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1-09 11:49:42

소프트 비닐

1. 개요2. 기타

1. 개요

모형 키트의 한 종류. 줄여서 소프비(ソフビ)라고도 부른다. PVC 재질로 된 키트로 90년대까지는 많이 나왔고, 특히 일본에서는 특촬물(특히 슈퍼전대 시리즈울트라 시리즈)의 피규어 장난감들중 저가품이 소프비 타입의 인형들로 나온 것도 꽤 된다. 21세기 들어서는 일부 특촬쪽 완구를 제외하면 거의 나오지 않는 종류다. 일반적인 프라모델과 달리 고무석고 형틀에서 뽑아내는데 그 작업이 거의 수공업에 가까워서 개라지 킷(Garage Kit)라고 부르기도 하며 드는 인력에 비해 생산량이 적어서 가격이 비싸다.

비싸다고는 해도 레진 키트와 프라모델의 중간쯤 되는 위치에 있는 키트로, 가격도 딱 그 중간쯤이다. 비교해보면 이런 식인데
재질가격디테일
레진 키트레진높음높음
소프트 비닐소프트 비닐중간중간
프라모델플라스틱낮음낮음

금속으로 된 틀에서 뽑아내는 프라모델과는 달리 생산방식은 레진키트와 같은 실리콘 형틀을 쓰는 소프트 캐스팅이기 때문에 온갖 복잡한 모양으로 사출이 가능하고, 그로 인해 레진 키트보다 싸면서 레진 키트 수준의 디테일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여기까지 보면 참 좋은 키트인데, 좋은 건 여기까지고 문제점이 엄청나게 많다. 불행히도 레진 키트의 단점까지 그대로 답습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를 들면 소프트 비닐 키트의 재질 자체가 열에 약하고 잘 휜다. 때문에 생산이나 운반 과정에서 별 문제가 없더라도 구매자가 키트를 열어보면 매우 높은 확률로 휜 부품들을 보게 된다. 냄비에 넣고 삶거나 드라이어로 약한 열을 가하면서 휘면 원래대로 돌릴 수 있지만 매우 귀찮다. 그렇다고 생략하면 뒤틀린 모형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레진 키트와 마찬가지로 표면의 이형제를 씻는 작업이 필요하고, 키트 자체에 '버리는 부분'이 엄청나게 많다. 이 부분을 칼로 잘라야 하는데 보통 상태에서는 칼도 잘 안 들어간다.[1] 드라이어로 가열하거나 삶아야 하는 게 뒤틀린 걸 바로 잡는 것도 있지만 이런 이유도 있다.

그래서 현재는 이런 문제점도 있고, 같은 제품이면 소프비보다 레진이 더 돈이 된다는 이유로 소프비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내구력도 레진 쪽이 더 월등하고. 무엇보다 현재는 플라스틱의 성형기술이 개러지 키트를 따라잡은지 오래라 레진 키트조차도 하향세에 접어드는 중이다. 기존까지 플라스틱의 유일한 단점이 '퀄리티'였는데 그걸 극복했다면 퀄리티 하나만 장점이었던 개러지 키트들이 있을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2. 기타

유희왕죠노우치 카츠야가 아주 좋아한다. 초반 에피소드중에 소프트 비닐 키트의 조립법에 대해 심플하면서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씬도 있었다. 죠노우치는 하나사키가 잠깐 방에서 나갔다 오는 몇 분 사이에 조립부터 도색까지 완료해 버린다. 정작 하나사키는 상자째 보관하고 싶었다면서 시무룩했지만, 나중에는 잘 만들어서 고맙다고 한다.[2]

소프비 키트 유행이 끝난 현재는 대개 완성품으로 출시되고 있다. 아무리 단점이 많아도 속이 비어 있어서 가볍고 커다란 모형을 만들기에는 이만한 재질이 없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

여담으로 90년대 초반에 세미나 과학에서 해적판이긴 하지만 한국 최초의 소프트 비닐 키트를 발매했는데, 드래곤볼의 소년 손오공과 청년 손오공 2가지 모델이 발매되었다. 500원대 이하의 조잡한 프라모델이 주류였던 당시에 청년 손오공이 3000원, 소년 손오공이 5000원이라는 엄청난 가격에 드래곤볼의 인기에 소프비 자체의 한계이도 불구하고 '고급진 장난감'이라는 이미지로 화제를 모았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는 지금처럼 본격적인 프라모델러가 많지 않았던 시절이라 컬러링은 데칼 정도가 전부고 본격적인 도색은 일부 매니아층의 전유물이던 시절이라 단색으로 사출된 소프트 비닐에 당황한 아이들이 많았다. 게다가 머리 부분이 좌우 2개 파트를 붙이는 식이라 퍼티 작업이 필수였는데, 당시 아이들 입장에선 퍼티는 커녕 도색 자체도 매우 고난이도였던 지라 단순히 '머리에 금이 간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값만 비싼 누런 인형'이라는 오명을 쓰고 아이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물론 당시에도 본격적인 모델러가 아예 없던 건 아니라서 어느 정도 팔리고 여러 시리즈가 나오기도 했지만 대중적인 인기가 별로 없었기에 그 당시를 살았던 40대 아재들도 기억을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추억팔이 레트로 장난감 영상 같은 곳에서도 보기 힘들다.


[1] 칼보다는 가위를 쓰는 것을 추천한다.[2] 3권의 아메리칸 히어로 에피소드. 참고로 유희왕이 나온 시점을 생각해 보면 이미 소프트 비닐은 하향세를 그리던 시기였다. 작가 취향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