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1-01-29 07:51:26

시그스비 "선물"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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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을날의 이른 아침. 벌써 시월이 되었지만 바다에는 온기가 남아있었다. 다들 여름의 흥겨운 분위기에 빠져 아직도 바닷가에서 장난치며 놀고 있었다. 평소 방에만 틀어박혀 있는 미주리조차도 바닷가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제독: 정말 멋진 휴가야, 넌 어떻게 생각해?

나는 혼잣말을 했다. 대답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떠올리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제독: 잠시 뒤에 모두와 함께 놀아야지, 일단 이 일부터 해결하고.

말은 그렇게 하지만, 이런 휴일에 비상근무 통지가 떨어지다니, 참 운도 없지. 원래는 몇 명 불러서 빠르게 일을 처리하려고 했지만, 한창 휴가의 기쁨에 빠져있는 그들에게 이런 지루한 서류 작업을 시킬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의 즐거운 휴가를 위해 나 혼자 힘내야 하는 것이다!

제독: 그나저나, 이 서류들 정말 귀찮아——

시그스비: 딱 적절한 시간에 도착한 것 같네, 불평하기 좋아하는 우리 대영웅님이 휴일에 일을 하려는 것 같은데?

활기찬 목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고개를 들 필요도 없이 그녀임을 알아차렸다.

제독: 왜 다른 사람들과 놀러 가지 않았어?

시그스비: 원래는 그러려고 했지. 하지만 중요한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아챘거든. 평소에 놀기 좋아하는 사람이 이런 때를 놓치다니, 정말 놀랍다고 생각했어. 역시 내 예상대로, 사령관은 여기서 몰래 일을 하고 있었네……

그녀는 마치 사탕을 훔쳐 먹은 아이를 검거한 것처럼, 득의양양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지금 내가 들고 있는 것이 빌어먹을 서류가 아니라 달콤한 사탕이었다면, 그녀의 반응을 보기 위해 제일 먼저 그녀의 입속으로 넣어줬을 것이다. 분명 귀엽겠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탕은 내 손에 없다.

시그스비: 이상한 표정 짓고 있네~ 내가 알아맞혀 볼게, 사령관 지금 엉뚱한 생각하고 있지?

{{{#!folding [선택1: "아, 아니야. 내가 그렇게 시시한 짓을 할 사람으로 보여?"]
제독: 아, 아니야. 내가 그렇게 시시한 짓을 할 사람으로 보여?

시그스비: 응? 얼굴이 빨간데? 분명 전에 나를 놀릴 때는 그렇게 자신만만 하더니, 사령관이 얼굴을 붉힐 줄이야.

제독: 내가 그리 뻔한 거짓말을 하겠어?

시그스비: 생각보다 순수하네, 사령관.

제독: 그래, 그래. 내가 졌다. 이번에는 네가 이겼어. 하지만 난 일하느라 바쁘니, 남에게 말하지 못할 비밀이랄 것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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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lding [선택2: "네게 사탕을 먹이고 싶어."]
제독: 네게 사탕을 먹이고 싶어.

시그스비: 어? 사, 사탕?!

제독: 내 손에 없다는 것이 정말 아쉽네, 정말 네게 주고 싶은데.

시그스비: 그럼... 응! 다음에 꼭 줘야 해! 다른 말 하기 없기!

제독: 약속할게. 하지만 지금은 먼저 급한 일을 해결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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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그녀가 와서 다행이었다. 만약 다른 말썽꾸러기들이라면, 이렇게 어물쩍 넘어가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나는 일을 서둘러 끝내고 빨리 쉬고 싶었다.

시그스비: 그럼 내가 도와줄까?

제독: 다른 사람들이랑 놀러 가지 않고?

시그스비: 잊었버렸어? 나에게 놀러가자고 한 건 사령관이잖아. 만약 사령관이 갈 수 없다면, 약속을 어긴 나쁜 아이가 되는 거야!

그녀의 말이 맞다. 나는 약속을 어긴 나쁜 아이다.



(며칠 전)

제독: 휴, 이제 곧 항구의 설립 기념일을 맞아 축제가 열리겠네. 마침 날씨도 좋고, 바쁜 일도 없으니 모두에게 휴가를 줄까.

