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2-04 01:08:28

불새(만화)/난세 편

1. 개요2. 줄거리

1. 개요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 《불새》의 에피소드로 순서로는 제 9부. 겐페이 전쟁. 즉, 미나모토노 요시츠네가 활약하던 헤이안 말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은 무사시보 벤케이…가 아니고 작중에서 벤케이의 모티브로 삼는 벤타 라고 하는 청년. 벤타는 힘은 강하지만 무식하고 순박하며 다른 사람을 해치지 못하는 착한 사람이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요시츠네는 순수하게 영웅적 존재가 아니라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그외에도 다른 작품에서 헤이케는 절대악으로 겐지는 정의로 묘사했던 겐페이 전쟁을 실상은 무사들의 권력쟁탈전이었지 일반백성들에게는 둘다 똑같은 폭군에 불과하며 전쟁과 영웅이라는 이미지를 비판적으로 표현했다.[1]

때문에 일본에서는 상당한 영웅인 미나모토노 요시츠네와 충의의 화신이라고도 불리는 무사시보 벤케이(일단은 벤케이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벤타이긴 하지만)를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린 특이작이기도 하다. 즉 우리가 알고있는 벤케이는 당시 고승인 묘운이 벤타를 모티브로한 가공의 인물이라는 것.

하지만 놀랍게도 미나모토노 요시츠네와 무사시보 벤케이 항목을 보면 데즈카 오사무의 해석(요시츠네가 사실 영웅이 아닌 잔악하고 야만적인 사람이였단것.)이 오히려 역사적 사실에 더 가까웠을 가능성이 높다.[2]

순박한 나무꾼과 그의 약혼자로서 산골에 조용히 살던 여인, 두 남녀가 시대의 흐름에 끼어들어 불행한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비극적인 작품. 벤타는 오부를 구하기 위해 요시츠네 밑에서 그렇게 증오하던 무사가 되고 의도치 않은 만남으로 결혼하여 잠깐의 행복을 누리지만 자신의 눈앞에서 사랑했던 여인들의 죽음을 보게 된다. 오부는 도시를 동경하며 단지 잘살고 싶은 소망을 가진 소박한 소녀였음에도 의도치 않게 억지로 귀족의 시종을 들게 되며 이별하지만, 긴 시간 함께하며 서서히 시중을 들던 귀족을 연모하여 그 집안의 여자로서 사랑했던 남자(벤타)의 앞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인물의 변화가 특히 인상적이다. 밴타는 죽는 그 순간까지 무사를 거부하고 죽지만 오부는 무사가문의 여인으로 죽기를 선택한다.

2. 줄거리

순박한 시골 나무꾼 벤타는 우연히 도심에서 주은 머리빗을 자신의 약혼녀 오부에게 선물해 주었고 오부는 이 머리빗을 자신의 부모의 약값으로 사용한다. 문제는 벤타가 주운 머리빗은 당시 권력자 헤이케 가문에 수배를 받던 자의 머리빗이었고 헤이케는 벤타와 오부가 살던 집을 불태우고 오부를 교토로 압송해 간다. 귀족 집안에 납치당한 정혼자 오부를 쫓아 수도로 나왔다가 오부를 찾기 위해서 999명의 무사들을 때려눕히다가 거지소년 표주박을 통해서 4백년을 살아다는 거지신 가오우를 만나게 되고 가오우는 벤타를 보고 아주 오래 전에 살았던 아카네마루라는 불사와 닮았다면서 우시와카를 소개해 준다. 우시와카(후의 미나모토노 요시츠네)와 만나 오부를 찾는 것을 돕는 조건으로 그의 부하가 된다. 한편 오부는 당대의 최고 권력자 타이라노 키요모리를 모시는 여관이 되었다. 이에 벤타는 우시와카의 도움으로 오부를 만나나 키요모리를 흠모하게 된 오부는 이를 거절하고 벤타는 크게 실망하고 체포되어 추방된다.그 후 키요모리는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불새를 송나라에서 사오지만 그가 불새라고 착각한 것은 화려한 깃털을 가진 새(수컷 공작)일 뿐이었기에 결국 목숨을 잃는다.[3]

한편 히노에라는 여성과 부부가 된 벤타는 겐페이 전쟁이 시작되자, 참전을 말리는 히노에를 두고 전쟁에 참여한다. 이때 히노에는 겐페이 전쟁은 무사들의 권력싸움에 불과하다고 요시츠네에게 절규한다.

