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Harlequin Enterprises Limited캐나다의 로맨스 소설 전문 출판사로 1949년에 설립되었다. 1960년대에는 언어가 같은 미국과 영국, 호주, 뉴질랜드, 인도, 남아공 등으로 영업망을 확장했으며 1970년대부터 언어가 다른 독일, 북유럽, 네덜란드 등 유럽권 국가로 사세를 확장해나갔다. 1981년에 캐나다 최대 신문출판사인 토르토스 스타 코퍼레이션에 인수되었다가 2014년에 뉴스 코퍼레이션 소속으로 넘어갔다. 문고본 한 권 정도 분량으로 된 간단하면서도 각종 클리셰로 가득한 소설들을 왕창 출판하면서 로맨스 소설의 대명사가 되었다. 한국에선 신영미디어에서 할리퀸 출판사의 소설들을 할리퀸 로맨스 시리즈로 내놓으면서 한국 역시 할리 퀸=3류 로맨스 소설이란 인식이 생겨났다. 사실 영미권이나 유럽권도 사정이 별로 다르지는 않기는 하다(...),
2. 설명
할리퀸 소설의 상당수는 여성들을 겨냥한 통속적인 러브 스토리에 설탕물을 듬뿍 바른 이야기들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귀여니 소설 식이라 생각하면 된다. 남성향으로 비유하자면 하렘물 양판소. 남자 주인공들의 대사는 어째 하오체로 번역되는 경우가 많다.그런 와중에도 의외로 완성도 있는 로맨스 소설도 종종 내놓으며, 뻔한 것들이 잔뜩 있는 와중에도 특수부대 대원들을 남자 주인공으로 삼아 밀덕 냄새까지 첨가된 소설[1]이라든가 생각 이상으로 묘한 시도를 하는 소설들도 출판한다. 작가를 여럿 두면서 한 달에 여러 권을 출판하는 방식이라 개중에 깨거나 특출난 작품이 나오는 것. 대부분은 1회성 심심풀이다.
미드 프렌즈에서 챈들러 빙의 어머니도 아주 유명한 할리퀸 소설 작가였다.
할리퀸 소설이 국내에 반입되었을 당시 손바닥만한 크기의 소책자로 당시 기준으로 권당 1000원쯤 하는 매우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었다. 그래서 이걸 모으는 사람도 있었다.
할리퀸에서 출판하는 로맨스 소설들은 아래와 같은 클리셰를 따르나, 사실 국내에서 보통 '할리퀸물', '할리퀸 로맨스'라고 부르는 것들은 그냥 '평범녀 혹은 빈곤한 처지의 여자가 멋진 능력남(+돈도 많은)과 사랑에 빠져 신분 상승'하는, 왕도적 신데렐라 서사를 가진 작품들만을 가리키며 아예 원조 할리퀸이 아래와 같은 세세한(...) 클리셰들을 갖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3. 클리셰
참고- 할리퀸 월드 마법의 열쇠는 아이다. 주로 여주는 남주에게 알리지 않은 채 미혼모가 되어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된 남주는 양육권을 빌미로 여주를 협박하는 게 대세.[2] 가끔 남주에게도 아이가 이미 있는 경우도 있다.
- 할리퀸 월드는 단 하룻밤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남주는 탁월한 종마다. 그 어떤 피임법도 남주를 약하게 하지 못 한다. 어쩌다 그것들을 깜빡 잊은 단 하룻밤이면 만사 오케이. 열정에 사로잡히든 분노에 사로잡히든 그저 단 하룻밤이면 능력 좋은 남주는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다. 남주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훌륭하고 끝내주는 종마가 된다. 어린 시절 사고라든가로 불임 선고를 받은 여주라 해도 남주에게 걸리면 백 퍼센트 뚝딱 임신할 수 있다. 심지어 정관수술을 받은 남주도 완전부활한다.
- 사실 알고 보면 그들의 오해는 엄청나게 사소한 것이다. 주로 주인공들 사이를 파고들려는 남주를 노리고 있는 여자의 음모로 발생한다. 남주는 그렇게 대단한 성공과 재산을 거머쥔 능력자이면서도 곧이곧대로 그 음모를 철석같이 믿어버린다. 그리고 여주를 철저히 매도한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말도 안 되는 음모라 할지라도 서슴없이 속아넘어간다. 그리고 여주에게 그 오해에 대해서 제대로 해명할 기회 같은 건 주어지지 않는다.