매년 9월 말은 항구가 가장 북적이는 때이다. 모두가 함께 항구에서의 새로운 한 해를 축하하며, 과거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전망하다보면 제법 새해의 기분이 느껴진다.

시그스비: 다 같이 놀러 가는 거야?

제독: 그래, 하지만 먼 곳은 갈 수 없어. 가까운 해변에서 축제를 열자.

시그스비: 어라? 해변 축제? 하지만 벌써 9월이잖아, 절기로 따지면 가을인데, 다들 감기에 걸릴지도 모르는데?

벌써 가을이라니? 의혹을 품고 나는 창문을 열었다. 건조하고 뜨거운 바닷바람과 햇살이 느껴지고, 가을의 흔적은 한줌도 느껴지지 않았다. 더운 공기 때문에 이마에 금세 땀방울이 맺히자, 그녀는 천천히 다가오더니 손수건을 꺼내고, 발끝을 세우면서 나를 위해 땀을 닦아주었다.

시그스비: 해변 축제를 열기에 아직 늦지는 않았나봐. 모두 매일같이 전투, 건설, 훈련 등으로 바빴으니, 해변에서 푹 쉴 기회가 거의 없었기도 했고.

제독: 그래,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과 이렇게 아름다운 항구를 두고, 평소에 감상해두지 않으면 낭비나 다름 없겠지.

시그스비: 알겠다, 사령관은 이곳을 좋아하는구나?

제독: 그래, 매우 좋아해. 이곳의 화초와 나무들, 건물과 기자재 모두 내가 처음 왔을 때와 비교하면 많이 변했지만, 나는 생기와 활기가 넘쳐나는 이 항구를 좋아해.

시그스비: 사령관은 몇 년 전과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변하지 않은 점이 있어.

제독: 오, 뭔데?

시그스비: 예전에 비해 성숙하면서 더욱 진중해졌지만, 나는 느낄 수 있어. 그때의 사령관이 그랬듯이 영웅이 되고 싶어하고, 가슴에 뜨거운 피가 있는, 그리고……

그녀가 마치 보물을 세듯이 술술 말하기 시작하자, 곁에 듣고 있던 나의 얼굴은... 나도 모르게 뜨거워졌다. 평소에도 능글맞은 콘도티에리급 자매들이 종종 나를 추켜세우곤 했지만, 이렇게 솔직하게 어린아이를 칭찬하듯 나를 말해주는 경우는 없었다.

설마, 그녀의 눈에 나는 어린 아이로 보이고 있는 건가? 하지만, 그녀도 어린아이가 아닌가?

제독: 저기, 내 말은……

시그스비: 믿음직스럽고, 책임감도 강하고, 그리고……

제독: 아니, 시그스비, 착하지? 나에 대해서는……

그녀는 아무 대답도 없이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서 내 말을 듣지 않았다. 나는 자료를 내려놓고 그녀에게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자기도취적인 모습을 보면서 잠시 동안 나는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몰랐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고 그녀를 책상 앞으로 이동시켰다.

시그스비: 아? 이건... 아, 맞아, 지금은 일을 해야하는 시간이지. 사령관, 게으름 피면 안 돼!

제독: 그 말은... 내가 할 말 같은데? 그래, 우리 누가 먼저 일을 마치는지 내기할까? 이긴 사람은 상대방에게 한 가지 일을 요구할 수 있어, 어때?

시그스비: 정말 하려고? 사령관은 날 이긴 적이 없잖아.

제독: 괄목상대라는 말이 있지. 날 무시하지 않는 게 좋을걸!

그렇게, 자신감에 가득찼던 나는 내기에서 졌다. 그러나 그녀의 부탁은 간단했다.

시그스비: 이틀 간의 해변 휴가 동안, 나와 함께해줘.

2. 2

(그리고 현재)

며칠 전의 내기를 다시 돌이켜 생각해보면, 자신만만했던 내기에서 패하고, 지금은 일 때문에 약속을 어겨야 하는 난처한 상황이었다. 그녀들의 사령관으로서 조금 창피했다.

시그스비: 그래서, 기억났어? 지금은 휴가 기간이고, 사령관은 나랑 함께해주겠다고 약속했잖아.

제독: 그건, 미, 미안해……

시그스비: ……

그녀가 침묵하자 나는 차마 그녀를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입을 열지 못했다.

시그스비: 사령관, 왜 사과를 하는 거야?