요시츠네를 따라 종군하던 벤타는 단노우라의 전투에서 오부와 재회한다. 하지만 키요모리를 모시던 오부는 그의 인간적인 모습을 연민하고 사랑하게 되어, 타이라 일족의 일원으로 안토쿠 덴노, 니이노아마(二位の尼)와 귀족 부인들과 전장에 나온다. 벤타와 다시 만난 오부는 이를 기뻐하지만 그와 함께 살기 보다는 끝까지 타이라가의 여성으로서 남기를 원하고, 타이라 진영에 건너온 요시츠네를 향해 단검을 겨누고 요시츠네를 공격하다가 벤타가 보는 앞에서 요시츠네에게 베여 죽는다. 상심한 벤타는 자신의 부하들을 죽게 만들고 민가에 불를 지르는 것을 반대한 표주박을 죽인 사건과[4] 단노우라 전투에서 죽은 오부의 원한 등 더불어 승리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저지르는 냉혹한 요시츠네에게 격렬한 반감을 품는다.

그 후 요시츠네는 본인이 타이라노 키요모리의 불새를 숨겼다고 의심한 미나모토노 요리토모에게 쫓겨서 오우슈로 간 요시츠네를 따라 오우슈에 가지만 하지만 요리토모의 명령을 받은 오우슈의 무사들은 요시츠네를 죽이려 하고, 요시츠네는 마지막을 무사답게 싸워 죽기로 결정하고 벤타에게도 죽음으로 싸울 것을 명령한다.

하지만 벤타는 죽기 싫다면서 싸움을 거부하고 살려달라는 요시츠네와 그 부하들을 죽인 다음, 오우슈 군사들의 포위망을 뚫고 히노에와 함께 도망치지만 화살에 맞아 중상을 입는다. 그 뒤 벤타의 운명은 알 수 없다. 히노에와 함께 북쪽 바다를 건너 도망쳤을지도, 아니면 숲 속의 백골이 되어버렸을도 모른다는 이야기로 끝난다.[5]

그리고 당대의 명승 묘운은 벤타를 모델로 하여 무사시보 벤케이의 이야기를 쓰게 된다.[6]

한 편, 타이라노 키요모리미나모토노 요시츠네의 영혼은 불새를 통해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몇 백년을 살면서 신선으로 사람들에게 숭배받게 된 가오우가 기르는 원숭이로 환생한다.

두 마리는 처음에는 서로를 싫어했으나 곧 친구가 되어 친하게 지냈다. 원래 산의 원숭이들의 우두머리였다가 실각했던 과거를 가지고 있었던 원숭이는 개의 도움을 받아 우두머리로 복귀했고, 친구인 원숭이가 원숭이 무리의 우두머리가 된 걸 본 개 또한 산의 개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었다. 얼마 후 두 무리가 식량과 영역문제로 자주 다투게 되자 둘 모두 옛 우정을 생각해 처음엔 싸움을 피하려 노력하나 문제는 원숭이 무리와 개 무리는 서로 부양해야 할 인원이 많았고 영역은 협소하고 물과 식량은 적었다. 이는 무리의 우두머리로서는 무리의 생존을 위해서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숙제였다.[7] 따라서 두 우두머리가 아무리 싸움을 피하고자 해도 피할 수가 없었고 이는 곧 전쟁으로 발전하여 양쪽의 부하들 대다수가 죽어나가자 결국 대장으로서 서로 싸운 끝에 한덩어리로 뒤엉킨 주검이 돼버린다.

