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주스 범유진 단편소설 | |
장르 | SF |
저자 | 범유진 |
출판사 | 우주라이크소설 |
출간 정보 | 2022.07.14 전자책 출간 |
분량 | 약 2.1만 자 |
독점 감상 | 리디 https://ridibooks.com/books/4964000001 |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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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작가 범유진이 2022년 7월 리디에서 발표한 단편소설.세상을 마비시킨 팬데믹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변치 않는 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와 아이러니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동시에, '좀비'가 되어서라도 수능을 피하고 싶은 아이들의 절실함을 묘사한 작품이다.
좀비 바이러스에 걸려서 격리 시설에 들어가면 수능을 안 봐도 된다.
이 생각이 떠오른 건 한 달 전, 수능을 보기 전 마지막 학력평가 점수가 나온 날이었다. 성적표에 찍힌 내 등급을 이전과 똑같았다. 어떠한 수를 써도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는 등급이었다. 그것은 곧, 고등학교 3년 내내 계속해 왔던 내 거짓말이 들통날 날이 머지않았음을 의미했다. 정교하게 조작한 성적표와, 부모님을 만족시켰던 가짜 등급. 수능을 보고 난 후 기나긴 거짓말이 밝혀졌을 때의 상황은 상상만으로 내 입안을 마르게 했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 넘겨버리지 못하고 좀비 바이러스에 매달렸던 건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날 바로 토르 브라우저를 다운받았고, 다크웹에 ‘좀비 바이러스 판매’를 쳤다. 싱거울 정도로 쉽게 수십 개의 사이트가 떴다. 일주일간 눈이 빨개지도록 사이트를 살펴보고, 판매자의 신용 등급을 확인하고, 리뷰를 봤다. 그렇게 찾아낸 게 ‘좀비 주스’였다. ‘이 상품은 초창기 바이러스 버전으로 다른 아이템과 달리 감염 백 프로를 보증합니다. 감염이 되지 않을 시 구입 금액의 10배를 보상합니다. 단,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니 구입에 신중 하십시오.’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그 중 ‘백 프로 보증’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백 프로여야만 했다. 혹시라도 감염이 안 되어서 격리시설에 들어가지 못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아야 하니까.
그러나 ‘좀비 주스’는 다른 아이템과는 비교도 안 되게 가격이 높았다. 6,500달러. 배송료까지 포함하면 거의 칠백만 원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세계여행을 가겠노라 모아 온 저금을 다 털어도 삼백만 원이 부족했다, 혼자서 사기에 벅찬 아이템을 손에 넣으려면 파티원을 모아야 하는 법이다. 그때부터 나는 나와 같은 입장의 누군가를 찾기 위해 촉을 곤두세웠다. 그렇게 해서 강도현. 이정석. 진규민. 그리고 나 최우진. 네 명으로 이루어진 ‘좀비 주스로 수능 회피’ 파티가 결성되었다.
그리고 수능 날까지 딱 일주일이 남은 오늘, 주스가 도착했다.
<좀비주스> 본문 중에서
이 생각이 떠오른 건 한 달 전, 수능을 보기 전 마지막 학력평가 점수가 나온 날이었다. 성적표에 찍힌 내 등급을 이전과 똑같았다. 어떠한 수를 써도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는 등급이었다. 그것은 곧, 고등학교 3년 내내 계속해 왔던 내 거짓말이 들통날 날이 머지않았음을 의미했다. 정교하게 조작한 성적표와, 부모님을 만족시켰던 가짜 등급. 수능을 보고 난 후 기나긴 거짓말이 밝혀졌을 때의 상황은 상상만으로 내 입안을 마르게 했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 넘겨버리지 못하고 좀비 바이러스에 매달렸던 건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날 바로 토르 브라우저를 다운받았고, 다크웹에 ‘좀비 바이러스 판매’를 쳤다. 싱거울 정도로 쉽게 수십 개의 사이트가 떴다. 일주일간 눈이 빨개지도록 사이트를 살펴보고, 판매자의 신용 등급을 확인하고, 리뷰를 봤다. 그렇게 찾아낸 게 ‘좀비 주스’였다. ‘이 상품은 초창기 바이러스 버전으로 다른 아이템과 달리 감염 백 프로를 보증합니다. 감염이 되지 않을 시 구입 금액의 10배를 보상합니다. 단,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니 구입에 신중 하십시오.’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그 중 ‘백 프로 보증’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백 프로여야만 했다. 혹시라도 감염이 안 되어서 격리시설에 들어가지 못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아야 하니까.
그러나 ‘좀비 주스’는 다른 아이템과는 비교도 안 되게 가격이 높았다. 6,500달러. 배송료까지 포함하면 거의 칠백만 원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세계여행을 가겠노라 모아 온 저금을 다 털어도 삼백만 원이 부족했다, 혼자서 사기에 벅찬 아이템을 손에 넣으려면 파티원을 모아야 하는 법이다. 그때부터 나는 나와 같은 입장의 누군가를 찾기 위해 촉을 곤두세웠다. 그렇게 해서 강도현. 이정석. 진규민. 그리고 나 최우진. 네 명으로 이루어진 ‘좀비 주스로 수능 회피’ 파티가 결성되었다.
그리고 수능 날까지 딱 일주일이 남은 오늘, 주스가 도착했다.
<좀비주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