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저 아이에게는 제가 받은 어미의 성(姓)인 후(候)와··· 파란 하늘처럼 살라고, 창연(蒼然)이란 이름을 주고 싶어요. 저는··· 이 몸에서 숨결이 떠나면, 벼락을 타고 하늘로 치솟아 재가 되는 꿈을 꾸었어요. 재가 되어 구름에 섞이고 바람을 타고 날아··· 저 아이의 곁에 내려앉는 작은 새가 되는 꿈이었지요. 다시 그 꿈을 꾸면서··· 쉬고 싶을 뿐입니다."
풍종호 무협소설 『녹림대제전(綠林大帝傳)』에서 아직 어린 소녀이면서도 특출난 재주를 갖춰 풍운기희단(風雲奇戱團)을 이끄는 핵심이 소귀(小鬼)이다. 줄을 타며 하늘을 나는 답풍행(踏風行)이라 불리는 그녀의 재주는 한 번 본 사람은 절대 잊을 수 없다는 신기의 공연으로 명성이 자자하다.2. 행적
풍운기희단은 소귀와 소요(小妖)가 매우 유명했다. 달콤하고 매혹적인 소요의 노래와 하늘을 자유자재로 나는 소귀의 공연은 주변에 빠르게 소문을 퍼뜨릴 정도였다. 특히나 그 두 소녀의 미모도 매우 뛰어나 기희단은 언제나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뤘다. 하지만 아름다운 미모는 성행이라는 복(福)뿐만이 아닌 풍운기희단이 성하진이라는 마을에 도착했을 때 화(禍)도 초래한다. 그 지역의 세도가인 고가장에서 소귀를 탐냈고, 풍운기희단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보내야만 했다. 그 결과 가장 중요한 공연의 부재와 억지로 소귀를 보내야 했던 사연이 밝혀져 풍운기희단 자체도 몇 년 가지 못하고 해체된다.이때 단원 중 한 명이었던 방선은 기희단을 상징하는 깃발을 몰래 빼돌린다. 그리고 어디서 한 여아를 데려와 키우는데, 조금 커서는 답풍행을 구사할 수 있어진다. 그때부터 방선은 제이의 풍운기희단을 차리고, 그녀에게도 소귀란 이름을 사용하게 한다. 그리하여 두 번째 풍운기희단도 여러 마을에서 성행을 이루며 점차 소문이 난다. 그러나 방선이 나름의 대비책으로 소귀에게 가면을 쓰고 공연을 하게 했음에도, 그녀의 뛰어난 미모를 가릴 수는 없었다. 결국, 이번에도 도화촌의 토호가 그녀의 미모를 노려 방선에게 뒷거래를 제안한다. 어차피 이럴 일이 발생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던 방선은 토호가 제법 많은 대가를 약속하자 고민없이 그녀를 넘기기로 한다.
이처럼 어린 나이에 세상의 더러움에 오염될 뻔한 것을 당시 그녀의 공연을 또 보려고 기다리던 왕삼구가 알아채고 구해준다. 이로 인해 소귀는 단장인 방선과 갈라서고는 노부와 자신을 따르는 아이들과 함께 한동안 왕가채에 신세를 지기로 한다. 처음에는 잠깐 보호를 받으려는 심산이었지만, 같이 공연도 하며 화산(華山)에 오르기도 하고, 왕노대의 도움을 얻어 소귀는 고가장에서 어미[1]를 만나 후창연이라는 진정한 이름을 얻기도 하는 등 시간이 지날수록 인연이 쌓이다 보니 끝까지 함께하게 된다.[2]
나중에는 화산에서 배운 천형비결(天衡秘訣)을 완숙하게 익혀 어지간한 공격은 누워서 떡 먹기 수준으로 쉽게 피해낼 수 있어진다. 아름다운 외모에 사람으로 볼 수 없는 몸놀림, 여기에 왕가채와 함께 해서인지 그녀에게 새로운 별명이 생기는데, 다름 아닌 소요녀(小妖女)이다.
3. 무공
- 천형비결(天衡秘訣): 눈썰미부터 시작해서 몸놀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무게의 분배(分配)에 대한 감각이 신기에 가까워 매우 뛰어난 균형감을 가진 것을 천평칭(天平秤)이라 한다. 대체로 상승의 무공을 십여 년 가까이 익혀야 얻을 수 있는 균형감을 천부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 재능을 달리 천형(天衡)이라고도 부르며, 이것을 단련시키는 비결이 천형비결이다. 소귀가 왕삼구를 찾으러 화산파에 오르자, 그 재능을 화산파 장로들이 알아봐 배울 수 있었다. 그녀가 어느 정도 성취를 얻자 몸놀림이 가벼워 빨라지는 것은 물론 큰 나무의 아주 얇은 가지에 쉽게 올라서기도 한다. 더불어 동정삼걸(洞庭三傑)과 다툴 때, 그들의 힘을 간단히 뒤틀거나 역이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1] 고가장주의 사랑을 독차지해 본처로부터 미움을 사 딸을 낳자마자 빼앗기고, 독에 당해 비처에 유폐된다. 딸을 한 번이라도 보려는 일념으로 십여 년 동안 목숨줄을 놓지 않고 버틴 덕분에 그녀는 왕삼구의 도움을 얻어 두 눈으로 딸을 볼 수 있었다. 더구나 마지막으로 답풍행을 펼치며 고가장주와 본처를 죽여 원한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하고는 서문처럼 유언을 남긴 채 이승을 떠나간다.[2] 화산에서 얻은 천형비결을 소귀가 완숙하게 익힐 때까지는 왕삼구가 돌봐주기로 한다. 그런데 그 뒤로도 소귀는 왕가채와 헤어지기 싫었는지 계속해서 따라붙는다. 심지어 왕삼구가 떼어놔도 추격까지 해서 들러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