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추나(推拿)는 1990년대 카이로프랙틱이 일부 한의사들을 통해 한국에 도입되며 만들어진 일종의 신조어로, 어원과는 관계 없이 현 시점에서는 카이로프랙틱과 사실상 같은 술기를 지칭한다. 미국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카이로프랙틱 자격이 인정되지 않아 대부분의 카이로프랙틱 요법은 한의사에 의해서 시술되고 있다[1]. 추나 요법은 카이로프랙틱 배드 위에서 손 또는 신체의 일부분을 이용하여 환자에게 자극을 가하며 이루어진다.2. 어원
추나(推拿)라는 단어가 처음 언급되는 문헌은 명대에 공운임(龔雲林, 1522~1619)이 1604년(만력 32년)에 지은 <소아추나비지(小兒推拿秘旨)>으로, '밀고 당긴다'는 뜻을 의미한다. 한편 중국의 전통 수기치료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청대에 나온 <의종금감(醫宗金鑑)>의 정골팔법(正骨八法)이다. 또한 일부 한의사들은 4000여년 전 태국의 고대 조각물에서 수기치료와 유사한 형상이 발견되는 것을 근거로 '추나'의 역사가 수천년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3. 역사
3.1. 기원
일부 한의사들은 '추나'가 1500년대부터 전해내려온 한국 전통의 수기요법이라 주장하나, 정작 "동양식 수기치료"에 관한 술기가 상세히 기술되어 있는 한의학/중의학 원전은 존재하지 않으며, 오늘날 한국에서 시술되고 있는 소위 "추나"는 1991년 자생한방병원의 신준식 원장이 미국에서 개인적으로 대체의학의 일종인 카이로프랙틱을 수련한 뒤 한국에 도입하며 시작된 것이다. 이에 대한 자생한방병원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신준식 원장과 한의사 50여 명이 일제강점기 정치적 박해를 받은 추나학파를 재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수기치료법들을 체계적으로 정립하면서 고전의 연구만으로 머무르지 않고 당시에 수기요법에 대하여 많이 연구하고 정리해놓은 미국의 카이로프랙터들과 교류하여 통하여 초기 기술체계를 확립했다.[2]
해당 주장은 역사적 사실과 불일치하는 측면이 커 비판적으로 받아드릴 필요가 있다. 한국에는 1980년대 후반까지 '추나'라는 개념이 도입된 역사 자체가 없으므로 '추나학파'가 있었다는 주장 자체부터 사실과는 멀다. 수십권에 달하는 한국의 전통 의서 중 추나를 포함한 수기치료를 다루고 있는 기록은 단 한줄도 없다. 기록 자체가 없는데 한국에 '추나 학파'가 존재했다느니, 박해를 받았다느니 하는 주장 자체가 모순인 것이다.
별개로 '추나학파'는 뒤로 하고 한의학 자체가 일제강점기에 박해받았다는 주장 또한 타당성이 떨어진다. 일제강점기 직후 총독부는 전통의학을 공부한 의원들에게 의사 면허를 발급하지 않고 "의생(醫生)"이라는 별도의 직역으로 분류한 바 있다. 사실 어느 국가의 정부라도 의과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에게 의사 면허를 발급하지는 않을 테니 어찌 보면 실로 당연한 조치였는데, 한의학계에서는 이를 "전통의학을 없앨 심산으로 조선의 전통의학 종사자들을 의생으로 격하시키고 더 이상 세력이 불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면허제도'를 도입했다"는 식으로 오도하고 있다. #
3.2. 발전
현실적으로 현재까지 전해지는 추나의 원전는 대단히 제한되어 있기에 초기의 추나는 단순히 일개 병원의 한의사가 카이로프랙틱을 미국에서 배워와 용어만 대충 한자어로 바꾼 채 시술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1994년 보건사회부는 아예 추나요법이 카이로프랙틱과 유사하거나 동일한 요법으로써 인정한 바 있다. 이러한 비판에 오늘날에는 대체의학의 일종인 정골의학의 술기를 카이로프랙틱과 결합해가며 추나만의 독자적인 체계를 수립하고 있다고 한다.물론 한국 의서에는 추나를 포함한 수기요법에 관한 언급이 전무하다는 사실, 추나의 임상 술기 역시 결국 여러 서양 수기요법을 짬뽕한 것에 불과하다는 태생적 한계가 있기에, 과연 오늘날의 추나를 '한의학'의 범주에서 시술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의문 역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
미심쩍은 시선은 뒤로 하고, 어쨌든 추나는 대전대 한의대 예과 과정을 시작으로 일부 한의대에서 교육되기 시작했다. 근래에 시작된 치료 방법이기 때문에 한의대에 따라 추나를 교과목으로 인정한 학교가 있고, 추나를 가르치지 않는 학교가 있으며, 추나를 '한의학'의 한 갈래로 인정하느냐의 여부도 관점에 따라 한의사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다.
