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회 실전태권도의 이동희 관장이 설명하는 뒤차기.
1. 개요
가라테와 태권도의 발기술. 태권도에서 몇 안 되는 근접전용 기술이며[1] 태권도의 실전성에 대해 혹평하는 사람들도 뒤돌려차기와 더불어 뒤차기만큼은 예외로 둘 정도로 강력한 기술이다. 킥의 궤도 자체도 예측하기 힘들고 태권도 기술치고 동작도 간결한 편이라 기본적으로 움직임을 눈으로 좇기 힘들고, 만약 움직임이 보였다 해도 선방향 공격이 아닌 점방향 공격이라 킥캐치같은 대처도 어렵다. 맞으면 맞는 대로 문제고, 막으면 막는 부위대로 데미지가 그대로 들어가서 사정권 밖으로 피하거나 미리 예측해서 피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그뿐만 아니라 앞차기, 옆차기와 비교했을 때, 사람의 다리는 좌우가 아닌 전후로 움직이기 좋게 되어 있고, 상체의 경우 좌우나 뒤로 젖히기보단 앞으로 굽히기 편하게 되어 있는데, 상체를 옆으로 젖히고 다리도 반대편 옆로 젖힌 채 차야 하는 옆차기와 상체를 뒤로 젖히고 차야 하는 앞차기보다 상체를 앞으로 젖히고 다리도 뒤로 뻗는 뒤차기가 신체적으로 훨씬 편한 건 말할 필요도 없으며 엉덩이 근육도 훨씬 쓰기 좋다.
다만 예측하기 힘든 타점은 시전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라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하는데, 경기에서는 타점이 의도치 않게 내려가 상대 선수에게 로우 블로를 맞추고 무효처리나 반칙패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은 요주의 기술이다. 또한 아무리 빠르고 간결하다 해도, 발차기인 이상 시전 후 수납하는 딜레이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당연히 단타로 남발할 수 있는 무적의 기술은 절대 아니다. 뒤차기를 주무기로 사용하는 선수들도 펀치 컴비네이션 이후 위축된 상대에게 안정적으로 꽂아넣을 수 있는 마무리 뒤차기를 중심으로 훈련한다. 현대 입식격투기와 MMA에서 쓰는 선수들만 쓰는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
우제목과 기제목에 속하는 동물들의 주된 공격수단이기도 하다.[2] 대다수가 초식동물로서 피식자의 입지를 가지고 있어서 포식자들로부터 빠르게 오랫동안 도망치기 위해 단단한 발굽이 발달했고 뒷다리도 그만큼 매우 길고 강하게 발달되어 있다. 궁지에 몰리면 이 뒷발로 발길질을 하며 공격하는데 위력이 굉장해서 고라니만 해도 사람의 다리뼈를 부러뜨릴 수 있으며 기린 쯤 되면 일격에 사자를 즉사시킬 정도의 절륜한 위력을 보여준다. 동족끼리 싸울 때에도 뒷발차기의 위력은 굉장히 강한데 말이 동료 말의 뒷발차기 한 방에 기절해버릴 정도다.
뒤차기는 발뒤꿈치로 찍어 넣느냐, 발등으로 밀어 넣느냐에 따라 타점의 성격이 달라지는데, 전자는 관통력이 좋고 후자는 넓은 면적으로 안정적이다. 기본적으로는 무릎을 접어 올린 상태에서 둔근과 햄스트링의 폭발적인 힘으로 뻗어내는 것이 핵심이며, 이 과정에서 골반과 상체의 미세한 움직임이 모두 맞물려야 제대로 된 위력이 나온다. 변형 기술로는 스텝을 밟으며 차는 형태나 점프해 차는 형태, 회전을 더해 속도를 높이는 형태 등이 있으며, 거리와 타이밍에 따라 선택적으로 쓰인다.
훈련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는 발을 거치지 않고 바로 뻗어 타점이 빗나가는 경우, 시전 후 다리를 수납하는 동작이 늦어져 카운터에 당하는 경우, 상체를 과도하게 젖혀 균형을 잃는 경우 등이 있다. 따라서 반복 훈련을 통해 정확한 타점과 빠른 수납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경기나 실전에서는 상대가 전진해 들어올 때 카운터로 맞추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타점이 낮게 떨어질 경우 로우 블로가 되어 불리한 판정을 받을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2. 역사
1954년 쇼토칸 가라테 영상의 우시로게리.
