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린

당신의 발치에 소년의 시체가 흙과 해초에 반쯤 숨겨진 채 누워 있었고, 그의 손은 단검을 꼭 움켜쥔 채 굳어 있었다. 영혼은 안갯속에서 길을 잃어버려 혼란스러운 듯 근처에 머물러 있었다. 당신이 영혼에게 다가가자, 영혼이 달려들더니 빛나는 안개로 당신 주변을 감쌌다. 영혼이 당신을 만진 건 아니었지만, 연약하면서도 주체할 수 없는 분노 때문에 불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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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깜빡이더니, 처음엔 조심스럽게 당신 쪽으로 물결치듯 다가왔다. 그게 당신 주위에서 소용돌이치는 동안, 당신은 놀라움과 공포, 한낮에 배들 사이에서 뛰어노는 즐거움을 느꼈다. 갑작스러운 충격과 함께 영혼은 당신을 갑자기 솔티 마스트 근처의 길거리로 데려갔다.

화장한 여자들의 얼굴이 등불 아래 남자들 사이로 부대끼며 들락거렸다. 아버지는 늘 하던대로 술을 마시러 갔다. 몇 분 밖에 안걸린다고 했지만 이미 몇 시간이 지났다. 아무리 하소연해도 솔티 마스트의 문을 지키는 남자는 그저 웃기만 했다. 어디든 뒷문이 있는 법이다. 골목에서 두 남자가 여자를 구석으로 몰아넣었고, 그녀의 뺨은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그녀는 벽을 등진 채 눈길을 돌렸다. 그들은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당신은 한 발짝 앞으로 나섰고, 남자들은 당신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지만, 여성은 호소하는 듯한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보았다. 당신은 학대당한 떠돌이들의 얼굴에서 그 표정을 본 적이 있었다. 당신의 아버지가 할로우본 여동생을 바스러져 가는 요람에서 들어 올려 물이 가득한 대야로 데려가던 때였다. 그날, 당신은 용감했다.

건달의 허리띠에 있던 단검은 어느새 당신의 손을 거쳐 건달의 넓적다리에 박혔다. 당신은 몸집이 작고 빨랐지만, 충분히 빠르지는 못했다. 건달이 손가락으로 당신의 팔을 움켜잡았고, 흙 묻은 장화가 당신의 얼굴로 날아들었다. 그러고는 모든 것이 차갑고 짠맛 나는 물에 덮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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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린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