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3-07-13 23:10:15

사문유관



四門遊觀

석가모니 부처의 일생을 설명하는 여덟 장의 그림인 팔상도 가운데 세 번째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도 카필라바스투(가비라)의 왕자였던 싯다르타가 네 개의 성문에서 각기 인간의 생로병사를 목격하고 그의 일생 처음으로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절대적인 운명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고 동시에 출가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는 사건이다.

사문출유(四門出遊)라고도 하며, 수행본기경 및 <불본행집경> ‘출봉노인품(出逢老人品)’ ‘도견병인품(道見病人品)’ ‘노봉사시품(路逢死屍品) 그리고 한역 방광대장엄경의 산스크리트어 원전 <랄리타비스타라>에 실려 있다.

1. 개요

경전에 따르면 싯다르타는 태어날 때 이미 장차 출가하여 붓다가 될 것이라는 수기가 있었고, 숫도다나 왕은 태자가 출가할까봐 걱정이 되어 태자를 위해 세 채의 궁전을 세워 오욕락을 누리게 하고, 한편으로는 엄하게 궁전을 지켰다.

싯다르타의 나이 스물아홉 살 되던 때, 싯다르타는 궁밖으로 나가보고 싶어서 아버지에게 허락을 구하고 마차에 올라 마부 찬다카와 함께 궁을 나섰다. 당연히 숫도다나 왕은 미리 명령을 내려서 태자의 눈에 띄면 안 좋은 것들을 진작에 모두 치우게 했다.
흙 무더기나 돌 자갈, 더러운 쓰레기 등을 치우게 하고 다 평탄히 만든 뒤, 묘한 향탕을 땅 위에 뿌려 모든 먼지와 티끌을 없애고 또 향 반죽을 땅에 바르게 했다. 또 갖가지 향기로운 꽃을 그 거리와 골목에 뿌리고, 곳곳에 온갖 묘한 향을 사르고, 그 모든 길거리며 네거리에 물병을 놓고 온갖 꽃을 꽂았다. 파초나무로 곳곳에 장엄하고, 모든 나무 사이에 여러 색깔의 깃발을 달고, 또 그 나무 위에 보물이나 비단으로 일산과 당번을 만들어 장식했다. 나무 사이에 또 진주로 된 영락과 7보로 된 보배 그물을 달아 그 위에 덮었으며, 그 그물 구멍마다 금과 은으로 만든 보배 방울을 달아 바람이 불면 미묘한 소리가 나게 했다. 혹은 7보로 해나 달의 모양과 모든 하늘들의 형상을 만들었으니 각각 영락을 그물 사이에 늘어놓았으며, 그 그물 사이에 또다시 흰 소 꼬리와 온갖 깃을 달았다. 정반왕은 이렇게 칙명을 내려 가비라성을 건달바성과 다름없이 묘하게 장엄하여 정미롭고 화려하게 꾸몄다.
『불본행집경』 17권 출봉노인품(出逢老人品)