이 둘의 비참한 죽음에 가오우는 슬퍼하며 그 두 마리를 한 무덤에 묻어준다. 참고로 봉황편 이후 4백년간 산 가오우는 벤타를 우시카와에게 소개해준 뒤 벤타에게 인생무상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애기하면서 죽고, 그런 가오우의 영혼을 불새는 안아주면서 승천한다.

가오우는 봉황편에서 귀족들 권력싸움이 된 도다이지 대불상 건립과 귀족들 권력싸움으로 타락한 아카네마루를 생각해서인지 권력에 대하여 상당히 비판적으로 본다. 다행히 가오우의 우려되로 벤타는 아카네마루처럼 타락하지 않았으나 대신 요시츠네가 타락하여 벤타와 그 주변사람들을 비극으로 몰아 넣었다.


[1] 당장 표주박조차 요시츠네의 아버지 요시토모가 일으킨 반란으로 고아가 되었고, 요리토모가 일으킨 겐페이전쟁에서 친부를 모르고 죽이고 자신도 요시츠네에게 살해당하는 비극을 경험한다.[2] 당대 기록만 봐도 요시츠네의 인격 등에 대해 미화하는 미담보다는 오히려 나쁘거나 좋지 않게 평하는게 더 많았다고 하며 실재로도 그 당대 무인들에 비해 잔학한 구석도 있었다. 오히려 그를 비련의 영웅이란 식으로 좋게 평해주고 그런 평이 메이저가 된 것은 후시대에서의 이야기인데 이는 아무래도 언더독 효과와 이를 자극할만한 여러 인기있을 요소들이 많아서 그런 걸로 보인다. 요약하자면 후손들이 해준 미화뽕 잘 먹었다는거. 즉 요시츠네는 능력은 있었으나 당시 가치관으로 봐도 상당히 잔혹하고 이기적인 면이 있었던 무사였으며 이는 실제로 요시츠네가 형 요리토모에 대항하고자 군을 일으켰으나 막상 그를 따라서 참가한 병사들은 얼마 없었다는 기록을 보면 형 요리토모처럼 민심을 수습하거나 사람을 끌어모으는 카리스마는 없었던 인물로 추측된다.[3] 죽기 한참 전에 불새의 피를 마셔서 영생을 얻는 삶을 꿈으로 경험하기는 했다. 그 꿈속에서 영생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참한 일생과 종말 이후에도 죽지못해 무기질만도 못한 생을 어거지로 이어가다 생각하기를 그만두는 끔찍한 사태를 생생하게 보고, 듣고, 느꼈다. 정황상 불새가 보여준, 아주 먼 미래 또는 과거에 있었던 사실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로불사에 대한 집착은 놓지 못했지만.[4] 자신을 망설임없이 죽이는 요시츠네를 본 표주박은 요시츠네가 옛날 달리 사람이 변했다고 말하고 죽는다. 이는 과거 나름대로 약자들은 챙겨주던 요시츠네가 점차 권력에 맛들며 타락하기 시작했다는 뜻이 된다.[5] 정황상 후자로 벤타와 히노에는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벤타와 히노에는 요시츠네와 오부와는 달리 평범한 삶을 바랬으나 주변의 환경이 그렇지 못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 것이라서 비극을 배가 시킨다.[6] 아이러니하게도 이 묘운은 불로불사를 노리는 우시카와에게 불로불사는 허황된 꿈이라는 진실을 가르쳐주나 난폭한 우시카와는 묘운을 베어 버리고 교토를 약탈하다가 표주박에게 살해당한다.[7] 난세편 프롤로그에서 우두머리는 무리를 지키는 대신 특권이 주어진다고 이는 반대로 우두머리는 특권을 받기 때문에 그에 따른 의무도 따르게 된다는 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