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25 08:55:46

그레이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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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구멸망 시나리오
1.1. 대중 매체에서
2. RTS 게임

1. 지구멸망 시나리오

Grey Goo scenario

에릭 드렉슬러가 1986년에 쓴 <창조의 엔진(Engines of Creation)>에서 처음 제안한 것으로, 스스로 복제하는 나노머신들이 모든 것을 집어삼켜버리는 가상의 지구멸망 시나리오다. 나노머신으로 만들어진 다윈의 악마라 할 수 있다.

주로 나노머신이 일반화된 세계에서 무슨 이유로 오작동하며 무한증식해나가나, 아니면 애초에 테러를 목적으로 무기화된 나노머신을 뿌려 발생하는 사태로 설정된다. 2003년 제안된 종이클립 최대화기(Paperclip Maximizer)도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서, 단순히 종이클립 공장 사장이 종이클립을 최대한 만들라고 AI에게 지시했을 뿐인데 AI는 도덕적, 윤리적 제한 및 인류와 유사한 판단기준이 없을 경우 인류를 멸망시키고 그 자원으로 종이클립을 만든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스스로 복제하는 나노머신이 지구를 집어삼킨다는 시나리오는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하지만, 자기복제하는 나노로봇을 만든다는 것은 극도로 어려운 일이고 복잡한 기계적, 화학적 작용을 필요로 한다. 이런 시나리오가 실현되려면 나노머신이 가장 기본적인 자기복제능력 외에도 살아남는 능력에너지원을 찾아 이동하는 능력, 에너지원을 동력으로 변환하는 능력까지 가져야 한다. 그러나 박테리아~바이러스 크기의 인공물이 이러한 복잡한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이에 필요한 나노화학기술 중 어느 것도 개발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런 여러가지 기술적 문제점들을 고려할 때, 그레이 구 시나리오는 다른 지구멸망 시나리오에 비하면 덜 시급한 문제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온건한 특이점 주의자나 특이점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는 사람일수록 그레이 구 시나리오에 큰 비중을 두지 않으며, 낙관적인 특이점주의자일수록 그레이 구 시나리오를 미래 문명의 가장 심각한 위협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현실화될 경우 대단한 위협이 아닐 수 없는데, 일단 이러한 나노머신을 개발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이 발달하면 언제 어디서든지 사건/사고가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식하므로, 바이러스 사이즈의 한두마리로 시작해서 야구공만한 크기의 군집체로 성장하기까지 일년이나 걸린다고 해도 이후 몇주, 빠르면 며칠 내로 도시, 대륙, 심지어 지구 전체를 먹어삼킬 수준으로 증식한다.[1] 모래알만한 크기로 성장하기까지 1주일 정도만 걸린다고 해도 분자나 원자 크기에서 시작했다면 며칠 내로 지구를 멸망시킬 수 있다. 나노머신의 특성 상 유출 초기 단계에서는 탐지도 할 수 없고, 가시적인 피해가 드러나기 시작해서 사태를 인지한 시점에서는 이미 물과 바람, 그리고 수많은 운송수단에 붙어 지구 전역에 흩어진 뒤이므로 수습이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니 일단 이 시나리오에서 가정하는 것처럼 바이러스 정도 크기로 작으며 지구상 대다수 물질을 섭취, 분해해서 복제품을 만들며 무한히 증식할 수 있는 나노 머신이 만들어지는 순간 이미 늦었다고 볼 수도 있는 것.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는 보통 사용자에게 의존하고 독립적 활동이 불가능함을 상정한 설계만을 허용하는 것과, 이런 미세장치들을 일괄적으로 파괴하는 수단[2]을 마련하는 것 등이 있다. 또한 핵무기의 경우처럼 국제적으로 자가복제 나노봇을 금지하는 조약을 만드는 방안도 있다. 그러나 핵확산 금지조약이 있음에도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었듯이 불량국가나 테러단체에서 이를 무시하고 관련 기술을 악용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나노머신이 섭취 가능한 물질을 제한하는 것도 방법으로 당장 지구가 박테리아에 뒤덮여 멸망하지 않는 것도 생명체는 유기물만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나노머신도 어쨌든 열역학 법칙을 따르기 때문에 에너지를 공급받아야 하며, 모든 물질을 에너지원으로 쓸 수는 없다. 신체 구성요소로는 쓸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에너지가 부족해 복제가 중단되기 마련이다.

또한 그레이 구까지 가지 않더라도 나노봇이 무기화되면 심각한 보안 위협이 발생한다. 획기적인 탐지 방법이 발명되지 않는 한 이를 걸러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노봇이 어지간히 군집되어 있지 않는 한 보안검색대에서 금속 탐지기나 엑스레이로 검사해도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그레이 구와 유사한 성질을 가지는 물질이 실존할 수 있다는 가설이 있다. 기묘체 참고.

이를 우주적 규모로 확장하면 페르미 역설의 해답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인류가 외계인을 열심히 찾아도 나오지 않는 이유가 이미 이런 존재에게 외계 문명이 다 잠식되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라는 버서커 가설이다. 해당 항목 참조.

이것의 미생물 버전으로 그린 구(Green Goo)가 있다.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미생물이나 세균이 주변의 유기물[3]이나 영양분을 모조리 먹어치우면서 녹색의 끈적이는 물질만 남기고 끝없이 증식할지도 모른다는 생물재해를 의미한다.[4]

1.1. 대중 매체에서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로봇들이 뭉친 덩어리가 다른 모든 생명체를 잡아먹으며 증식하는 점은 판타지의 슬라임 계열 몬스터와 유사하다.

