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문서: 이주헌(비에 젖은 흔적들이다)
1. 1부 : 연-緣
1.1. 동경과의 만남
포목점에서 동경과 처음 만난다. 동경이 주헌에게 일행인 척 자연스럽게 연기해달라고 부탁하던 찰나, 관군이 들이닥친다. 주헌은 술 때문에 속도 기분도 안좋다며 그만 썩 꺼지라고 말하고, 행수가 주헌을 알아보고 보통 신분이 아니라며 관군에게 눈치를 준다.주와애림[1]의 류운루에서 기거하고 있다. 배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하다 무언가가 배에 부딪힌 것을 느낀다.
저녁이 되자 주헌은 술판을 벌인다. 누군가에게서 서서에서 온 금옥주를 대접받던 중 누군가[A]가 끼어들어 술을 먹지 못하도록 막는다. 술을 대접한 사람은 독이라도 탔다는 소리냐며 제 발을 저리고, 그 말을 들은 주헌은 대접받은 술을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권해보지만 아무도 받아들지 않았다. 술을 호수에 뿌려보자 곧바로 물고기가 죽어 물 위로 떠올랐다. 주헌은 영 다른 쪽을 가리키며 여자[A]의 말이 맞았다며 폭소하고, 여자[A]는 가리킨 손가락을 맞는 방향으로 틀어주었는데 그 즉시 뺨을 맞게된다. 주헌은 여자[A]의 손발을 줄로 꽁꽁 묶어 가둬둔다. 날이 밝자 여자[A]에게 찾아가 자신이 당신을 살린 것이라는 발언을 한다.[7]
주헌은 여자[A]가 소지한 휴대전화를 발견하고는 용도를 묻는다. 대답을 해주려 하지만 여자[A]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비빔밥을 대접해 준 사이 여전히 정체불명의 판때기를 잡고 씨름하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물건에서 큰 소리가 나버렸고 깜짝 놀라 주헌이 그 물건을 던져버린 탓에 액정에 금이 가버린다. 주헌과 교하가 급히 볼일이 있다며 여자[A]를 남겨두고 떠나지만 방울을 광에 두고왔다며 다시 돌아온다. 광의 문을 열어보는데 숨소리가 두 개나 느껴졌다. 주헌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채고 방울에서 소리라도 난다면 방울이 어디있는 지 알 것 같다며 넌지시 말을 흘려준다. 여자[A]가 주헌의 말을 듣자마자 방울을 발로 쳐서 소리를 낸다. 주헌은 소리 덕에 첩자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 얼굴에 칼을 휘둘러 여자[A]를 위기에서 구해준다. 동경이 자객에게서 벗어나자마자 자객은 주헌에게 칼을 내려치려하고, 여자[A]는 근처의 아무 기물로 칼을 막아보지만 기물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쪼개지려한다. 이때 교하가 나타나 두 사람을 구출해내지만 자객은 호루라기를 동원해 숨어있던 나머지 동료들을 불러모으고, 불화살을 쏘아 불을 지른다.
주헌은 불길 속에서 어찌할 줄 몰라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이때 여자[A]가 주헌에게 와 방향을 알려준다. 주헌은 자신을 처음으로 홀로 두고 떠나지 않은 여자[A]에게 심심한 고마움을 느낀다. 교하가 뒷처리를 하겠다며 주헌과 여자[A]를 먼저 보내고, 주헌은 월교로 가야한다고 말한다. 여자[A]는 월교로 가는 길을 전혀 모른다며 난감해한다. 둘은 함께 잠시 숨을 고르고, 주헌은 적이 많았던 탓에 자신이 독살당하는 것을 막아주었을 때도 여자를[A] 믿지 못했다고 말해준다. 쉬고 있을 무렵 갑자기 북소리가 울리고 주헌은 설곡으로 가야한다며 급해진다. 급하게 일어나는 바람에 머리카락과 안대의 끈이 나뭇가지에 엉켜버렸고, 여자[A]가 잡고 있다고 생각해 어서 놓으라며 호통을 친다. 아무리 당겨보아도 소용이 없자 울먹이기 시작하고, 여자[A]가 주헌을 도와준다. 머리카락을 풀어주었지만 안대가 날아가버렸고, 여자와 눈이 마주친다. 주헌은 급히 푸른 눈을 가려버렸는데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빨리 안가냐고 주헌을 재촉하고 조용히 자신의 두루마기를 찢어 눈을 가릴 안대를 마련해준다.