첫날, 궁궐 동문으로 나간 싯다르타는 늙어 힘도 없는 노인을 발견했다.[1] 싯다르타가 목격한 노인의 모습을 불본행집경에서는 이렇게 묘사한다.
頭白齒落,皮緩面皺,肉消脊軁,支節萎曲,眼淚鼻涕,涎出相屬,上氣肩息,身色黧黑,頭手肬掉,軀體戰懾,惡露自出,坐臥其上
머리는 희고 이는 빠졌으며 살갗은 느슨하고 얼굴은 주름지고 살도 없고 등은 앞으로 구부러졌으며, 뼈마디는 시들어서 굽고 눈물과 콧물과 침은 뒤섞여 흐르며 상기(上氣)가 되어 어깨로 숨을 쉬고 몸의 빛깔은 검으며, 머리와 손은 쓸데없이 흔들고 몸은 벌벌 떨며 오로(惡露)는 저절로 흐르는데 그 위에서 앉았다 누웠다 하였다.
수행본기경 권3 유관품(遊觀品)
傴僂低頭,口齒疏缺,鬚鬢如霜,形容黑皺,膚色黧黮,曲脊傍行,唯骨與皮,無有肌肉,咽下寬緩,如牛垂𩑶,身體萎摧。唯仰杖力,上氣苦嗽,喘息聲麤,喉內吼鳴,猶如挽鋸,四支戰挑,行步不安,或倒或扶,取杖爲正,如是相貌,在太子前,順路而行.
허리는 구부러지고 머리는 숙인 채, 이빨이 빠졌고 귀밑과 수염이 서리 같았으며, 얼굴은 검게 주름지고 살빛은 주근깨 투성이였다. 허리가 굽어 비딱하게 걸었으며 뼈와 가죽뿐 살이 없었으며, 목줄띠가 밑으로 늘어져 소 목의 턱살이 처진 것과 같았다. 몸이 시들고 쇠하고 오직 지팡이 힘을 의지했으며, 가래가 끓고 숨이 차 목 안에서 톱질하는 듯 가르랑거리는 소리가 났다. 사지가 떨려 걸음이 불안한 채로 넘어지고 붙들면서 지팡이를 잡고 이런 모양으로 태자 앞에서 길을 걸어갔다.
『불본행집경』권17 출봉노인품(出逢老人品)

너무도 추레한 노인의[2] 모습을 본 태자는 옆에 있던 종에게 저 사람은 왜 저러느냐고 물었고, 이에 종은 늙은 노인이라고 대답했는데, 태자가 '늙었다는 게 뭐냐?'라고 묻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夫老者,年耆根熟,形變色衰,氣微力竭,食不消化,骨節欲離,坐起須人,目冥耳聾,便旋卽忘,言輒悲哀,餘命無幾,故謂之老。
대저 늙음이란 나이가 많아서 감관이 완숙하고 모양이 변하고 빛깔이 쇠하며 기운이 미미하고 힘이 다하며 음식은 소화가 안 되고 뼈마디는 끊어지려 하며, 앉고 일어남에는 사람이 필요하며, 눈은 멀고 귀머거리가 되며, 문득 돌아서면 곧 말을 잊어버리고 갑자기 슬퍼지며,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늙음이라 하옵니다.
수행본기경 권3 유관품(遊觀品)
凡名老者,此人爲於衰耄所逼,諸根漸敗,無所覺知,氣力緜微,身體羸瘦,旣到苦處,被親族驅無所能故,不知依怙;兼且此人,亦不能久,非朝卽夕,其命將終。以是因緣故名老壞。
늙었다 함은 사람에게 쇠하고 혼미함이 닥쳐와 자기도 모르는 결에 모든 기관이 점점 쇠퇴하여 기력이 줄어들고 몸이 수척하여 이미 괴로운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그는 친척에게도 구박을 받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 데도 의지할 곳이 없으며, 이 사람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아침 아니면 저녁에는 그 목숨을 마치게 됩니다. 이런 인연으로 늙어 빠졌다 합니다.
『불본행집경』권17 출봉노인품(出逢老人品)

라고 하였다. 노인의 모습에 충격을 받은 싯다르타는 "나도 저렇게 되느냐?"라고 물었다. 그리고 찬다카는 그렇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사람이 세상에 사는 데에 이런 늙음이란 근심이 있었구나. 어리석은 사람이야 탐내고 사랑하겠지마는 어찌 즐거워 할 수가 있겠느냐? 만물이 봄에 나서 가을과 겨울이면 시들고 마르며, 늙음이 번개처럼 닥쳐오거늘 몸에 만족하고 의지하겠느냐?"라고 탄식하고 돌아왔고, 동쪽 성문에서 있었던 일을 들은 숫도다나 왕은 나라 안에 명을 내려서 태자가 다니는 길에 노인들이나 슬프고 불편한 감정을 자아낼 만한 것은 모두 치우게 했다.

