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5-07-25 11:32:06

카를로 로벨리

1. 개요2. 생애3. 학문적 업적4. 철학적 입장5. 대중 과학 활동6. 국제적 평가 및 영향력

1. 개요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2. 생애

카를로 로벨리는 1956년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태어났다. 베로나의 시피오네 마페이 고전 고등학교를 다녔으며, 1970년대에는 이탈리아 대학가의 학생 운동에 참여해 자유 라디오 방송국을 설립하는 등 활발한 사회 활동을 했다. 한때 LSD를 복용한 독특한 경험을 통해 시간에 대한 인식이 뒤바뀌는 체험을 했고, 이는 그가 시간과 현실의 본질에 의 문을 품고 이론물리학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회고한다. 로벨리는 1981년 볼로냐 대학교에서 물리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1986년 파도바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 이탈리아의 병역 의무를 거부해 한때 연행 되기도 했으나 곧 풀려났으며, 이후 로마 대학교와 트리에스테 고등과학연구원(SISSA), 미국 예일 대학교 등지에서 박 사후연구원을 지냈다. 로벨리는 1990년 미국 피츠버그 대학교 교수로 부임하면서 본격적으로 학계에 자리잡았다. 피츠버그 재직 시절 그는 동 료들과 함께 양자중력이론의 새로운 접근법인 루프 양자 중력(loop quantum gravity) 이론을 개척하며 학문적 명성을 쌓았다. 2000년부터는 프랑스 마르세유 대학교 물리학 센터(CPT)로 옮겨 양자중력 연구 그룹을 이끌었고, 이후 현재까지 프랑스에서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밖에도 캐나다와 이탈리아, 미국의 여러 연구기관 에서 겸직 및 방문직을 맡아 국제적으로 활동해 왔으며, 서방 여러 나라의 학술단체 회원으로도 선출되었다.[1][2]

3. 학문적 업적

로벨리는 양자중력이론 분야에서 선구적인 업적을 남겼다. 1988년 그는 리 스몰린, 압하이 아쉬테카르와 함께 일반상대성이 론과 양자역학을 통합하려는 루프양자중력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이 이론에서 공간은 연속체가 아니라 미 세한 루프들로 짜인 그물망 구조로 파악되며, 1990년대 중반 로벨리와 스몰린은 이를 통해 면적과 부피가 불연속적인 양자 값들을 갖는다는 사실을 밝혀내었다 . 즉, 매우 작은 규모에서 공간 자체가 양자화되어 불연속적인 단위로 존재 한다는 예측을 제시한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양자 중력이론이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 사이의 모순을 해소하는 데 중요 한 단서를 줄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루프 양자 중력은 초끈이론과 더불어 중력 양자화 연구의 양대 접근법으로 손꼽 히고 있다 . 로벨리는 이후 동료들과 함께 스핀 네트워크와 스핀 폼(spin foam) 등의 개념을 도입하여 루프 양자 중 력 이론을 발전시켰고, 최근에는 블랙홀의 정보 손실 문제와 관련하여 블랙홀의 반대 개념인 화이트홀의 존재 가능성을 이론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 그는 만일 블랙홀이 증발한 뒤 화이트홀로 전환되는 현상이 관측된다면, 그것이 루프 양 자 중력의 예측을 뒷받침하는 실험적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이러한 가설을 연구 중이다 .

한편 로벨리는 양자역학의 해석과 시간의 본질에 대해서도 혁신적인 학술 기여를 했다. 1994년에 그는 양자계의 상태는 절대적 실재가 아니라 다른 계와의 관계에 따라 달라진다는 '관계적 양자역학 해석'을 제안했다. 이 관점에서는 마치 물체의 속도가 관성계에 상대적인 개념이듯이, 어떤 물리량도 관찰자나 다른 물리 시스템에 대한 관계 속에서만 의미 를 갖는다. 로벨리는 이러한 관계적 해석을 통해 양자역학에서 관측자 의존적 현실의 개념을 명확히 했으며, 훗날 이 아이디어를 다룬 저서 Helgoland를 출간하여 보다 깊이 있는 논의를 이어갔다 . 또한 그는 시간의 흐름 역시 절대적 인 것이 아니라 통계역학적 상황에서만 정의되는 것일 수 있다는 '열 시간 가설(thermal time hypothesis)'을 제시하 였다. 이 가설에 따르면 우리에게 흐르는 것으로 느껴지는 시간은 우주 전체의 열역학적-통계적 특성에 의존하여 나 타나는 현상일 뿐이며, 완전히 기본적인 물리 법칙의 수준에서는 시간 자체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로벨리의 이러한 연구들은 물리학의 근본 개념인 공간, 시간, 정보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개척한 것으로 평가된다.[3][4][5][6]

