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보리심계(보살계)를 받은 후에는 보살행을 실천해야 한다. 보살행은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육바라밀(ཕར་ཕྱིན་དྲུག, 六婆羅密)은 보살의 수행법을 모두 모아 크게 요약해놓은 핵심이기에 이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으므로 육바라밀을 배워야 할 근본으로 삼는 것이 최상이라고 경론에서는 설한다. 사섭법 또한 육바라밀 안에 포함된다.육바라밀에 관한 설명은 주로 《보리도차제광론》의 요약본을 참고하였다.# 더 자세한 설명은 《람림》, 《로종》의 문헌들과 거기서 인용한 보살경론들을 참고해야 한다.
2. 육바라밀의 보살행 통섭
2.1. 육바라밀의 수(數)
모든 보살행이 육바라밀에 포함되는 이치에 대해서 《대승장엄경론》 등의 경론에서는 실제적인 육바라밀의 수(數)가 6으로 정해진 이유를 증상생(增上生)의 측면, 자타(自他)의 뜻을 이루는 측면, 타인의 뜻을 원만히 이루는 측면, 대승의 모든 수행을 포함하는 측면, 모든 도(道)나 방편의 측면, 계정혜(戒定慧) 삼학(三學)의 측면 등 여러 측면에서 설명했다. 자세한 설명은 《보리도차제광론》을 참고해야 한다.2.2. 육바라밀의 순서
또한 육바라밀의 순서가 정해진 것에 대해 경론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한다. 우선 생기는 면에서 육바라밀의 순서가 결정된 것을 살펴보면, 재물을 탐내지 않고 집착하지 않아 보시하면 계를 받을 수 있고, 악행을 바르게 막는 계를 지니면[지계] 남의 해침에도 인욕할 수 있으며, 고행을 싫어하지 않고 인욕을 하면 중간에 물러설 원인이 적기에 정진할 수 있고, 밤낮으로 정진하면 선(善)의 대상에 머물 수 있는 삼매[선정]가 생기며, 마음이 등지(等持)에 들면 진여의 공성을 깨닫는 지혜가 생기게 된다.그 다음 높고 낮은 면에서 육바라밀의 순서가 결정된 것을 살펴보면, 6바라밀 중에 보시 ⇆ 지계 ⇆ 인욕 ⇆ 정진 ⇆ 선정 ⇆ 지혜의 순서에서 앞으로 갈수록 하열하여 낮고, 뒤로 갈수록 수승하여 높다.
마지막으로 거칠고 미세한 면에서 육바라밀의 순서가 결정된 것은 실천이 쉽고 어려운 차이로, 전자는 후자보다 행하기가 쉽기에 더 거칠고 후자는 전자보다 행하기 어렵기에 더 미세하다.
3. 육바라밀
3.1. 보시바라밀
3.1.1. 정의
보시(布施)란 베풀려는 선(善)의 마음[意]과 그 같은 마음으로 일어난 몸[身]과 말[口]의 행[業]이다. 보시바라밀은 몸과 말이 아닌 마음이 중심이 된다. 자신의 몸ㆍ재물ㆍ선근을 인색함 없이 남에게 진심으로 베풀고, 그렇게 보시한 공덕까지도 중생에게 남김없이 다 베풀려고 하는 마음의 습기(習氣)를 온전히 갖춘 데서 보시바라밀이 완성된다. 따라서 남에게 직접 줄 재물 등이 없어도 베푸는 마음을 여러 면으로 일으키고 증장(增長)시켜서 보시하는 것이 보시바라밀행이다.《소(小)보리도차제》에서는 “보시는 중생의 원(願)을 들어주는 여의주와 같고 인색함의 끈을 잘라내는 최상의 무기라네. 두려움 없는 용기를 일으키는 보살행이며 시방에 명성을 널리 알리는 바탕이라네. 이와 같이 알고서 지혜로운 이는 자신의 몸과 재물, 선근(善根) 모두 베푸는 뛰어난 행을 하네.”라고 했다.
3.1.2. 수행계발
몸과 재물에 대한 인색함을 모두 없앤 것만으로 원만한 보시바라밀이라 할 수 없다. 인색은 탐착에 가깝기에 탐진치 등 번뇌장을 소멸시킨 성문·독각 아라한 또한 인색함의 종자까지 모두 제거했기 때문이다. 보시바라밀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인색함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뿐만 아니라 가진 것 모두를 남에게 베푸는 마음을 가슴속 깊이 일으켜야 한다. 자신의 몸과 재물, 선근 등 가진 것 모두에 대한 탐착으로 생기는 허물과 베푸는 공덕을 사유하는 것에 익숙해지도록 해야 한다.3.1.3. 분류
1. 출가자와 재가자가 보시하는 것일반적으로 재물 보시는 속가 보살[재가자]이 주로 하고, 출가 보살[출가자]은 법보시를 주로 해야 한다.
2. 보시 자체의 분류
2-1. 법시(法施)
법시는 청정한 마음 동기로 정법을 틀리지 않게 가르치고 기술 등 세간사(世間事)를 가르치고 악업을 짓지 않게 배워야 할 근본 학처(學處)를 지니게 하는 것을 말한다.
2-2. 무외시(無畏施)
무외시는 국왕과 도적 등 사람으로 생긴 두려움, 사자ㆍ호랑이ㆍ물에 사는 사나운 축생 등 사람이 아닌 것으로 생긴 두려움, 물과 불 등 4대(四大)로 인한 재난의 두려움 등으로부터 모든 중생을 구제하는 것을 말한다.
2-3. 재시(財施)
재시는 재물 등의 물질을 실제로 혹은 생각만으로 보시하는 것으로, 가장 일반적인 유형의 보시이므로 그만큼 재시에 대한 가르침도 다른 보시들에 비해 더욱 상세하다.
3.1.3.1. 재시(財施)
1. 실제로 재물을 보시하는 것1-1. 재물을 보시하는 방법
1-1-1. 누구에게 베푸는가의 보시의 대상
보시의 대상은
①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
② 해를 끼치는 사람
③ 도와주지도 해치지도 않는 중간의 사람
④ 계정혜 삼학의 수행 공덕이 있는 이
⑤ 파계(破戒) 등 허물이 있는 이
⑥ 자기보다 못한 이
⑦ 자기와 비슷한 이
⑧ 자기보다 뛰어난 이
⑨ 여러 가지로 원만구족(圓滿具足)한 이
⑩ 여러 가지로 힘들고 가난한 이 등이다.
1-1-2. 누가 어떤 마음으로 베푸는가의 마음 동기
1-1-2-1. 어떤 마음 동기를 갖춰야 하는가
보시의 총체적인 마음 동기는
① 이 보시의 공덕으로 위없는 깨달음의 자량(資量)인 보시바라밀을 완성해야 한다는 목적
② 중생이 내게 맡긴 것을 되돌려주어야 하듯 자신의 재물은 이미 남의 것이라는 인식
③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 모든 보시의 대상[밭]을 나의 보시바라밀을 완성시켜주는 선지식으로 여기는 인식 등 세 가지이다.
보시의 개별적인 마음 동기는 나를 해치는 자에게 자애심으로, 고통 받고 있는 이에게 연민심으로, 공덕이 있는 이에게 환희심으로, 나를 도와준 이에게는 평등심으로 보시를 행해야 한다.
1-1-2-2. 어떤 마음 동기를 버려야 하는가
버려야 할 마음 동기는,
① 견취견(見取見) 없이 베푸는 것으로, 보시를 해도 아무런 공덕이 없다는 생각이나 해치는 보시가 공덕이 된다는 생각이나 선한 징조와 길상(吉祥)이 생기는 것에 연연하는 것 등으로 보시하지 말아야 한다.
② 교만 없이 베푸는 것으로, 보시 받기 원하는 자를 모욕하거나 남과 경쟁하는 마음, 또는 보시하면서도 "나니까 줄 수 있지 다른 사람은 이렇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아만심(我慢心)으로 보시하지 말아야 한다.
③ (명성 등을) 바라지 않고 베푸는 것으로, 명예나 명성을 얻어 유명해지기 바라면서 보시하지 말아야 한다.
④ 움츠러듦 없이 베푸는 것으로, 보시하기 전에는 기쁜 마음, 보시할 때는 청정한 마음, 보시하고 난 뒤에는 후회 없는 마음을 갖고, 보살의 광대한 보시를 듣더라도 나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마음에 움츠러들지 않고 용기를 내어 베풀어야 한다.
