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3-10-08 22:26:00

쿠프랭의 무덤


1. 개요2. 작품 특징3. 작품 구성
3.1. I. Prelude: vif - e minor (I. 전주곡: 활기차고 생기있게)3.2. II. Fugue: Allegro moderato - e minor (II. 푸가: 적절한 속도로 빠르게)3.3. III. Forlane: alegretto - e minor (III. 포를라느: 조금 빠르게.)3.4. IV. Rigaudon : Assez Vif - C Major (IV. 리고동: 충분히 생동감 넘치게)3.5. V. Menuet : Allegro Moderato - G Major (V. 미뉴에트: 적절한 속도로 빠르게)3.6. VI. Toccata : Vif - e minor → E Major (VI. 토카타: 빠르고 생동감 있게)
4. 여담

1. 개요




모리스 라벨의 피아노 모음곡이자 오케스트라 모음곡인 쿠프랭의 무덤에 대해 설명하는 문서.

2. 작품 특징

라벨은 1차 세계 대전 당시 운전병으로 참전했으며, 그의 작곡가 친구들을 잃게 된다.

이 일의 영향인지, 슬럼프에 전전긍긍하던 그는, 1914년에서 1917년 즈음에 전쟁 당시 잃은 친구들을 추모하기 위한 모음곡을 작곡하게 된다.

프랑스어, "tombeau(무덤)"은 17~18세기 즈음 유행하던 추모곡 형태의 모음곡에 붙던 제목이었으며, 이 당시 바로크 음악 형식에 관심이 많았던 라벨은 이것에 착안, 6개의 곡을 작곡한다. 제목의 쿠프랭은 17세기부터 19세기 중엽까지 음악가로 활동하던 쿠프랭 가문의 프랑수아 쿠프랭[1]으로, 그의 프랑스 바로크 음악에 대한 일종의 경의의 표현인 것이다. 다만, 쿠프랭 그에게 직접적인 추모를 기리기 위함은 아니며, 그의 건반 모음곡에서 쿠프랭의 형식이 반영된 곳이 몇몇 존재할 뿐이다.

이 곡은 바로크 시대 당시 유행한 모음곡들의 전형적인 형태를 띄고 있으며, 전주곡, 푸가, 포를라느, 미뉴에트, 리고동, 토카타의 구성으로 되어 있다. 그는 이 곡을 다시 관현악을 위해 편곡하였는데, 그 중 푸가와 토카타는 들어있지 않다.[2]

3. 작품 구성

대부분의 곡이 E음으로 시작하는 조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작품의 구성적 특성을 보았을 때, 곡집의 조성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3.1. I. Prelude: vif - e minor (I. 전주곡: 활기차고 생기있게)

무궁동의 주제로 이루어진 전주곡. 신고전주의적이고 투명한 선율이 돋보인다. 어딘가 서정적인 주제는 그의 애절함을 대변하듯 한다. 휘돌며 우아하게 전개해가는 주제는, 쿠프랭의 무덤의 전체적인 밝지만 서정적인 분위기를 대표한다.

그의 마더구스 (어미 거위) 모음곡을 필사한 친구, 자크 샤를로에게 헌정되었다.

3.2. II. Fugue: Allegro moderato - e minor (II. 푸가: 적절한 속도로 빠르게)

3성부의 푸가. 매우 정교한 구성이 눈에 띈다. 짧지만 매우 난해한 프레이징, 성부 구성, 그리고 바흐와도 비슷한 치밀함과 완벽하게 떨어지는 정교함은 곡의 난이도를 한층 더 어렵게 한다. 신고전주의적 선율을 통해 고전의 형식을 완전히 재해석한 이 곡은 난이도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매우 상급에 위치한다. 마치 태엽과도 같이 움직이는 이 푸가는 점점 조용해지다 멈추듯 사라진다.

그의 한 친구, 장 크루피에게 헌정되었다. 라벨은 그의 오페라 "스페인의 한때" 를 크루피의 어머니에게 헌정한 적이 있다.