4. 철학적 입장

과학자이면서도 철학적 사유를 중시하는 로벨리는 시간과 존재에 대해 독자적인 관점을 펼쳐왔다. 그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느끼는 흐르는 시간은 근본적인 실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보여주었듯이 시간의 속도나 순서는 관찰자에 따라 상대적이지만, 로벨리는 한 발 더 나아가 우주의 가장 기본적인 층위에서는 시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루프 양자 중력 방정식에는 시간이 등장하지 않으며, 이는 시간 없이 도 물리 법칙을 기술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로벨리는 과거와 미래의 구분이나 '지금 이 순간'이라는 개념도 인간의 인지 한계 때문에 생긴 환상일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우리가 과거는 기억할 수 있지만 미래를 알 수 없는 것은, 따뜻 한 물체에서 차가운 물체로 열이 이동하는 일방향적 과정과 관련이 있다. 그는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른 엔트로피 증가가 시간의 비가역성과 화살성을 결정하며, 우리가 느끼는 시간의 방향은 미시 세계의 완전한 상태를 몰라 생기는 통계적 효과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 요컨대 시간의 흐름은 우주의 근본 법칙이 아니라 열역학적 상호작용에서 긴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존재와 현실에 대한 로벨리의 철학은 관계론적 세계관으로 요약된다. 그는 사물이나 사건이 고립되어 객관적으로 존재 한다고 보지 않으며, 오직 다른 사물과의 관계 속에서만 실재가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로벨리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무지개의 예를 자주 든다. 하늘에 떠 있는 무지개는 실체가 있는 물체가 아니라, 관찰자의 위치와 햇빛, 공기 중 물방울 이 이루는 각도에 따라 나타나는 색의 패턴에 불過불이다. 실제로 관찰자 각자가 서로 다른 무지개를 보며, 한 사람 의 눈에 보이는 무지개는 그 사람과 환경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낸 현상일 뿐 “저 밖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실체가 아니 다 . 마찬가지로 전자, 원자, 광자 등의 미시적 존재들도 그것들끼리 또는 관측자와 상호작용할 때에만 그 성질이 드러날 뿐, 상호작용 없이 고정된 속성이나 상태를 갖는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 로벨리의 이러한 관점은 양자역학 의 철학적 해석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며, 그는 현실을 고정된 물질의 모음이 아니라 사건들과 상호작용의 거대한 그물 망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간과 존재에 대한 로벨리의 사유는 과학과 철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통찰로 평가받고 있으며, 저서 The Order of Time (국내 번역: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이나 Reality Is Not What It Seems 등을 통해 대중에게도 이러한 철학적 관점을 전달하고 있다.[7][8][9]