⑤ 치우침 없이 베푸는 것으로, 내게 도움을 주는 이, 나를 해치는 이, 그리고 도움을 주지도 해치지도 않는 이들에 대해 치우침 없는 평등한 자비심으로 베풀어야 한다.
⑥ 보답을 바라지 않고 베푸는 것으로, 남에 대한 기대 없이 베풀어야 한다.
⑦ 이숙과(異熟果)를 바라지 않고 베푸는 것으로, 다음 생에 원만한 재물과 원만한 몸 등의 이숙과를 바라지 않고 베풀어야 한다.
1-1-3. 어떻게 베푸는가의 행위
1-1-3-1. 베풀 때 갖추지 말아야 할 행동
베풀 때 갖추지 말아야 할 행동은,
① 빨리 주지 않고 미루고서 주는 것
② 괴롭게 한 뒤에 주는 것
③ 불법이나 세간법에 어긋난 일을 시킨 뒤에 주는 것
④ 예전에 약속한 것보다 적게 주거나 나쁜 것을 주는 것
⑤ 생색을 내면서 주는 것
⑥ 한꺼번에 줄 수 있는데도 여러 번 작게 나누어 주는 것
⑦ 왕이라면 남의 자식이나 아내를 빼앗아서 주는 것
⑧ 부모나 하인 등의 재산을 강제로 빼앗아 남에게 주는 것
⑨ 남을 해치려고 보시하는 것
⑩ 자신은 나태하게 있으면서 남에게 시켜서 주는 것
⑪ 보시를 원하는 자에게 비난하여 창피를 주거나, 빙 둘러서 말하는 등으로 비웃거나, 거친 말로 협박한 뒤에 주는 것
⑫ 부처의 학처[계율]에 위배됨에도 주는 것
⑬ 재물을 생긴 즉시 주지 않고 오랫동안 모아서 주는 것 등이다.
1-1-3-2. 베풀 때 갖추어야 할 행동
베풀 때 갖추어야 할 행동으로는
① 밝은 얼굴로 먼저 미소 지으며
② 진실한 말로
③ 어떤 대상[田]에게든 공경하면서
④ 자신의 손으로 직접
⑤ 필요한 때에
⑥ 남에게 해가 되지 않게
⑦ 온갖 힘든 일을 참으면서 베풀어야 한다.
1-1-4. 무엇을 베푸는가의 보시물
1-1-4-1. 베풀 것과 베풀지 말아야 할 보시물을 간단히 설명하기
지금 당장[일시적]과 미래[궁극적] 둘 다 이익이 되거나 지금 당장은 도움이 되지 않지만 나중에 도움이 된다면 보시물을 베풀어야 한다. 지금 당장과 미래 둘 다 해치거나 지금 당장은 도움이 되지만 미래에 해치는 것이라면 베풀지 말아야 한다.
1-1-4-2. 베풀 것과 베풀지 말아야 할 보시물을 자세하게 설명하기
1-1-4-2-1. 내부의 보시물 중 베풀 것과 베풀지 말아야할 것을 자세하게 말하기
몸 등 내부의 보시물을 줄 수 없는 것을 알게 되면 그 반대되는 것, 즉 주어야 할 것을 알 것이다. 몸을 요구하는 경우는 팔다리 등으로 구분해서 영원히 주는 것과 종교적 목적을 위하여 일시적으로 다른 사람의 아래에서 일하는 것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1-4-2-1-1. 시간 면에서 베풀지 말아야 하는 것
보살이라면 중생에게 처음부터 몸, 재물, 선근까지 진심으로 전부 다 베푸는 것이 당연하나, 누가 자신의 살 등을 원하더라도 아직 대자비심이 다 성숙하기 전까지는 베풀지 말아야 한다.
1-1-4-2-1-2. 목적 면에서 베풀지 말아야 하는 것
사소한 목적을 위해 몸과 같이 중요한 것을 베풀지 말아야 한다. 당신 자신이나 남을 해치게 되는 살생 등과 같은 악행을 위해서 몸 등을 요구받는다면 일시적으로조차도 남에게 자신을 내주어서는 안 된다.
1-1-4-2-1-3. 받을 자 면에서 베풀지 말아야 하는 것
남을 해치는 마음으로 요구하면 보시하지 말아야 한다. 만약 그에게 베푼다면 그가 악업을 짓게 하기 때문이다. 미치광이나 제정신이 아닌 이가 요구해도 주지 말아야 한다. 그저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1-1-4-2-2. 외부의 보시물 중 베풀 것과 베풀지 말아야할 것을 자세하게 말하기
1-1-4-2-2-1. 외부의 보시물 중 베풀지 말아야 하는 것
1-1-4-2-2-1-1. 시간 면에서 베풀지 말아야 하는 것
출가자나 (팔종八種)재계(齋戒)를 지키는 이에게 오후에 음식 공양을 올리는 것은 베풀어서는 안 된다.
1-1-4-2-2-1-2. 보시 받는 이 면에서 베풀지 말아야 하는 것
예를 들면, 지계 정진하는 이에게 먹다 남은 음식을 주는 것이나, 대소변ㆍ침 등으로 오염된 음식을 주는 것이나, 양파ㆍ마늘ㆍ고기ㆍ술 등을 먹으면 안 되는 이에게 주거나, 이 같은 음식을 수용하면 안 되는 계를 지닌 이에게 주는 것이나, 몸에 맞지 않는 음식을 주는 것이나, 몸에 맞는 음식일지라도 적당량을 모르는 환자가 달라는 대로 주는 것 등이다. 또 논쟁거리를 찾는 외도에게 경전을 주는 것이나, 경전을 재물로 삼아 구하는 이에게 경전을 주는 것 등에는 베풀어서는 안 된다.
1-1-4-2-2-1-3. 보시하는 이 면에서 베풀지 말아야 하는 것
예를 들면, 자신이 완전히 다 배우지 않았고 더욱이 인색함의 허물도 없는 경우에 그 경전이 알고 싶어 원하는 이에게 경전을 주는 것 등이다.
1-1-4-2-2-1-4. 보시물 면에서 베풀지 말아야 하는 것
예를 들면, 자신의 부모나 살아있는 생명이 든 먹을 것이나 마실 것 등이다.
1-1-4-2-2-1-5. 목적 면에서 베풀지 말아야 하는 것
예를 들면, 자신이나 남을 해치려는 자에게 독(毒)ㆍ무기ㆍ불ㆍ술 등을 주는 것이나 불선업을 쌓는 문제가 되는 놀잇감[화투, 사냥, 낚시 등]을 주는 것이나 중생을 해치려는 이에게 그물ㆍ덫 등을 주거나 그 사용법을 가르치는 것 등이다.
1-1-4-2-2-2. 외부의 보시물 중 베풀어야 하는 것
부처가 금지하지 않은 시간[오전]에 음식 공양을 올리는 것이나 보시 받는 이가 보시물을 받는 데 문제가 되지 않으면 주어야 하는 것 등이다.
1-2. 보시를 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누가 와서 무엇을 보시받기를 원할 때 보시할 수 없다면, 자신의 힘이 아직 미약하고ㆍ보시하기 어려워하는 생각이 남아있으며ㆍ나와 내 것에 대한 집착이 남아있다는 세 가지를 그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1-3. 보시의 장애[인색함]를 대치법으로 다스리는 방법
1-3-1. 보시에 익숙하지 않은 장애를 대치법으로 다스리는 방법
보시에 익숙하지 않은 것은 보시할 물건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보시를 받을 자에게 베풀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한 대치법은 베풀고 싶지 않는 허물이 내가 이전에 보시를 익히지 않아서 생긴 것임을 빨리 깨닫고 지금 보시를 하지 않으면 내생에도 보시를 좋아하지 않게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1-3-2. 가난의 장애를 대치법으로 다스리는 방법
가진 것[재물 등]이 너무 적어서 보시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치법은 “내가 생사윤회를 할 때 남에게 도움을 주지 않았기에, 과거의 업 혹은 남에게 지배당하며 목마름과 배고픔 등의 참기 어려운 고통을 많이 겪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1-3-3. 재물에 대한 탐욕의 장애를 대치법으로 다스리는 방법
보시할 물건이 너무 마음에 들고 좋아 탐착해서 보시받을 자에게 베풀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인데, 이 탐착은 고통을 행복으로 착각한 것이다. 이에 대한 대치법은 이러한 탐애와 집착의 허물인 탐착으로 생길 금생과 내생의 수많은 고통을 재빨리 알아차려 탐착을 버리고 보시물을 베푸는 것이다.