뒤차기의 유래인 '우시로게리'의 경우 오로지 가만히 선 채로 뒤쪽을 차는 기술이라는 오해가 퍼져 있는데, 일반적으로 알려진 뒤차기와 다른 이질적인 형태 때문에 생긴 오해이다.
옛 쇼토칸 가라테 영상들을 찾아보면 기본적으로 가만히 선 상태에서 뒤에서 오는 상대를 노리기도 하지만, 엄연히 몸을 돌려 전방을 차기도 하는 기술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태권도 이전에도 뒷 발길질로 전방을 차는 형태가 이미 완성되어 있었단 이야기이다
단 그 형태는 태권도식 뒤차기와는 꽤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상체를 측면으로 숙이면서 뒷발을 앞쪽으로 보내서 뒷발길질을 하는 방식이었다. (태권도로 비유하자면) 뒤돌려차기가 돌려차기를 반대 방향으로 돌며 하는 개념이라면 가라테의 우시로게리는 몸을 돌리는 옆차기를 반대 방향으로 돌며 하는 개념에 가까웠던 걸로 보인다.
이후 이 기술이 한국(청도관으로 추정)으로 넘어오며 좀더 실전에서 쓰기 쉽게 개량된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로 한국에서 5, 60년대에 찍힌 것으로 추정되는 이 영상을 보면 위 우시로게리와 현대식 뒤차기의 중간뻘로 추정되는 기술[3]을 쓰는 것으로 볼 때 우시로게리가 한국에서 뒤차기로 개량된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태권도의 뒤차기.
태권도식 뒤차기의 경우, 우시로게리와는 달리 몸통 전체가 제자리에서 180도 돌며 뒷발길질을 한다. 좀더 자세한 차이를 얘기하자면 우시로게리는 먼저 상체를 굽힌 후 돈다면 뒤차기는 돌고 나서 상체를 굽힌다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즉 쉽게 말해서 상체를 굽힌 채 돌면 너무 느리니까 우선 선 채로 돌고 나서 상체를 굽히는 것.
우시로게리가 뒤쪽만 찬다는 이상한 오해가 생긴 건 (일반적으로 알려진 태권도식) 뒤차기보단 오히려 옆차기에 가깝게 생긴 희한한 궤도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데, 우시로게리도 엄연히 앞쪽을 차는 기술이다. 태권도식 뒤차기가 우시로게리를 더 실용적으로 간소화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물론 공수도의 전통적인 방식도 나름대로의 장점은 있다.[4]
흔히 본래 가라테에선 이 기술을 잘 안 썼고 향후 태권도에서 뒤차기를 역수입해 갔다는 인식이 있는데, 최소한 이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극진공수도에서도 태권도식 (스포츠화된) 뒤차기를 더 많이 쓰는 경향이 보이기 때문.[5] 즉 태권도가 우시로게리를 배워 와서 더 실전적으로 개량해 가라테로 역수출했다고 보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실제로 의외로 가라테에서 역수입한 태권도의 기술이 제법 있는 편이기도 하다
비슷한 케이스로는 발붙여차기가 있는데, 이쪽도 원류가 되는 쇼토칸 가라테의 기술[6]을 더 실전적으로 개량해서 태권도 고유의 기술로 정착한 케이스로, 뒤차기도 역시 우시로게리를 실전적으로 개량해 태권도 고유의 기술로 정착시킨 케이스라 볼 수 있다
[1] 태권도 자체가 손기술을 잘 쓰지 않고 정강이차기, 니킥, 로우킥 모두 금지이다 보니 근접용 기술 자체가 별로 없다. 내려차기가 그나마 사거리가 짧지만 이쪽도 근접용은 아니며 뒤차기 역시 정작 최대 사거리는 가장 긴 발차기이다.[2] 멧돼지와 페커리, 하마, 고래는 다리가 짧거나 퇴화되어서 뒷발차기를 쓰지 못한다. 그러나 각자 그를 상회하는 흉악한 무기(엄니, 송곳니, 체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한 건 다를 게 없다.[3] 얼핏 뒤돌아옆차기 같기도 하다.[4] 상대의 시야에서 상반신이 순식간에 사라지는지라 발만 쓰지 않고 손발을 섞어쓰는 상황에선 일종의 위빙 후 반격기에 해당한다.[5] 예외적으로 러시아지부는 위 전통 스타일 우시로게리를 고집하는 것 같다.[6] 옆으로 발 교차하며 이동해서 옆차기 를 쓰는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