그녀의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약속을 어긴 나는 자책감밖에 들지 않았다.

제독: 내, 내가……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시그스비: 약속을 어겼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제독: 나도 그러고 싶지는 않지만, 이번 일은……

시그스비: 일 때문이라는 거야? 하지만 이건 사령관이 약속을 어길 이유가 되지 않아!

그녀가 창가로 가서 내가 방금 닫았던 커튼을 치자, 눈부신 햇살이 창에 비쳤다. 그리고 그녀는 한쪽 무릎을 소파에 얹고 뒤돌아보며 싱긋 웃었다.

시그스비: 이곳이라도 나는 아직 휴가 중이니까, 사령관은 나와 함께해야 해.

다소 의외였지만 예상했던 발언이었다. 발언 그 자체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지난 경험으로 보아 그녀라면 분명 이렇게 나올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다. 처음 만난 날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기억조차 안 날 정도였다.



(몇 년 전, 처음 만났을 때)

그것은 내가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의 일이었다. 내와 그녀의 만남은, 동료도, 원군도 아닌, 구조대상이었다.

그녀의 파손된 의장과 옷으로부터 그녀가 맞서 싸웠음을 알 수 있었다. 적에게 포위되어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던 그녀는, 지원을 와준 대처의 품에 안겨서 울음을 그칠 줄을 몰랐다. 가만히 그 광경을 바라보던 나는 새로 부임한 사령관으로서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를 발견한 그녀는 대처에게 무언가 물어보더니, 눈물을 닦고 나에게 다가왔다.

순백색의 머리카락, 짙은 남색의 세일러복, 분명 온화하고 얌전한 아가씨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그녀는 다가오더니 정식 군례를 올리며 안부를 물었다. 정말 귀여웠다.

시그스비: 시그스비 구축함입니다. 헤헤, 고마워 사령관님. 나 열심히 할게.

시그스비: 하지만 사령관, 방금 날 계속 쳐다보던데, 혹시 나를 공략 대상으로 보는 것은 아니겠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그녀는 귀여우면서, 조금 조숙하고, 다루기 어려운 여자아이였다.

시그스비: 다들 열심히 훈련해서 예상보다 성과가 뛰어나. 그럼... 사령관은 어떤 보상을 준비했으려나?


시그스비: 사람은 항상 자신의 생명의 은인에게 호감을 품곤 해, 그렇지?


시그스비: 이렇게 날 당당히 불러내다니, 너무 속보이는 것 아니야?


시그스비: 내가 알아맞춘 거야? 사령관의 얼굴, 새빨개.


시그스비: 오늘 밤에는 사령관이랑 같이 일하러 왔어, 모처럼 혼자 있는 시간이었는데.


시그스비: 이참에 얼마나 많은 자매들이 사령관에게 야식을 가져오는지 알아볼까? 헤헷~

예전부터 지금까지, 그녀는 정말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나를 놀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자상한 면도 있어서, 나는 가끔 그녀가 꼬마 천사인지 소악마인지 헷갈리곤 했다.

제독: 하지만 그러면 너는 휴가를 이 집무실에서만 보내야 하는데, 괜찮겠어? 모처럼의 휴가인데 이런 지루한 곳에서 보내기는 좀 그렇잖아.

시그스비: 아니, 난 또 다른 아름다운 휴가의 기억을 가지고 싶은 거야. 그러니 우리 둘이 서둘러서 효율적으로 일을 해치우고 같이 놀러 나가자.

나는 방금 전 나의 우스꽝스러운 연기가 생각나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아직 그녀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나? 함께 지낸 날들이 그렇게나 오래되었는데, 아직도 나는 그녀에 대해 모르는지, 혼자 자책하고, 혼자 행동했다.

분명 두 사람이 함께 하면 일을 빠르게 끝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지루한 시간들은 재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제독: 그럼, 해볼까?

시그스비: 약속 잊지 마. 설마, 사령관이 내게 진 것이 사실 나와 함께 있기 위한 계획의 일환은 아니겠지? 정말, 시그스비는 사령관의 낭만을 도대체 이해할 수 없어.

제독: 말도 안 되는 소리!

두 시간 후.

예상 외의 결말은 없었고, 나는 또 지고 말았다.