1-3-4. 보시의 공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장애를 대치법으로 다스리는 방법
보시의 공덕으로 위없는 깨달음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큰 재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것만 알고 베푸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치법은 일반적으로 생기는 모든 것은 찰나에 소멸하고 특히 재물은 더 빨리 소멸하고 흩어짐을 알아서 베푸는 것 모두 위없는 깨달음을 증득하기 위해 회향(廻向)하는 것이다.
2. 생각만으로 재물을 보시하는 것
고요한 곳에 가서 마음을 집중하여 가슴속 깊이 신심(信心)으로 다양하고 광대한 헤아릴 수 없는 보시물을 마음으로 만들어 일체중생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것을 관상(觀想)하는 것이다. 이는 어렵지 않게 무량 복덕이 늘어나게 하는 지혜로운 보살의 보시이다.
3.1.4. 요건
보시를 원만하게 하기 위해서 먼저 여섯 가지 수승(殊勝)함을 갖추는 것은① 의지처[마음 동기]의 수승함으로, 보리심의 마음 동기에 의지해 일체중생을 생각하면서 보시하는 것,
② 대상의 수승함으로, 일반적으로 모든 것을 베풀려는 마음을 바탕으로 각각의 보시물을 보시하는 것,
③ 목적의 수승함으로, 모든 중생에게 일시적인 이익과 궁극적인 행복을 주기 위해 보시하는 것,
④ 수승한 방편의 수승함으로, 견도(見道) 이상의 공성을 깨닫는 무분별의 지혜로 보시하는 것,
⑤ 회향의 수승함으로, 보시한 공덕을 원만구족한 깨달음을 이루기 위해 회향하는 것,
⑥ 청정의 수승함으로, 번뇌장(煩惱障)과 소지장(所知障)을 소멸하기 위해 보시하는 것을 말한다.
(보시 안에 육바라밀을 다 포함하고 있으므로) 육바라밀도 함께 구족하는 방법으로,
① 중생을 위해 법보시 등을 행하면서 자신도 보시를 하고 남도 보시를 하도록 이끄는 보시의 보시,
② 성문·연각처럼 주로 자신을 위해 해탈하려는 이기심으로 보시하는 것을 막으며 계율을 어기지 않는 보시의 지계,
③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이루기 위해 곤경을 참아 이겨내고 남의 비방에도 참아내는 보시의 인욕,
④ 법보시를 더더욱 증장시키려는 의지로 서원을 일으키는 보시의 정진,
⑤ 소승의 생각과 섞이지 않고 선업에 한 마음으로 집중하여 선한 공덕을 원만구족한 깨달음으로 회향하는 보시의 선정,
⑥ 보시의 삼륜청정(三輪淸淨), 즉 보시물ㆍ보시하는 자ㆍ보시 받는 자가 모두 환영[幻]과 같음[無自性]을 아는 보시의 지혜 등
모두를 갖춘 보시는 아주 강력하여 한량없는 선업의 공덕을 쌓을 수 있다.
3.1.5. 결요
보살계를 지닌 후 보시를 행할 때는 높은 보살 지위[8~10지]에서 하는 보시를 선망의 대상으로 해서 베풀고,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지금부터 베풀 수 있는 것들 중에서도 베풀어야 하는 경우와 베풀지 말아야 하는 경우를 잘 구별해서 배워야 한다. 더욱이 몸과 재물ㆍ선근에 대한 인색을 다스리는 대치법을 행하여 베푸는 마음이 점점 커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와 같이 배우지 못한 것을 참회하고ㆍ배우고ㆍ실천하는 것이 즐겁게 익숙해져 습관이 되도록 해야 한다.보살행의 바탕인 보리심을 기억해서 수행하고 보리심을 발원하고 완전한 깨달음을 얻도록 기도하는 것은 모든 보시의 뿌리이며 모든 보시 중에 가장 수승한 보시이므로 이에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3.2. 지계바라밀
3.2.1. 정의
지계(持戒)는 남을 해치는 말이나 행동뿐만 아니라 그 바탕인 해치려는 생각에서도 벗어나려는 마음이다. 지계는 내 마음 밖의 중생이 해침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속에서 남을 해치는 행동과 말, 그 바탕인 해치는 생각까지도 막는 것이고, 이같은 마음의 습관을 발전시켜 원만히 익힘으로써 지계바라밀이 되는 것이다.《소보리도차제》에서는 “지계는 악행의 때를 씻어내는 물이며 번뇌의 열을 식혀주는 달빛이라네. 대중 가운데 수미산처럼 웅장하여 힘으로 누르지 않아도 모두가 공경하게 되네. 이와 같이 알고서 현자들은 수지(受持)한 계율을 자신의 눈동자처럼 청정하게 지키네.”라고 했다.
3.2.2. 수행계발
일체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보리심을 일으켜 보살행[육바라밀행] 배우기를 서약한 이라면 먼저 자기 자신부터 계율을 청정하게 지켜야 한다. 지계 청정 또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이치대로 실천함에 달려 있고, 이 또한 계율을 잘 지키려고 하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하고 견고한지에 달려 있기에, 계율을 지키지 않은 허물과 계율을 지킨 이익을 오랫동안 사유하여 계율을 지키려는 마음을 일으켜야 한다.3.2.3. 분류
삼취정계(三聚淨戒)에는 ① 소극적으로 악을 막아 자신을 이익 되게 하는 섭율의계(攝律儀戒), ② 적극적으로 모든 선을 행하여 자신을 이롭게 하는 섭선법계(攝善法戒), ③ 일체중생을 이롭게 하는 섭중생계(攝衆生戒)가 있는데, 섭율의계는 다른 두 계율의 근본이자 의지처이다.1. 섭율의계(攝律儀戒)
악행을 막는 섭율의계에는 별해탈계ㆍ보살계ㆍ금강승계가 있다. 별해탈계가 몸으로 나타나는 세 가지 악행과 입으로 나타나는 네 가지 악행을 막고, 보살계와 금강승계는 마음으로 나타나는 세 가지 악행을 막기 때문이다. 8종 별해탈계(別解脫戒)는 사미계·사미니계[36계], 식차마나계[36+12계], 비구계[253계]·비구니계[364계], 우바이계·우바새계[5계], 팔재계[8계] 등이다.
2. 섭선법계(攝善法戒)
선행을 모으는 섭선법계는 육바라밀 등의 선행을 대상으로 생기지 않은 것은 생기게 하고 이미 생긴 것은 줄어들지 않고 더욱더 늘어나게 한다.
3. 섭중생계(攝衆生戒)
중생을 이롭게 하는 섭중생계는 이타심으로 중생에게 맞게 그들을 이롭게 하는 모든 행동, 즉 보살의 사섭법 등을 말한다. 도움이 필요한 11가지 유형의 유정은
① 당장 직접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유정
② 원하는 것을 성취할 적절한 방법을 모르는 유정
③ 물질적·정신적인 도움이 필요한 유정
④ 두려움에 찬 유정
⑤ 슬픔·근심에 찬 유정
⑥ 재물이 빈곤한 유정
⑦ 여행하다 머물 곳이 필요하거나 정서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유정
⑧ 친구나 마음이 통하는 동반자가 필요하거나 정신적인 조화가 필요한 유정
⑨ 해탈·성불로 가는 수행에 들어가기 원하거나 바른 길에 들어선 유정
⑩ 삿된 길에 들어서 되돌릴 필요가 있는 유정
⑪ 신통력의 도움이 필요한 유정 등이다.