여자는 회귀천[21]으로 가는 길을 모르지만 데려다준다며 주헌을 업어준다. 주헌은 여자에게 자신의 눈이 무섭지 않냐고 물어본다. 여자는 멜라닌이니 홍채니 알아 들을 수도 없는 말을 하며 눈이 푸른들 어떠하냐고 말해준다. 주헌은 자신의 푸른 눈을 보고도 유일하게 상처를 주지 않고 내버려 둔 말이라며 기뻐한다. 어쩌다보니 회귀천에 도달했고 배를 타며 설곡으로 향한다.
주헌이 지은 업을 씻어내는 제사로, 그 이름은 세비제(洗鄙祭)라고 한다. 그동안 이곳에서 주헌은 더 이상 자신으로 인해 사람들이 죽지 않길 빌어왔다. 그때 주헌을 찾는 북소리가 들려왔지만 난리통을 빠져나오느라 방울을 잊고 나왔다. 방울이 있어야 자신이 설곡으로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어 난감해하던 찰나 여자가 판때기에서 소리가 나게 해주어 상황을 모면한다. 다행히 교하가 빨리 따라왔고, 교하가 건네준 방울을 발에 묶고 제사를 지내기 시작한다. 제사를 다 지내고 돌아가려고 할 때 효림군이 위중하다는 서신을 전달받는다. 그리고 여자[A]가 그 말을 듣자마자 '효림군을 죽여버려...'라고 중얼거린다. 주헌과 교하는 여자에게 칼을 겨누고 신변을 묻는다.
여자[A]를 잠시 광에 가둔 뒤 꺼내서 여자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동경이라는 이름, 다른 세계라는 출신, 정신을 차리던 중 희미하게 들렸다는 '효림군을 죽여버려'라는 목소리 등 죄다 허무맹랑한 이야기 뿐이었다. 동경의 이야기를 듣고 그 목소리를 다시 들으면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 수 있냐고 질문한다. 동경은 희미한 의식 속에서 들은 목소리라 다시 듣는다고 알 수 없다고 대답하고, 주헌은 이 대답에 동경이 거짓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이때 궁에서 주헌을 찾아와 당장 입궐하라고 명한다. 주헌은 궁에 들어가기 끔찍하기 싫어했고 궁인들이 주헌을 잡아끌자 거부하며 격렬하게 몸부림친다. 동경이 이 현장에 끼어들어 무엇 때문인지는 알아야할 것 아니냐며 이유를 대신 물어준다. 알고보니 효림군의 생명이 꺼져가던 중 주헌을 애타게 찾아 어쩔 수 없이 왕명을 빌렸던 것이었다. 주헌은 자신이 궁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효림군이 누구보다 잘 안다며 효림군이 자신을 찾는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이 효림군에게 고비일 것 같다는 상선의 말에 주헌은 흔들렸고 주헌 역시 효림군을 보고 싶었지만 차마 궁으로 들어갈 용기는 없었다. 이때 동경이 나타나 길 안내를 자처한다. 주헌은 집 안으로 안내하지 않고 가만히 서있는 동경에게 궁궐이 얼마나 끔찍한 곳인지 당신은 모른다며 울부짖는다. 동경은 주헌에게, 주헌이 겪은 것은 모르지만 발에 피가 터지도록 제사를 지내놓고서도 효림군을 떠올리며 다정하게 웃었고, 그렇게 웃게 한 단 한 사람을 잃고 후회하기 전에 그를 위해 가는 것이라고 설득한다. 동경의 말에 설득당한 주헌은 술을 병나발을 불고 용기를 내어 궁으로 향한다. 떠나기 전, 동경을 속박하지 않고 자유롭게 있도록 해준다.