시그스비: 사령관, 일부러 져준 것은 아니지? 뭔가 꼬임에 넘어간 느낌이 드는데. 어쨌든 상관 없어. 방금 사탕 준다고 했지? 그럼 이제 줘도 좋아.

제독: 하지만 여기엔 사탕이 없는걸……

시그스비: 그건 내가 생각할 문제가 아니야. 내기는 내기니까. 사령관, 결과에 승복해.

방금 했던 말을 취소한다. 그녀가 천사라면, 분명 악마같은 마음을 가진 천사일 것이다. 하지만 내기의 여부를 떠나서, 나는 그녀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아마 이것이 그녀의 천사같은 매력일지도 모른다.

나의 행복하고도 슬픈 가을의 수영복 휴가는 그렇게 시작했다.

이제 어디로 갈지 정해볼까.

결국 고심하다가 맨 처음에 약속했던 바닷가로 갔다. 우리 작은 공주님께서는 기분이 언짢아 보였다.

제독: 왜 그래? 이렇게 좋은 날에 굳은 얼굴을 하고.

시그스비: 몰라, 사탕 먹고 싶어.

내가 사탕은 다음에 사주겠다고 말했을 때부터, 그녀는 정색을 하고 있었다. 방금 전 약속을 했었기에, 나는 차마 얼굴을 들 수 없었다.

제독: 아까 분명 바닷가에 가고 싶다고 했잖니……

시그스비: 난 사탕 먹을래. 전에 내게 말했었던 사령관이 좋아하는 간식 가게로 가자.

그녀의 결심은 확고했고, 나에게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제독: 그럼 어디로 갈까?

{{{#!folding [선택1: "카페"]
이렇게 무더운 가을날에, 깡총거리는 발걸음으로 사탕을 기다리는 귀여운 꼬마 아가씨를 데리고, 어디에 가서 맛있는 사탕을 먹어야 할까?

시그스비: 사령관, 나 지쳤어. 좀 쉬자.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조심스레 손수건을 꺼내어 펼치더니, 까치발을 들고 내 이마의 땀을 닦는 것을 도왔다.

제독: 아... 고, 고마워.

그녀의 동작은 부드러웠다. 내 얼굴에 상처가 날까 봐 조심하는 그 모습은, 마치 자신의 아이를 대하는 것 같았다.

그래, 나에게도 그녀는 아이로 보였다. 그녀는 그저 사탕을 좋아하는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비록 싸울 때는 용맹하고, 지휘할 때는 냉정하지만, 항구로 돌아오면 그녀도 영락없는 사춘기의 여자아이였다. 약간 반항적이면서, 때로 불합리한 횡포를 부리기도 하지만, 나는 그 모든 것을 좋아했다.

시그스비: 별로 좋은 솜씨도 아니었으니, 고맙다는 말은 됐어. 솔직히 말해봐, 가슴이 막 콩닥콩닥 뛰었지?

시그스비: 어때, 정말 그래? 내가 맞췄어?

정답이었지만, 어떻게 인정할 수 있단 말인가, 창피해 죽을 것 같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그녀를 처음 좋아했을 때부터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에 얼굴이 빨개졌다. 매번 그녀가 장난을 칠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걸려들곤 했다. 호흡이 잘 맞아서 그런건지, 아니면 그녀와 처음 만난 순간부터 그랬는지, 변한 것이 없다.

제독: 뭐 좀 마실래?

시그스비: 말을 돌리다니, 뻔뻔해!

시그스비: 하지만 사실 내가 진짜 하려는 말은, 망고 히비스커스 티가 마시고 싶어. 맛있는 사탕을 찾지 못했으니, 단 음료수로 대신할래.

그녀는 말솜씨가 참 좋았다. 그러나 사탕을 못 산 것은 정말 아까운 일이었다. 다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나? 분명 이 부근에 사탕 가게가 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문을 닫았나? 아니면 아직 더 가야 하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카페에 도착했다.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그녀는 망고 히비스커스 티를 주문했다.

시그스비: 사령관, 이 쓰기만한 커피가 정말 좋아? 난 정말 도저히 마실 수가 없던데. 이렇게 단 음료수가 있는데 왜 그런 쓴맛을 음미하는 거야?

제독: 아마도…… 커피를 마시면 정신이 들기 때문이지. 습관적으로 쓴 커피 한잔을 마시며 정신을 차리니까, 별로 의식하지 못했어.

