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3-11-09 21:34:38

산불의 역설

1. 개요2. 실제 적용3. 유의점4. 산불이 일어나야만 생태계가 유지되는 경우5. 관련 문서

1. 개요

자연적으로 산불이 일어난 숲이 그렇지 않은 숲보다 생물학적 다양성이 풍부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즉 자연적인 산불은 오히려 산림에 좋다는 이론.

이를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다. 한 지역에서 나무의 수가 일정선을 넘어서면 자연히 해당지역의 토질이나 기후에 가장 어울리는 나무 몇 종류만 남고, 그 나무들도 지나치게 밀집하게 자리잡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이 한정된 나무와 연관된 동식물만으로 생물의 종이 한정되는 한편, 지나친 밀식(密植)으로 인해 토질의 비옥도가 낮아지게 된다. 이때 자연적인 산불이 일어나서 일종의 '간벌[1]'을 해주게 되면 처음부터 다시 수풀들이 자라나야 하므로 보다 다양한 종의 나무들이 자랄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되며 나무에 집중되어 있던 영양분도 토양으로 돌아가서 비옥도를 올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2. 실제 적용

이 때문에 미국 서부의 국립공원은 산불이 일어나도 일정 수준까지는 놔두는, 이른바 '렛잇번(let it burn)' 방침을 지킨다. 이는 서부지형이 건조하고 자연적으로 산불이 일어나기 때문이며, 비교적 물이 많은 동부에는 적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호주의 환경보호국은 아예 서부지역에 3~5년마다 일부러 체계적인 통제 아래 인위적으로 제한된 산불을 낸다. 산불이 자주 일어나는 지역의 몇몇 식물들은 이젠 산불이 없이는 번식 자체가 불가능하다.[2] 되려 산불을 지나치게 막을 경우 계속해서 쌓이는 탈것(탄화된 나무줄기, 낙엽 등) 때문에 불이 지나치게 커져버려서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호주가 이걸 모르고 계속해서 산불을 막았다가 한번 발생한 초대형 산불에 낭패를 본 적이 있기도 하고.

한국은 위의 미국이나 호주처럼 철저한 계산 아래 계획적인 산불을 내지는 않지만, 산불이 난 곳에서 희귀 나비와 초식동물들이 번성하게 되었다는 얘기는 나온다.뉴스 기사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가 햇빛을 가려 숲 바닥에 풀이 돋아나지 않게 되자 이를 먹는 초식동물도 사라졌었는데 산불 이후에 다시 생태계가 풍족해졌다고.

3. 유의점

생태학의 여러 이론들이 그렇듯, 이 이론이 항상 옳지는 않음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산불이 진화된 후 새로운 수풀이 유입되는 과정에서 열린 공간에 새로 새싹을 트기 용이한 종이 다른 종들을 밀어내 독점하는 경우도 생기며, 산불 때문에 반드시 생물 다양성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예를 들자면 떡갈나무가 주류종인 숲이 산불을 겪은 후, 빨리 들어선 갈대류 때문에 평원지역으로 바뀌기도 한다. 보통은 산불 주기가 너무 짧은 탓이다.

또한 영양분이 토양에는 거의 없고 생물체에 집중된 열대우림에서 산불이 나면, 토양이 척박해져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 어렵다. 게다가 열대우림은 나무 하나하나가 작은 생태계를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종 다양성이 풍부하므로, 자원관리측면에선 토지의 이용목적에 맞추어 산불을 허용할지 안 할지 결정해야 한다.

이 이론은 지중해성 기후나 해양성 기후에 속하는 서구권이나 일본에서 들어맞는 이론이다. 한국은 겨울에 극단적으로 건조해지기 때문에 오히려 열대우림 못지 않게 황무지가 되므로 결코 좋게 회복되지 못한다.[3]

4. 산불이 일어나야만 생태계가 유지되는 경우

숲에 서식하는 식물 및 생태계가 산불에 최적화된 지역도 있다. 이쪽은 통제불가능한 산불예방 및 생태계 보호 차원에서 일부러 산불을 놓는다. 호주에는 생태계 자체가 산불에 최적화된 숲이 있으며, 미국 서부 세쿼이아 또한 산불이 자주 일어나야 생태계가 유지된다. 두 지역의 식물 모두 어지간한 불로는 죽지 않으며, 고온을 받아야만 꼬투리가 터지는 등 오히려 산불이 일어나야 살 수 있다. 이 쪽은 산불이 안 일어나면 오히려 탄화된 나무나 부엽토에 불이 붙어 통제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어떤 나무는 휘발성, 가연성 물질을 생성하여 스스로 산불을 일으키기도 한다. 소나무송진이 좋은 예다. 자신도 죽거나 크게 다치지만, 자손목에 그늘을 만드는 관목들을 다 태워 없애버림으로써 자신의 터전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방크스소나무나 방크시아, 남아공의 국화인 킹 프로테아의 열매는 산불에 의해 고온을 받아야만 터지면서 씨앗을 내놓는다. 호주 특산인 크산토로이아(그래스트리) 같은 식물은 산불로 발생한 에탄이 꽃눈을 자극해 꽃을 피운다.

아프리카 사바나 지역에서도 원주민들이 들불을 놓기도 하는데 들불의 규모가 크지 않아 들풀의 땅속줄기가 죽지 않고, 동물들도 마찬가지지만, 바첼리아[4] 묘목은 죽일 수 있기 때문에 들판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들불이 일어나지 않아 바첼리아 나무 숲이 우거지면 먹을 풀이 없어 오히려 생태가 단순해져 코끼리들이 와서 모두 뽑아버리고 나서야 다시 풍요로운 초원으로 돌아올 수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서부지역은 핀보스 식물계와 다육식물 구역이 서로 세력다툼을 하고 있는데, 핀보스 식물이 다육식물 구역으로 침범하지 못하는 것을 막는 것은 건조이고, 다육식물 구역이 핀보스 식물대로 침범하기 못 하게 막는 것은 산불이다.

주기적인 산불이 생존에 필수적인 경우도 있는데, 미국의 멸종위기식물인 미쇼붉나무(Rhus michauxii)는 키가 60cm밖에 안 되면서, 극양수이기 때문에, 나무나, 풀이 우거지면 살 수가 없다. 그래서 생존을 위해서는 반드시 주기적인 산불이 필요한데, 최근에는 산불이 억제되면서 개체수가 크게 줄었다. 이 나무가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곳은 미국 남동부 군사기지인데, 미군의 주기적인 훈련 때문에 군사지역에는 들불이 잦기 때문이다. 미 육군 홈페이지에서도 소개되어 있는데# 종 보존을 위해 훈련이 없어도 들불을 주기적으로 놓는다고 한다.

5. 관련 문서



[1] 삼림의 정상적인 유지를 위해 적당한 수준에서 나무들을 벌목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간벌이 없을 경우 엉킨 가지와 잎, 나이 든 나무, 빽빽한 식물들로 인해 생태계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2] 국내도입종 가운데 방크스소나무가 그 예다. 방크스소나무의 솔방울은 고온을 받아야 벌어지기 때문.[3] 과거 대한민국이 녹화사업을 했던 이유도 건조한 겨울~봄철 탓에 자연적 천이가 어려웠기 때문이다.[4] 과거에는 아카시아로 불렸지만 분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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