궁으로 들어간 주헌은 교하에게 주와로 돌아가 해주어야 할 것이 있다며 명령을 한 가지 한다. 상선의 안내를 받아 효림군의 처소에 도착했지만 누군가가 주헌을 막아섰다. 주헌을 막도록 명한 사람은 경빈이었다. 경빈은 또다시 궁궐을 핏빛으로 물들일 작정으로 왔냐며 주헌을 도발하고 푸른 괴물이라며 모욕한다. 주헌은 술로 얻어낸 용기마저 사라져 괴로워하고 중심을 잡지 못한다. 경빈은 멈추지 않고 주헌에게 팥과 소금을 뿌려대는 파렴치함을 보인다. 사과 한 마디 없이 늘 해왔던 것이라며 아무렇지 않게 주헌을 능욕하다 효림군의 변고를 듣는다. 주헌 역시도 효림군이 돌아갔다는 것을 눈치채 이성을 잃고 주저앉는다. 경빈은 모든 것이 주헌 때문이라고 분노하며 주헌을 밀쳐 넘어뜨린다. 진혜왕마저 나타나 재수 없는 청귀따위를 궁에 들었다며 주헌을 정신적으로 괴롭힌다. 주헌은 사람들의 가스라이팅에 잡아먹혀 자신의 푸른 눈을 탓하기 시작한다. 푸른 눈 주변의 살점을 손으로 뜯어 자해를 하다 궁 밖 광장까지 나온다.
===# 주헌의 과거 #===
진혜왕이 보위에 오른 해 겨울에 중전[24]에게서 태어났다. 중전이 주헌을 임신을 알았을 때 예언가였던 가씨 집안에서 신탁을 내렸다. 신탁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단미르[25]가 해를 훔쳐 효암에 두 개의 달[26]이 뜨니 그 찬란한 빛은 살별을 가리고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하네. 마침내 효암을 밝힐 청명이 현색[27]으로 빛날 때 그 찬란한 이색이 가국을 삼키리라.
왕의 이름은 혜(별 반짝일 暳)였고, 여기서 해를 훔친다는 말에 따라 좌변의 해 日을 가리면 살별 彗만 남는다. 즉 진혜왕은 누군가가 자기 대신 가국의 왕이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마침 그 신탁이 중전이 임신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던 날이었기 때문에 진혜왕은 중전의 용종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아이가 태어나던 날, 중전은 아이의 눈이 선명한 푸른 색인 것을 보고 아이의 목숨이 위태로움을 직감했다. 현색이 어떤 색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왕이 아이의 눈 색이 현색 중 청색인 것을 안다면 유악하고 멍청한 왕이었던 진혜왕은 아이를 죽일 것이 뻔했다. 그래서 중전은 어의에게 아이가 눈에 질병이 있어 눈을 가리고 다녀야 한다는 거짓말을 시킨다. 진혜왕은 아이가 여자이기도 하고 눈 색이 청색일 것이라고는 알지 못하여 아이에게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았다. 중전은 주헌에게 안대를 풀면 자신이 주헌을 지켜줄 수 없다며 철저하게 교육시켰다. 주헌이 어느 정도 자라 꼬마 아이가 되었을 때 눈이 오는 것이 보고 싶어 궁녀 '들'의 앞에서 안대를 벗어버렸고, 중전은 주헌을 지키기 위해 들이 아끼던 궁녀였음에도 죽여버린다. 이후 중전은 주헌 곁에서 궁인들을 전부 물려버린다.어느날, 주헌이 누군가가 마당의 연못에 빠지는 소리를 들었고 그 사람을 구하기위해 중전의 말을 또 다시 어겨버린다. 아이를 구한 후 아이가 입고 있던 옷이 젖어 젖은 치마를 벗겼는데 남자아이였다. 이를 이상하게 여기던 찰나 아이가 주헌의 푸른 눈을 보고 만다. 아이와 대화를 하다가 아이가 가씨 집안을 물려받은 '가령'임이 밝혀지고, 가씨 집안의 신기는 대대로 여자들에게만 내려오는 것은 유명한 사실이었다. 서로가 서로의 목숨을 쥐고 있는 비밀을 알게 된 셈이었다. 주헌은 령의 비밀과 자신의 비밀을 맞교환하고 서로 모른 척 할 것을 맹세한다. 령와 주헌은 빠르게 친해졌다. 그러나 누군가가 두 사람의 비밀을 모두 알아버렸는지 진혜왕의 귀에 들어갔다. 하필 그날은 무영대군의 역모가 발각되어 사람들이 죽어나갔던 날이었다. 눈을 가리고 있었지만 소리로 무언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짐작하고 있던 찰나 누군가가 주헌의 처소에 들이닥쳐 주헌을 추문장으로 연행한다. 주헌이 왔을 때는 이미 사람들이 죄다 죽어나가고 있던 때였고 령은 현색을 보았다는 죄로 혀가 잘려있었다. 그리고 진혜왕 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주헌의 푸른 눈을 보고야 만다. 진혜왕은 현색을 주헌이라 확신하며 칼을 들고 주헌을 죽이러 다가온다. 주헌을 향해 칼을 찌르려 할 때 딸을 지키려던 중전이 왕과 주헌 사이에 끼어들고, 중전은 그날 주헌 대신 사망한다. 중전은 주헌에게 그동안 외롭게 만들어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둔다. 진혜왕은 그제서야 칼부림을 계속 했다간 신하들에게 폐위당할 지도 모른다는 분위기를 읽었고, 칼을 떨군다. 진혜왕은 이 모든 화의 원흉을 끝까지 주헌에게 돌리고[28] 주헌의 죽이거나 최소한 눈 색을 바꿀 목적으로 독약을 억지로 먹인다. 그러나 왕이 원하는대로 주헌이 죽지도, 눈 색이 바뀌지도 않았다. 주헌 혼자만 실명이라는 불행과 비극에 대한 죄책감을 짊어진 채로 처소에 갇혀 살게 된다.
