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방은 무장연금 10권의 한 장면.)
1. 의미
내밀한 사정이 있는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때 운을 떼며 하는 관용어구.'~랴?' 하는 설의적 표현이 현대 구어체나 문어체에서도 잘 쓰이지 않는 예스러운 느낌이 강해서, 실제 회화에서 사용할 경우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강하다. 따라서 실제로 이런 문장을 접하는 경우는 대부분 일본어 구절이자 설의적 표현인 '''何を隠そう(나니오 가꾸소)를 직역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회화에서도 꽤 즐겨 쓰이는 어휘로, 일본 만화에서도 접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어에서는 그다지 쓰이지 않는 표현이 만화 속 대사에선 너무 자주 눈에 띄이다보니, 다소 어색한 느낌이 든다는 말도 많다.
게다가 뜻은 같더라도 何を隠そう의 음가는 뒷 내용과 매끄럽게 연결되는 것에 비해 무엇을 숨기랴는 뭔가 중요한 사실을 공개하겠다는 듯 으스대는 뉘앙스가 있다.
번역 시 친숙한 표현 역시 있을 법하지만, 국내 번역업계 사정이 이쪽으로 굳어진지 오래되었는지라 앞으로도 바꾸기도 쉽지 않을 듯하다. "숨길 필요도 없겠지"와 같은 의역이 이루어진 경우 역시 더러 있다. 짤방 같은 경우 역시 '무엇'과 '숨기다'를 살리려면 "좋지! 무엇을 숨기겠어?"라거나 어순을 바꿔 "숨길 거야 무엇이 있겠어?"라고 할 수도 있다. 조금 달리 쓰려면 "솔직하게 말하면!" 이런 식으로 의역할 수도 있겠지만 국내 번역자의 대표적인 오역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애매하다면 그냥 해당 문장 자체를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
2. 반론
하지만 한국어에서 무엇을 숨기랴를 잘 쓰지 않아서 무턱대고 오역으로 생각하는 것은 지나칠 수 있다. 무엇을 숨기랴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번역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오역으로 보기 위해서는 무엇을 숨기랴의 원문의 뜻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위에서 지적하는 것은
1. 何を隠そう의 음가는 뒷 내용과 매끄럽게 연결되는 것에 비해 무엇을 숨기랴는 뭔가 중요한 사실을 공개하겠다는 듯 으스대는 뉘앙스가 있다.
2. 일본에서는 회화에서도 꽤 즐겨 쓰이는 어휘이지만, 한국어에서는 현대 구어체는 물론 문어체에서도 잘 쓰이지 않는 예스러운 느낌이 강하다.
이렇게 크게 2가지 점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첫번째 지적에 대해서는 何を隠そう를 일본어 사전을 검색해보면 다음과 같은 뜻으로 나온다.
思い切って本当のことを述べる前に言う語「 -彼がその人です」 事の真実や隠していたことなどを、思いきって口に出すときにいう言葉。「何を隠そう、きみを海外留学生に推薦してくれたのは、あの厳しい副社長だよ」 何を隠そうとは、私は何を隠そうとするだろうか、何も隠すつもりはない、という意味で、重要なことをカミングアウトする前置きとして用いられる言葉。しかし、「何を隠そう」の後に続くカミングアウトは、隠しておきたい真実ではなく、誰かにしゃべりたくてたまらないがしゃべることができない「王様の耳はロバの耳」的な楽しい話題である場合が多く、例えば「何を隠そう、私はスーパーマンなんです」などと用いられる。 |
해석하자면 아래와 같다.
있는대로 사실을 말하기 전에 내뱉는 말. 일의 진실이나 숨겨져있는 것을 있는대로 입밖으로 낼 때 쓰는 말. 등으로 볼 수 있다. 용례로는 (~그가 그 사람입니다.), (~너를 해외 유학생으로 추천한 것이 그 엄격한 부사장이야), (~제가 슈퍼맨입니다.) 따위가 나와있는데, 3번째 문단을 보면 何を隠そう 뒤에 나오는 커밍아웃은 숨기고 싶은 진실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서 참을 수 없는, 예를 들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같은, 재밌는 화제인 경우가 많다.
즉, 뭔가 중요한 사실을 공개하겠다는 듯 으스대는 뉘앙스가 있는 편이 원 뜻을 잘 전달한다는 것. 오히려 내밀한 사정이 있는 이야기를 할 때 何を隠そう 는 상대적으로 잘 쓰지 않는 편이다.
2. 이 역시 오히려 예스러운 느낌이 강한 편이 원문의 뜻을 잘 살릴 수도 있는 것이, 何を隠そう 는 그 자체가 과장된 표현이다. 즉, '더 이상 숨길 이유도 없겠죠. 모든 걸 다 털어놓겠습니다.' 나 '그냥 사실대로 말할게요.' 같은 뜻이 아니라, '숨길 것도 없지! 이게 진실이다!' 라는 식의 표현이 된다는 것이다. 뜻은 같지만 어투가 전혀 다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연극투같이 과장된 표현인 무엇을 숨기랴를 쓰는 것이 원문의 뜻을 더 잘 전달한다고 볼 수 있다.
즉, 무엇을 숨기랴가 원문을 곡해한다고 하지 못하기 때문에 번역체로 볼 수 있지만 오역이라고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번역체 문서에서도 볼 수 있듯이 번역체 = 오역이나 잘못된 어법, 문법이 아니며, 무엇을 숨기랴가 원래 우리말에 없던 어휘도 아니지만 익숙한 표현이 아니라고 무턱대고 배척하는 것은 연극투나 고상스러운 어휘도 쓰지 못한다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상황에 맞게 써야 하지만[1], 何を隠そう 가 과장된 표현이라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1] 고상하고 과장된 말투의 사용 케이스는 당연히 국가마다 다르다. 때문에 당연히 100% 용법이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지극히 일반론적인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