다시 남쪽 성문으로 나간 싯다르타는 이번에는 병든 사람을 보게 되었다.
身瘦腹大,軀體黃熟,咳嗽嘔 ((口*逆)) ,百節痛毒,九孔敗漏,不淨自沒,目不見色,耳不聞聲,呻吟呼吸,手足摸空,喚呼父母,悲戀妻子
몸은 파리하고 배는 크며 몸은 샛노랗게 되었으며 기침을 하고 구역질을 하며, 온갖 마디는 몹시 쑤시고 아홉 구멍에서는 썩은 물이 새며, 부정한 것이 저절로 흐르고 눈으로는 빛깔을 보지 못하며, 귀로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신음하면서 숨을 쉬며, 손발은 허공을 더듬으며 ‘아버지, 어머니’를 부르짖고 ‘아내야, 아들아’ 하며 슬퍼하고 그리워하는지라(후략)
수행본기경 권3 유관품(遊觀品)
連骸困苦,水注腹腫,受大苦惱,身體羸瘦,臂脛纖細,痿黃少色,喘氣微弱,命在須臾。臥糞穢中,宛轉呻喚,不能起擧,欲語開口,纔得出聲,唱云 ‘叩頭乞扶我坐.’
뼈마디까지 괴로워하며 배에 난 종기에서 물이 흘러 매우 고통스러워하였다. 몸이 파리하고 팔과 다리가 가늘며 혈색이 누렇게 떴고, 숨을 가늘게 헐떡이며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었으며, 쓰레기 가운데 뒹굴면서 신음하는 중이었다. 일어나지도 못하고 입을 열어 말을 하려 하나 겨우 소리를 내어 머리를 조아리며 말하였다. ‘나를 좀 붙잡고 일으켜 앉혀 주소서.’
『불본행집경』 18권 도견병인품(道見病人品)

역시나 충격을 받은 싯다르타는 종에게 "저 사람은 왜 저러느냐"고 물었고, 이번에도 찬다카는 병든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싯다르타가 다시 "병들었다는 것이 어떤 것이더냐?"라고 묻자, 대답했다.
人有四大,地、水、火、風,大有百一病,展轉相鑽,四百四病,同時俱作,此人必以極寒、極熱、極飢、極飽、極飮、極渴,將節失所,臥起無常,故致斯病。
사람에게는 네 가지 요소[四大]인 땅[地]ㆍ물[水]ㆍ불[火]ㆍ바람[風]이 있어서 하나의 요소에 101가지 병이 있으며, 차츰 서로가 모여서 404가지 병이 한꺼번에 이루어지는데, 이 사람은 반드시 극도로 춥고 극도로 덥고 극도로 굶주리고 극도로 배부르고 극도로 마시고 극도로 목마르는 등, 때와 자리를 잃었고 눕고 일어나는 데 법도가 없기 때문에 이런 병이 걸리게 되었나이다.
수행본기경 권3 유관품(遊觀品)
此人身體,不善安隱,威德已盡,困篤無力,死時欲至,無處歸依;父母倂亡,無處告訴。已無歸依,無告訴故,此人不久,自應命終。欲得求活,極大困苦,必當不濟;望覓差日,無有是處,唯待時耳。大聖太子!以是因緣故名病也。
이 사람은 몸이 편안하지 못하고 위엄도 덕도 이미 다했으며 매우 피곤하고 힘이 없습니다. 죽을 때가 되었으나 돌아가 의지할 곳이 없으며, 부모도 다 죽고 없어 호소할 곳도 없습니다. 돌아가 의지할 곳도 없고 호소할 곳도 없으니 이 사람은 오래지 않아 알아서 목숨이 다할 것입니다. 살려고 해도 너무 괴로워서 도저히 잘 살 수가 없고, 낫기를 바라도 그럴 수가 없으며, 그저 언제나 기다릴 뿐입니다. 대성 태자시여, 이런 인연으로 병자라고 합니다.
『불본행집경』 18권 도견병인품(道見病人品)

태자는 다시 충격을 받고 "나는 부귀한 곳에서 살고 세상에서 가장 값진 음식으로 입을 상쾌하게 하고 마음을 놓아 제멋대로 하며 다섯 가지 욕심에 빠져서 스스로 깨달을 수가 없으므로 역시 이런 병이 있을 터인데, 저 사람과 무엇이 다르겠느냐?"라며 한탄하며 궁으로 돌아왔다. 부왕은 이번에도 태자가 유람하는 곳에 길을 평탄하게 닦아 놓고 더러운 것을 길 가까이에 없게 하라는 명을 내렸다.