그 사이 경빈에게서 효림군이 태어났다. 효림군은 아기 시절부터 외로운 주헌에게 먼저 찾아와서 웃어보이곤 했다. 효림군은 주헌에게 유일한 기쁨이었다.
사건 이후 가국에는 흉흉한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전쟁이 자주 일어났고 가뭄이 계속되었다. 왕은 과거에 제사를 지내던 가씨 대신 주헌에게 죄와 업을 씻으라는 의미로 정기적으로 설곡에 가서 제사[29]를 지낼 것을 요구한다. 주헌은 알지도 못하는 업을 씻어내려 첫 제사를 지내러 간다. 제사를 지내던 중 효림군이 주헌에게 찾아와 함께 제사를 지내고 주헌을 안아준다. 이런 효림군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끼던 찰나, 가국에는 그동안 내리지 않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주헌은 이날 이후로 알게모르게 가씨를 대신하는 존재가 되어있었다.
1.2. 왕위에 도전하게 되다
궁 앞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주헌의 푸른 눈과 피터진 얼굴을 보고 경악하더니 청귀라며 수군대기 시작한다. 마침 북소리가 들리고 효림군의 사망을 알게된 대중들이 주헌에게 돌을 던지며 화풀이를 하기 시작한다.[30] 주헌은 앞이 보이지 않았던 탓에 어디서 돌이 날아오는지, 어디로 가야할지도 몰라 그저 뒷걸음질만 치고 있었다. 마침내 벼랑 끝에 다다랐고 주헌에게는 그대로 뛰어내리는 선택지만이 남는다. 뛰어내렸을 때 죽는 게 좋을지, 사는 게 좋을 지마저 갈등하던 중 절벽 밑에서 동경이 나타나 주헌을 잡아줄테니 뛰어내리라고 말해준다. 주헌은 동경을 선뜻 믿기는 어려웠지만 길이 없어 그대로 동경에게 몸을 맡긴다. 주헌은 뛰어내리자마자 그대로 정신을 잃는다.주헌은 며칠동안 일어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교하가 또한 피투성이가 되어 처소로 들어오자마자 쓰러진다. 동경은 교하를 보살피러가고, 그제서야 주헌이 일어나 교하가 다친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말하며 동경을 찾아간다. 사실 주헌이 입궁 날 교하를 먼저 돌려보내며 명령했던 것은 동경을 죽이려 했던 세력을 찾는 것이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여자 하나 죽이겠다고 전문 살수까지 붙인 것, 거기다 동경을 죽이지 못하자 살수들을 아예 죽여버린 것 모두 너무 이상하다는 것이 그들을 찾는 이유였다. 동경이 어렴풋이 들었던 말이 '효림군을 죽여버려'라는 지시가 맞다면 이 모든 이상한 일이 설명되고, 그렇다면 효림군을 죽인 배후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위험한 줄 알면서도 교하를 보내 교하를 사지로 몰았다는 생각이 교하가 내 곁에 있었기 때문에 다쳤다는 생각으로 변질되어 스스로를 책망하고 있었다. 동경은 그런 주헌에게 그 생각은 가짜라고 지적하며, 그 생각에 지지 말고 운명에 놀아나지도 말자며 주헌을 위로한다. 주헌은 살면서 단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말에 감격하면서도 이상해서, 내 곁에 있으면 모두 다 죽는데 왜 동경은 자신을 떠나지 않았냐고 묻는다. 동경은 그런 주헌에게 청귀는 사람을 잡아먹어서 그렇냐며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주헌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무서웠지만 동경이 당신은 술만 잡아먹는다며 밥을 먹지 않으면 사람은 죽으니 밥을 먹자고 권유한다.
