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팔객의 한 사람. 설산검후라는 별호를 지니고 있다.백야문의 문주로 중원 3국을 통틀어 9심에 도달했다고 알려진 세 사람 중 하나이다.[1]
무상검존 나윤극과 함께 절대방어기술이라는 별명이 있는 귀혁의 감극도를 뚫은 사람이기도 하다. 나윤극의 무공인 천극무상검의 경우 귀혁의 감극도와 마찬가지로 천라무진경을 뿌리를 두고 있었지만, 이자령의 경우 천라무진경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는 점으로 미루어보아 더 대단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귀혁과의 사이는 굉장히 나쁜 듯 한데[2], 이후 밝혀진 바에 따르면 젊었던 시절 귀혁을 좋아했지만, 제대로 마음 표현을 못한데다가 귀혁이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얄미운 캐릭터였기 때문에, 따라가면 항상 칼부림이 일어나서 애정전선에 진전이 없었다고 한다. 그 탓에 나이먹고 애정이 미움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전성기의 힘을 되찾은 성하와의 대결에서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가장 마지막에 떠올린 것이 귀혁이었고, '다음 생에서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부디 그때는...'이라고 생각한 것으로 보아 귀혁에 대한 마음은 진심이었던 것 같다.
귀혁과의 사이는 나쁘지만 귀혁의 제자인 형운이나, 귀혁을 따르는 서하령은 냉랭하게 대할 뿐, 귀혁을 대하듯이 대하지는 않는다.[3] 다만 형운의 경우는 귀혁의 제자라는 것보다는 빙령과 따로 소통했던데다, 빙령지킴이로 일했던 유설이 형운을 따라 나섰다가 죽은 것으로 인해서 형운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경향이 크다.
2. 작 중 행적
하운국 황제가 자신의 나라 안에 있는 성운의 기재를 불러모으면서, 제자 중 성운의 기재인 진예를 데려가면서 처음 등장했다. 다만, 진예가 빙령과의 교감만을 좋아할 뿐, 무공에 도통 관심이 없는지라, 황실에서 서하령에게 패배한 이후에도 패배의 설욕을 갚으려고 하기는 커녕 전혀 변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속을 썩히는 모습을 보인다.
이후 자신의 스승인 오운혜의 아흔 살 생일잔치를 열려고 하는 와중에 흑영신교가 빙령을 노리고 백야문을 급습했고, 당시에 흑영신교의 팔대호법 중 둘을 상대하면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팔객의 위용이 이름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4]. .
사건이 있은 직후, 마음을 다잡은 제자 진예를 혹독하게 가르쳤고, 재능과 노력이 합쳐져 1년이라는 기간 동안 진예가 다른 사람이 10년은 노력해야 겨우 이룰 성취를 이뤘다. 또한, 흑영신교에게 빼앗긴 빙령을 다시 되찾아 올 수 있도록, 백야문의 제자들을 황실의 마교대책반에 투입하여 흑영신교의 꼬리를 잡으려고 하고 있으며 진예 또한 마교대책반에 투입시켜 더 큰 성장을 목표로 키우고 있다. 마교대책반이 흑영신교의 꼬리를 잡았을 때는 본인이 직접 나설 생각인 듯.
이후 설산대전에서 형운과 함께 성하에게 대적하다 전성기 시절의 힘을 되찾은 성하에 의하여 위기에 처하자 형운 대신 스스로를 희생하며 장렬하게 사망한다. 이후 진예가 32대 문주직을 잇는다.
3. 인성 논란
3.1. 혼마 박해
혼마 한서우를 마인이라는 이유로 백안시한다. 그 동안 마인들에게 수많은 동문들을 잃었기에 '사람들이 그를 선량한 자로 여긴다면, 오히려 그렇기에 자신이라도 그를 의심하고 감시해야 한다'는 신념 하에 그를 경계하였으나, 수십년의 세월 동안 한결같이 보여준 호의와 신화시대의 요괴 성하에 의하여 멸문의 위기에 처한 백야문을 구하기 위하여 달려온 그를 마침내 인정하고 솔직하게 감사를 표한다.다만 이게 정말 신념이라고 불러줄 수나 있는 태도인지에 대해 의문이 드는데, 한서우는 백야문도였다면 문주 혹은 그 바로 다음 가는 자리에 추대되어야 마땅할 정도로 백야문에 해준 것이 많았다. 당장 백야문과의 첫 접촉에서부터 이미 전대 백야문주와 최정예 문도들을 자기 목숨을 바쳐가며 구해준 공로가 있고. 그가 마인이기에 온전한 신뢰를 줄 수 없다면 경계태세는 유지를 하되, 그럴 것이면 뭘 받을 때 일단 받아먹은 다음 입 싹 씻고 하던 핍박 마저 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간에 빚진 것이 없도록 깔끔하게 갈음을 하고 헤어지면 혼마 입장에서 조금은 섭섭할지언정 사리에 맞는 대우가 될 것이다. 그 후에 한서우가 무단침입을 했다가 걸린다거나, 설산에 침입한 마교도를 박멸해 주거나 하는 일이 생기면 그건 그때 경고하고 쫒아내거나, 사례하거나, 경고를 무시당했다고 칼부림을 하거나 하면 역시 사리에 맞을 것이다.
