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시엘

크루시엘은 테티스 브릴리언트 파크의 지배인이자,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다람쥐 수인이다.

세계적인 탐험가를 오빠로 둔 여동생의 일상은 대체로 따분했다. 크리스의 탐험이 끝나기만을 기약없이 기다려야 했던 크루시엘은 고독을 떨쳐내기 위해 종종 작은 모험을 떠나곤 하였다. 물론 오빠가 돌아을 집을 지켜야 하는 크루시엘의 발길이 집 앞의 작은 숲이나 뒤뜰의 연못 밖으로 벗어날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런 크루시엘의 행방이 묘연했던 날이 단 하루 있었는데, 크리스에 의해 늦은 밤에야 발견된 그녀는 자신이 평소보다 조금 먼 숲으로 모험을 떠났다는 사실 말고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확실한 건 그날 뒤로 크루시엘이 이질적인 무언가를 감지하고 느끼는 듯 몹시 이상하게 행동하기 시작했다는 것과, 보라색 물체를 보면 소스라치게 놀란다는 점 뿐이었다.
"그 보라색 말야, 너도 한 번쯤 봤을 걸?"

아픈 여동생을 위해 오빠 크리스가 해줄 수 있었던 일은 전보다 자주 찾아와 자신의 탐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뿐이었다. 크루시엘은 대개 공허한 눈으로 그의 모험담을 듣는 등 마는 둥 했지만, 크리스가 '어떤 인물'의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그녀 눈동자에 전과 같은 생기가 돌았다.
"그게 누구냐고? 히히, 비밀이지롱!"

그 이변을 감지한 크리스는 여동생을 위해 항상 '그 인물'의 이야기들을 마련해 주었고, 크루시엘은 금세 거짓말처럼 기운을 차렸다. 그럼에도 다시 예전처럼 혼자서 모험을 다니지는 못할 거라 생각한 크루시엘은 오빠가 들려주던 이야기 속 공간들을 모아 자신을 위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기로 했다.
"그렇게 탄생한 환상의 세계, 이름하야 테티스 브릴리언트 파크!"

직함은 지배인이지만, 크루시엘의 경영 능력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뭣 ?! " 사실 업무 자체를 아예 하지 않는다고 표현하는 게 맞다. "아니거든!" 크루시엘은 시찰이라는 명분으로 테마파크를 내부를 싸돌아다니며 직원들에게 장난을 치거나 놀이기구를 타고 논다. "아우… 이런 건 또 언제 보고적어 놨담?" 도토리를 무척 좋아하지만 떫고 맛없다고 먹지는 않는다. 도토리 껍질을 까고 노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남은 알맹이는 총알로 쓴다는 소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