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5-08-22 23:17:05

북방에서-정현웅에게

1. 개요2. 본문3. 정현웅은 누구인가?4. 여담

1. 개요

백석의 시. 1940년에 발표되었다. 시대가 시대인만큼 전반적인 분위기가 매우 어둡다.

2. 본문

북방에서-정현웅에게
백석


아득한 옛날나는 떠났다
부여(扶餘)를 숙신(肅愼)을 발해(勃海)를 여진(女眞)을 (遼)를 (金)을
흥안령(興安嶺)을 음산(陰山)을 아무우르숭가리
사슴너구리를 배반하고
송어메기개구리를 속이고 나는 떠났다

나는 그때
자작나무와 이깔나무의 슬퍼하든 것을 기억한다
갈대와 장풍의 붙드든 말도 잊지 않었다
오로촌[A]멧돝을 잡어 나를 잔치해 보내든것도
쏠론[A]이 십리길을 따러나와 울든 것도 잊지 않었다

나는 그때
아무 이기지 못할 슬픔도 시름도 없이
다만 게을리 먼 앞대로 떠나 나왔다
그리하여 따사한 햇귀에서 하이얀 옷을 입고 매끄러운 밥을
먹고 단샘을 마시고 낮잠을 잦다
밤에는 먼 개소리에 놀라나고
아침에는 지나가는 사람마다에게 절을 하면서도
나는 나의 부끄러움을 알지 못했다

그동안 돌비는 깨어지고 많은 은금보화는 땅에 묻히고 가마귀도 긴 족보를 이루었는데
이리하야 또 한 아득한 새 옛날이 비롯하는 때
이제는 참으로 이기지 못할 슬픔과 시름에 쫓겨
나는 나의 옛 하늘로 땅으로 - 나의 태반(胎盤)으로 돌아왔으나

이미 해는 늙고 달은 파리하고 바람은 미치고 보래구름만
혼자 넋없이 떠도는데

아, 나의 조상은, 형제는, 일가 친척은, 정다운 이웃은,
그리운 것은, 사랑하는 것은, 우러르는 것은, 나의 자랑은, 나의 힘은 없다
바람과 물과 세월과 같이 지나가고 없다

3. 정현웅은 누구인가?

정현웅은 백석과 동시대에 활동했었던 화가이자 삽화가였다. 백석이 조선일보에서 기고문을 쓰며 근무할 때 함께 일하게 된다. 정현웅이 그린 백석의 초상화 몇 점이 전해지고 있다. 정현웅은 백석이 마치 스페인 사람과 닮았다며 스페인 옷을 입혀 놓으면 매우 잘 어울릴 것이라고 하였다.

이후 남북이 분단되자 정현웅은 월북을 했으며, 그곳에서 결혼해 자식들을 두고 사망했다.

4. 여담

2025학년도 수능특강에 박봉우 시인의 나비와 철조망과 함께 수록되었으며,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에 갈래복합 지문으로 출제되었다. 해당 시험이 동년도 6월 모평에 비하면 매우 쉽게 나왔던 탓에 문제를 푸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물론 함께 출제되었던 문태준 시인의 살얼음 아래 같은 데 2 - 생가만 조금 조심했다면 말이다.


[A] 중국 만주에 살았던 소수민족[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