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3-08-18 20:12:33

탐 켄치/배경

파일:상위 문서 아이콘.svg   상위 문서: 탐 켄치
1. 유니버스 업데이트 이전 배경2. 장문 배경3. 어느 도박꾼의 넋두리

1. 유니버스 업데이트 이전 배경

탐 켄치는 룬테라의 수로를 타고 다니면서 순진한 자들을 구슬려 채워지지 않는 식욕의 제물로 삼는다. 특이하지만 매력적인 이 대식가는 제물이 느끼는 고통을 아낌 없이 즐긴다. 외투를 둘 이어 입은 이 미식가와 계약을 맺으면 어디든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지만, 그 끝에는 심연과도 같은 절망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2. 장문 배경

악마 탐 켄치는 역사 깊은 발로란의 수로보다 더 오랜 세월을 살아왔다. 바다뱀 강을 따라 늘어선 진흙투성이의 노름꾼 천막들부터 소금기로 뒤덮인 빌지워터의 주사위 도박장, 그리고 필트오버와 자운의 호화로운 카지노에 이르기까지, 남의 재물을 탐하는 자들이라면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부추기는 강의 폭군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에 대한 첫 번째 이야기는 바다뱀 강을 오가는 여행자들 사이에서 전해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만족하지 못하는 자에게 더 많은 것을 주겠노라고 현혹하는, 동굴처럼 커다란 입을 가진 거대한 물고기를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정직한 성품으로 유명한 어느 젊은이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뱃사공으로 태어난 그는 둑 지역의 가난한 삶을 벗어나고자 했고, 강의 폭군은 단 한 번만 작은 거짓말을 한다면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해 주겠노라 약속했다. 문제 될 건 없어 보였다. 뱃사공은 동생과 대화를 나누는 도중 슬쩍 왜곡된 사실을 끼워 넣었다. 그날 밤, 악마가 나타났다. 강에는 뱃사공조차 알지 못했던 물갈래가 생겨나 있었다. 그는 이국의 땅으로 이어진 물갈래를 따라갔고, 그곳의 사람들과 밤새도록 먹고 마시며 흥겹게 어울렸다. 동이 틀 무렵, 잔뜩 배가 부른 뱃사공이 돌아갈 채비를 하자 악마가 다시 나타나서는 한 번 더 거짓말을 하면 더욱 놀라운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호기심이 동한 뱃사공은 그 제안을 받아들여 이번에는 자신의 주인을 속였다. 강줄기는 다시 갈라졌고 이번에는 더 황홀한 밤을 보내게 되었다. 매일 밤 계속되는 악마와의 거래에 한때 정직했던 그 남자는 숨 쉬듯 자연스럽게 거짓말에 물들어 가고 있었다.

강줄기는 결국 바다로까지 이어졌다. 그제야 뱃사공은 길을 잃고 혼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더는 거짓말을 할 사람도 남아 있지 않았다. 스스로 수없이 많은 잘못된 길을 선택한 결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사라져 버렸다.

강의 폭군에 대한 이야기는 본토의 짭조름한 강물을 타고 푸른 불꽃 제도까지 흘러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전설이 더 크게 불어나면서 그는 탐 켄치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빌지워터에서 부란 모 아니면 도와 같은 것이다. 엄청난 재물이 밀물처럼 밀려오고,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건곤일척의 승부를 끊임없이 탐하는 물의 악마, 탐 켄치의 이야기는 선술집마다 화젯거리였다. 달콤한 혓바닥을 가진 이 존재는 곧 도시의 수많은 도박장과 유흥가의 상징이 되었다.