3.3. III. Forlane: alegretto - e minor (III. 포를라느: 조금 빠르게.)

전통 이탈리아 춤곡인 포를라느 형식의 곡이다. 라벨은 이 곡을 작곡하기 전, 쿠프랭의 <왕궁 합주곡집>을 편곡하며 곡의 전체적 구성을 스케치하였다. 열광적인 리듬과 활기차고 가벼운 선율이 스타카토로 톡톡 튀어오른다. 4개의 주제가 한데 어우러저 한개의 춤곡을 만들며, 붓점 리듬을 통하여 더욱 관능적이고 역동적인 춤곡을 만들어내었다. 이렇게 가볍고 역동적이지만, 퇴폐적이고 애상적인 분위기를 동시에 지니는 선율 또한 매우 특징적이다. 라벨 특유의 화성 또한 매우 잘 드러나기도 한다.

바스크 출신 화가, 가브리엘 들리크에게 헌정되었다.

3.4. IV. Rigaudon : Assez Vif - C Major (IV. 리고동: 충분히 생동감 넘치게)

전원적인 춤곡 형식인 리고동의 형식의 곡. 그의 어릴적 친구인 고뎅 형제들에 대한 기억을 매우 밝고 목가적인 리고동의 주제로 구현해낸다. 리고동 형태에 걸맞게, A-B-A 형태로 구성되어 있으며, 매우 경쾌한 춤곡와는 다르게, 조금 더 차분한, 그리고 순수한 트리오가 대조되는 모습이 보인다. 쿠프랭의 무덤 중에서도 가장 활기찬, 그리고 기쁨에 찬 주제를 지닌 곡이기도 하다.

그의 어릴 적 친구, 피에르와 파스칼 고뎅에게 헌정되었다. 라벨은 포탄에 맞아 동시에 사망한 두 형제의 사망 소식에 대해 매우 슬퍼했다 전해진다.

3.5. V. Menuet : Allegro Moderato - G Major (V. 미뉴에트: 적절한 속도로 빠르게)

G장조의 바로크 형식의 미뉴에트.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바로크 미뉴에트의 분위기를 라벨 특유의 감성과 함께 어우렀다. 중간의 뮤제트 부분은 어딘가 고결하면서도 차분하다. 페달을 유지한 채 음형을 유지하다, 폭발적인 감정선을 지닌 클라이막스에 도달하면, 다시 원래의 미뉴에트로 돌아온다. 두 주제가 한데 섞여, 재현부를 이루고 있으며, 그의 고전적 미뉴에트와도 비슷한 면모가 보이기도 한다.

그의 친구의 양아들인 장 드레퓌스에게 헌정되었다. 드레퓌스는 부상자였던 라벨을 위해 휴식과 치료를 할 공간을 마련해주기도 하였다.

3.6. VI. Toccata : Vif - e minor → E Major (VI. 토카타: 빠르고 생동감 있게)

E단조의 토카타. 토카타의 정의가 기교를 선보이기 위한 빠른 곡이었던 만큼, 현란하고 아름다운 기교들이 선보여진다. 쿠프랭의 무덤 곡집 중 가장 연주하기 어려우며, 라벨의 모든 피아노 곡들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어려운 스카르보, 라발스를 제외하면 어릿광대의 아침노래와 함께 가장 어렵다 평가받는다. 스카를라티를 연상케 하는, 무궁동 형식의, 달려오는 16분음표를 시작으로 가벼운 화음들이 매우 빠르게 등장한다. 리스트스러운 현란함과 기교들은 프랑스 음악보다는 리스트 학파에 더 중점을 두고 있어 보인다. 현란함 속에 비유적으로, 암시되는 비극의 간헐적 등장과, 전쟁에 대한 표현은 이 곡의 주제가 무엇인가를 다시 상기시켜준다. 군대의 전진과도 같은 이 토카타는 피아니스트의 역량을 시험하며, 이에 걸맞듯 매우 대단한 연주 효과를 지닌 승리에 도취된 클라이막스 또한 일품.

음악학자이자, 마르게리트 롱의 남편이었던 조세프 드 알리아베에게 헌정되었다.

4. 여담

쿠프랭의 무덤이 처음 나왔을 당시만 하더라도, 전우에 대한 추모로 보기에는 너무나도 가볍고, 가끔 사색적인 분위기를 띈다는 비평이 많았다. 이에 라벨은 "죽은 자는 이미 영원한 침묵 속에서 충분히 슬퍼하고 있다." 라고 반박했다고.

초연은 토카타의 헌정 대상자였던 조세프 드 알리아베의 부인, 마르게리트 롱이 연주하였다.
[1] 그의 삼촌 루이 쿠프랭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대 쿠프랭으로 불렀다.[2] 후에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코치시 졸탄이 나머지 두 곡도 편곡하여 수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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