교하가 기운을 조금 되찾자마자 주헌에게 자객을 쫒다 습득한 종이를 전달한다. 그 종이에는 '高(높을 고)' 가 새겨진 인장이었고 가운데에는 국화 그림이 있었다. 중전의 가문은 고씨 가문이고 그들의 상징은 붉은 국화이다. 주헌은 효림군을 죽인 배후에 중전이 있음을 알게되지만 중전에게는 후사가 없어 중전의 속셈을 짐작할 수 없었다.
효림군의 유해를 금일 안장한다는 소식을 듣는다.[31] 주헌은 효림군의 죽음을 밝힐 것을 효림군 앞에서 약속하기 위해 효림군의 상여를 따라가려고 한다. 교하는 진혜왕이 주헌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며 만류한다. 동경이 마침 기막힌 수를 하나 내고, 동경의 말을 새긴 주헌은 효림군의 상여를 막아선다. 왕의 귀에도 이 소식이 들어가 주헌을 찾아오고, 청귀 따위가 어딜 감히 상여를 막아서냐며 죽고 싶냐고 호통친다. 주헌은 동경이 시킨 말을 왕에게 그대로 읊어준다.
예, 제가 청귑니다. 죽이시든 살리시든 마음대로 하십시오. 하오나 전하. 청귀가 죽으면 신은 누가 모십니까?
이 말을 들은 왕과 백성들은 주헌에게서 과거에 가국을 지키던 가씨 가문을 떠올리게 만든다. 주헌이 제사를 지낸 이후 가뭄 한 번 들지 않았고, 주헌이 제사를 지내온 14년의 세월은 주헌을 죄인에서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바꾸어주었다. 동경은 이 점을 왕에게 정확히 지적하고 주헌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주헌은 효림군의 상여 앞에서 술을 따르며 억울함을 꼭 밝혀주겠다고 다짐한다.주헌은 효림군의 상여를 떠나보낸 후 동경에게, 주헌 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죽는다는 생각이 가짜라면 진짜는 무엇이냐고 물어본다. 동경은 동경 역시도 진짜가 무엇인지는 모르겠다고 답한다. 주헌은 자신도 동경처럼 길을 잃었으니 진짜가 무엇인지, 길이 어디인지 동경과 함께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동경은 흔쾌히 제안을 수락한다. 주헌은 이제 동경이 주는 술을 안심하고 받아먹을 수 있을 정도로 동경을 신뢰하게 되었다.
주헌은 궁에 들어갈 방법을 찾지 못해 난감해한다. 그 사이 교하에게 '통'이라는 사람을 찾으라고 명령하고 교하는 그 사람을 향주 외곽에서 찾아낸다. 통은 거처가 불분명하여 통을 찾아내었을 때 바로 움직여야했다. 주헌이 통에게 찾아가자마자 통은 주헌의 신분을 알아본다. 주헌은 황금을 대가로 궁에서 효림군을 대신할 왕 후보로 누구를 고를지 난처해한다는 소식을 얻어낸다. 이제군이 향주 안, 주헌과 매우 가까운 곳에 있다는 정보까지 듣고는 중전이 이제군을 지지한다는 것을 알아낸다. 주헌은 사람을 죽이는 권력이란 것이 추악하다는 것을 새삼 실감한다.