3.2.4. 요건
여섯 가지 수승함과 육바라밀을 갖추어 계를 지키는 것이다. 여섯 가지 수승함을 갖추어 지계를 지키는 것은 앞서 보시바라밀에서 설명한 것과 같다.육바라밀을 갖추어 지계하는 방법으로,
① 지계의 보시는 자신이 먼저 지계하고 남도 지계할 수 있도록 베푸는 것이고,
② 지계의 지계는 이기심으로 지계하지 않고 이타심으로 지계하는 것이며,
③ 지계의 인욕은 지계할 때 여러 가지 어려움을 참는 것이며,
④ 지계의 정진은 지계를 더욱더 발전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이고,
⑤ 지계의 선정은 한마음으로 집중해 지계한 공덕을 위없는 보리를 위해 회향하는 것이며,
⑥ 지계의 지혜는 지계의 삼륜청정, 즉 누가ㆍ무엇을ㆍ어떻게 지키는지 그 세 가지 모두가 신기루와 같음을 깨닫는 것이다.
3.2.5. 결요
보살행의 바탕인 보리심이 쇠퇴하지 않고 더욱더 늘어나게 하는 것은 지계 등 육바라밀행을 하는 근본 목적이다. 또한 일체중생에 대한 해침을 막을 수 있는 최상의 행이다. 높은 보살의 지위에서 닦고 있는 지계를 선망의 대상으로 삼고, 초심자가 율장에 나오는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등에 대해 마음을 다해 지금 당장이라도 배워야 한다.특히 자신이 이해한 십불선(十不善) 등의 성죄(性罪)와 차죄(遮罪)에 빠지지 않도록 지키는 마음이 날마다 일어나도록 하고, 그리고 자신이 받은 계율 중 근본계를 지키는 마음이 거듭거듭 일어나도록 노력해야 한다.
3.3. 인욕바라밀
3.3.1. 정의
인욕(忍辱)은 남이 해치는 것에 대해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하거나, 고통에 대해 나약한 마음으로 용기를 잃지 않고 이미 생긴 고통을 받아들이거나, 불법에 대한 큰 믿음으로 참고 꾸준히 행하는 것이다.《소보리도차제》에서는 “인욕은 용감한 보살들에게 최고의 장엄이며 번뇌의 불길을 잡는 최고의 고행이라네. 분노의 뱀을 잡아먹는 가루라와 같으며 거친 말의 무기를 막아내는 견고한 갑옷이라네. 이와 같이 알고서 다양한 방법으로 인욕행을 닦아 익혀야 하네.”라고 했다.
3.3.2. 수행계발
인욕하는 이득과 인욕하지 않는 허물을 깊이 깨달아 끝까지 참아내는 마음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항상 인욕에 의지하면 마음의 기쁨이 쇠퇴하지 않아 늘 평온하기에 금생에도 안락하고 내생에도 안락하게 된다. 인욕하는 공덕은 내생에 원수가 적고, 사이가 나빠서 이별하는 일이 적어지며,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후회 없이 죽음을 맞이하며, 몸의 사대(四大)가 흩어진 뒤에도 선도(善道)에 태어난다. 인욕하지 않는 허물은 백천 겁 동안 쌓아올린 보시 공덕과 부처에게 공양 올린 공덕이 보살을 대상으로 단 한 번의 성냄으로써 모두 타버려 없어진다.3.3.3. 분류
1. 해침에 흔들리지 않는 인욕이러한 가르침은 가장 큰 원수인 분노를 물리치기 위한 것으로, 자기 자신의 번뇌를 찾아 자신의 마음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분석하는 지혜로 바르게 분별하여 다양한 바른 논리[正理]로 분노를 막는다면, 많은 다양한 분노를 막고 다방면으로 인욕이 일어나게 된다. 가장 올바른 경론의 뜻을 허물없는 논리로 찾아서 깊은 이해로 일어나는 경험이므로 극히 견고한 습기를 남길 수 있다. 만약 지혜에 의한 분석 명상[觀]을 버린다면 보살의 위대한 행을 버리는 것이다.
1-1. 해치는 자가 해를 끼치는 것에 대해 참지 못하는 것을 막기
1-1-1. 행복을 방해하고 고통스럽게 한 것에 못 참는 것 막기
1-1-1-1. 화내는 것이 옳지 않은 것
1-1-1-1-1. 해치는 자[객체]를 살펴도 화내는 것이 옳지 않은 것
1-1-1-1-1-1. 해치는 자가 자재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살피면 화내는 것이 옳지 않은 것
나를 해치는 자에게 내가 왜 화를 내는지를 잘 살펴보면, 그가 나를 해치려는 마음으로 나의 몸과 마음에 고통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그가 나를 해치는 것은 그의 의지대로 해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습관이 된 번뇌의 종자(種子)가 원인과 결과가 되어 마치 번뇌의 노예처럼 해치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게 화내는 것은 옳지 않다.
1-1-1-1-1-2. 해치는 것이 범부중생의 순간적 모습인지 본래적 모습인지를 살피면 화내는 것이 옳지 않은 것
만약 남을 해치는 것이 범부중생의 본래 모습이라면 그에게 화내는 것은 옳지 않다. 비유하자면 뜨겁고[본질] 타는 것[작용]이 불의 본래 자성이기 때문에 손이 뜨겁거나 탈 때라도 불에게 화를 내면 안 되는 것과 같다. 만약 남을 해치는 것이 일시적으로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고 범부중생의 본래 모습은 선하기 때문에 해치는 자에게 화내는 것은 옳지 않다. 비유하자면 허공에 연기가 피어올라 눈이 따가운 것은 연기 때문이지 허공 때문이 아니기 때문에 허공과 같은 범부중생에게 화를 내면 안 되는 것과 같다.
1-1-1-1-1-3. 해치는 것이 직접적인지 간접적인지를 살피면 화내는 것이 옳지 않은 것
만약 몽둥이에 맞아 화를 내는 경우, 직접적인 것에 화를 내는 것이라면 사람에게 화를 내는 것은 옳지 않다. 몸을 직접 때리는 것은 몽둥이이므로 몽둥이에 화를 내어야 한다. 만약 간접적인 것에 화를 내는 것이라면, 몽둥이는 사람에 의해 사용된 것이고, 그 사람도 분노에 의하여 해침을 당하고 있으므로, 분노에게 화를 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직접적이지도 간접적이지도 않은 중간인 사람에게 화를 내고 있으므로 화내는 것은 옳지 않다.
1-1-1-1-1-4. 해치는 원인을 살피면 화내는 것이 옳지 않은 것
해침의 고통은 원인이 없다거나 결과와 일치하지 않는 원인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고, 결과와 일치한 원인으로 생기는 것이다. 그 또한 깊이 살펴보면 과거에 내가 남을 해친 불선업으로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 업의 힘으로 해치는 자에게 자유 없이 해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탓이라 여겨 남에게 화를 내는 것은 옳지 않으니 화내는 것을 완전히 막아야 한다.
1-1-1-1-2. 화내는 자[주체]를 살펴도 화내는 것이 옳지 않은 것
남이 해침으로 생긴 고통은 과거에 자신이 지은 악업의 과보이기에 그 고통을 받아들임으로써 과거의 악업이 소멸되는 것이며, 인내심으로 그 고통을 참을 수 있다면 악업을 새롭게 짓지 않고 복덕이 늘어나는 것이기에, 해치는 자가 자신의 손해를 생각하지 않고 나의 악업을 정화시키기 위해 일부러 해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보살과 같다고 생각하고 해치는 자를 더욱 은혜롭게 생각해야 한다.
1-1-1-1-3. 화냄의 원인을 살펴도 화내는 것이 옳지 않은 것
1-1-1-1-3-1. 두 개의 원인이 만나 고통을 일으켰기 때문에 화내면 안 되는 것
해치는 자는 (인과를 모르는) 무지로 해치며 해침을 당한 자는 (화냄의 허물을 모르는) 무지로 화를 낸다면 이것에 대해 어떤 것이 허물이 없고 어떤 것이 허물이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1-1-1-1-3-2. 자신이 서언(誓言)한 바를 살펴보아도 화내면 안 되는 것
성문·연각은 자신만의 해탈을 위해서도 화내지 않는데, 발심할 때 일체중생을 돕겠다고 굳게 약속하고 더욱이 이타심으로 모든 중생을 거두겠다고 결심한 이라면 더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여 인내심으로 인욕을 일으켜야만 한다.
1-1-1-2. 자비로 거두는 것이 옳은 것
모든 중생이 시작 없는 전생부터 지금까지 윤회하면서 나의 부모 등 친척과 친구가 되지 않은 적이 없다. 그리고 무상(無常)하고, 생명은 속히 무너지고, 세 가지 고통[三苦]으로 괴롭고, 번뇌마(煩惱魔)로 미쳐서 자신의 이번 생과 다음 생의 이익들조차도 없애고 있으니 오히려 그들을 내가 자비로써 거두어야지 어떻게 분노와 복수를 하겠는가 라고 진심으로 생각하여 그들을 자비로 거두어야 한다.
