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3-28 09:52:20

다정검객무정검


1. 개요2. 작품이 쓰이게 된 경위3. 상세4. 한국어 번역

1. 개요

다정검객무정검(多情劍客無情劍).대만의 무협작가 고룡의 작품이자, 고룡이 쓴 인기작 중에서도 위상으로나, 중요성으로나 김용의 천룡팔부에 비견되는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걸작 무협소설이다. 사랑, 회한, 증오 등으로 방황하는 인간들의 고뇌를 예술적으로 표현해냈다. 혹자는 다정검객무정검을 통해 무협문학에서 비로소 리얼리즘이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까지 했다.

2. 작품이 쓰이게 된 경위

고룡은 작가생활 말년에 자신의 작품을 초기, 중기, 후기로 나누었다. 알려진 바로는 1960년에 쓴 창궁신검(蒼穹神剣)등을 쓰는 한편, 유명작가들의 고스트라이터 역할을 하며 습작을 지속하던 시기를 초기로, 그의 첫 히트작이라고 할 수 있는 완화세검록(浣花洗劍錄)이 출간되었던 64년부터 절대쌍교, 초류향 시리즈등과 같은 히트작으로 대박을 터뜨리며 인기작가로서 명성을 구가하기 시작하던 첫 시기를 중기로 잡는다.

특히 고룡은 완화세검록을 쓰던 시절부터 점점 본인만의 개성을 띈 작품들을 쓰기 시작했다고 자평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 등에는 김용과 같은 대선배들의 영향이 배어져 있고, 신문 연재소설 특유의 재미를 살리기 위해서 작품성을 다소 희생했다고 평가했다. 부모의 이혼과 학업의 좌절등으로 생활고에 시달렸던 고룡인지라, 본인 스스로도 돈 벌려고 무협을 썼다고 했을 정도였고, 나름의 무명 시절도 겪었고, 경쟁 작가들이 난립하는 살벌한 대중문학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나름의 고충이 느껴진다 할 수 있다.

그러던 그가 본격적으로 작가로 탈바꿈하게 된 것은, 작가로서 나름의 명성을 구하던 60년대 중후반 고교 시절 은사를 뵙게 되면서였다. 사실 김용 등의 영향권에 있다고 하나 이미 무협소설 작가로서 이름도 알릴대로 알리고, 히트작도 제법 쌓이면서 작가로서 안정궤도에 오른 고룡이었다. 그러던 그에게 은사는 무협소설도 쓰기에 따라서는 충분히 작품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내용의 충고를 했고, 그 말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 뜨인 그는 그뒤부터 자기자신만의 개성과 작품성을 지닌 작품을 쓰기 위해 고심하게된다. 그리고 등장한 작품이 바로 이 다정검객무정검이 되겠다.

사실 고룡은 작가로서 성실한 타입이라고는 볼 수 없는데다, 이래저래 씀씀이도 헤프고, 자유분방한 성격이라 연재도 자기 맘대로에, 몇몇 작품은 대필의혹이 있고, 실제로 거의 확정된 경우도 있다. 보통은 연재기에 대필도 쓰고, 연재도 지맘대로 했다가 출간본으로 나올 때 즈음이면 한번 제대로 손봐서 내놓았다는 것이 거의 정설처럼 이야기 되곤 하는데, 다정검객무정검에서 만큼은 고룡이 그야말로 심혈을 기울였다는 것이 드러날 정도로 아주 그 개성이 도드라진다. 실제로 이 작품이 히트하기 전까지 고룡의 최대 히트작은 바로 그 유명한 절대쌍교였는데, 전형적인 김용 풍의 성장무협을 거리낌 없이 썼던 그 고룡과 이 작품을 쓴 고룡이 같은 작가인가 싶을 정도로 전혀 작품의 성격이 다르다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다정검객무정검을 내놓은 고룡은, 변성랑자와 천애명월도로까지 이어지는 소이비도 시리즈, 유성호접검, 백옥노호와 같은 대표작을 내놓으며 대선배 김용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작가로 거듭났고, 절필을 했던 김용과 달리 죽을 때까지 무협이라는 장르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고심하면서 중국, 한국을 막론하고 무협작가들의 존경을 받는 대선배로서 남게 된다.[1]

3. 상세

고룡의 초중기 작품들과 다정검객무정검 이후를 나누는 가장 큰 특징은 이 작품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인간에 대한 고찰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면모들로 인한 갈등이 작품 전면에 등장한다는 점일 것이다. 특히 가까운 시기[2]에 쓰여졌던 절대쌍교와 이 작품을 비교하면 이해하기 상당히 쉽다. 절대쌍교는 전통적인 구파무협의 영향을 받았다. 영웅적인 면모를 지닌 인물(강소어, 화무결, 연남천, 요월궁주)들이 신묘한 능력을 가지고 전통적인 형태의 의리, 애정 문제 등으로 다투고 싸우며, 그들의 갈등은 전통적인 무협서사 흐름을 따라간다. 당연히 무협 장르 답게 이들의 무공에 대한 상세하고 방대한 설명이 주로 등장하고, 이 대결이 흥미진진하게 다뤄진다. 특히 김용의 작품을 대필해보기도 했고, 스스로 김용 작품에 심도있는 이해를 가진 고룡 답게 이런 요소들을 능수능란하게 다뤘다.