태자는 이번에는 서쪽 성문으로 나갔다. 그곳에서 싯다르타는 상여가 성을 나가고 집안 사람들이 상여를 따라 가면서 울부짖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번에도 태자는 옆에 있던 종에게 "저건 무슨 일이냐?"라고 물었고, 종은 지금은 죽은 사람이라 그의 가족들이 장례를 치르고 있다고 대답했고 다시 싯다르타가 죽음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종은 이렇게 대답했다.
死者盡也,精神去矣。四大欲散,魂神不安,風去息絕,火滅身冷,風先火次,魂靈去矣。身體挺直,無所復知,旬日之閒,肉壞血流,胮脹爛臭,無一可取。身中有虫,虫還食之,筋脈爛盡,骨節解散,髑髏異處,脊脅肩臂,髀脛足指,各自異處,飛鳥走獸,競來食之。天龍鬼神,帝王人民,貧富貴賤,無免此患。
제가 들은 바에 따르면, 죽음이란 다함입니다. 정신이 떠나간다는 것입니다. 네 가지 요소가 흩어지려 하면서 혼신(魂神)이 편안하지 못하며 바람 기운이 떠나가서 숨이 끊어지고 불기운이 스러져서 몸이 차가워지며, 바람이 먼저, 불이 다음으로, 그리고 혼령(魂靈)이 떠나갑니다. 신체는 뻣뻣해지고 다시는 느끼는 것이 없어지며 10여 일 동안이면 살이 무너지고 피가 흐르며 띵띵 부풀고 문드러져 냄새나며, 취할 만한 것은 하나도 없고 몸 속에 있던 벌레가 도리어 그 살을 뜯어먹으며, 힘줄과 맥은 문드러져 다하고 뼈마디는 흩어져서 해골은 제 자리를 달리하며 척추ㆍ옆구리ㆍ어깨ㆍ팔ㆍ넓적다리ㆍ정강이와 발이며 손발가락은 저마다 제 자리에서 떨어지고 날짐승ㆍ길짐승은 다투어 와서 뜯어먹으며, 하늘과 용ㆍ귀신ㆍ제왕ㆍ인민 등, 가난하거나 부자거나 귀하거나 천하거나 간에 이 환난만은 멸한 이가 없습니다.
수행본기경 권3 유관품(遊觀品)
大聖太子!此人已捨世間之命,無有威德,今同石木,猶如牆壁,無有別異。捐棄一切親族知識,唯獨精神,自向彼世。從今已後,不復更見,父母兄弟妻子眷屬,如是眷屬,生死別離,更無重見,故名死屍。
대성 태자여, 이 사람은 이미 세상의 목숨을 버리고 위덕이 없으며, 이제 돌이나 나무, 담벼락과 다름이 없습니다. 일체 친족과 아는 이를 버리고 오직 정신만이 스스로 저 세상으로 향하여 지금부터는 다시 볼 수 없습니다. 부모ㆍ형제ㆍ처자ㆍ권속들과 이별하여 다시 볼 수 없기 때문에 죽음이라 합니다.
『불본행집경』 19권, 노봉사시품(路逢死屍品)

이 말에 싯다르타는 다시금 찬다카에게 "나도 언젠가는 죽는 거냐? 죽음을 피할 수는 없느냐?"라고 물었고, 찬다카는 그렇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사색의 혼란에 빠져 "아아, 아무리 부유하거나 가난하거나, 귀한 사람이든 천한 사람이든 결국 죽는 것은 매한가지이니 이 얼마나 가슴 아프단 말인가!"라며 탄식하였다.