- 못 견디면 짐싸서 도망가는 건 여주의 행동의 정석. 마음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매도당하고 오해받은 채 가방을 싸는 건 할리퀸에서는 다반사. 그것이 가난한 여주든 성공한 여주든 상관 없다. 가출해서 어제까지 파리지앵, 뉴요커였던 여자가 오늘은 텍사스에서 수수한 옷에 부츠나 운동화를 신은 채 화장기 없는 얼굴로 땀을 흘리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굳이 그 뒤를 쫓아온 남주가 그런 말도 안 되는 변화를 일으킨 여주에게 다시 한 번 들끓어오르는 욕망을 갖는 것도 많다.
- 결혼이 세상에서 제일 쉽다. 그 다음으로 쉬운 건 역시 이혼. 뭐가 됐든 앞을 가로막은 장애물이 있다면 해결책은 결혼이다. 그 장애물은 결혼이란 수단으로 너무나도 쉽게 뛰어넘을 수 있으므로 사랑 없는 관계일지라도 단지 장애물을 뛰어넘기 위해 일단 결혼하고 본다. 결혼 과정은 아무 제약 없이 번갯불에 콩 볶듯 순식간에 진행된다. 계약결혼, 정략결혼은 기본, 숨겨진 아이라도 있을 적에는 양육권을 빌미로 "내 아이에겐 최고의 가정을 선물하겠어. 너에게 원하는 건 사랑이 아니라 내 아이의 엄마 역할이야."를 부득불 우겨 협박결혼을 한다. 그렇게 할리퀸 로맨스의 왕도는 결혼부터 시작한다. 파릇파릇 밀당이 오히려 왕도에서 벗어난다. 밀당을 하더라도 마지막 페이지 가서는 반드시 결혼이 성립되어 있고 1년 후로 건너뛰어 애가 태어나있는 게 기본. 이혼도 쉽다. 위자료로는 돈 외에 뱃속의 아기를 남겨주는 게 할리퀸의 정석. 물론 재결합은 더 쉽다.
- 이혼이든 이별이든 별거든 상관 없다. 몇 년 후가 되든 반드시 재회한다. 그것도 우연히가 아니라 주로 남주의 계략으로. 여자 쪽에서 계략을 쓰는 건 100 작품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할 정도. 99퍼센트 확률로 남주는 기회를 엿보고 있으며 계략의 뒤에는 반드시 강압적 협박이 따라온다. 당연히 여주는 어머니 병원비라든지 아버지의 빚을 몸으로 갚는다든지 하는 이유로 스스로 함정으로 걸어들어간다.
- 여주는 매저키스트다. 아무리 구박하고 매정하게 굴고 남주가 다른 여자와 썸이 있는 상태라도, 버림을 받더라도 한결같이 남주를 사랑한다. 심지어 있지도 않은 외도남을 내세우며 여주를 매도하고 쓰레기나 창녀 취급할 때에도 남주에게 종속된 여주의 욕망은 다른 남자에게서는 충족할 수 없다. 지금까지 남자를 멀리해온 여자이더라도 남주의 손가락이 스치기만 해도 불타오르게 되고, 이별의 기간이 10년일지라도 재회의 순간 키스 한 번에 정신을 놔버리는 게 기본이다.
- 그 남자는 절대, 절대, 절대 거지가 아니다. 꼬질꼬질한 옷에 수염이 무성하고 보잘 것 없는 직업에 종사하는 남주란 없다. 가진 건 트레일러 하나에 오토바이 한 대뿐이란 말은 믿을 게 못 된다. 알고 보면 염세주의에 빠져 방황중인 대기업 CEO, 혹은 자유를 갈망하는 공작가의 후계자, 왕가의 핏줄, 못해도 그 지역에서 대놓고 알아주는 유지 등등. 게다가 좀 스케일이 크다면 가족이나 가문, 개인 소유의 섬까지 지니고 있다. 여자의 배신에 무너지거나 어머니의 죽음에 자포자기해 스스로를 망가뜨린 남자지만 알고 보면 대저택을 소유하고 있고 페라리, 포르셰 따위는 껌값이다. 가난한 남주는 1000 작품에 하나 정도 나온다. 그럴 때는 여주가 공주나 상속녀. 그리고 남주가 가난하다 해도 형사나 기자 정도의 번듯한 직업은 가지고 있다.
