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사이 조예은 단편소설 | |
장르 | 판타지 |
저자 | 조예은 |
출판사 | 우주라이크소설 |
출간 정보 | 2021.10.14 전자책 출간 |
분량 | 약 2.1만 자 |
독점 감상 | 리디 https://ridibooks.com/books/4711000001 |
1. 개요
[clearfix]
1. 개요
작가 조예은이 2021년 10월 리디에서 발표한 단편소설.섬세한 심리 묘사를 바탕으로 환상 미스터리를 아우르는 보기 드문 수작이다.
언니가 신종 해파리에 쏘여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을 들은 건,
내 생일을 하루 앞둔 날이자 언니와 크게 말싸움을 한 다음 날이었다.
서울에서 동해까지 차를 몰며 나는 미친 사람처럼 무수히 되뇌었다.
언젠가는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다고. 저 광활한 바다가 언니마저 잡아먹을 것이라는 사실을,
어떻게든 외면하고 싶던 그 끔찍한 공식을 집안의 돌연변이였던 나만이 알았다.
어느 세대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해녀였던 할머니부터 수영선수 엄마. 그리고 서핑과 스노클링을 가르치던 언니까지.
우리 집안사람들은 흡사 저주처럼 물에 이끌렸고, 물속을 헤엄치는 걸 업으로 삼았다.
그리고 모두 물에서 죽었다.
할머니는 전복을 따러 들어갔다가 급류에 휩쓸렸다.
아빠는 배를 타고 나가서 돌아오지 못했다고 한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다.
그리고 내가 중학생 때, 엄마는 수해가 난 지역에서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고 대신 사고에 휘말렸다.
엄마는 일주일이 지나서야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차마 엄마의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이후에 나를 키운 건 여섯 살 터울의 언니였다.
다행히 이런 저런 보험금이 나왔고, 언니는 졸업과 동시에 학교 일을 시작했으므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지만
어떤 울타리도 없이 한순간에 마주하게 된 세상이란 꼭 구명조끼 하나 없이 가로질러야하는 망망대해 같았다.
우리는 세상에 둘만 남은 것처럼 서로에게 의지했다.
풍파에 가라앉지 않기 위해 붙잡을 게 서로밖에 없었다. 그래서 늘 두려웠다.
언니가 더 이상 물에 들어가지 않기를, 물속을 헤엄치지 않아도 되는 직업에 안착하기를 바랐다.
도대체 물이, 그놈의 바다가 뭐라고 우리 집안사람들을 이렇게 잡아끄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세대를 거쳐 작동하는 저주는 꽤나 강력한 법이다.
그건 나 따위가 바란다고 피해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환상의 사이> 본문 중에서
내 생일을 하루 앞둔 날이자 언니와 크게 말싸움을 한 다음 날이었다.
서울에서 동해까지 차를 몰며 나는 미친 사람처럼 무수히 되뇌었다.
언젠가는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다고. 저 광활한 바다가 언니마저 잡아먹을 것이라는 사실을,
어떻게든 외면하고 싶던 그 끔찍한 공식을 집안의 돌연변이였던 나만이 알았다.
어느 세대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해녀였던 할머니부터 수영선수 엄마. 그리고 서핑과 스노클링을 가르치던 언니까지.
우리 집안사람들은 흡사 저주처럼 물에 이끌렸고, 물속을 헤엄치는 걸 업으로 삼았다.
그리고 모두 물에서 죽었다.
할머니는 전복을 따러 들어갔다가 급류에 휩쓸렸다.
아빠는 배를 타고 나가서 돌아오지 못했다고 한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다.
그리고 내가 중학생 때, 엄마는 수해가 난 지역에서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고 대신 사고에 휘말렸다.
엄마는 일주일이 지나서야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차마 엄마의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이후에 나를 키운 건 여섯 살 터울의 언니였다.
다행히 이런 저런 보험금이 나왔고, 언니는 졸업과 동시에 학교 일을 시작했으므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지만
어떤 울타리도 없이 한순간에 마주하게 된 세상이란 꼭 구명조끼 하나 없이 가로질러야하는 망망대해 같았다.
우리는 세상에 둘만 남은 것처럼 서로에게 의지했다.
풍파에 가라앉지 않기 위해 붙잡을 게 서로밖에 없었다. 그래서 늘 두려웠다.
언니가 더 이상 물에 들어가지 않기를, 물속을 헤엄치지 않아도 되는 직업에 안착하기를 바랐다.
도대체 물이, 그놈의 바다가 뭐라고 우리 집안사람들을 이렇게 잡아끄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세대를 거쳐 작동하는 저주는 꽤나 강력한 법이다.
그건 나 따위가 바란다고 피해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환상의 사이>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