결국 인간의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모습을 모두 보게 된 싯다르타는 며칠 동안이나 탄식에 빠져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태자가 여러 일로 인해 근심하면서 음식도 먹으려 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들은 숫도다나 왕은 아들이 걱정이 되어 "내가 저번에 태자가 다니는 길에는 쓸데없는 것이 눈에 안 띄게 관리 제대로 하라고 했잖아!"라며 종에게 성을 내니 종은 "왕자님께서 그 문을 막으면 다른곳으로 가시니 저도 어쩔 수 없단 말입니다..."라고 하소연한다. 이렇게 해서 왕의 명으로 서쪽 성문을 폐쇄하였다.

하지만 해가 지나서 태자는 다시 북쪽 성문으로 나갔다. 이번에는 법복을 입고 한 손에는 지팡이, 한 손에는 바리때를 든 어느 사문을 발견했는데, 걸음걸이는 차분하고 항상 조용한 미소를 지으며 시선도 흔들림이 없는 차분한 사문의 모습을 본 태자는 "저 사람은 무엇하는 사람인고?" 하고 종에게 종은 "출가한 사문입니다."라고 일러 주었다. 태자가 "사문이란 무엇이냐?"하고 묻자 종은 이렇게 대답했다.
沙門也。’‘何等爲沙門?’‘蓋聞沙門之爲道也,捨家妻子,捐棄愛欲,斷絕六情,守戒無爲,得一心者,則萬邪滅矣。一心之道,謂之羅漢,羅漢者眞人也。聲色不能污,榮位不能屈,難動如地,已免憂苦,存亡自在。
듣기로 사문이란 도를 닦나이다. 집과 처자를 버리고 애욕을 버리며 6정(情)을 끊고 계율을 지켜 함이 없으며, 선정[一心]을 얻으면 곧 만 가지 삿됨이 스러지옵니다. 선정의 도는 아라한이라 하옵고, 아라한이란 진인(眞人)이옵니다.[3] 소리와 빛깔이 더럽힐 수 없고 영화스런 지위가 굽힐 수가 없으며, 움직이기 어려움이 마치 땅과 같고 이미 근심과 고통을 면하였으며, 살고 죽음이 자재하다 하옵니다.
수행본기경 권3 유관품(遊觀品)
此人恒常行善法行,遠離非行,善平等行,善布施行,善調諸根,善伏自身,善與無畏,能於一切諸衆生邊生大慈悲,善不恐怖於諸衆生,善不殺害於諸衆生,善能護念於諸衆生。太子!以如是故,名爲出家。
이 사람은 항상 착한 법을 행하고 비행을 멀리 떠나며 평등행과 보시행을 잘합니다. 모든 근(根)을 잘 조복하고 자신을 잘 조복하며 두려움 없음을 잘 베풀며 모든 중생들에게 큰 자비를 냅니다. 모든 중생들을 공포스럽지 않게 하며 모든 중생들을 살해하지 않으며 모든 중생들을 잘 보호해 생각합니다. 태자여, 이러한 까닭에 출가라 합니다.
『불본행집경』 권제20상 야수다라몽품(耶輸陁羅夢品)

이 말에 싯다르타는 큰 울림을 받아 "바로 그것이다! 나는 사문이 되어 모든 고통과 근심이 없는 해탈에 들어서리." 라 외치며 마침내 출가를 결심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불본행집경에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태자 본인이 직접 그 수행자에게 다가가서 이야기를 나눠 보고 출가 결심을 굳혔다고 나온다.

1.1. 해석

수행본기경은 후한 시대인 197년 3월에 담과강맹상이 중인도의 가비라위국에서 가져온 산스크리트어 원본을 승려 축대력이 강맹상과 함께 번역하였다고 하는 경전인데, 경전 자체는 위경으로 불리고 있어서# 실제로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사문유관이라는 일화 자체가 매우 극적인 데다 속에서 묘사된 싯다르타가 목격한 인간의 모습이 보여주는 종교적인 의미(현세에서 누리는 것들은 허망한 것)에 주목한 분석도 많다.