5. 대중 과학 활동

로벨리는 뛰어난 과학자일 뿐 아니라 대중과 소통하는 과학 저술가로도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2014년 이탈리아어로 출간된 그의 입문서 《모든 순간의 물리학》(원제: Seven Brief Lessons on Physics)은 현대 물리학의 핵심 내용을 일곱 가지 주제로 간결하면서도 아름답게 풀어낸 책으로, 출간 즉시 큰 인기를 끌며 전 세계 40여 개 언어로 번역되고 1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 이 책은 복잡한 이론들을 비전문가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면서도 과학 의 장엄한 통찰을 시적으로 전달하여 과학 서적으로서는 이례적인 성공을 거두었고, 오늘날 역대 가장 많이 읽힌 과학 도서 중 하나로 꼽힌다 . 이후 로벨리는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The Order of Time), 《헬골랜드》 (Helgoland) 등을 연이어 출간하며 과학의 난해한 개념들을 대중에게 알기 쉽게 소개했다 . 이들 저서는 모두 국제 적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로벨리의 책들은 누적 50개 이상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독자들을 만났다 . 과학과 철학 을 넘나드는 그의 글은 학술성과 문학성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데, 실제로 로벨리는 에피쿠로스에서 아인슈타인에 이르는 폭넓은 지적 배경을 바탕으로 시적 감수성을 담아 과학을 서술하는 독특한 스타일을 선보인다 . 이러한 공로 로 2024년에는 과학과 인문을 잇는 뛰어난 과학 글쓰기에 수여되는 루이스 토머스 상을 받기도 했다. 로벨리는 활발한 강연과 기고 활동을 통해 대중과 만나는 것을 중요시한다. 이탈리아의 유력 일간지 Corriere della Sera, Il Sole 24 Ore, La Repubblica 등의 문화 면에 과학 에세이를 정기적으로 기고하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고 , 다양한 인터뷰와 강연을 통해 현대 물리학의 흐름을 일반인에게 쉽게 풀어 설명해 왔다. 그의 강연은 과학적 지식뿐 아 니라 인류의 존재와 사회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함께 담고 있어 청중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러한 폭넓은 대중 활 동 덕분에 로벨리는 단순한 이론물리학자를 넘어 대중과학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도 받는다.[10][11][12][13][14]

6. 국제적 평가 및 영향력

카를로 로벨리는 학계와 대중문화 양면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학계에서는 양자중력이론의 개척자 로서, 양자역학과 중력 이론의 통합에 기여한 업적으로 널리 존경받는다. 그는 루프 양자 중력 이론을 통해 블랙홀 물리 등 난제에 새로운 통찰을 제시하며 중력 연구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그 공로로 40세 이하 젊은 과학자에게 수여 되는 1995년 바실리스 크산토풀로스상을 수상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의 과학 아카데미와 연구소에서 석학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국제 학술 공동체에 공헌하고 있다.

대중 지식인으로서 로벨리의 위상도 매우 높다. 미국의 시사잡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는 2019년 그를 "세계의 사상가 100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선정했고, 영국의 잡지 프로스펙트(Prospect)는 2021년 "세계 최고의 사상가 50 인" 명단에 그를 포함시켰다. 이는 순수 과학자를 넘어 사상가로서도 로벨리가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요 언론 매체들도 그의 통찰과 소통 능력을 높이 평가해왔다. 영국의 과학 잡지 《뉴 사이언티스트》는 로벨리를 두고 “위대한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의 팬테온에 오른 인물”이라고 평했으며, 《프로스펙트》지는 그의 대중적 영향력이 “거의 예언자적 지위”에 이르렀다고 표현했다. 2024년 로벨리가 루이스 토머스 상을 받을 당시 시상식 선정위원장 역시 “로벨리는 시인 같은 과학자”라며, 그의 인간적이면서 이상주의적인 목소리가 현대 사회에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고 극찬했다. 이처럼 카를로 로벨리는 첨단 이론물리 연구와 철학적 사유, 그리고 대중과의 교감을 통합함으로써 학 계와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깊은 영향을 미치는 현대의 대표 지성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15][16][17][18][19][20][21]


[1] The Guardian – The Order of Time 리뷰[2] The New Yorker – The Illusions of Time[3] Prospect – Top 50 Thinkers 2021[4] Foreign Policy – The 100 Global Thinkers 2019[5] Quanta Magazine – What Is Time?[6] Edge – The Relational Interpretation of Quantum Physics[7] Scientific American – Black Hole Information Paradox[8] Nature – Review of Helgoland[9] Basic Books – Helgoland[10] London Review of Books – Now Then[11] New York Times – Review of The Order of Time[12] Aeon – Metaphysical Idealism[13] 로벨리 공식 연구자 페이지 (Université d’Aix-Marseille)[14] Caltech – White Holes[15] LUISS University – Thomas Prize Award 2024[16] Goodreads – The Order of Time[17]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 Relational Quantum Mechanics[18] Corriere della Sera – 이탈리아 주요 일간지[19] La Repubblica – 로벨리 기고 다수[20] Wikipedia – Carlo Rovelli[21] Princeton University Press – The Order of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