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장강을 날아다니는 원숭이 자네 말이야, 귀영신공(鬼影神功)을 익혔다며? 혹시 그게 사공(邪功)인 줄은 알고 있나? 옛날 귀문(鬼門)에서 유래된 것인데 말이지."
"허엉? 이 몸의 무공 내력이 어떻다고? 귀영신공이 뭔 줄 알고 감히 본좌 앞에서 까불려 들지? 허엉?"
"그래, 귀영신공. 정말 난 운도 좋아. 이럴 때, 그렇게 손이 닿는 무림인이 앞에 있으니 말이야."
"이 빌어먹을 잡······."
- 태형도인과 안연후의 대화 중에서 발췌.
풍종호 무협소설 『투검지(鬪劍誌)』에 등장하는 수적(水賊)으로, 장강(長江)에서 수채를 운영하고 있다. 긴 눈썹, 긴 팔, 보통보다 살짝 더 큰 체구의 그가 웃는 모습은 영락없이 원숭이를 연상시켜 장강비원(長江飛猿)이라는 별호를 얻는다. 수적이면서도 의리가 있어서 오랜 친구인 독수옹(禿樹翁)의 일을 도와주다가 금모하와 엮여 곤란을 겪는다."허엉? 이 몸의 무공 내력이 어떻다고? 귀영신공이 뭔 줄 알고 감히 본좌 앞에서 까불려 들지? 허엉?"
"그래, 귀영신공. 정말 난 운도 좋아. 이럴 때, 그렇게 손이 닿는 무림인이 앞에 있으니 말이야."
"이 빌어먹을 잡······."
- 태형도인과 안연후의 대화 중에서 발췌.
2. 행적
안연후는 녹림육무상(綠林六武相) 중 한 명에게 은어(隱語)로 된 책을 빼돌려 도망치고 있는 독수옹을 처음 만난다. 동료 패거리에게 쫓기는 것을 도와준 인연으로 은어가 가리키는 장소를 같이 수색한 그는 섭심술(攝心術)을 익혀야만이 효과를 볼 수 있는 일종의 독(毒)인 탈심적(奪心滴)의 제조법은 포기하고, 더 두꺼운 비급인 귀영신공에 만족한다.[1] 그는 이것을 단련한 끝에 10여 년 만에 장강에서 소원하던 수채를 연다.상단들로부터 일종의 상납금도 받으며 제법 구색을 갖춘 수채를 운영하던 안연후는 오랜만에 찾아온 독수옹의 주가 상단 상행을 약탈하자는 부탁을 받아들인다. 그래서 상납금까지 받았던 주가 상단의 배를 쫓아가 물 위에서 즉시 덮치려 하는데, 뜬금없이 어린 꼬마가 자신의 배로 넘어오며 굵은 바퀴벌레와 쥐를 두 손으로 보여준다. 그는 미치도록 놀라 무작정 피하려다 소리 지르며 배에서 떨어져 강물에 빠지고 만다. 장강비원이 정말 혐오하면서 싫어하는 것인 바퀴벌레와 쥐를, 처음 보는 어린애가 대뜸 꺼내 들었으니 놀랄 수밖에······. 간신히 배에 오른 그는 이번에는 귀영신공 때문에 태형도인(太衡道人)에게 아무런 힘도 써보지 못하고 제압당하여 기절한다. 정신을 차리고 깨어났을 때는 이미 수채는 망가졌으며, 휘하의 수적들도 태반이 어디론가 사라진 뒤였다.
태형도인 일행이 원무산에 오른 동안 안연후는 새로운 곳에 비원채를 연다. 그리고 복수를 위해 그 일행의 소재를 수소문한다. 그렇게 3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에야 전혀 소식을 알 수 없었던 독수옹이 금모하와 함께 수채에 나타난다. 술로 회포를 풀며 독수옹은 그간 원무산에 갇혀 있었고, 태형도인은 죽었음을 알려준다. 하지만 다음 날, 수채로 정체불명의 처자 한 명이 막무가내로 쳐들어온다. 그녀는 품에서 한 부적을 꺼내 안연후에게 죽으라고 소리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허무맹랑(虛無孟浪)한 소리라 여긴 그는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었다.[2]
자신을 주가 상단 구자기의 딸 구연화라 밝힌 그녀는 왜 공격한 것인지는 말하지 않는다. 이에 안연후는 두 손님과 불청객까지 데리고 자초지종(自初至終)을 알아보러 동정호(洞庭湖)의 가릉관(嘉陵館)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점쟁이 흉내를 내고 있는 개방(丐幇)의 대장로 마고추에게 복채를 내고 현재 주가 상단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관한 정보를 얻는다. 상단주의 후실인 영호란이 구자기를 끌어내릴 목적으로 만만한 수적인 안연후와 내통했다는 모함을 한 것임을 안 일행은 이번 음모의 원흉이 귀문삼가(鬼門三家)에 속하는 영호가(令狐家)의 인물들임을 확신한다.