법륜 비구는 싯다르타가 죽은 상여가 나가는 모습을 보고 죽음에 대해서 지각하게 되었다는 설화에 대해서 싯다르타가 본 것은 휘황찬란하게 꾸며진 상여가 아니라 시타바나, 즉 죽은 시체 뿐 아니라 늙거나 병들어 오늘내일하는 사람을 내다버리던 숲의 죽음이었고 너무나 가난해서 혹은 흉년과 전쟁으로 내다버려진 늙은이나 병자들과 그 사이에 뒤섞여 있는 변변한 화장은 고사하고 매장조차 되지 못한 반 썩은 시체들을 보면서 당시 카스트의 최하층에 속하던 불가촉천민이라는 존재들의 처절한 현실을 접하게 되었고, 신분제나 국가간의 역학으로 유지되는 지금의 세상 속에서 그리고 인간으로 태어난 운명의 종착을 보면서 자신의 왕자라는 지위란 얼마나 덧없는 것인가를 지각하게 되었던 것이라고 해석했다(출처: <인간 붓다>).

크리스트교 신자인 오강남은 나이 서른이 다 되도록 늙음이 뭔지 죽음이 뭔지 병듦이 뭔지를 몰랐다는 통설은 말도 되지 않는다며, 예수도 서른 전후해서 복음을 전하러 나섰고 공자가 스스로 '나이 서른에 홀로서기하였다(三十而立)'고 한 것처럼, 싯다르타 역시 비슷한 시기에 인간사의 개인화라는 심리적 과정을 겪었다고 해석했다. 그는 "30대 초반이 되어야 인생사에서 참 나는 누구인가를 물어보게 되는 개인화 과정이 생겨난다"는 심리학자 의 지적이나 사람이 살아가다가 어느 단계에서 '특별 의식'에 접하게 되고 이는 '우주의식'이라고 하는 것으로 보통 30대 전후해서 생겨난다는 캐나다 정신과 의사이자 문필가 리처드 M. 벅의 견해처럼 싯다르타 역시 서른 가까운 나이가 되면서 태어나고 늙고 병들어 죽게 되는 인간사의 문제들에 대해 바로 자기 자신의 문제인 것처럼 인식하는 '개인화'를 겪게 되었고 이것이 극적으로 묘사된 것이 사문유관 설화라는 것이다.#

2. 바를람과 요사팟, 서쪽으로 전해진 사문유관 이야기


Igitur sic frequentans processiones, regis filius uidit die quadam, clam ministris, duos uiros, quorum unus quidem leprosus, cecus uero alter
erat. Quos uidens, contristatus est animo et dicit his qui secum erant: "Qui sunt isti, et qualis horum fedus aspectus?"
Illi uero, non ualentes quod ad aspectum illius uenerat occultare, dixerunt: "Passiones iste sunt humane, que ex materia corrupta et corporis
mala complexione hominibus solent accidere."
Et ait adolescens: "Omnibus hominibus nunquid ista contingere solent?"
Dicunt illi: "Non omnibus, sed quibus subuertitur sanitas et humorum malorum abundancia."
그 이후 왕의 아들이 외출을 자주 하다가 어느 날 그의 시종들의 등 뒤에 있는 두 남자를 보게 되었는데, 그 중 한 명은 문둥병자였고 또 다른 한 명은 장님이었다. 왕자는 그들을 보고 나서 기분이 우울해져서 그와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이들은 누구냐? 그리고 어떻게 저런 추한 몰골을 하고 있단 말이냐?"
그들은 시야에 들어온 것을 감출 수 없어서 말했다.
"이들은 인간의 정욕으로 인한 것들인데 부패한 물질과 육신의 나쁜 양상으로 인해 인간에게 자주 나타나곤 합니다."
그러자 어린 아이가 물었다.
"이런 증상이 모든 사람들에게 나타나느냐?"
그들이 말했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아니고 올바르지 않은 심기로 인해 건강을 해친 자들에게만 나타납니다."
중세 라틴어 판본 <바를람과 조사팟> 중에서(ed. Cruz Palma, 2001, 23)[4]

중세 유럽 사회에서 고전으로 자리잡은 <바를람과 조사팟>은 해당 전설은 다마스쿠스의 성 요한이 7세기에 기록했는데 이전부터 페르시아를 비롯해 중앙 아시아에 불교가 전파되었음을 염두에 두면 석가모니의 일화가 페르시아를 통해 유럽에 전해지는 과정에서 요사팟이란 성인이 만들어졌다고 추정된다.