태양 관문이 열리고 빌지워터와 필트오버 사이의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탐 켄치의 이야기는 진보의 도시와 그 아래 자리 잡은 자운까지 퍼지게 되었다. 그곳 아이들은 탐 켄치가 너무나도 거대한 나머지 질 좋은 외투 두 벌을 꿰매 붙여서 입는다고 생각했다. 멋진 실크 모자를 쓰고 필트오버마저 삼킬 듯한 큼직한 미소를 입가에 건 탐 켄치는 젊은 기능장들의 욕망을 부추기고 다녔다. 한 이야기에 따르면, 어느 진보의 날, 그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한 필트오버 발명가에게 접근해서 부유한 가문의 환심을 살만한 발명 아이디어를 일러줬다고 한다. 그 대가로 요구한 것은 머리카락 한 가닥이 전부였다. 이 야망에 찬 여성은 거래에 응했고, 덕분에 그 가문과 계약을 맺게 되었다. 하지만 고작 발명품 한 개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그러자 탐 켄치가 다시 나타나서 이번에는 탐스러운 머리카락을 전부 달라고 요구했다. 새로운 고객을 실망시킬 수 없었던 그녀가 제안을 수락하자마자 탐 켄치는 그 자리에서 머리카락을 삼켜 버렸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명성을 떨칠 만한 작품을 발명하지 못했고, 악마는 다시 찾아와서 손가락 한 마디를 대가로 거래를 제안했다. 그 다음 주는 귀였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나자 그녀가 줄 수 있는 것이 남아 있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직접 탐 켄치를 불러 내 이제 그만해 달라고 빌었다.

웃으며 입을 크게 벌린 탐 켄치는, "그만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지"라고 말하고는 그녀를 통째로 삼켜 버렸다.

강의 폭군, 거대한 땅딸보, 고대의 배불뚝이, 두 벌 외투. 악마 탐 켄치는 많은 이름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이름을 입에 담는 자는 기괴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그의 혓바닥이 얼마나 달콤한 말을 속삭이든, 당신은 그 입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3. 어느 도박꾼의 넋두리

세상에, 많이도 땄구먼! 한몫 제대로 챙겼나 보군. 자, 그럼 자네의 건강을 위해 건배하지.

아냐, 아냐, 난 자네와 주사위 굴릴 생각 없네. 손 씻었거든. 뭐 난 그렇게 생각한다네. 한때는 나도... 뭐였더라? 그래, 강의 폭군. 맞아. 외투 두 벌을 꿰매 입는다는 고대의 악마 탐 켄치 말이네. 그자가 불행의 시작이었지.

난 빌지워터의 가난뱅이였다네. 싸구려 여관에서 살았고 땡전 한 푼 없었지. 크라켄 주화 한 닢을 손에 넣기 전까지는 말이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 줄 순 있지만, 절대 믿지 못할 걸세. 헤헤.

아무튼 이 금화로 빚도 갚고 일거리도 구했어야 했는데 말이야. 작살잡이였던 난 앞날을 위해 티끌 하나라도 모아 뒀어야 했지. 삶에 대한 책임감이랄까. 아무리 젊은 남자라도 작살잡이의 삶은 가혹하거든.

그런데 그때 강의 폭군이 찾아와 말하더군. "왜 남의 배에서 일하지? 고작 입에 풀칠이나 하려고 목숨 걸고 노예처럼 살다니. 그래서 언제 배를 사겠나?" 그래서 난 욕심을 내게 됐지. 물론 크라켄 주화 한 닢으로 배를 살 순 없었지만 그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네.

답은 노름이었어. 주사위 한 번만 잘 굴리면 작은 사업을 시작할 만큼 돈을 벌 수 있었지. 남들이 목숨을 걸고 일하는 동안 난 편하게 앉아 돈을 챙기는 거야. 게다가 자네도 알겠지만 술이 더 들어가니까 그 악마의 비뚤어진 조언이 감미롭게 들리더군. 결국 탐욕과 기회에 눈이 멀어 조언을 받아들였지.

