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3-06-18 05:41:11

고독한 레인저


1. 개요2. 줄거리3. 기타

1. 개요

1988년 만화왕국 창간호에서부터 90년대 초까지 연재된 김형배의 밀리터리 SF만화.

마치 북두의 권이 연상되는 전 세계를 뒤엎은 대전쟁 이후 황폐해진 세계를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문명이나 세력이 완전히 사라지다시피한 북두의 권과 다르게 이 작품에서는 어느 정도의 과학력은 유지된 상황에서 소집단 군대끼리 치고 박는 상황. 그런데 세계의 반이 방사능 오염 지대에다 방사능으로 인한 기형아가 곳곳에 가득하고 아무렇지 않게 소형 전술핵을 쏴대는 터라 더더욱 막장이기도 하다.

사실 당시 기준으로는 어떻게 국내에서 아동 만화로 심의가 통과되었나 싶은 묘사가 많은데, 버섯 구름이 솟아 오르는 핵폭탄 사용 장면은 그냥 애교이며 방사능에 고통받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종청소, 고문, 독가스 살포 같은 내용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온다.

아무튼 김형배의 만화들 중 여러 모로 완성도 면에서는 손에 꼽을 수 있는 작품으로 핵으로 황폐화된 세기말적 분위기는 아직 냉전이 가시지 않은 80년대말~90년대초 당시의 독자들에게 꽤 충격을 주었다. 한편 타락한 아군 부사관이었다가 레드 스타에게 항복한 후 아군을 쏴죽이고 적군으로 화하는 독거미 상사의 존재도 작품에 재미를 더하는 요소 중 하나였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성향의 세계 속에서 벌어지는 참혹함과 밀리터리 분위기로 흘러가던 중반부까지의 전개에 비해 흑막의 존재가 드러나는 후반부로 가면서 SF활극 분위기가 강해지는데, 이런 변화에 대해선 호오가 갈리기도 한다.

2. 줄거리

인류의 가장 강력한 양대세력인 자유민주연합자민련과 공생해방연맹간의 핵전쟁으로 황폐화되고 있는 세계. 단 공생해방연맹의 수도인 엔젤키스만은 방어시스템 덕분에 핵을 맞지 않고 멀쩡한 상태였다. 그런데 자유민주연합에 소속된 한 대의 전폭기가 방어망을 돌파해 중성자탄을 투하하여 엔젤키스는 그대로 소멸하고, 그렇게 양 세력이 공멸하며 전쟁은 끝난다.

하지만 폐허가 된 세계에서도 공생해방연맹의 사상을 추종하는 자들이 모여 레드스타란 조직을 만들어 활동하고, 그에 대항해 자유민주연합을 따르던 자들이 리틀피스를 조직해 싸우면서 새로운 전쟁이 이어진다.

주인공은 어느날 리틀피스의 부대에 홀연히 입대한 동양인 남성 고스트 훈. 과거가 일체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단한 실력을 지닌 그의 정체는 혼자서 레드스타에 맞선다는 의문의 전사 레인저 세븐이었다.

고스트 훈에겐 아픈 과거가 있는데, 핵전쟁 이전인 사관생도 시절에 공생해방연맹의 고위급 간부의 딸인 마리안느와 연인 사이였으나 그녀가 살던 곳인 엔젤키스를 중성자탄으로 날려버린 자유민주연합의 군인이 바로 고스트 훈이었던 것.

허나 놀랍게도 폭격 당시 우연히 몸을 피했던 마리안느는 복수심에 불타는 레드스타의 군인이 되어 있었으며 훈과 재회한 뒤 싸움을 계속하지만 결국 서로의 진심을 확인한 뒤 화해한다. 이 와중에 과거 훈에게 폭격명령을 내렸던 옛상관 안톤과 고아 천재소년 스켈레톤과도 만나 동료가 되어 함께 싸우게 된다.

