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강 결과 대한민국은 출전한 3명(신민준, 김명훈, 박건호)가 전원 탈락하고 말았다. 신민준은 중반까지 미세하게 우위를 지키다가 좌하에서 역전을 허용하며 패했고, 김명훈은 중반 역전기회를 놓치고 셰얼하오에게 완패를 당했다. 박건호는 양카이원[1]에게 좌하에서 우세를 내줘 완패를 당했다.
일본은 신민준을 꺾은 시바노 도라마루를 비롯해 미국의 알렉산더 치를 꺾은 이치리키 료, 얀시마라를 꺾은 쉬자위안이 16강에 진출했다. 시바노를 제외하면 승리한 두 선수는 상대적으로 쉬운 상대였다.
중국의 리웨이칭은 일본의 히로세 유이치에게 후반까지 매우 불리했으나 막판에 뒤집어내며 역전승을 거뒀다.
신진서는 양카이원과의 대결에서 좌하 전투에서 수읽기 착오가 나오며 바둑의 주도권을 완전히 내주고 끌려가는 양상으로 이어졌다. 이후 수순을 이어갔지만 형세를 되돌릴 수 없었던 신진서는 끝내 돌을 던졌고, 결국 16강에서 조기에 탈락하고 말았다.
전기 우승자 변상일은 당이페이를 상대로 13일 전 바둑리그에서 당했던 패배를 설욕했다. 바둑은 좌변부터 중앙까지 이어진 싸움에서 큰 득점을 올린 끝에 당이페이에게 항복을 받아내고 8강에 진출하며 2연패 도전을 위한 첫 단추를 기분좋게 꿰었다.
박정환은 중반에 리웨이칭에게 매우 불리한 상황까지 몰렸으나 중앙에서 리웨이칭의 큰 실착으로 바둑이 미세해졌고 마지막엔 쌍방 해프닝성 실수들이 오갔지만 결국 접전 끝에 역전 반집승을 거두고 8강에 진출했다.
일본은 쉬자위안과 이치리키 료가 패했지만 시바노 도라마루가 중국의 양딩신을 꺾고 8강에 진출하였다.
중국은 전기 준우승자 리쉬안하오를 비롯해 양카이원, 딩하오, 그리고 중중전 대결에서 미위팅과 구쯔하오가 승리하며 8강에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제15회 춘란배는 한국 2, 중국 5, 일본 1명의 구도로 8강이 정해진 가운데 24강~16강 일정을 마무리지었다. 8강은 12월에 속개한다.
전기 우승자 변상일은 미위팅의 초반 실수를 놓치지 않고 우위를 잡은 뒤 시종일관 우세한 형세를 유지하며 완승을 거두고 2연패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박정환과 구쯔하오의 경기는 구쯔하오의 실리와 박정환의 중앙으로 갈리며 박정환이 약간 우세한 형태로 중반까지 왔으나 중반 중앙 전투에서 조금씩 구쯔하오가 점수를 올리면서 위기에 놓였다. 그러다 구쯔하오의 실수가 나오면서 중앙 전투는 결국 박정환의 판정승이 되었고 그 결과로 좌변의 백 2점을 잡아 큰 실리를 챙기고 승리를 거뒀다.
시바노 도라마루는 16강에서 양딩신을 꺾은 데 이어 삼성화재배 우승자 딩하오에게도 중반에 힘으로 밀어붙여 승리를 거두면서 생애 첫 메이저 세계대회 4강에 진출했다.
전기 준우승자 리쉬안하오는 중반까지 팽팽한 흐름이 이어지다 한순간에 양카이원에게 흐름이 넘어가 허무하게 패배했다.
8강전 중국 vs 한국/일본 대결에서 3번 모두 중국 기사가 패해 탈락하는 이변이 나오며 8강전에만 중국 7명, 4강전에서 중국 4명으로 우승을 싱겁게 확정지은 삼성화재배와 반대의 상황으로 흘러가게 됐다. 4명의 기사 모두 상당히 본 대회에서 동기부여가 될 요소가 많아 바둑계의 이목이 많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전적에서 각각 변상일은 양카이원에게 3승으로, 박정환은 시바노 도라마루에게 6승 2패로 앞서 있다.
변상일과 양카이원의 대국은 초반에 변상일이 유리한 형세로 가나 했지만 이내 좌상에서 실착이 연달아 나오며 바둑이 기울어버리고 집바둑 특성상 뒤집을 곳이 거의 없어 끌려다니다가 패배했다.
박정환은 초반에 점점 우위를 잡으며 완승으로 흘러가나 했으나 우세를 의식했는지 물러나는 수가 몇 번 나오면서 잠시 역전당하는 아찔한 상황도 나왔다. 이후 다시 승부를 박정환이 약간 남는 형세로 되돌리고 끝내기로 가는 상황에서 안심하나 싶었으나, 상변에 박정환이 예상하지 못한 묘수를 도라마루가 작렬시키며 승부가 뒤집어지는 비상사태가 나왔다. 천만다행으로 박정환이 평정심을 되찾고 4점을 버리면서 상변의 맛을 없애는 정답을 찾아내며 승부는 미세한 형세로 이어졌다. 이후 한 번만 실수해도 패배로 직결되는 어려운 패싸움이 벌어졌는데 다행히 박정환이 아찔했던 순간 두 번을 빼면 실수하지 않고 잘 넘기면서 승리를 거뒀다.