일단 기존에 있던 일을 다 갈음하고 나면, 협상하고 뭘 받든 허락해주든 당당한 백야문의 입장대로 해도 된다. 문제는 이자령이 그걸 안 한다는 것이다. 흑영신교 침탈사건 당시 흑영신교가 철수하고 나서 백야문을 정상화시키느라 바쁜 사이 혼마가 떠나버렸기에, 이자령은 빙백기심을 완성한 형운이[스포일러] 빙령을 만나러 갔을 때에야 혼마를 다시 만났다. 그런데 이때 이자령은 혼마를 보자마자 죽이겠다고 달려들었고, 이 싸움에 휘말려 진예와 서하령은 황천길을 떠날 뻔했다. 이걸 보고 이자령에게 경고해 전투를 중단시킨 것조차도 혼마였고. 백야문이 여태까지 입은 은혜는 아예 없는 걸로 치고, 흑영신교 빙령 강탈 사건 때의 사전 경고와[6] 기둥 파쇄[7], 직접적인 참전에 대한 공로[8]는 당연하다는 듯이 무시하고 죽이겠다고 칼부림을 했다. 심지어 그러다 진예와 서하령을 죽일 뻔했고, 그걸 보고 싸움을 멈추게 한 것은 바로 그 혼마였다.
어차피 혼마가 이자령이 목숨 걸고 싸워서 이기면 이겼지, 혼마는 싸울 생각도 없는데 혼자 몰아친다고 붙잡아놓고 끝장낼 수 있는 상대도 아닐뿐더러 빙령은 그를 거의 빙령지킴이만큼이나 기꺼워하고 거리낌없이 그와 만나는 입장이었다. 비록 이자령이 혼마에게 굴욕을 당한 과거가 있기는 하나, 그 발단은 고작 혼마의 애송이 취급이었고, 반대로 생각해 보면 서로 싸움이 벌어졌음에도 혼마는 이자령을 제압하기만 하고 살려주었다. 사실, 혼마의 연배가 이자령의 부모 세대임을 생각해 본다면, 무슨 백야문주로서 공식적인 자리에서 모욕을 당한 게 아니고서야 혼마가 이자령을 애송이 취급하는 건 그리 별난 태도도 아니다. 하물며, 이자령은 만인이 다 아는 백야문의 문주다. 개인으로서의 은원을 따지기 전에 문파 백야문의 대표로서 그에게 받은 것과 갚을 것을 정리하고 갈음하는 것을 선행해야 하는 입장인데 그 모든 것을 덮어두고 칼부림부터 하는데다 이후로도 빙령 탈환과 진예 보호, 백야문-흑영신교 전투에 혁혁한 공을 끊임없이 세우는 혼마에게 무엇 하나 거절하지 않으면서[9] 어떤 공로도 인정하지 않고 자기가 더 이상 해먹을 게 없고 혼마가 손 놓으면 다 죽는 상황까지 구질구질하게 버티다가 마지막에야 말뿐인 인정을 하는[10] 인물의 태도가 정녕 '마인에 대한 경계를 거두지 않는 신념'인지 의심이 거둬지질 않는 것도 사실.[11]
3.2. 이중잣대
혼마에게 하는 것이 본인의 신념과 경험에서 비롯된, 절대 꺾어서는 안 되는 고집이라는 확신에서 나온 행동이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겁하고 못된 행동이기는 하나, 억지를 부릴 명분 정도는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형운이 당하는 일에 대해서까지 생각하면 그조차도 불가능해진다.형운이 유설의 영혼 구슬을 들고 빙령을 찾아갔을 때, 이자령은 유설의 안전을 지키지 못한 형운을 책망했다. 유설이 스스로 원해서 죽은 것이기에 형운을 해치지는 않는다는 말은, 유설이 죽을 생각이 없었고 형운이 지키려고 했지만 능력부족으로 유설이 살해당했었다면 형운도 여기서 팔이나 목 중 하나 잘랐을 거라는 얘기다. 즉, 이자령은 손님이 머무르는 동안 그 안전의 책임은 주인에게 있다는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유설이 공식적으로 별의 수호자, 형운에게 손님으로 갔으니 형운이 유설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것.
