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2-03 23:46:54

여인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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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자동서기(채널링)로 씌여진 책. 희대의 괴작.

여인왕국, 혹은 무린바타라는 제목으로 행림출판에서 80~90년대에 걸쳐 여러 버전이 출간되었다. 1~4권까지 있으며 그 이후에 출판이 중단되어 완결이 나오지 않은지 20년이 지났다. 신라시대 이전(기원전 1세기경)의 한반도에 있었다는 여인왕국의 개국부터 멸망까지를 소설 형식을 빌려 논픽션처럼 묶여져 있다.

자동서기이므로 이것이 소설인지 아니면 진짜 초능력을 발휘해 과거를 내다보고 쓴 것인지 당연히 증명할 수 없으며 과학적 근거도 없다. 그러나 책에서 여인왕국의 터라고 주장하는 경북 안동시 서후면 모처에 정체불명의 유적지가 실존하는 건 사실이라고 한다.

단순히 그것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한민족의 정체성과 고대 아틀란티스 시대, 게다가 그 이전시대 이야기까지 채널링한 정보를 통해 풀어놓는데 내용이 참 황당무계하지만 상당히 구체적이고 방대하다는 게 이 책의 특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의 내용을 함축하자면 이렇다.
'신라'는 원래 '사랑'이라는 뜻이다. 이 신라의 모태가 되었다는 여인왕국의 배경은 먼 우주에서부터 시작한다.
안드로메다 은하에서 싸움이 붙은 남자 그룹과 여자 그룹이 서로를 해하는 중죄를 저질러 그들의 영혼 정화와 성숙을 위해
우리 은하로 일컬어지는 에스틴 은하계의 지구로 보내지고, 거기서 육체인간의 몸을 입고 아틀란티스에 환생하게 된다.
근데 아틀란티스에서도 싸움을 반복한 이 남녀그룹으로 말미암아 남자가 여자를 심하게 압제하고 폭압을 휘두르는 문화가 생겨나게 되고,
이 반작용으로 '사파엘라'라는 과학자 여성이 노예처럼 사는 여자들을 데리고 나와 금발의 여인제국을 건설하고
최첨단 기술과 지식으로 그들을 교육, 무장시켜 여자들을 구해내고 남자들을 박멸하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아틀란티스의 전체 역사에서 짧은 시간이지만 그들은 남자의 제국, 여자의 제국으로 나뉘어 피튀기는 전쟁을 벌이게 되지만
결국은 공통의 적이 나타나 반강제적으로 합병을 하여 그 역사가 끝나게 된다.

근데 그것이 끝이 아니다.....
아틀란티스에서 전쟁을 해댄 이 남녀 그룹은 한반도의 경상도 땅의 모 부족에 다시 한민족의 몸을 입고 환생하게 되는데,
여인들은 금발의 여인제국시절 남자들을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세뇌시키고 장기를 빼내고 가축처럼 다루고 온갖 생체실험을 한 카르마로 인해
한반도 땅에서 노예가 되어 남자 부족들의 폭압과 압제에 수십년간 시달리며 살아가게 된다.[1] 그런데 이 땅에 금발 여인제국의 수장이었던 과학자 '사파엘라' 또한 한 여인으로 환생하게 되어 이 여인들을 구원하는 리더이자 여왕으로 또다시 카르마에 얽힌 투쟁의 역사를 함께 하게 된다.
여차저차하여 여인들을 모으고 산속 깊숙한 곳에서 그들을 훈련시키는데, 여기서 가야국의 도움을 받아 무기 및 훈련법 등등을 익힌 여전사들은
자기 부족의 남자들을 어린 남자아이까지 모조리 죽여버릴 정도로 씨를 말려 버리게 된다.
그리하여 부족은 완전한 멸망을 맞게 되고 여인 왕국이 경상도 일대에 세워지게 되는데, 이 여인왕국 또한 50년이 채 되지 못하고
동인국(백제) 남자인 울멍에게 멸망한다. 이 이후로는(4권) 책이 나오지 않아 제대로 서술할 수 없지만
여인왕국의 후예와 동인국 사람 울멍이 여자와 남자의 화해와 사랑을 위해 함께 나라를 건국했는데 이가 바로 신라라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의 자동서기를 한 박충원이라는 사람이 그 '사파엘라'이며 이번에는 남자로 환생하였고
이 내용들을 자동서기로 받아적게 한 사람이 김경보라는 사람인데 이분은 고인이 되셨다고 한다.

알고보니 이 안드로메다의 남녀 그룹이 모 행성에서 벌인 사소한 싸움이 이 모든 환생을 거듭한 전쟁의 시발점인데
안드로메다의 성녀로써 수행에 열중하던 '사파엘라' 를 사랑한 왕자 '아데'가 그녀에게 사랑고백을 했다가 두 번의 거절을 먹고
폐인이 되고, 아데 왕자의 수행원인 남자들이 사파엘라에게 호소하러 갔다가 그녀를 지키는 여자들과 사소한 시비가 붙어
나중에 큰 싸움으로 번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들이 지구로 쫓겨나는 비극을 보고 사파엘라 또한 책임을 지고 지구로 육체인간의
몸을 입어 지구로 내려오게 된 것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독자의 멘탈을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리는 스케일이므로 아예 걍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지만.....

뭣보다도 이 책 내용이 재밌는 점은 지구가 온갖 우주의 범죄자들을 잡아 육체라는 감옥에 밀어넣기 위한 감옥행성이라는 암시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튼 유례를 찾아볼 수가 없는 독특한 책이므로 구할 수 있다면 구해놓는 게 좋다. 왜냐면 구하기 힘든 책이기 때문에. 웃돈받고 팔리는 경우도 있다. 시중에서는 이미 완전히 절판되어 찾을 수도 없고, 가끔씩 인터넷 중고서점에 풀리는데 무려 10~20만원이다. 다만 단순히 보려고 한다면, 여의도국회도서관이나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으니 볼 수는 있다.

이 소설이 왜 괴작이라고 평가받느냐 하면, 작중에 나오는 남녀 간의 섹스 장면이나 진녀가 여자들을 구출한 다음, 만든 여인왕국에서 벌어지는 여자들끼리의 레즈비언 섹스 장면을 묘사하는 내용이 너무나 적나라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자들간의 집단으로 벌이는 레즈비언 섹스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장면은 여태까지 출간된 국내의 어느 소설, 심지어 외국의 소설에서도 등장한 적이 없었다(...).

다만 아예 작정하고 판타지쪽으로 간 작품이다 보니, 읽는 재미만큼은 확실히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여인왕국(무린바타)은 똑같은 환단고기나 초고대문명설을 소재로 삼았지만, 불필요한 정치적 관점을 너무 많이 집어넣어 읽는 재미가 떨어지는 김진명의 소설들보다는[2] 오락적인 즐거움 면에서 훨씬 낫다고 평가받을 수 있다.


[1] 여인 수난사로 이 부분에 대한 묘사가 되어 있는데 잔혹한 묘사들이 많다.[2] 게다가 김진명의 소설들에서는 여자가 나오는 비중이 매우 적은 데다, 책의 문체들도 죄다 무슨 지루하고 뻔한 도덕적 설교를 하는 내용들로 가득차 있어서 읽는 재미도 없다(...) 만약 고인이 된 마광수 교수가 김진명의 소설들을 읽었다면, 한국 문학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교훈주의에 갇혀서 독자들을 가르치려 든다고 노발대발을 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