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됐다구 했을 제, 내 만세 안 부르기 잘 했지."
1. 개요
1946년 《해방문학선집》에 발표된 채만식의 대표 작품.2. 줄거리
줄거리일인(日人)들이 온갖 재산을 그대로 내어놓고 달아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한 생원은 어깨가 우쭐하였다. 일인(日人)에게 팔아 넘긴 땅이 꿈결같이 도로 자기의 것이 된다니 이렇게 세상에 신기한 도리라고는 없었다. 한 생원네는 아버지의 부지런함으로 장만한 열 서너 마지기와 일곱 마지기의 두 자리 논이 있었다. 그런데 피와 땀이 어린 그 논을 겨우 오 년 만에 고을 원[郡守]에게 빼앗겨 버렸다. 동학(東學)의 잔당에 가담하였다는 누명을 씌워서 말이다. 잡혀 간 지 사흘만에 열 서너 마지기의 논을 바치고야 풀려났다. 일제 강점 바로 이듬해, 한 생원은 나머지 논 일곱 마지기도 불가불 팔지 않으면 안 될 형편이었다. 마침 일인(日人) 요시카와[吉川]가 인근의 땅을 시세보다 갑절이나 더 주고 산다기에, 그 돈이면 빚도 갚고 남은 돈으로 다른 논을 사리라 생각하고 모두 팔았다. 그러나 이미 부근 땅값을 올려놓았기 때문에 빚만 갚고 논은 살수가 없었다. 그로부터 36년 후 해방이 된 것이다. 한 생원은 요시카와에게 팔아 넘긴 일곱 마지기 논을 보러 나섰다. 그런데 한 생원이 그곳에 이르렀을 때는 한창 나무를 베고 있는 중이었다. 사람들은 요시카와 농장 관리인 강태식이한테서 돈을 주고 샀다는 대답이었다. 잇속에 밝은 무리들이 일본인 농장이나 재산을 부당 처분하여 배를 불린 일이 있었는데, 이 산판(山板)도 그런 것의 하나였다. 그 뒤 일인(日人)의 재산을 조선 사람에게 판다는 소문이 들렸다. 돈을 내고 사야 한다는 것이다. '한 생원'은 그럴 재력도 없거니와 도대체 전(前)의 임자가 있는데 그것을 아무에게나 판다는 것이 '한 생원'이 보기에는 불합리한 처사였다. '한 생원'은 구장에게 달려갔다. 구장의 설명을 들은 '한 생원'은, "독립됐다구 했을 제, 내 만세 안 부르기 잘 했지."라고 중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