1-1-2. 칭찬ㆍ명성ㆍ공경 등을 방해하고 비방 등을 하는 것에 참지 못하는 것을 막기
1-1-2-1. 칭찬ㆍ명성ㆍ공경 등을 방해할 때 참지 못하는 것 막기
1-1-2-1-1. 칭찬 등을 받았을 때 이득이 없음을 생각하기
남이 나를 칭찬하거나 자신의 명성이 널리 알려진다 해도 이번 생에 무병장수 등에 도움이 되지 않고, 다음 생에 인간·천신으로 태어나는 큰 복덕 얻는 것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1-1-2-1-2. 칭찬 등을 받았을 때 허물이 있음을 생각하기
칭찬ㆍ명성ㆍ공경 등은 마음을 산란하게 하며, 윤회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염리심(厭離心)을 무너뜨리고, 덕이 있는 이를 질투하게 하고, 그로 인해 선행이 쇠퇴하게 된다고 생각해서, 염리심을 일으켜 칭찬과 명성 등을 탐착하는 마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1-1-2-1-3. 그러므로 칭찬 등을 방해 받았을 때에도 기뻐해야 하는 것
나에 대한 칭찬이나 명성과 공경을 방해하는 것은 내가 악도(惡道)로 가는 것을 막아주고, 집착의 포박을 끊어주며, 고통으로 들어가는 문을 막아주는 부처의 가피라고 생각하여, 해치는 이에게 분노하지 않고 진심으로 감사해야 한다.
1-1-2-2. 비방 등을 받았을 때 참지 못하는 것 막기
마음은 물질이 아니라서 직접 해칠 수 없고 몸에 직접 해침을 당해 간접적으로 마음이 아픈 것이라면, 비난·무시·나쁘게 알려지는 것 등은 몸과 마음 둘 다 해치지 못하기에 기쁘다고 생각하여 마음의 불안을 제거해야 한다. 왜냐하면 마음의 불안이 없어지면 화냄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1-2. 해치는 자가 잘되는 것을 기뻐하지 않고 잘못되는 것은 기뻐하는 것 막기
내가 일체중생을 돕기 위해 보리심을 일으키고서 중생의 사소한 행복에도 싫어하는 마음이 일어나는 것과 모든 중생이 부처되기를 바란다고 하면서도 타인의 조그만 이득이나 명성이 생김에 마음이 불안한 것은 아주 모순되므로 중생의 어떠한 행복에도 질투하지 않고 진심으로 기쁨을 일으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보리심과 중생에게 이익을 준다는 것은 진심이 없어 빈말이 될 뿐이기 때문이다.
2. 고통을 받아들이는 인욕
2-1. 고통을 받아들이는 인욕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
행복의 원인인 선업은 가끔씩 짓고 고통의 원인인 악업은 매우 많이 지음으로써 우리에게 어떤 것도 고통 아닌 것이 없고, 또 끊임없이 생기기에 고통을 수행으로 여겨 받아들어야 한다. 만약 고통을 참고 받아들인다면 이미 생긴 고통이 없어지진 않아도 근심 걱정 등의 고통은 생기지 않고, 원래 있던 고통 또한 인욕 수행의 방편으로 받아들임으로써 고통이 크게 줄어들므로 참을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고통을 받아들이는 인욕을 일으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2-2. 고통을 받아들이는 인욕을 일으키는 방법
3-2-2-1. 이미 생긴 고통을 완전히 싫어하는 것을 막기
이미 생긴 고통을 다시 고칠 수 있다면 싫어할 필요가 없고, 고치지 못한다면 설사 싫어한다고 해도 어떤 이득도 없기에 아무 소용없다. 엄살이 심하면 조그만 고통도 참기가 어렵고, 엄살이 적으면 큰 고통도 참아낼 수 있다.
2-2-2. 이미 생긴 고통을 받아들이는 것이 합리적임을 설명
2-2-2-1. 고통의 장점을 사유하기
고통의 공덕[이득]에는
① 고통이 없다면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출리심(出離心)이 일어나지 않기에 해탈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게 하는 공덕
② 고통에 빠져서 높은 아만심이 무너지는 공덕
③ 불선업으로 생긴 큰 고통을 다시 받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 원인을 제거해야 하기에 죄업을 경계하는 공덕
④ 고통으로 괴로울 때 행복을 원하게 되고 행복을 원한다면 행복의 원인인 선업을 쌓아야 하기에 선행을 좋아하게 되는 공덕
⑤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다른 중생도 나처럼 괴로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윤회를 떠도는 이들에게 연민심을 일으키는 공덕 등 다섯 가지가 있다.
2-2-2-2. 고통을 참는 인욕의 공덕을 사유하기
2-2-2-2-1. 해탈 등의 큰 뜻을 이루는 공덕을 사유하기
“지금 내가 자타(自他)의 한량없는 이익인 선업을 행하는 데에는 앞서 말한 것보다 백천만 배나 더한 고통을 받아야 하는 것이 마땅하니 이보다 작은 고통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고 생각하여 마음을 거듭해서 굳건히 다져야 한다. 해탈·성불의 큰 뜻을 이루게 하는 고통은 당연히 참고 용서할 수 있다.
2-2-2-2-2. 끝없는 고통이 소멸되는 이득을 사유하기
작은 고통을 참아내는 고행만으로 끝없는 윤회와 지옥 등 악도의 고통을 완전히 소멸할 수 있어 아주 다행이라고 생각하고서, 일시적으로 겪는 고통과 오랜 시간 겪어야 하는 고통 둘의 차이를 잘 생각해서 안다면 고행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의 용기가 생길 것이다.
2-2-2-3. 작은 고통부터 익히면 어렵지 않은 도리
인욕에 익숙해지면 큰 고통도 참을 수 있게 되는데, 근본이 되는 원인인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익숙해져서 습관이 되면 쉬워지지 않는 어떤 일도 없다. 그러므로 덥고ㆍ춥고ㆍ남이 욕하는 등의 작은 고통을 참고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해지면 지옥 등의 큰 고통도 참을 수 있는 힘이 점점 늘어나게 된다.
2-3. 어떤 고통을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
받아들여야 하는 고통에는
① 수행에 필요한 물질로 인한 고통
② 명예 등 세간법으로 인한 고통
③ 수면 등 신체적 행위로 인한 고통
④ 삼보에 귀의하거나 스승을 존경으로 모시거나 경전을 암기하는 등 법을 완전히 지니는 것으로 인한 고통
⑤ 걸식, 삭발 등의 생활로 인한 고통
⑥ 용맹정진하여 생긴 피로로 인한 고통
⑦ 중생의 행복을 위하는 것으로 인한 고통
⑧ 현재 해야 하는 일상적인 일로 인한 고통 등
여덟 가지가 있다.
3. 법에 확신하는 인욕
법에 확신하는 인욕을 일으키는 대상에는
① 믿음의 대상인 삼보의 공덕
② 깨우쳐야 하는 대상인 인무아와 법무아의 진여(眞如)
③ 원하는 대상인 불보살의 위신력(威身力)[신통력과 육바라밀의 힘과 타고난 힘]
④ 취해야 하는 대상인 원인이 되는 선업과 그 결과인 행복
⑤ 버려야 하는 대상인 원인이 되는 악업과 그 결과인 불행
⑥ 수습해야 하는 대상 중 얻어야 할 보리[완전한 깨달음]
⑦ 수습해야 하는 대상 중 보리를 얻는 수행 방편과 보살의 학처
⑧ 문사로 배우고 수행하는[聞思修] 대상인 무상, 무아 등 또는 십이분교(十二分敎) 등 부처의 가르침 등이다.
이 8가지 대상에 대해 확실하게 이해하고 거듭거듭 사유해서 지녀야 한다.