<바를람과 조사팟>은 10세기에 처음 조지아어로 번역된 뒤 곧바로 그리스어로 번역되고 11세기에 라틴어 판본이 출현하였으며, 16세기까지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된 필사본이 대량 제작되었을 정도로 널리 필사되고 읽혀졌다. 1611년에는 로뻬 데 베가(Lope de Vega)에 의해 <그리스도의 두 병사, 바를람과 조사팟(Barlán y Josaphá, los dos soldados de Cristo)>라는 제목으로 각색, 연극화되기도 했다.

줄거리는 인도의 왕자 요사팥(조사팟)이 그의 아버지 아베니르 왕의 크리스트교 박해에도 불구하고 개종해서 은자로써의 삶을 살다 죽은 뒤, 스승 바를람과 함께 성인으로 추앙된다는 이야기인데,# 여기서 왕자 요사팥(조사팟)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왕궁 바깥을 나가서 보게 된 것이 몸이 성치 않은 사람들이었고, 작중 이것은 그가 장차 화려한 생활을 버리고 은수자로써의 삶을 택하는 한 계기로 작용하게 된다.

사문유관과 다른 점은 조사팟이 자신의 궁전 밖을 여러 번 나가기는 했지만 마지막 두 차례의 외출에서 문둥병자와 맹인, 노인을 구경하게 된다는 점 등인데, 결과적으로 이 에피소드를 통해 텍스트 내용상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의 죽음’에 관한 사유가 시작되고 또 이 문제의식은 작품의 결론부에서 주인공이 오랜 수양생활을 성공리에 마치고 해탈의 경지에 도달한다는 내용으로 이어져 서사성의 전반을 주도한다는 점은 원전과 큰 틀에서 같다.

이 <바를람과 조사팟>이 담고 있는 주인공의 탄생과 크리스트교로의 개종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묘사가 사문유관 일화와 너무도 닮아 있다는 점은 이미 서구권에서도 연구가 이루어졌으며, 가르시아 마르띤(García Martín)이나 메넨데스 뻴라이요(Menéndez y Pelayo) 등의 스페인 문학 연구자들에 의해 이 이야기의 원전이 불경에서 온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예수 불자설은 아니고 석가모니의 삶을 다룬 불교 설화가 인도를 떠나 서아시아 페르시아 지역에서 마니교, 아랍으로 전파되어서는 이슬람적 인간에 대한 예찬으로 변개되고 10세기에 그루지아어로 번역되면서 최종적으로 크리스트교 요소를 도입해 크리스트교적인 인간에 대한 예찬을 담은 설화로 퍼지게 되었다고 보고 있다. 일종의 '불교 설화의 크리스트교적 번안'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5]




[1] 수행본기경에서는 수타회천(首陀會天)의 난제화라(難提和羅)라는 신이 일부러 변장한 것이었다고 설명된다. 싯다르타 태자의 출가를 돕기 위해 생로병사의 실상을 보고 출가를 결심하도록 성 밖으로 태자를 유인한 것이라고 말이다. 물론 이는 하나의 은유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2] 찬다카는 그 노인이 왕년에는 용맹하기로 유명한 전사였던 늙은이라고 대답했다고도 한다.[3] 진인은 당연히 도교의 도사이자 도교가 지향하는 최고 경지 가운데 하나인데, 인도의 승려들이 불경을 한역할 때는 도교의 개념을 빌려서 불교의 교리를 설명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당장 공(空)이라는 단어부터 불교 재래 전에는 도교 용어였다.[4] 해당 원문은 백승욱 「성인열전에서 대중문학으로: 『바를람과 조사팟』의 스페인어 판본들에 나타난 ‘사문유관 四門遊觀’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스페인어문학》42호, 한국스페인어문학회, 2007, 110쪽에서 인용했음을 밝혀 둔다.[5] 장지연 <바를람과 요사팥> 지중해지역연구 9권 1호(200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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