...).자기가 쓴 소설에서 자기를 죽이다닌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