총몽 세계관의 수성은 그레이 구화 되어 있다. 자가 증식 나노머신이 행성의 모든 것을 집어삼켰으며, 접근하는 외부 탐사체도 모두 집어삼키므로 행성 표면의 정확한 상황은 알 수 없는 상태다.

니헤이 츠토무의 세계관에서도 몇몇 행성 멸절 무기들은 그레이 구적인 특징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바이오메가'.

턴에이 건담월광접도 어떻게 보면 이 중 하나. 월광접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건물이나 병기에만 적용되기는 하지만.

스텔라리스에서 L-관문을 열었을 때 일정 확률로 관문 너머에 봉인되어있던 나노봇들이 은하계로 흩어질 수 있다. 이 놈들은 행성 하나를 초토화시키는 수준이 아니라 초광속 이동을 사용해서 여러 성계를 옮겨다니며 우주선을 포함해 인공물은 죄다 파괴하고 개척된 행성도 분해해버린다. 후반 위기에 비해 약해서 전함 테크를 올렸다면 어렵지 않게 막을 수 있지만 너무 일찍 열어버릴 경우 전 은하가 초토화된다.

지구가 멈추는 날(2008)에서는 외계에서 온 나노봇들이 지구의 모든 물체를 갉아먹고 자기 자신을 복제하여 지구가 멸망 직전까지 가는 내용이 나온다. 이쪽은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 나오는 대홍수를 SF스럽게 다듬은 면이 있다.

지아이조에서는 코브라의 나노로봇으로 등장, 금속을 분해하는 형태의 테러 무기로 알라봉탄두에 담아 파리를 갈아버리려 했고, 미사일 공격으로 세상을 정복하려 했다.

Warhammer 40,000의 배경이 되는 사건 중 하나인 사이버네틱 반란 당시, 나노머신 군집체인 옴니페이지(Omniphage) 무리는 하루 안에 행성 표면 전체를 포식했다고 한다.

데스티니 시리즈 에 등장하는 나노머신SIVA 또한 스플라이서들의 무한증식 명령어로 인해 무한히 퍼져나갈 뻔하지만 6번 기지에 있는 SIVA 생산 시설을 파괴하고 스플라이서들을 모조리 때려잡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R-TYPE 시리즈에서 등장하는 바이도 괴물들 중 이것과 성질이 유사한 것들이 몇 차례 등장했으며, 그 중 하나는 인류에게 포획되어 연구 샘플로 쓰이고, 이 연구 샘플을 바탕으로 새 전투기를 만들기도 했다.

드래곤볼 구 극장판 100억 파워전사들의 대결편에서 등장하는 메탈쿠우라 역시 우주 공간에서 떠돌아 다니던 빅 게티스타의 나노머신에 의해 양산되었으며, 이는 그레이 구의 특성을 보여준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재난 다큐멘터리 "둠스데이: 인류 최후의 날"[5]에서는 나노기술 회사에서 해고된 개인이 앙심을 품고 자가복제 나노봇을 무기화하여 테러에 악용하는 시나리오가 등장한다. 이후 전 세계 곳곳에서 통제불능의 나노봇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며, 다른 나노봇으로 맞대응했더니 해당 나노봇까지 말썽을 부리자 결국 전파무기를 이용하여 해결해야 했다.

김초엽작가의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에서 '더스트'라고 불리는 자가 복제 나노입자로 인해 전 지구가 황폐화된다.

GODZILLA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 고질라: 결전기동증식도시에서 메카고지라 시티고질라 어스를 쓰러트리기 위해서 지구 전체를 나노메탈로 덮어버리려 했으나 주인공인 하루오가 유코의 생명과 인간으로서 고지라를 쓰러뜨리기 위해, 그리고 나노메탈을 막기 위해 스스로 메카고지라 시티를 파괴한다.

호라이즌 제로 던에 등장하는, 유기물을 먹어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기계가 기계를 실시간으로 생산하여 무한 증식하는 전쟁 기계들이 원인불명의 오류로 반란을 일으켜 인류를 포함해 박테리아까지 지구 상의 모든 유기체를 소멸시켜 지구가 무생물 행성이 되어버린다.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에서 8만년 전에 지구에서 살았던 이수 종족은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였고 초미래문명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대체해서 온갖 힘든 일을 시킬 존재를 만들고 싶어했고, 영장류를 데려와 자신들의 모습을 본따 자신들의 명령에만 반응하는 노예를 만들었다. 하지만 명령에 반응하지 않는 개체가 생겼고, 반란이 일어나 이수 종족은 노예들과 전쟁을 벌였다. 그 노예가 바로 현재의 우리, 인간이다. 다만, 인류가 이수 종족을 끝장낸 것이 아니라 태양풍이 막타를 쳤다는 점에서 살짝 애매하다.

2. RTS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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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루마다 2배로 많아진다고 해도, 불과 30일만에 10억 배로 증식한다. 도라에몽 에피소드의 2배로 늘어나는 단팥빵을 생각해보자. 작은 불씨로 시작해서 확산되는 속도가 점점 빨리지는 화재의 상위호환 격이다.[2] 기계가 잘 부숴지도록 일부러 결함을 만들어 두거나 일종의 자폭 기능을 넣어두는 것, 혹은 외부에서 직접 파괴하는 것(다른 킬러 나노봇이나 나노봇들에게 잘 먹히는 음파, 전파, 에너지 무기 등).[3] 혹은 무기물까지.[4] 비슷하게 관련된 작품으로는 Stray가 있다.[5] 이름은 비슷하지만 둠스데이: 인류멸망 10가지 시나리오와는 다른 다큐멘터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