3.3.4. 요건
어떤 인욕행을 하더라도 6가지 수승함과 육바라밀을 갖추어 행해야 한다. 6가지 수승함을 갖추어 인욕행을 하는 것은 앞서 보시바라밀에서 설명한 것과 같다.육바라밀을 갖추어 인욕행을 하는 방법은,
① 인욕의 보시는 자신도 인욕행을 하고 남도 인욕행을 하도록 이끄는 것,
② 인욕의 지계는 이기심으로 인욕행을 하지 않고 이타심으로 인욕행을 하는 것,
③ 인욕의 인욕은 인욕행을 할 때 여러 가지 어려움을 참는 것,
④ 인욕의 정진은 인욕행을 더욱더 발전시키도록 노력하는 것,
⑤ 인욕의 선정은 한마음으로 집중해 인욕한 공덕을 위없는 보리를 위해 회향하는 것,
⑥ 인욕의 지혜는 인욕의 삼륜청정, 즉 누가ㆍ무엇을ㆍ어떻게 인욕행을 하는지 그 세 가지가 다 신기루와 같음을 깨닫는 것 등이다.
3.3.5. 결요
모든 유정중생이 번뇌를 없애는 인욕행을 할 수 있게 하는 뿌리는 보살행의 근본이 되는 보리심을 되새기고 수습하는 것이다. 보리심이 쇠퇴하지 않고 더욱더 늘어나게 하고, 높은 보살 지위에서 닦는 인욕을 선망의 대상으로 삼아 초심자가 배워야 할 인욕의 학처에 대해 정확하게 잘 알고 이치대로 수습해야 한다.앞서 배운 것들을 실천할 때 인욕의 가르침에 어긋난 것은 반드시 고치려고 노력해야지 이를 버리고 닦지 않으면, 오랫동안 계속해서 많은 큰 죄에 물들게 되고 다른 생에도 뛰어난 보살행을 실천하기 매우 어렵게 된다. 수행의 핵심을 바르게 파악하고서 지금부터 할 수 있는 것은 실천하고 할 수 없는 것들도 마음으로 닦는다면 작은 노력과 고통으로 큰 어려움 없이 인욕바라밀을 원만하게 완성하게 된다.
3.4. 정진바라밀
3.4.1. 정의
정진(精進)은 선(善)을 대상으로 하여 최고로 기뻐하는 마음의 작용이다. 선행에 재미를 붙이는 것이 정진이다.《소보리도차제》에서는 “물러서지 않는 견고한 정진의 갑옷을 입으면 교학과 수행이 상현달처럼 차오르고, 말과 행동 모두 의미 있게 되며 시작한 모든 일이 뜻대로 다 이루어지네. 이와 같이 알고서 보살들께서는 게으름 모두 없애는 위대한 정진행을 하시네.”라고 했다.
3.4.2. 수행계발
정진함으로써 생기는 이익과 정진하지 않는 허물에 대해 거듭해서 꾸준히 깊이 생각하는 것이 습관이 되면 정진을 일으키게 된다. 정진함으로써 생기는 이익에는 모든 공덕을 얻을 수 있는 이익, 산란함으로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되고 세간과 출세간의 성취를 다 얻을 수 있는 이익, 보시 등 육바라밀 중에서 정진은 위없는 원만 보리를 성취하게 하는 최고의 원인이 되는 이익, 정진하는 자는 얻지 못할 것이 없고 사람 아닌 천신 등으로부터 도움을 받게 되는 이익 등이 있다. 정진하지 않으면 게으름의 함정에 빠져 모든 선법이 작아지게 되고 일시와 궁극의 모든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3.4.3. 분류
1. 실제적인 정진의 분류1-1. 갑옷 같은 정진
보살은 한 중생의 고통을 제거하기 위해 내가 천 대겁(大劫) 동안 무간지옥에 태어나더라도 기쁨으로 정진하겠다는 마음의 갑옷을 지니고 정진한다. 견고한 갑옷 같은 정진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일으키는 것은 생사윤회하면서 자신의 고통은 생각지 않고 남을 위하는 자비행을 하는 용사가 바르게 받아들여야 할 최상의 것이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기쁘게 정진한다면, 빠르게 성불하게 된다.
1-2. 선행을 모으는 정진
육바라밀을 원만하게 성취하기 위해 육바라밀에 정진하는 것이다.
1-3. 중생을 이롭게 하는 정진
①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진
② 방법 모르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한 정진
③ 이익이 되기 위한 정진
④ 더럽거나 위험한 곳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진
⑤ 걱정에 빠져있는 것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진
⑥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진
⑦ 장소를 제공해주는 정진
⑧ 화합하도록 하기 위한 정진
⑨ 바른 길로 가기 위한 정진
⑩ 삿된 길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진
⑪ 신통으로 돕기 위한 정진 등
중생의 뜻을 이루게 하는 정진은 중생을 이롭게 하는 11가지를 이치대로 바르게 힘써 정진하는 것이다.
2. 정진을 일으키는 방법
복덕자량과 지혜자량의 모든 선행이 일어나고ㆍ유지되고ㆍ늘어나는 것은 정진에 달려 있기에 정진을 일으키는 수행은 매우 중요하다.
2-1. 정진의 장애인 역연(逆緣)을 없애기
2-1-1. 정진의 역연을 인식하는 것
열심히 수행하지 못하게 하는 장애에는,
① 수행할 수 있는 줄 알면서도 하지 않는 것
② “내가 어떻게 이 같은 수행을 할 수 있겠는가” 하고 움츠러들어 수행으로 들어가지 않는 것
③ 수행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못해 수행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장애도 있지만, 세 번째 장애는 해탈을 구하는 이를 대상으로 말할 바가 아니므로 다루지 않는다고《광론》에서 말했다.
또 수행할 수 있는 줄 알면서도 하지 않는 것에 두 가지가 있다.
① 앞으로 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고서 미루는 게으름,
② 하찮은 일들에 집착해 거기서 헤어나지 못하는 게으름이 있다.
2-1-2. 정진의 역연을 없애는 방법
2-1-2-1. 뒤로 미루는 게으름 끊기
① 인간의 몸을 얻은 것은 속히 무너지는 것[無常],
② 죽은 뒤에 악도에 떨어지는 것[輪迴],
③ 다시 좋은 몸 얻기 어려운 것
을 깊게 수습하여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게으름[人身難得]을 제거하고 부지런히 정진해야 한다.
2-1-2-2. 하찮은 일에 집착하는 게으름 끊기
정법(正法)은 금생과 내생에 한없는 기쁨이 생기게 하는 원인인 반면, 의미 없이 쓸데없는 말을 하고 웃고 떠드는 등의 산란함은 금생과 내생의 큰 뜻을 이루지 못하고 쇠퇴하게 하고, 다음 생에도 많은 고통이 생기게 하는 원인임을 알고서 수습해 제거해야 한다.
2-1-2-3. 자신을 나약하게 여기는 게으름 끊기
자기 자신을 경멸하여 얕잡아 보는 게으름을 막으려면 대승의 법을 배움으로써 나 같은 사람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나약한 마음을 없애야 한다.
2-1-2-3-1. 얻어야 할 바[成佛]에 대한 게으름 막기
부처가 파리ㆍ모기ㆍ벌과 같은 그런 미물들조차 정진의 힘을 일으키면 얻기 어려운 위없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한 말로 용기를 가져야 한다. 얻어야 할 바인 부처는 일체 허물을 제거하고 일체 공덕을 원만히 갖춘 존재인데, 인간으로 태어난 내가 한 가지 공덕을 쌓거나 한 가지 허물을 제거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워서 “나 같은 이가 어떻게 부처의 경지를 얻을 수 있겠는가”라고 두려워하며 마음이 약해지면 보살계를 파괴하는 큰 허물이 생기기에, 처음부터 미리 이 같은 게으름이 생기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2-1-2-3-2. 얻게 하는 방법[성불하는 과정]에 대한 두려움 막기
부처의 경지를 이루는 방편으로 팔다리 등을 잘라 베푸는 등 하기 힘든 보시행도 하는데 “나는 그같이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자신의 몸을 보시하는 것도 처음에 두려움이 있을 때 당장 베푸는 것이 아니라 우선 보시에 대해 점차 배워나가 자신의 몸에 대한 집착이 없어지고 연민심이 커져서 자타의 큰 뜻을 위해서라면 채소 한 단을 주듯이 아주 쉬워질 때 몸을 보시해야 전혀 어려움이 없게 된다.