3.3. 근황
한국의 한의사들이 기존의 술기를 개량하거나 독자적으로 술기를 개발하기도 하면서 카이로프랙틱과의 교류는 점차 줄어들었다. 여전히 미국의 카이로프랙틱 신간 서적을 추나학회에서 번역해서 내는 일을 하기는 하지만, 현재 추나학회는 카이로프랙틱보다는 정골의학과의 교류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정골의학의 이론체계가 한의학의 이론체계와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의 척추신경추나의학회 초대 회장 신준식은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교 정골의과대학 명예 교수이고, 추나학회와 미시간 정골의과대학은 자매결연을 맺고 상호간의 활발한 교류 중이다.4. 카이로프랙터와의 갈등
추나를 시술하는 한의사들은 "추나는 인체의 구조적 불균형을 바로잡는 하나의 기술로서 카이로프랙틱 요법을 사용하는 것일 뿐, 진단과 치료 원리는 철저하게 한의학적 원칙을 따른다."고 주장하며, 추나는 카이로프랙틱을 배낀 것이 아니라 수렴진화에 의해 같은 모습을 띠게 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카이로프랙틱을 수련해 제한적으로 시술하던 물리치료사의 입장에서는, 결국 거시적으로 카이로프랙틱과 아무런 차이가 없는 수기를 이름만 바꿔 마치 원래부터 있었던 "전통 의학"인 양 가장하는 것은 카이로프랙터의 전문성을 훼손하고 업계 파이를 빼앗을 뿐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었다.미국에 유학하여 D.C.(doctor of chiropractic) 학위를 취득한 국내의 물리치료사나 해외 카이로프랙터들은 "미국에서는 6년에 걸친 수련을 거쳐야 시술할 수 있는 카이로프랙틱을 한국의 한의사들이 체계적인 수련 없이 야매로 시술하고 있다"며 위험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대한카이로프랙틱협회에서도 "몇몇 한의원에서 카이로프랙틱의 치료법을 전용해 '추나'라는 이름으로 수기치료를 하고 있다"며 카이로프랙틱을 이름만 바꿔 전통의학인 양 가장하는 한의학계의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
5. 건강보험 적용 및 관련 논란
한의원에서 받을 수 있는 추나치료는 환자 한 명당 소요되는 시간이 긴 편이고, 시술하는 데에 시술자의 체력 소모도 큰 편이기에 비보험 치료법으로서 수가가 굉장히 비싼 편이었지만[3], 2016년 시범적으로 일부 한의원들의 신청을 받아 의료보험을 적용하였고, 2019년 4월 8일부터 모든 한의원에 적용된다.#그리고 치료 자체가 물리치료사가 아닌 한의사가 직접 시행한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추나 요법 의료보험 적용에 반발하였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추나 요법을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한 보건복지부 결정을 무효로 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으나 서울행정법원 제5부(재판장 박양준)는 소송을 각하하였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병원 의사들로 이뤄진 단체이기 때문에 한의학에 포함된 추나 요법의 건강보험 적용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1] 한국에서는 의료법상 의료인만이 수기치료의 자격을 갖기 때문이다.[2] 후술하겠지만, 초기의 '추나'는 용어만 뒤바꿔 놓았을 뿐 카이로프랙틱과 거시적으로 다른 술기가 전혀 없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차별성을 두기 위해 '추나'에 정골의학 등을 결합하고 있다고 한다.[3] 10시간 기준 150만원 전후로 매우 비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