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3-03-09 23:51:11

주세흥

1. 개요2. 행적3. 무공

1. 개요

"열 길 물속은 들어가 보면 알 수 있지. 아무리 혼탁하다 해도 들어가서 두 눈을 크게 뜨고 참을성을 갖고 지켜보고 있으면, 분명히 알 수 있어. 하지만···, 한 길이 겨우 되는 사람의 속내는 수십 년을 보아도 알 수 없지 않던가? 자네의 경우만 보아도 그건 확실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떤가, 엉터리 색마(色魔)."
"그러니까······. 그대는 그 성무인왕 주세흥이 선인(善人)의 얼굴을 보여 주고는 있지만, 자기 딸조차···, 이유만 있다면 가차 없이 죽일 수 있는 인물이라고 보는 건가?"
"적어도 그가 그렇게 못할 정도의 인물이라는 확신은 없네. 그가 그렇게 못할 인물이라면, 그런 비무로 자기 딸의 미래를 결정하지는 않았겠지. 사람의 행복이 그 능력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 자라면, 그 능력을, 그 권위를 얻기 위해 무슨 짓 인들 못하겠냐고, 내 사부가 종종 말했거든."
- 『화정냉월』의 봉무진과 임천생의 대화 중 발췌.
풍종호의 무협소설인 『화정냉월(花情冷月)』에서 성무장(聖武莊)의 주인으로 등장한다. 장강(長江)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온갖 패악을 떨어 악명을 떨치던 청룡단(靑龍團)에 대항하려 탄생한 협의(俠義)의 문파인 만큼 주세흥 역시도 성무인왕(聖武仁王)이라 불리며 인망을 얻고 있다. 그러나 숨긴 정체가 따로 있으니, 다름 아닌 그 악(惡)의 무리라는 청룡단의 단주였다. 5년 전 봉무진 단 한 명에게 청룡단이 멸망당할 때 죽은 청룡단주는 그의 대역이었다.

2. 행적

청룡단 시절 장강 주변에서는 막을 자가 없어 뭍으로 올라와 정착하려고 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때마다 개방(丐幇)의 고수들이 나서서 강 위로 쫓아내기만 한다. 장강 인근의 사람들에게는 도대체 왜 쫓아내기만 하는 것인지 의문이었으며, 청룡단에게는 거대한 용두선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족쇄와 같았다.[1] 이에 당시 청룡단주였던 주세흥은 꾀를 내어 대역을 세운 다음, 몰래 뭍으로 올라와 청룡단에 대항하는 인단(仁團)을 비밀리에 조직한다.

처음에는 이름에 걸맞게 정의롭게 운영하고, 주세흥 스스로 별호도 성무인왕이라고 짓는다. 자신을 과장해서 더 많은 사람을 포섭하기 위한 전술(戰術)이란 미명(美名) 아래 한 행동이었다. 이러한 변신이 성공적이었는지 구관정, 호광제, 하구상 같은 협객들이 아래에 모이고 부하들의 신뢰도 얻는다. 그 와중에 청룡단이 봉무진에게 괴멸당해 그는 계속 성무인왕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점차 인원이 늘어 인단을 3개의 단으로 분할, 그는 총단주에 오른다. 이때는 청룡단의 정보조직이었던 혈접(血蝶)이 활개를 쳐, 협의를 내세운 상태라 주세흥은 싸우기 싫었어도 어쩔 수가 없었다. 다행히 큰 희생을 치른 끝에 임의행이라는 운이 따라줘 승리한다.