그리고 안톤은 레드스타의 배후에 전쟁을 일으킨 주범이며 공생해방연맹의 최고권력자 중 한명인 전술사이보그 모햄이 있으며 이 지옥같은 세계를 구하는 방법은 전쟁의 원흉인 모햄을 처치하는 것 뿐이라고 밝힌다. 그러나 미사일은 커녕 탄약도 부족한 리틀피스 쪽에서 폭격은 꿈도 못 꿀 노릇이고 결국엔 암살뿐인데, 모햄은 항상 주변에 모든 공격을 막아내며 빔병기같은 경우에는 반사시켜 쏜 적을 맞추게 하는 초소형 반사위성들을 배치하고 또 다이아몬드도 능가하는 초강도의 강화헬멧을 쓰고 있어 손쓸 방법이 없었다.[1]

모햄이 두뇌부분의 전자회로를 클리닝하기 위해 강화헬멧을 벗고 무방비 상태가 되는 순간을 노려 훈과 마리안느가 습격을 하지만 간발의 차이로 습격은 실패. 결국 모햄의 초소형 반사위성을 제거하고 모햄을 제거해야만 하게 되는데, 이에 레이저 검[2]으로 아예 위성과 헬멧을 한꺼번에 베어버리는 수를 들고 나오게 된다. 안톤의 가르침을 받아 레이저검으로 훈련을 계속하는 훈이었지만…

그만 아지트가 레드스타에게 습격당해서 안톤은 사망하고 마리안느는 납치당하며 스켈레톤은 시력을 잃고 만다. 그뒤 혼자 레드스타 본거지로 찾아오라는 협박을 받은 최악의 상황에서 훈은 조용히 떠나고, 스켈레톤에겐 자기가 늦으면 스켈레톤이 혼자 만들어온 자작 핵미사일을 모햄이 있는 기지에 날려버리라는 말을 해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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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스타의 본거지를 찾아 모햄 앞에 모든 장비를 버리고 투항한 훈. 마리안느는 황산풀 바로 위에 매달려있었으며 이를 빌미로 병사들에게 훈은 모진 고문을 받는다. 그러나 모햄은 애초에 둘을 살려줄 생각이 없었으며 결국 마리안느는 훈의 이름을 부르며 그의 눈 앞에서 황산풀에 빠져 사망하게 된다.

분노한 훈은 유일하게 숨겨두었던 무기 레이저 검으로 모햄을 위성과 헬멧 째로 한꺼번에 베어 파괴해버린다. 이미 시간이 너무 흘러 훈과 마리안느가 죽었을거라 생각한 스켈레톤은 불한당들에게 습격을 받았던 자신을 우연히 구해준 여자아이에게 대신 핵미사일의 발사 스위치를 눌러줄 것을 부탁하며, 소녀는 아무것도 모른 채로 스위치를 누르면서 핵미사일은 날아가고 만다.

핵의 폭음과 섬광 속에서 훈과 마리안느는 과거 처음 만났던 시절 사관생도와 아가씨의 모습으로 다시 한번 손을 맞잡으며, 버섯구름을 헤치고 함께 하늘로 향하는 환상을 보여주는 엔딩으로 그 막을 내리게 된다.[3]

3. 기타

화생방전에 대한 묘사는 당시 한국 만화들 중 비교할 데가 없는 수준이었는데, 극중 훈이 엔젤키스에 날린 건 중성자탄이라고 나오지만 어째 터지는 효과는 일반 핵폭탄 같다는 등등의 오류도 존재한다. 중성자탄은 폭발력이 크게 뛰어나다기보다 강력한 투과성을 지닌 고속중성자를 대량 발생시켜 생물을 대량살상하는 무기이기 때문.

주인공의 이름이 고스트 훈인데, 이케가미 료이치의 SF 만화인 '성운아'의 국내 해적판 만화인 성전사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 역시 고스트 훈이다. 高秀道勳을 고스트 훈이라고 읽는 것. 해적판 만화가 1989년 무렵 나왔고 성운아의 원래 주인공 이름이 光真生이니 해적판 만화 쪽이 고독한 레이저 쪽의 이름을 베낀 게 확실하다.
[1] 주위를 감싸는 초소형 반사위성이란 부분은 일본만화 우주해적 코브라의 주적 살라맨더의 그것을 표절한 것으로 이후 김형배 다른 만화에서도 그대로 썼다. 사실 김형배 화백의 다른 많은 작품도 이 우주해적 코브라의 수많은 씬을 그대로 따왔다. 뭐 당시에 안그런 만화가가 있겠냐만 면죄부를 줄 수는 없는 상황.[2]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것과 흡사한 물건"이라고 극중에서 아예 대놓고 얘기한다.[3] 동시에 현실에선 그 버섯구름이 멀리 보이는 곳에서 눈물 흘리는 스켈레톤과 그를 돌봐주는 소녀의 모습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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