반면, 다정검객무정검은 정반대다. 뛰어난 재주와 강력한 무예를 자랑하는 강소어, 화무결 등과 달리, 주인공인 이심환과 아비의 무공은 까놓고 말해서 딸랑 암기술인 칼 던지기와 칼 빨리 뽑아서, 빨리 찌르기다. 다시 말해 이심환은 무협소설 전체를 통틀어 거의 찾아보기 힘든 암기술을 주로 사용하는 주인공이고, 아비 또한 초식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지극히 날것의 검법을 구사한다. 성격도 마찬가지인데, 약점도 있지만 고전적인 무협 영웅에 해당하는 절대쌍교의 주인공들에게 있어서 배후의 은원 내력은 매우 깊지만, 그들의 탁월한 성품과 능력으로 하나하나 명쾌하게 해결된다. 반면 이심환과 아비는 탁월한 능력과 훌륭한 성품의 소유자지만, 그들의 지닌 인간적인 약점은 너무나 치명적이고 심지어는 이거 완전 바보나 미친놈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자신들을 더욱 더 고통에 빠뜨린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너무나 솔직하게 살아가고, 아파하거나, 기뻐하며, 그들의 갈등과 고뇌는 너무나 인간적인 것이라 한번 이해하게 되면 그들에게 공감할 수밖에 없게 된다.

다시 말해 기존의 무협소설의 주인공들은 성장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인간적인 단점은 영웅이 되기 과정 중에 버려야 하는 장애물로 작용하는 것이지만,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이미 완성된 상태이기 때문에 반대로 그들의 영웅성 이면의 불완전성을 드러내보임으로써 그들 역시 고뇌하는 실존적 존재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는 무공대결이 작품의 핵심을 이루는 절대쌍교와 달리, 다정검객무정검에서는 무공대결이 등장하고, 또 때로는 흥미롭게 묘사되지만 그것이 핵심이 아니라, 작품 속 등장하는 인물들의 가치관과 행동양상에 의해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갈등과 엇갈림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이것의 해소됨으로서 작품이 완결된다. 어떤 이의 비유처럼 다정검객무정검에는 인간이 태어나고 역경을 뚫고 성장하여 마침내 꿈을 이룬다는 청운의 기상과는 전혀 다른, 아무리 노력해도 내 뜻대로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의 엄혹함과 애환, 고뇌가 주요한 심상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다정검객무정검의 캐릭터들은 오로지 아주 독자적인 고룡만의 것이 된다. 실제로 절대쌍교를 읽으면서 강소어의 모습에서 손쉽게 《신조협려》의 양과의 모습을, 요월궁주의 모습에서 이막수천산동모의 모습을 연상할 수 있고, 그러한 캐릭터들의 영향을 받았음을 쉽게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심환과 아비는 영웅이라기에는 지나치게 인간적이고, 또 평범하다고 하기에는 너무 비범한 인간이며, 그들의 행동양상과 가치관은 작가 고룡의 인생관에 그대로 녹아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주인공들과 갈등하고 화해하는 인물들 또한 대단히 개성적이며 전혀 평면적인 캐릭터가 없다. 주인공들의 대척점에 존재하는 상관금홍과 형무명은 등장할때마다 강렬한 존재감을 내뿜으며 긴장감을 자아내고, 용소운 부자들은 미워할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나중에 가서는 그들을 이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외에 스쳐지나가는 캐릭터들도 각자의 개성을 지닌채 숨쉬고 살아간다. 심지어 고룡 작품 최악의 악녀로 손꼽히는 임선아나, 그와 대비를 이루는 메인 히로인인 손소홍처럼 무협 장르에서 평면적이기 쉬운 여성 캐릭터들조차 대단히 강렬하고 인상적이며,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4. 한국어 번역

2019년 그린하우스에서 전5권으로 번역되어 나온 바 있다. 정식으로 판권 계약을 맺고 출판된 번역본으로, 역자는 명지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인 최재용이다.
[1]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 포부가 아주 오래가진 못했다. 1968년 다정검객무정검을 발표하며 완숙의 경지에 올라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으나 77년 간염이 발병해 건강이 망가져 작품 활동도 쇠퇴기에 접어들었고 85년 나이 50도 채우지 못한채 눈을 감았다.[2] 1966~9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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