때마침 나타난 팽가(彭家)의 하인 역위랑의 도움을 얻어 일행들은 주가 상단의 본가가 위치한 목양현으로 이동한다. 일행이 팽가의 여숙인 흑란에서 쉴 때 영호원이 찾아와 독수옹을 강제로 데려가려고 해서 싸움이 일어난다. 처음에는 역위랑이 나서서 막다가 밀리자 팽가의 가주인 팽주선이 나타나 영호원을 무찌른다. 제법 싸움의 여파가 컸는지 구연화와 안연후는 기절하여 주가 상단의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한다. 상단 안에서는 팽주선이 마중 나온 영호복과 싸우며, 중간에 나타난 팽하려가 미친 짓거리를 벌여 일이 꼬인다. 그녀에게 홍랑(紅狼)을 뜯긴 금모하는 정신을 잃으면서도 무의식적으로 귀영신공을 익힌 안연후를 찾는다. 제정신이 아닌 안연후는 즉시 달려가 힘을 준다.
안연후는 깨어난 금모하를 따라 고래 싸움을 피해 독수옹을 빼돌려 망자(亡者)의 보관(寶冠)을 갖고 도망친 영호란을 뒤쫓는다. 딸을 구하고자 큰 배를 끌고 온 구자기 일행이 그녀를 막는 사이에 두 사람도 그 배에 오른다. 그러나 영호란에게 빙의한 영호복의 힘을 금모하가 막을 수 없어 호랑이 입에 머리를 들이민 꼴이 된다. 그때 갑자기 배가 두 동강이 난다. 마고추가 강렬한 한 방으로 위기 상황을 해소시켜 준 것이다. 잠시 후에 원후파(元侯派)의 장로 중 한 명인 감부동이 나타나 독수옹이 맺은 귀연(鬼緣)을 끊은 다음, 귀영신공의 제약을 풀어줄 귀물도 내어준다. 독수옹은 그것과 정신을 잃은 안연후를 챙겨 비원채로 돌아간다.
3. 무공
- 귀영신공(鬼影神功): 고대의 귀문에서 유래되었다는 비전(秘傳)이다. 귀둔(鬼遁)을 익힌 자를 보호하기 위한 좌도방문(左道傍門)의 술책에서 시작된 것이라 정상적인 무공기예는 아니다. 그러므로 귀둔의 전승자는 귀영신공을 익힌 자를 이용할 수 있다. 모자라는 기력을 얻어 쓴다든가, 일시적으로 그 심신을 자신의 지배하에 둔다든가 할 수 있다. 본래 귀영신공은 자신의 힘으로 연마하는 무공이 아니라 귀기(鬼氣)를 부리는 자가 연혼술(練魂術)이라는 방문(傍門)의 술법을 익혀서 부여하는 것이다. 즉, 귀영신공을 얻은 자는 그 귀문의 술사를 보호하는 사명을 부여받는다. 그 사명을 완수하고 해방될 때부터, 비로소 귀영신공은 무림의 기예로서 완전하게 힘을 발휘하여 흑도십대절기에도 대항할 수 있어진다. 그렇지만 부여받지 않고 비급으로만 익힌 안연후는 귀영신공이 불완전했기에 공력에 간섭한 태형도인에게 제어당한다.
[1] 수라혈공(修羅血功)을 노린 독수옹의 거짓말에 속은 줄도 모르고 안연후는 자신이 더 이득을 봐 빚이 남은 것으로 여겨 나중에 독수옹의 부탁을 수락한다.[2] 영호가의 법기인 태일검(太日劍)에 붙는 법인(法印)이 새겨진 부적이다. 영호란에게 받아온 이것으로 귀영신공을 누르려한 것을 금모하가 막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