더는 몸을 사릴 필요가 없는 상황, 주세흥은 성무장을 세우면서 2개의 각과 호법루를 창설하며, 3개 단을 하위 조직으로 개편한다. 만약에 있을지 모를 조직 내의 반발도 개편으로 차단한 그는 좌호법 강보잠과 우호법 상금당을 손발로 삼아 안으로는 성무가(聖武家)로 변모하기 위한 사병화를, 밖으로는 몰래 대반산(大般散)이라는 독으로 주변의 다른 군소 세력을 협박하여 강제로 흡수하는 식의 뒷공작을 한다. 그 결과 몇 년 지나지 않아 성무장과 함께 수로삼세(水路三勢)로 불리는 도룡련(舛龍聯)과 보응회(報應會)를 거의 장악했고, 나아가 인접한 신양(新梁)의 명문가인 엄씨 가문에도 검은손을 뻗친다.[2]

이후 주세흥은 인 주소의를 상품으로 내건 비무초친인 성무회를 개최해 도움이 되는 세력과 혈연을 맺어 성무가로의 첫 발을 내딛으려고 한다. 이면에는 나중에 흡수하기 좋도록 피 튀기는 대결로 주변의 유망한 가문들이 원한을 맺어 서로 고립되게끔 유도한다. 숨겨진 목표야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는데, 봉무진과 임천생 때문에 엉뚱한 오릉이 우승하면서 중요한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다. 특히 사장보가 매두방을 죽인 일로 자금줄인 매씨 일가도 드러날 상황이 되어 주세흥은 이참에 걸리적거리는 구관정, 하구상과 계속하여 앞길을 막는 봉무진까지 제거하고자 한다.

음형초(陰炯草)로 만든 향으로 추적한 오릉과 딸인 주소의까지 참혹하게 죽인 주세흥은 임천생과 엮어 봉무진이 범인이라는 거짓 소문을 퍼뜨린 뒤 구관정은 수뢰에 가두었으며, 하구상은 두 호법에게 죽이라고 명령한다. 그렇지만 하구상은 사전에 눈치를 채고 있어 미리 탈출 준비를 해놓았고, 구관정은 수뢰에서 빠져나와 번수의 도움으로 성무장에서 무사히 벗어난다. 쳐들어 올 것이 뻔한 봉무진도 칠보탈명(七步奪命)의 파해법을 준비해 일격을 성공시키기는 하나, 그저 약간의 상처를 입히는 정도에서 그치고 만다.

성무장이 뒤에서 한 협잡질이 모두 드러나 개방의 개입으로 모든 길목이 차단된다. 주세흥은 봉무진을 한 번 도망치게 한 것으로 내심 자신만만하여 정작 청룡단주라는 비밀을 들키고도 상관치 않는다. 봉무진과 격돌하며 자신이 착각했음을 깨달은 그는 도망치다 죽어 그 야욕은 마침표를 찍는다.

3. 무공

  • 음양신무(陰陽神霧): 뭉클거리는 이상한 기운을 내뿜어 주변에 희미한 안개처럼 어리게 한다. 그 안개는 시전자의 의지에 따라 공격도 방어도 가능하다.
  • 태극산수(太極散手): 음양신무와 같이 마해(魔海)가 자랑하는 절기이다. 펼치면 두 손이 마주 보며 허공에 태극의 자취를 남기고 움직여 광폭한 돌개바람이 몰려들어 거대한 손톱이 소용돌이치듯 긁고 지나간 흔적을 남긴다. 주세흥은 그저 태극산수의 전반부만 익혔을 뿐이며, 후반부는 마해의 주인이 죽으면서 유실된다. 그래도 주세흥은 이 두 무공으로 봉무진을 능히 상대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가 그가 마해의 자객을 죽인 고수임을 알자 바로 포기하고 도망친다.


[1] 황하(黃河)의 백룡문(白龍門)과 함께 청룡단은 바다의 제왕이라는 철해(鐵海)를 무너뜨리고자 한 마해의 예하 세력이었다. 개방이 백룡문을 쳐부순 뒤 마해와 싸우는 중이라 견제만 한다.[2] 엄자추는 대반산에 당하고도 해독법을 찾아내 성무장에 저항하려 한다. 그래서 힘을 빠르게 키울 방법으로 나한간고첩(羅漢看苦帖)을 노리고 풍범릉의 아내인 번서향을 납치까지 한다. 급한 마음에 선을 넘은 엄자추의 이 행동은 결국 임천생과 봉무진을 불러들이면서 파탄이 난다. 성무장의 입장에서는 간만 살짝 봤을 뿐, 엄자추가 죽고 엄자후도 신양을 떠나 손 안 대고 코 푼 격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