그런데, 여기서 아주 이상한 부분이 바로 떠오른다. 흑영신교 빙령침탈사건 때, 백야문에게 초대받아 손님으로 가서, 제대로 도착한 다음, 백야문도인 진예의 인솔 하에 돌아다니다가 흑영신교에게 습격당해서 형운이 죽은(걸로 착각한) 사건은 일단 백야문부터가 전쟁통이었으니 나중에 논하느라 넘어갔다 치고, 그 후 백야문 본산에서 별의 수호자와 태극문의 문도들이 살해당하거나 영구적 장애를 얻은 건에 대해서는 형운에게 작별인사를 할 때에 논할 기회가 충분했다. 그런데 당시 이자령은, 형운이 위문품이라며 건네준 비약을 냉큼 받아 챙기고, 앞뒤없이 유설이 왜 널 따라간다는 건지 설명해보라며 닦달을 하더니, 빙령이 준, 그것도 줬다 뺏느라 완전히 못 빼내고 좀 남은 기운을 가지고 영약을 준 걸로 치고 그것 대신 일월성단의 구매권을 내놓으라는 요구를 했다. 단순히 빙령의 기운을 대가로 구매권을 따달라는 얘기 자체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형운이 백야문에게 진 빚을 구매권으로 갈음하겠다는 의미다. 그럼 이제는 백야문이 형운에게 진 빚, 그러니까 다른 고수들이 손발이 묶여 막을 자가 없던 흑영신교주를 격퇴한 일이라거나, 그 과정에서 팔대호법 하나에게 치명상을 입힌 일이라거나, 백야문이 지켜줄 의무가 있는 손님인 태극문도들을 지켜준 일이라거나, 흑영신교주에게 도살당해 잡아먹힐 것이었던 진예를 구해준 일 등등에 대해 대가를 치러야 할 차례다. 그런데 이자령이 한 말은, 빙령지킴이님에게 무례하게 굴었다가는 백야문의 분노를 받게 될 거라는 것뿐이었다.
이자령은 진예에게 '설산의 사람은 은혜도 원한도 잊지 않는다. 언젠가 갚아주면 될 일이다.' 라고 가르쳤고, 이는 올바른 가르침이 맞지만, 정작 그 본인은 자신이 받은 은혜에 대해 전혀 갚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아니 인정하지 않으면 은혜를 입은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 태도를 보인다. 공연히 골탕도 먹이고, 말하는 것도 밉상에, 과거의 원한이란 것도 제 자존심 챙기는 거지 하나같이 별일도 아니고, 신세질 때는 고맙다고 인사하기보다 상대의 잘못이나 이득을 따지기를 선호하는 인물이 이토록 모순적이기까지 하니 도대체 정 줄 구석이 없을 정도. 이 비호감이야말로 인성논란의 알파이자 오메가이다.