제15회 춘란배 결승은 한국랭킹 2위로 2021년 삼성화재배 우승 이후 오랜만에 세계대회 결승에 오른 박정환과 이번 대회 돌풍을 일으키며 생애 첫 세계대회 결승에 오른 양카이원이 대결을 하게 됐다. 30대의 투혼을 보여주고 있는 박정환은 2019년 12회 춘란배 우승 이후 6년만의 춘란배 두 번째 우승과 통산 여섯 번째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에 도전하며, 양카이원은 생애 첫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에 도전한다. 두 기사의 상대전적은 박정환이 1승으로 앞서 있다.
1국 | 중계: 바둑TV- 문도원, 송태곤 / K바둑- 장혜연, 백홍석 / 사이버오로- 수순 중계 / 타이젬바둑- 박정상 초반 포석 단계에서 상호 큰 실수는 없었으나 박정환 쪽에서 조금씩 소극적인 수가 나오며 양카이원이 유리해졌고, 하변 공방에서 양카이원이 우하를 잡고 이득을 보면서 양카이원이 90%를 찍으며 크게 앞서나갔다. 하지만 확보한 집 자체는 박정환도 그렇게 적진 않았기에 기회가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고 중앙과 좌변에서 양카이원의 실수가 나왔을 때 형세를 역전할 기회가 있었으나 그 기회를 놓치며 역전에 실패했다. 이후 박정환이 약간 모자라는 국면에서 끝내기 단계로 넘어가나 싶던 순간에 좌변에서 늘었어야 하는 곳을 한 칸 뛰는 패착을 두면서 패가 나버렸고 패의 결과로 우상귀 백돌이 죽으면서 1국을 양카이원이 완승했다.
2국 | 중계: 바둑TV- 문도원, 박정상 / K바둑- 장혜연, 백홍석 / 사이버오로- 수순 중계 / 타이젬바둑- 김채영 1국과 달리 초반 포석 단계에서 박정환이 밀리지 않으며 딱 7.5집 반 시작의 덤 차이만큼의 차이가 유지되다 중반 우변 전투에 돌입했다. 거기서 양카이원의 미세한 실수가 연달아 나오며 박정환이 유리해졌다. 그러나 이후 박정환이 집으로 정말 커 보였던 하변의 한 점을 살리는 선택을 했는데, 이것이 인공지능 승률그래프는 큰 판단미스라고 나왔었는데 인공지능은 두터움이 큰 우변의 한 점을 살렸어야 했다는 이야기를 했고, 이 장면에서 전투에서 얻었던 득점이 다시 5대5의 형세로 맞춰졌다. 이후로도 다소 아쉬운 수가 박정환 쪽에서 조금씩 나오며 양카이원이 어느새 95%를 찍고 박정환이 흔들어 볼 수 있는 곳도 얼마 없는 최악의 위기에 몰렸다. 그러다 양카이원이 상변 흑 연결을 추궁하는 과정에서 호구 교환을 생략하는 실수가 큰 실수가 되며 바둑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여기에 더해 박정환이 중앙에서 절묘한 붙임수로 흔들어가며 양카이원의 추가적인 실수까지 이끌어내 형세가 다시 맞춰졌다. 그러다가 끝내기 과정에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상변 끝내기를 서로 찾지 못하다 결국엔 끝끝내 박정환이 먼저 발견해내는 데 성공하며 기적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3국 | 중계: 바둑TV- 문도원, 박정상 / K바둑- 장혜연, 백홍석 / 사이버오로- 수순 중계 / 타이젬바둑- 목진석 초반 좌하 공방에서 박정환이 유리하게 스타트했으나 하변에서 스텝이 살짝 꼬이며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중반엔 좌변 흑 사활이 포인트가 되었는데 양카이원이 먼저 밀어두는 교환이 실수가 되면서 박정환이 잘 두면 흑 대마를 잡을 수도 있었지만 충분히 이득을 본 상황이었기에 흑을 적당히 살리고 우변을 두는 것으로 마무리지었다. 이 시점에서 형세 자체는 박정환이 많이 유리했지만 박정환이 시간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고 우변과 중앙에서 양카이원이 해볼 수 있는 곳이 많아 박정환이 우세를 지키기 위해선 상당히 잘 두어야 했던 상황. 박정환은 양카이원의 우변~우상 모양을 잘 견제하면서 백돌을 살리는 것에 성공하며 위기를 잘 넘어가는 듯 했고, 마지막으로 상변 쪽에 호구 교환만 해두면 여유 있게 우세한 형세로 끝내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우상귀와 상변에서 수가 나지 않는 입구자와 치받는 수를 두는 치명적인 대착각을 연속으로 범하고 말았고, 결국 상변이 모조리 잡혀버리며 그 유리했던 바둑을 단 5수만에 회생불가 수준으로 몰락시켜버렸다.
결국 박정환은 분명히 본인보다 커리어상으로나 실력상으로나 반 수 정도 아래에 있는 판팅위, 탕웨이싱, 양카이원에게 메이저 세계대회 결승전 번기를 모두 패하면서 메이저 세계대회 결승에서 중국에게 약하다는 이미지를 끝내 벗는 것에 실패하고 말았고,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만 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