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눈길 |
작가 | 이청준 |
장르 | 단편소설 |
발표 | 문예중앙 1977년 |
"내 자석아, 내 자석아, 부디 몸이나 성히 지내거라. 부디부디 너라도 좋은 운 타서 복 받고 살거라."
1. 개요
소설가 이청준의 1977년 작. 당신들의 천국, 병신과 머저리, 소문의 벽 등과 함께 이청준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작가의 실제 경험담에 약간의 소설적 질서를 가미한 자전적 단편소설이다.2. 줄거리
중년의 화자인 '나'가 휴식을 취하러 '아내'와 함께 궁핍한 생활을 하는 '노인'('나'의 어머니)이 있는 고향을 방문한다. 집안형편이 어려워[1] 학창시절에 어머니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어렵게 자수성가한 '나'는 그동안 '노인'에게 아무런 마음의 빚이 없는 양 거리를 두었고, '노인'도 아들에게 어떤 부탁을 해오는 일이 없었다.그런데 마을에 새마을 운동의 일환으로 지붕 개량 운동이 벌어지자 무슨 일인지 '노인'은 '나'에게 집을 새로 짓고 싶다는 소망을 넌지시 내비친다. 그런 어머니를 외면하는 '나'에게 '아내'는 '노인'에 대한 책임을 환기시키려고 일부러 '나'가 들리는 곳에서 '노인'에게 방의 옷궤에 얽힌 사연을 묻는다.
고향을 떠나 있던 고등학생 시절, '나'는 지독한 술버릇을 가진 형이 이전의 집을 팔아 넘겼다는 소식을 듣고 황급히 집으로 향한다. 그런데 이미 남의 손에 들어간 것이 분명해 보이는 집에 '노인'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가 어디냐. 네가 누군디 내 집 앞 골목을 이렇게 서성대고 있어야 하더란 말이냐."
알고 보니 '노인'은 애써 찾아온 '나'에게 따뜻한 저녁 한 끼 먹이고 하룻밤을 재워 보내고 싶어 새 주인의 양해를 얻은 것이었다. 그때 텅비어 휑한 집안에 이불 한 채와 더불어 유일하게 남아 있던 것이 바로 그 옷궤였다. 아들이 왔을 때 옛집 살림살이[2]를 흉내라도 내보려고 그때까지 옮기지 않고 있던 것이다.
아내와 '노인'의 대화에서 점점 '노인'에 대한 묵은 빚이 드러나자 압박감을 느낀 '나'가 대화를 끊으며 과거의 이야기는 잠깐 중지된다. 한데, 깊은 밤중 졸음 속을 헤매던 '나'의 귀로 어찌된 일인지 '노인'의 말소리가 두런두런 들리기 시작한다.
바깥이 환한 함박눈으로 가득 쌓였던 그날 새벽, 일찍 아들을 떠나보내야 했던 '노인'은 무엇이 그리 아쉬웠던지 동구 밖까지만 바래다주겠다더니, 기어이 산을 넘어 면소 차부[3]까지 도착했다.
이 대목까지는 '나' 역시 알고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나'는 그 이후의 이야기를 모른다. 갑자기 '나'는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아들을 떠나 보낸 후 '노인'은 넋 나간 듯 왔던 길을 돌아간다. 모자 외에는 아무도 지나간 사람이 없는 신작로에는 두 사람의 발자국만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노인'은 올 때는 아들과 함께였던 그 춥고 외진 산길을 혼자, 아들의 발자국을 따라 밟으며, 눈물을 펑펑 떨구며 걸어간 것이다......
3. 여담
이청준의 소설 중 '서정'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이청준이란 작가가 워낙에 다작을 한 데다가 한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명작을 한 자릿수 넘게 쓴 작가라서 그중 대표작을 뽑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심리분석(ex.소문의 벽)과 관념적 세계(ex.병신과 머저리)를 앞세운 다른 작품들과 달리 어머니에 대한 원망과 그것을 뛰어넘는 모성이라는 어려운 시절의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보았을 만한 보편적인 소재를 채택함으로써, 다른 대표작들에 비해 좀 더 대중적인 편에 속한다.앞서 언급한 것처럼, '눈길'은 실제로 소설가 이청준씨와 그의 노모가 겪은 실화이다.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작중에 나온 과거 일화는 전부 사실이다. 사실 이 소설이 나오기 이전, 같은 내용으로 된 '새가 운들'이라는 제목의 단편을 쓴 적도 있다. 다만 이 단편에서는 화자의 노인에 대한 원망이 가려져 있어서 '눈길'보다는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그 외에도 어머니와 귀향을 소재로 한 '여름의 추상', '살아 있는 늪', '축제' 등이 있으며 이것들을 엮어 이청준의 '어머니 연작'으로 부르기도 한다.
1984년 1월 7일에 KBS TV 문학관에서 영상화되어 방송되었다. 다만 단편소설이다보니 TV판 한정으로 덧붙인 설정이 많다. 이외에도 2005년 KBS TV, 책을 말하다에서 다시 영상화하였다. 어머니 역은 고두심이 분하였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와 수능특강에 자주 수록되기로 유명하다.
[1] 작 중에서 형이 술 마시고 노름을 저질러 집이고, 논밭이고, 선산이고 남의 손으로 넘어간다. 그리고 형은 현재 시점에선 고인이다.[2] 옛 집에 대해 '노인'은 '옛날 살던 집이야 크고 넓었제. 다섯 칸 겹집에 앞뒤 터가 운동장이었더니라.'라고 묘사한다. 즉 몰락하기 전에는 살림살이가 제법 넉넉한 편이었다.[3] 오늘날로 치면 버스 정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