[1] 남은 둘은 귀혁과 청해용왕대의 수장인 진본해이다.[2] 보기만해도 얼음장 같은 진기를 팍팍 피워낼 정도인데다, 자신의 제자와 서하령이 싸우는 것에, 귀혁의 제자는 아니라도 귀혁이 귀여워하는 아이와 싸워 이길 기회를 얻어 좋아하는 듯한 묘사가 있다.[3] 원랜 그렇게 대했다. 형운이 슬쩍 넘어가주지 않고 들이받으면서 원한있으면 사부님한테 직접 풀라고 따지니까 안 하는 것.[4] 사실 이 두명 가지고 이자령을 붙드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이들은 심상경에 오르지도 못했지만 이자령은 일검에 삼중심검을 날릴 수 있는 초인으로, 빙백설야공이 얼음검을 띄울수록 강해지고 진기소모가 큰 무공인데 몇만의 흑영신교 무리와 환마들을 단 일격에 전멸시키고도 남았던 필살기(흑영신교주가 이거 막겠다고 진법의 힘과 신기의 힘을 거의 다 소진했고, 그러고도 환마는 전멸당하고 흑영신교도들도 1할 정도밖에 살아남지 못했다.)를 쓴 직후 흐트러진 내력을 수습하지 못한 채, 빙설검도 전부 다 소진한 채로 팔대호법 둘과 싸웠고, 엄청난 마기가 주변을 뒤덮고 팔대호법이 흑영신과 연결되어 본신의 힘을 훨씬 뛰어넘는 능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가능했던 것. 이렇게까지 하고서도 팔대호법 중 하나는 결국 이자령에게 죽었고, 나머지 하나는 정말 숨만 붙은 채로 돌아갔다. 이놈도 회복 불가능 판정.[스포일러] 운룡족의 도움으로 유설의 영혼을 빙령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분리해, 환생시키기 위해 빙령에게 가져가던 길이다.[6] 흑영신교가 들이닥치기 일각 전에야 알려주긴 했지만, 백야문은 그때조차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자다가 한칼 맞고 시작할 상황을 허겁지겁 일어나서 옷입고 무기 들고 전투배치하면서 어떻게든 준비하고 받아칠 수 있게 만들어준 것이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백야문도 30명은 살려줬다고 볼 수 있다.[7] 혼마가 이거 안 부쉈으면 흑영신교의 진법은 2배의 힘을 발할 수 있었다. 공격도 하루 이상 더 지속되었을 것이고, 2배 이상으로 많은 환마가 출현해 공격해왔을 것이며, 이자령의 빙백만검겁령진-빙백무흔을 막아내고도 여력이 남아 재앙급의 대술법을 한 번 이상 더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8] 비록 흑영신교에서 전용대책을 준비했기에 실제 전세에는 큰 영향을 못 주었지만, 달리 상대할 고위전력이 없는 상황에서 팔대호법 하나에 수호마수까지 묶어놓은 것만 해도 절대 낮은 공로가 아니다. 이놈들이 백야문도들과 손님들 사이를 헤집고 다녔으면 대체 몇십명이 죽었겠는가? 게다가 최종적으로 팔대호법 하나가 죽은 것도 형운 혼자 한 게 아니라 혼마의 공이 크다. 혼마에게 벼랑 끝까지 몰린 상황이 아니었으면 자살돌격으로 교주를 살리는 게 아니라 깔끔하게 형운을 죽였을 것이다.[9] 본인이 직접 받는 게 아니라 진예가 받은 것이기는 하나, 진예에게 받지 말라, 혼마에게 개입하지 말라고 전하라 명령을 못할 것도 없다. 그리고 상술했듯, 마인에게 빚을 지기 싫다면 그 값어치만큼 대가를 치러주면 될 일이다. 다 받아먹고 그냥 싹 무시하는 게 아니라.[10] 여태까지의 공로는 물론, 백야문이 여태 가했던 불합리한 대우까지도 모두 다 우리의 빚이 될 것이라고 말은 하지만, 빙령지킴이 저리가라할 정도로 백야문을 아끼는 혼마를 뻔히 본 입장에서 정예는 싹 다 몰살당하고 자기들 목숨 부지하기도 모자란 인간들이랑 이자령보다 약한 진예만 남고 인원수도 얼마 안 남은 백야문에다가 그걸 받으라고 하는 건 그냥 백야문을 인질 삼아서 아무것도 안 주겠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앞으로는 귀빈 대접 한다고는 하지만, 백야문 생존자 중에 한서우가 그냥 죽으라고 노려보는 걸로 안 죽는 인물은 겨우 3명이다. 그리고 셋이 합공해도 한서우한테 일방적으로 살해당할 수준밖에 안 되고. 귀빈대접 안 하면 어쩔 건가? 여태까지는 살만해서 갈궜는데 앞으로는 좀 굽실대 주겠다는 것과 그리 큰 차이는 없다.[11] 혼마가 별의 수호자의 일반 무인 정도였으면 과연 그 선함을 인정받을 수 있었을까? 선의와 도리는 본인에게 이득과 도리 양쪽에 대한 선택권이 주어졌을 때 지켜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자령은 자신의 도리를 증명할 수 있는 그 모든 기회를 잃을 때까지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지 않았고, 그것은 곧 자신을 증명할 기회를 스스로 내다 버린 것이다. 이존팔객에 이름을 올린 만큼 '악을 미워하는' 일이라면 잘 하는 모양이지만, 그렇다고 본인이 사람된 도리를 지키느냐 하면... 독자들에게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