그날 밤의 기억이 가물가물해. 다음 날 정오에 일어났는데 머리가 얼마나 지끈거리던지! 어디 좋은 곳이라도 갔었는지 모르겠지만, 전날 밤 도박판에서 딴 돈이 서랍 위에 놓여 있더군... 배를 한 척 사고도 남을 돈이었어! 아, 그런데 강의 폭군이 더 꼬드기더군. "이봐 라스, 젊은 친구가 배 한 척으로 만족해서야 되겠나? 선단 하나쯤은 있어야지 말이야." 그래서 난 몇 번 더 내 운을 시험하기로 했다네...

빌지워터란 그런 곳이지. 모든 걸 걸고 몇 번이고 위험을 무릅쓴다면 부자가 될 수 있다네.

강의 폭군은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고는 주사위 판부터 뒷방에 있는 카드 판, 내기 도박장까지 온갖 노름판으로 날 끌고 다녔지. 큰돈을 걸고, 큰돈을 잃고. 다시 큰돈을 걸면서 말이야. 난 유혹의 늪에 빠져 허기와 갈망 속에 허우적댔고 이 감정들은 마치 소용돌이처럼 날 집어삼켰어.

그 후로 몇 년이나 흘렀을까. 부끄럽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왜 그곳에서 그러고 있는지도 잊어버렸다네. 내가 누구인지도 생각나지 않았지. 큰돈을 따기도 했지만 결코 만족하지 못했어. 오직 더 많은 것을 갈구했을 뿐.

그때부터 많은 돈을 잃기 시작했네. 처음에는 두 배로 걸었다가 곧 전부 걸게 되었고,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본전을 찾기 위해 큰 판을 찾게 되었지. 그러자 순식간에 빈털터리가 되더군. 하수도에서 잠자며 운이 좋으면 쥐를 잡아 배를 채우기도 했지. 누군가 친절을 베풀기라도 하면 구걸하거나 돈을 빌렸고, 훔치기도 했어. 욕망을 좇다 친구도 모두 잃었지.

탐 켄치는 인간의 고통을 먹고 사는 자라네. 빌지워터보다 훨씬 오래 산 그는 고대부터 인간의 탐욕과 비탄이 낳는 절망을 포식하는 존재지. 그러니까, 내가 저지른 일이긴 하지만, 수단을 제공한 건 그자였다는 거야. 그가 날 절벽으로 데려갔을 뿐이고 스스로 뛰어내린 내가 멍청한 게 아니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탐식자는 내 절망을 즐겼던 거야.

그자는 한 번 더 날 찾아왔어. 웅덩이에 고인 물을 들이마시고 상어에게 다리 하나를 잃은 가장 비참했던 시기에 말이야. 야심한 어느 날 밤, 달콤한 말을 속삭이며 이 크라켄 주화를 내 손에 도로 쥐여 주더군. 음흉하게 한쪽 눈을 찡긋하면서 말이야.

마치 처음 그날처럼 말이야! 날 이 지독한 절망의 길로 이끈 건 다름 아닌 그 망할 동전 때문이었지! 그는 입을 크게 벌리곤 말하더군. "아직 늦지 않았다네, 라스. 늦었다는 건 없어. 나와 함께 가세, 다시 한번 큰돈을 손에 쥐게 될 거야..."

그 고생을 했는데도 솔깃하더군. 정말이지 혹할 뻔했네! 하지만 결국 뿌리쳤어. 여왕 바다뱀은 알고 계시지. 그는 그저 웃기만 했네. 생각이 바뀌면 다시 만나게 될 거라는 말을 남기곤 말이야.

물론 그 유혹은 그 이후로도 매일같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네.

그래서 여기까지 오게 된 거야. 친구 한 명 없는 빈털터리가 되어 인생에서 가장 반짝거렸어야 할 수십 년을 낭비한 채로 말이지. 사실 그 세월의 대부분은 기억나지도 않아서 인생을 즐기기나 했는지도 모르겠군.

아무튼 주절주절 말이 많았네. 배운 게 있다면 지갑을 쉽게 열지 말 것, 그리고 절대로 강의 폭군과 거래하지 말 것. 결국, 얻는 것 보다 잃는 게 더 많을 테니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