동경은 꼭 편일 필요는 없다며 적[32]의 적[33]을 찾자는 묘수를 떠올린다. 주헌은 동경의 말에 딱 맞는 사람, 영의정 황희숙을 알고 있었다. 동경은 황희숙에게 접근해 주헌이 황희숙에게 필요한 인물이라고 설득하러 간다. 주헌 일행은 황희숙을 설득하는데 성공하여 진혜왕 앞에 서게되고, 이제군과 승부를 표가름으로 가르게 된다. 백관들이 퇴청하자 이제군과 함께 지금의 황당한 상황에 폭소를 한다. 왕권을 노리던 수많은 사람들을 제치고 하자품[34]이라던 주헌과 이제군만 남았기 때문이었다. 이제군이 자신의 팔을 빼앗고 주헌의 눈을 앗아간 그 자리가 무엇이길래 모두가 탐하는 지 궁금하다며 양보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다. 주헌은 이제군에게 자신도 나름 하려는 일이 있고, 이미 눈에 뵈는게 없다고 받아친다. 이제군과 주헌은 서로 여전하다며 또다시 폭소한다.
주헌은 기방으로 돌아가서 또다시 술상을 차려 먹는다. 동경이 주헌에게 술부터 줄이라고하자 동경과 티격태격한다. 동경은 주헌에게 술 냄새부터 일단 빼라는 말을 하고, 주헌이 그동안 상처받을까봐 말하지 않았으나 그동안 동경에게서 무언가 꿈꿈한 냄새가 났다는 고백을 한다. 주헌이 동경에게 코를 갖다대며 냄새의 출처를 찾아내었는데, 그동안 새끼손가락의 푸른 고리를 가릴 때 쓴 밴드에서 난 냄새였다. 이때 교하가 들어와 동경의 손가락에 멍이 들어있는데 멍이 가락지처럼 신기하게 들었다고 말한다. 주헌이 그 이야기를 듣더니 과거에 령이에게서 들은 '명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명륜'이란, 두 개의 달이 뜨는 날 다른 세계로 손이 길을 떠나는데 그 손이 떠난 자리에 길잃은 손님들이 올 때가 있다고 한다. 그 증표로 손님의 손에는 푸른 가락지처럼 보이는 것이 새겨지는데 그것을 명륜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또한 주헌은 손님은 빨리 돌아가야 한다고 들은 기억도 있었다. 동경이 령이와 만날 수 있냐고 물어보지만, 령이는 무려 14년 전에 희생되었고, 주헌의 외로움을 달래준 고마운 사람이었기 때문에 만날 수만 있다면 주헌이 가장 먼저 만나고 싶었다. 그들에 대한 기록이 왕실의 서고에 남아있으니 그 기록을 찾아보면 명륜에 관한 것도 써 있을 수 있겠지만 금서로 지정되어 왕의 윤허가 필요하다. 동경은 주헌이 왕이 되어야만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며 의욕을 보인다.
저자로 나간 동경을 부르며 1부가 완결된다.
2. 2부
[1] 가국의 향락가. 가국에서는 향락가는 붉은 기와로 구분하기 때문에 주와애림(朱瓦愛林)이라고 불린다. 약칭은 주와.[A] 동경.[A] [A] [A] [A] [7] 독을 탔다는 사실을 알린 죄로 목숨에 위협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뺨을 때리고 가두어 구해준 것으로 보인다.[A] [A] [A] [A] [A] [A] [A] [A] [A] [A] [A] [A] [A] [21] 설곡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강. 향주를 감싸며 흐른다. 이 곳에 설곡으로 가는 배를 매어두었기 때문에 회귀천으로 가야했다.[A] [A] [24] 세현왕후.[25] 붉은 용.[26] 가국에는 가끔씩 두 개의 달이 뜬다.[27] 뚜렷이 드러나 보이는 색[28] 청귀(푸를 靑, 귀신 鬼)라는 멸칭까지 만들어 붙였다. 모든 것이 청귀 때문이라며 탓을 돌렸고, 백성들에게도 청귀라는 소문이 나는 바람에 불길한 일이 닥치면 모두 청귀때문이라며 화풀이를 하게 된다.[29] 세비제라고 한다. 씻을 洗, 더러울 鄙, 제사 祭.[30] 설곡에서 틀어박혀 제를 지내지 않고 도성에 기어 들어와서 효림군을 잡아먹었다는 식의 욕도 함께 했다.[31] 너무 서두른 시점이라고 한다.[32] 이제군 및 중전.[33] 이제군이 왕이 되면 절대 안될 사람.[34] 이제군은 오른팔이 절단되었고 주헌은 앞을 보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