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시인 김규동의 시집 『느릅나무에게』(2005)에 수록된 시.2. 전문
느릅나무에게 김규동 나무 너 느릅나무 50년 전 나와 작별한 나무 지금도 우물가 그 자리에 서서 늘어진 머리채 흔들고 있느냐. 아름드리로 자라 희멀건 하늘 떠받들고 있느냐. 8.15 때 소련 병정 녀석이 따발총 안은 채 네 그늘 밑에 누워 낮잠 달게 자던 나무 우리 집 가족사와 고향 소식을 너만큼 잘 알고 있는 존재는 이제 아무 데도 없다. 그래 맞아 너의 기억력은 백과사전이지. 어린 시절 동무들은 어찌 되었나. 산 목숨보다 죽은 목숨 더 많을 세찬 세월 이야기 하나도 빼지 말고 들려 다오. 죽기 전에 못 가면 죽어서 날아가마 나무야 옛날처럼 조용조용 지나간 날들의 가슴 울렁이는 이야기를 들려 다오. 나무, 나의 느릅나무 |
3. 정리
느릅나무에게 | |
작가 | 김규동 |
주제 |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통일에 대한 소망 |
성격 | 체험적, 회상적, 현실 반영적 |
제재 | 느릅나무 |
화자 |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애타게 드러내고 있는 실향민 |
표현 | '나무'에 대한 의인화[1] |
4. 풀이
1~7행 | 전쟁 이후 떠난 고향에 대한 그리움 |
8~16행 | 전쟁 이전과 이후에 벌어진 현대사의 사건과 그 시간을 견뎌 낸 사람들의 아픔 |
17~26행 | 고향에서 평화로운 이야기를 듣고 싶음 → 통일에 대한 소망 |
4.1. 시구 풀이
- 50년 전 나와 작별한 나무: 해방 전까지 이북에 살았던 작가의 전기적 사실을 고려할 때, 6.25 전쟁으로 월남한 후 북에 있는 고향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처지가 나타남.
- 느릅나무: 고향을 상징하는 소재
- 지금도 우물가 그 자리에 서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남.
- 8.15 때 소련 병정 녀석이 따발총 안은 채: 광복 후 소련이 점령한 38선 이북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우리 민족사의 비극적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이 드러난다.
- 우리 집 가족사와 고향 소식: 격동의 근대사를 견뎌 낸 가족과 고향의 소식
- 어린 시절 동무들은 어찌 되었나: 고향에 대한 그리움
- 산 목숨보다 ~ 빼지 말고 들려 다오.: 전쟁 후 고향에서 벌어졌을 것이라 짐작되는, 나아가 한반도에서 벌어졌을 전쟁의 참상과 그로 인한 사람들의 한과 아픔을 환기하고 있다.
- 죽기 전에 못 가면/죽어서 날아가마: 통일에 대한 희망이 없는 상황으로 인해 그리움이 더해짐.
- 옛날처럼/조용조용 지나간 날들: 아픔과 한이 없는 날들
- 가슴 울렁이는 이야기: 평화로운 이야기
5. 해석
이 시는 6.25 전쟁으로 인해 떠나온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그리움에서 비롯된 전쟁 전후의 비극적 현실에 대한 인식을 드러내면서, 이러한 현실이 극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고향을 오랫동안 지키고 서 있는 느릅나무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 전쟁으로 화자와 작별하게 된 느릅나무는 소련 병정을 자게 하고, 산 목숨보다 죽은 목숨 더 많을 세찬 세월 이야기를 알고 있어 현대사의 비극을 증언하고 있다. 따라서 화자가 느릅나무에게 가슴 울렁이는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하는 것은 바로 분단 상황을 극복하기를 바라는 화자의 소망을 표현한 것이다.[1] 사람이 아닌 것을 사람에 빗대어 표현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