- 여주든 남주든 쌍둥이 천지. 그것도 100% 일란성으로. 여주가 쌍둥이라면 한쪽은 성공한 화려한 여신 타입, 다른 한쪽은 수수한 들국화 같은 소박함에 순진무구한 소녀 타입. 남주가 쌍둥이라면 둘 다 능력남이지만 한쪽은 플레이보이, 한쪽은 부인이 죽거나 외도해 이혼한 돌싱남으로 애가 딸려있다.
- 주인공들은 언제나 결백하다. 둘이 만나기 전에 다른 상대랑 이혼한 주인공은 늘 이혼한 상대가 바람을 피워 불륜상대의 아이를 임신하거나 주인공보다 잘난 사람이랑 눈이 맞는 거다. 이혼한 상대가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거다. 이혼한 상대가 돈과 명예에 혹해 본모습을 숨긴 채 주인공에게 접근했다가 그 본색을 들킨 거다. 이혼한 상대가 알콜 중독이나 마약 중독이나 도박 중독인 거다. 이혼한 상대가 내 집안의 이름이나 돈을 노리고 결혼했다가 내 집안이 몰락하자 버린 거다. 절대로 남주와 여주가 그들이 유책 배우자인 경우란 없다. 남주는 단지 가정에 조금 무심하고 일을 우선시했을 뿐, 여주는 그저 순진해서 속은 것일 뿐이다.
- 잘난 건 매력이 아니다. 남주의 매력은 돈이나 집안, 능력 따위가 아니다. 그것은 매력이 아니라 당연히 가져야 할 덕목에 불과하다. 키 170인 남주는 없으며, 배 나오고 탈모 진행중인 남주는 없다. 아무리 허접한 남주라도 일단 외모는 기본으로 갖추어야 한다. 나 싫다고 떠난 여자를 굳이 탐정까지 동원해 오랜 기간 감시하는 것, 집안을 거덜낸 것도 아닌데 굳이 복수하겠다고 바득바득 이를 갈며 몇 년이나 준비해 여주를 불러다가 괴롭히는 '집착'이 남주의 진짜 매력이다. 결말은 당연히 "널 사랑해서였어 놓아줄 수 없었다!"로 끝난다. 그 집착과 독점욕이 없다면 할리퀸 남주는 존재이유가 없는 거다.
여주의 매력은 아름다운 눈동자, 깨끗한 피부, 미모, 순수함 따위가 아니다. 그것은 매력이 아니라 당연히 가져야 할 덕목에 불과하다. 꼬질함을 가장해봤자 쓸모없다. 시련에 빠져 생활에 찌들었을 뿐, 옷만 제대로 입혀 꾸미면 여신이어야 한다. 여주의 매력은 '다리'다. 남들보다 좀 뚱뚱한 여주라 하더라도 다리만은 늘씬해야 한다. 키가 150이 안 되는 여주일지언정 다리는 늘씬한 거다. 키 150 기준 다리 길이 90 이상이 여주의 매력인 거다. 비율여신이 아니라면 할리퀸 여주인공은 할 수 없다.
- 자고로 신데렐라는 구두를 남겨놓는 법. 여주는 매우 노력한답시고 흔적을 지우지만 언제나 남주에게 힌트가 될 만한 단서를 흘린다. 신데렐라 구두보다 훨씬 쉬운 힌트가 널려있으므로 남주가 굳이 전세계 여자들 발을 조물락거릴 필요 같은 건 없다.