2-1-2-3-3. 머물러야 할 바[수행 처소]인 윤회에 대한 두려움 막기
보살은 고통의 원인인 악업을 제거하기 때문에 고통을 받아야 하는 과보가 생기지 않고, 윤회는 환영과 같아 무자성임을 확실하게 깨닫기 때문에 마음의 고통도 없어서, 몸과 마음이 안락하면 생사윤회에 머물면서도 힘들지 않아 보살행을 원만히 닦을 수 있기에 윤회를 싫어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보살은
① 헤아릴 수 없는 시간 동안 머물러,
② 헤아릴 수 없는 유정 중생을 위해,
③ 헤아릴 수 없는 깨달음을 서원(誓願)하고,
④ 헤아릴 수 없는 선업을 행한다.
2-2. 정진의 순연(順緣)인 자량을 쌓기
2-2-1. 굳센 의지의 힘을 일으키기
정진은 원력으로 일어나고 원력은 믿음으로 일어나기에, 먼저 선업으로 행복이 오고 악업으로 고통이 오는 것에 대해 확실한 믿음을 갖추어야 한다. 그 믿음으로 악업을 버리고 선업을 행하고자 하는 원력을 세워서 정진이 바르게 일어나게 해야 한다.
2-2-2. 견고함의 힘을 일으키기
정진하기로 한 무엇이든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견고하게 정진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하기로 서약하고서 그것을 끝내지 못한 채 방치하는 것은 다른 것을 성취하는 데 장애가 되고, 이 같은 원인으로 계율을 지키기로 한 서원(誓願)또한 견고히 하지 못하게 된다.
서원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서 3가지 아만[慢]을 닦아야 한다.
즉, ① 행(行; 業)의 아만은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기만이 할 수 있다는 아만이고,
② 번뇌의 아만은 내가 [자타의 이익을 위해] 번뇌를 제거할 수 있다는 아만이며,
③ 힘[능력]의 아만은 [어떤 번뇌라도 경시해서] 내게는 취하고 버릴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아만이다.
2-2-3. 환희의 힘을 일으키기
굳센 의지의 힘으로 생기지 않은 정진을 일으키고, 이미 일어난 정진은 물러서지 않게 하는 원인인 견고함의 힘을 이루어, 처음에 의지의 힘으로 정진할 때도 환희심으로 시작하고, 중간에도 시작한 일을 멈추지 않아 만족함 없이 계속 정진하려는 마음인 환희의 힘을 일으켜야 한다.
2-2-4. 버림의 힘을 일으키기
정진할 때 몸과 마음이 피로하면 잠시 쉬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정진하기가 아주 싫어지고 귀찮아서 다음에 정진하는 데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용맹정진하여 너무 애쓰거나 작심삼일하여 너무 느슨하게 하는 두 가지를 버려서 물이 끊임없이 흐르듯 꾸준히 하는 정진이 필요하다.
2-3. 역연을 없애고 순연을 갖추어 부지런히 정진하기
정진의 역연인 세 가지 게으름을 인식해서 그 대치법을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정진의 순연, 즉 생기지 않은 정진을 강한 의지의 힘으로 일으키고, 일어난 정진은 물러서지 않게 하는 원인인 견고함의 힘을 이루어, 시작한 정진이 중단되지 않게 하는 환희의 힘을 일으키고, 심신이 피로할 때 잠시 쉬는 버림의 힘을 통해 정진하는 방법에 능숙해지면 정진에 몰두하는 힘을 일으켜야 한다.
2-4. 정진으로써 몸과 마음이 자연스럽게 선행으로 흘러가는 이치
바람이 목화솜을 이리저리 날리게 하듯이 선업에 대해 기뻐하는 힘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통제하게 되면 이후 정진이 원만하게 이루어진다. 정진이 일어나면 복덕과 지덕의 모든 자량을 쉽고 빨리 성취할 수 있다.
3.4.4. 요건
어떤 정진을 하더라도 여섯 가지 수승함과 육바라밀을 갖추어 행해야 한다. 여섯 가지 수승함을 갖추어 정진을 행하는 것은 앞서 보시바라밀에서 설명한 것과 같다.육바라밀을 갖추어 정진하는 방법으로
① 정진의 보시는 자신이 정진에 안주하면서 타인도 정진에 안주하게 하는 것
② 정진의 지계는 이기심으로 정진하지 않고 이타심으로 정진하는 것
③ 정진의 인욕은 정진할 때 여러 가지 어려움을 참는 것
④ 정진의 정진은 정진행을 더욱더 발전시키려고 노력하는 것
⑤ 정진의 선정은 한마음으로 집중해 정진한 공덕을 위없는 보리를 위해 회향하는 것
⑥ 정진의 지혜는 정진의 삼륜청정. 즉 누가ㆍ무엇을ㆍ어떻게 정진하는 그 세 가지 모두가 신기루와 같음을 깨닫는 것 등이다.
3.4.5. 결요
육바라밀 등 보살행의 의지처인 보리심을 기억하고 수습하는 것은 일체중생을 정진에 안주시키기 위한 것이기에 정진을 점차 증장시키며, 높은 보살 지위에서 닦고 있는 정진을 선망의 대상으로 삼아 배워야 한다.초심자가 배우는 정진은 능력에 따라서 열심히 노력하고, 특히 정진으로 제거해야 할 바인 게으름과 나약함 등을 바르게 막아야 한다.일체중생에게 행복을 주고 고통을 여의게 하기 위해 위없는 보리를 얻어야 한다. 그것을 얻기 위해 오랜 시간 걸려 끝없는 자량을 쌓고 한량없는 난행(難行)을 기뻐하는 정진의 갑옷을 입는다는 생각을 일으켜야 한다. 만약 이렇게 행하지 않으면 보리심의 종자가 발전하지 못하고, 항상 많은 악행에 빠지게 되며, 다음 생에도 보살행을 배우고 실천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지게 될 것이다.
3.5. 선정바라밀
3.5.1. 정의
선정(禪定)은 사유 대상 외에 다른 곳으로 흩어지지 않고 대상 하나에만 마음을 집중하여 [견고히] 머무는 선한 마음이다.《소보리도차제》에서는 “선정은 마음을 다스리는 왕처럼 입정(入定)하면 흔들리지 않는 수미산 같고 출정(出定)해도 선(善)의 모든 대상에서 벗어나지 않아 몸과 마음을 큰 경안에 이르게 하네. 이와 같이 알고서 최고의 선(禪) 수행자들은 산란함의 적을 물리쳐 늘 선정을 닦는다네.”라고 했다.
3.5.2. 수행계발
선정을 닦는 이익과 선정을 닦지 않아 생기는 허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이에 관해 《보리도차제광론》의 사마타[止]편 등에서 매우 자세하게 설명하였으므로 관련 경론을 참고해야 한다.3.5.3. 분류
선정 자체는 견도(見道)에 이르지 못한 세간(世間)의 선정과 견도 이상의 출세간(出世間)의 선정으로 나눌 수 있다. 선정이 지향하는 면에서 나누면, 사마타의 선정ㆍ위빠사나의 선정ㆍ사마타와 위빠사나가 함께 하는 선정이 있다.선정의 작용 면에서 셋으로 나누면,
① 금생에 몸과 마음을 안락하게 하는 선정은 몸과 마음의 경안(輕安)이 일어난 선정이고,
② 공덕을 이루게 하는 선정은 신통 등 성문과 공통된 공덕을 성취하는 선정이며,
③ 중생의 뜻을 이루게 하는 선정은 중생을 이롭게 하는 11가지 뜻을 이루는 선정이다.
3.5.4. 요건
어떠한 선정을 닦더라도 여섯 가지 수승함과 육바라밀을 갖추어 행해야 한다. 여섯 가지 수승함을 갖추어 선정을 행하는 것은 앞서 보시바라밀에서 설명한 것과 같다.육바라밀을 갖추어 선정을 행하는 방법으로,
① 선정의 보시는 자신이 선정에 머물면서 타인도 선정에 안주시키는 것
② 선정의 지계는 이기심으로 선정을 행하지 않고 이타심으로 선정을 행하는 것
③ 선정의 인욕은 선정을 행할 때 여러 가지 어려움을 참는 것
④ 선정의 정진은 선정행을 더욱더 발전시키려고 노력하는 것
⑤ 선정의 선정은 한마음으로 집중해 선정을 행한 공덕을 위없는 보리를 위해 회향하는 것
⑥ 선정의 지혜는 선정의 삼륜청정, 즉 누가ㆍ무엇을ㆍ어떻게 정진하는 그 세 가지 모두가 신기루와 같음을 깨닫는 것 등이 있다.