시그스비: 응? 그래? 하지만 사령관이 이것을 마실 때는 별로 즐거워보이지 않던데?

시그스비: 그럼 내 것을 먹어볼래? 엄청 맛있어!

나는 놀라서 잠시 멈칫했다가, 다시 정신을 차렸다.

요 녀석, 또 시작이구나.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아, 가끔은 내 대단함을 보여주도록 하지!

제독: 좋아, 그럼 먹여줘.

시그스비: 어라? 정말 그걸 원해? 여기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얼굴 붉히지 않을 수 있어?

제독: 괜찮아, 분명 네가 먼저 말 꺼낸거다?

시그스비: 그럼……



그날 이후로 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그녀를 난처하게 만들 생각이었지만, 그녀가 그렇게 쉽게 난관을 돌파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바닷가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아직도 내 입 안에는 망고 히비스커스 티의 여운이 남아있다.

참 달다. 이 늦여름의 공기, 고요한 항구, 그리고 이 망고 히비스커스 티 한잔 또한.

【Tru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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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lding [선택2: "먼 곳의 사탕 가게"]
시그스비: 젤리랑, 막대사탕, 그리고 팝핑 캔디 하나도 먹고 싶어. 사과 사탕, 수박 사탕, 그리고 또 포도 사탕이랑……

제독: 포도 사탕이라, 미묘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시그스비: 어라? ……사령관, 이렇게 오래 걸었는데, 설마 길을 잘못 든 건 아니겠지?

이곳은 내가 자주 오는 곳이라서 잘못 왔을리는 없다. 내 기억에 따르면 이 근처에 있을 텐데…… 아! 찾았다.

제독: 다 왔어, 빨리 가서 산 다음에 잠시 쉬자. 조금 힘드네.

간식을 파는 이 가게는 집무실과 거리가 멀다. 예전에 한번 지나가다가 사서 돌아왔더니, 시그스비가 이 간식 가게의 사탕 맛을 매우 좋아했다. 진작에 데려오려고 했지만, 시간과 기회가 없었다. 오늘로 그간의 아쉬움을 달랠 셈이었다.

시그스비: 사령관이 전에 말했던 간식 가게가 바로 여기야?

제독: 그래, 천천히 골라. 나는 여기서 잠시 쉬고 있을게, 좀 피곤하네.

시그스비: 좋아, 좋아. 수고했어 사령관, 편히 쉬고 있어. 이따가 다 고르면 결제 부탁해!

간식 가게의 탁자에 엎드리자,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다. 따뜻하면서 포근한 느낌, 이런 편한 시간을 보냈던 것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았다. 그녀를 데리고 여기저기 놀러 다니면서 맛있는 것도 먹고, 이렇게 여유로운 오후는 정말 사치스러웠다.

점차 내 눈앞이 흐려지더니, 절로 잠이 들었다.



내가 다시 깨어났을 때는 이미 날이 저물어가고 있었고, 주위의 가로등불로부터 시간을 알 수 있었다. 간식 가게의 주인조차도 물건을 정리하고 문을 닫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바로 내 앞에 앉아, 무슨 기쁜 일이라도 있는 듯이 여유롭게 사탕을 먹으며 콧노래를 불렀다.

시그스비: 깼어? 푹 자는 모습을 보니, 차마 깨울 수 없었어.

나는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몸에 덮여 있던 담요가 땅에 떨어지자, 순식간에 살을 에는 차가운 바람이 즉시 나를 때렸다.

제독: 네가 준비해준 거야?

시그스비: 그렇게 자고 있다가 감기에 걸릴까봐 가게 주인에게 담요를 하나 빌렸어. 어때? 나 참 다정하지?

나는 윗부분에 아직 온도가 남아있는 담요를 집어 들었다. 그녀의 앞주머니에 얼마 남지 않은 간식을 보면서, 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시그스비: 왜 웃어? 왜 웃는 거야? 사령관이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간식을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수밖에 없었어.

제독: 그러다 충치 걸린다 너!

시그스비: 그럼 같이 걸리면 되지!

그녀는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내가 반응하지 않는 틈을 타서 내 입에 사탕을 하나 넣었다. 그리고서는 승리를 거두었다는 듯, 나를 향해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정말 달다, 마치 그녀처럼.

【Happy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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