- 마지막에 가서 주인공들은 아주 쉽게 털어놓는다. 페이지가 얼마 안 남을 무렵까지 오해와 눈물로 얼룩져있다 한들 그게 또 무슨 대수인가, 마지막 한 페이지면 된다. 그렇게 원망하고 미워하고 미움받는다 생각해 눈물로 밤을 지새도 한 페이지만에 "사실은 말이오"를 시작으로 좌르르륵 정리하며 오해도 갈등도 말 몇 마디로 끊어내며 해피 엔딩.[3]
- 자고로 잘나고 부자에 능력 있는 남자에게 정부가 없어선 안 되는 법. 그 상대는 의외로 남주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또 일편단심일 확률이 크다. 할리퀸의 정부는 여주의 오해와 의심, 파경, 가출을 위한 도구지만 편리하기도 그 정부는 마음씨도 매우 착한 거다. 주인공들이 결혼하면 반드시 떨어져나가주니까. 헤어지잔 말에 복수를 감행하는 정부는 극히 적다. 여주가 남주의 정부 역할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스토리면 부모형제의 죽을 병의 치료비를 위해 정부로 들어앉았다가 사랑을 확인하는 쪽으로 흘러간다.
- "전 약혼했어요"면 어서 반지를 빼라. 여주의 약혼자는 바람을 피우고 있다. 분명 외도 상대가 임신할 거고 여주는 버림받을 게 뻔하다. 고집 피워봤자 여주의 운명은 남주를 만나면서 이미 정해졌다. 그게 사랑이든 협박이든 팔자다. 남주의 약혼녀는 사치가 심하거나 바람을 피울 것이다. 고집 피워봤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여주의 매력에 끌려들어가게 되어있다. 약혼녀 때문에 지금 이 여주를 그냥 떠난다면 몇 년 후 남주의 자식이 어딘가에서 갑툭튀하게 되어있다. 그리고 그때 남주는 백퍼 이혼남이다.
- 남주는 거의 대부분 이탈리아 남자, 그리스 남자, 아랍 셰이크(왕족)이다. 할리퀸 작가들의 판타지는 지중해 쪽에 몰려있는 듯. 이 세 종류의 남자에 속하지 않는 남주도 있긴 하나 다 합쳐도 이 세 종류 중 제일 적게 나오는 남자만큼도 안 나온다. 할리퀸의 스토리 전개상 아이가 해결법일 때가 많고, 남주는 여주를 매도, 괴롭혀야 이야기가 진행되니 핏줄을 우선하고 강압적이고 가부장적이라는 특징이 필요해서 그런 걸로 보이며 이 세 종류 해당 남주는 말할 것도 없고, 해당 없는 남주라도 핏줄 우선, 강압적, 가부장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다수.
- 서브남주는 남주에 비해 뭔가 흐느적거리고 못미더운 느낌이 강한 남자들이 주로 나오며, 당연히 인성도 남주에 비해 별로인 식으로 묘사된다. 대충 남주가 이미 붙은 여주에게 찍접거린다던가, 예전에 여주를 찬 나쁜놈인 경우가 많다. 서브여주의 경우 반대로 여주가 열등감을 느낄 정도로 외모든 뒷배경이든 잘나게 나오는 경우가 더 많지만 (보통 이 경우 남주의 약혼녀같은 포지션이 더 많다) 어쨌든 인성이 별로라고 나온다. 그리고 둘 다 남/여주에 비해 잠자리 테크닉이 떨어진다.
- 아랍권 남자는 최소 족장, 왕자나 셰이크다. 아랍 왕자는 단식, 금주 같은 건 신경도 안 쓰며, 가끔 알라를 찾는 것 빼고는 딱히 계율을 지키는 것 같지 않다. 여주도 마찬가지인지라 먹지 말아야 할 것이나 금주 등의 생각 없이 일단 사랑이 우선이다.
- 생각보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 경우도 흔하다. 주로 여주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 정도지만 남자는 30대 중후반인 경우가 가장 많다. 심지어 20세 차이나는 커플도 가끔 나올 정도다.
4. 관련 문서
[1] 수잔 브럭맨의 TDD 시리즈. 국내에도 대부분 정발되었지만 절판 크리. 읽다 보면 은근히 재밌다.[2] 혹은 오해의 빌미가 되기도 한다. 특히 남자아이면 전화로 애랑 대화나누다가 남주에게 괜히 꼬투리잡히는 오해를 사는 여주 전개도 나온다.[3] 이건 의외로 글자제한이 걸려있어서 그런거라는 카더라도 있다. 각 할리퀸 장르당 글자제한수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