3.5.5. 결요
육바라밀 등 보살행의 의지처인 보리심을 기억하고 닦는 것은 일체중생을 견도 이상의 무루(無漏)의 선정에 안주시키기 위한 수행이기에 선정을 견고하게 향상시켜서 사선정(四禪定)이나 사무색정(四無色定) 등의 높은 선정들에까지도 이르겠다고 원을 세우고 닦아야 한다.선정을 원만히 이루지 못하더라도 수시로 마음을 하나로 집중하는 삼매를 닦는 데에 최선을 다해 정진을 버리지 말고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보살의 학처와 어긋나는 허물로 계속 물들게 되고 다른 생에도 보살들의 많은 삼매의 문으로 들어가는 학처를 닦는 것이 아주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반면 선정을 잘 배운다면 금생에도 마음의 산란함이 점점 줄어들어 선업을 쌓는 힘이 더 강해지고, 다음 생에도 심신이 안락하고 즐거운 마음이 생겨 원만한 선정바라밀을 쉽게 이룰 수 있게 된다.
3.6. 지혜바라밀
3.6.1. 정의
일반적으로 지혜는 분석의 대상인 존재에 대해 바르고 깊게 분석하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서는 오명학(五明學), 즉 내명(內明: 불교학), 인명(因明: 논리학), 의방명(醫方明: 의학), 성명(聲明: 문법학), 공교명(工巧明: 공예학) 등에 뛰어난 지혜가 필요하다.《소보리도차제》에서는 “지혜는 심오한 공성을 보는 눈이며 윤회의 뿌리를 완전히 제거하는 길이라네. 모든 경론에서 공덕의 원천이라 찬탄하며 무지의 어둠 밝히는 최고의 등불로 알려졌다네. 이와 같이 알고서 해탈을 원하는 지자는 이 반야의 지혜를 수많은 정진으로 닦는다네.”라고 했다.
3.6.2. 수행계발
지혜를 일으키는 방법은 지혜를 일으키는 이득과 일으키지 않는 허물을 사유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보리도차제광론》의 위빠사나[觀]편 등에서 무아의 지혜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므로 관련 경론을 참고해야 한다.여기서는 그 핵심이 아닌 나머지에 대해 설명한다. 지혜와 지혜를 일으키는 공부는 적절한 수행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수행할 때 분석 명상[觀]의 필요성에 대해 확신에 이르지 못한다면 발전을 이루기 매우 어려울 수 있다.
1. 지혜를 일으키는 이득
지혜를 일으키는 이득은,
① 금생과 내생의 모든 공덕의 근원이 되는 이득. 지혜는 금생의 안락과 내생의 증상생(增上生)을 이루고 완전한 행복인 해탈을 이루게 하는 가장 큰 원천이다. 그러니 이와 같이 먼저 공경으로 성문·독각·보살·부처 모두를 길러내는 "위대한 어머니"인 공성을 깨닫는 반야의 지혜를 일으켜야 한다.
② 보시 등 다섯 바라밀의 눈이 되는 이득
③ 믿음 등 오근 중에서 지혜가 중심이 되는 이득
④ 아만의 행복이나 두려움의 불행으로 흔들리지 않는 이득
⑤ 한량없는 기쁨이 있어도 대상에 흔들리지 않는 등 모순처럼 보이는 두 가지 공덕이 지혜로써 모순되지 않는 이득
⑥ 속제와 진제의 두 가지 진리를 상반되지 않게 깨닫는 이득
⑦ 허락한 것과 막은 것들을 어긋남 없이 이해할 수 있는 이득 등이다.
2. 지혜를 일으키지 않아 지혜가 없는 허물
지혜가 없음은 허물이니, 지혜가 없다면 보시 등은 마치 눈이 없는 것과 같아서 장님과 같아 길잡이가 없으니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 그러므로 지혜가 없으면 보시에서 선정까지 청정하게 행할 수 없고 바른 견해도 얻지 못하는 허물이 있다. 무지[어리석음; 無明]의 어둠은 지혜의 큰 밝음이 생기면 사라져 버리기에 있는 힘을 다해 무아의 지혜를 일으키기 위해서 정진해야 한다.
3. 지혜가 없는 무지의 원인
① 나쁜 친구를 가까이하고
② 게으르며
③ 의미 없는 일이나 놀기를 좋아하고
④ 잠을 많이 자며
⑤ 관찰하여 분석하기를 싫어하고
⑥ 넓은 뜻에 관심이 없고
⑦ 모르면서 아는 체하는 아만
⑧ 인과 등을 부정하는 큰 사견(邪見)
⑨ '나는 할 수 없다'는 나약한 마음
⑩ 지혜로운 이와 가까이 지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
등이다.
그렇기에 믿고 의지할 만한 스승[선지식]을 가까이 공경하여 지혜가 생길 수 있도록 목마른 이가 물을 구하듯 듣고 배우기[聞]를 구해야 한다.
4. 지혜가 생기게 하는 원인
① 지혜로운 이를 가까이하여 문사수(聞思修)를 닦아야 한다.
② 번뇌장과 소지장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공성을 깨닫는 지혜 이외의 다른 원인이 없다는 것을 알고 지혜가 생기도록 싫어함이 없이 꾸준히 듣고 배워야 한다.
③ 불법을 제대로 한번 수행하려는 이들에게 수행의 목숨과 같은 '법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가 생기게 하는 최고의 원인인 오류 없는 경전과 논서에 대한 많은 들음이 필요하다.
④ 수행할 때 관(觀: 분석명상: 위빠사나) 수행의 필요성에 대해 확신하지 못한다면, 듣고 배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닫기 어렵다. 불법은 교법(敎法: 교학)과 증법(證法: 수행) 두 가지 이외에는 없다. 교법은 수행하는 방식을 알게 하는 것이고, 증법은 알고서 행으로 옮기는 것이기에, 틀리지 않게 실천하는 그 자체가 불법을 지니는 최고의 수행이다.
⑤ 틀리지 않는 원만한 가르침이라면 간략한 것이라도, 현·밀(顯密)과 대·소승의 핵심을 모두 갖추어야 하고, 그 뜻을 깊게 풀면 모든 가르침을 이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3.6.3. 분류
1. 진제(眞諦)를 깨닫는 지혜무아의 진여[공성]를 비량(比量: 추론의 분별심)으로 선명하지 않게 깨닫는 것과 현량(現量: 견도 이상의 무분별심)으로 확실하게 깨닫는 것을 말한다.
2. 속제(俗諦)를 깨닫는 지혜
오명학(五明學)에 대한 뛰어난 지혜이다. 부처의 가르침을 믿지 않는 이들을 설득시키기 위해 문법학과 논리학을 배우고, 믿는 이들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서 기술과 의학을 배워야 하며, 자신이 모든 것을 깨닫기 위해 불교의 진리를 탐구해야 한다. 그러나 부처의 경지를 얻기 위해서는 이러한 차별 없이 모든 지혜를 탐구해야 한다.
3. 중생을 이롭게 하는 행을 깨닫는 지혜
중생들의 금생과 내생의 행복을 위해 죄악이 없도록 이끄는 것이다.
3.6.4. 요건
세 가지 유형의 지혜를 닦을 때 여섯 가지 수승함과 육바라밀도 함께 구족해야 한다. 여섯 가지 수승함을 갖추는 것은 반야바라밀에서 설명한 것과 같다.육바라밀을 갖추어 지혜를 행하는 방법은
① 지혜의 보시는 자기 자신이 먼저 지혜를 닦으면서 남도 지혜를 닦게 하는 것
② 지혜의 지계는 이기심으로 지혜를 닦지 않고 이타심으로 지혜를 닦는 것
③ 지혜의 인욕은 지혜를 닦을 때 여러 가지 어려움을 참는 것
④ 지혜의 정진은 지혜 닦는 행을 더욱더 발전시키려고 노력하는 것
⑤ 지혜의 선정은 한 마음으로 집중해 닦은 지혜의 공덕을 위없는 보리를 위해 회향하는 것
⑥ 지혜의 지혜는 지혜의 삼륜청정, 즉 누가, 무엇을, 어떻게 깨닫는지 그 세 가지 모두가 신기루와 같음을 깨닫는 것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