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어감이 귀여운 탓인지, 부정적인 상황에서는 좀처럼 잘 쓰이진 않지만, 사전에 나온 뜻풀이를 보면, 상황에 따라서는 논란이 일어날 여지가 있다. 링크. 뜻은 '모두가 잘고 시시하여 대수롭지 아니하다'.하지만, 실제로 이 단어를 '시시하다'와 동의어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가 않은데, 자질구레라는 단어 자체가 구어체에서 그다지 쓰이지 않아 의미가 퇴색되었을 뿐이다. 젊은 사람들의 경우 굳이 '시시하다'라고 하고 싶을 때는 '허접하다'라는 말을 자주 쓰기 때문이다.
자질구레하다를 작지만 쉽게 버릴 수 없는 은근히 중요한 것을 가리키는 의미로 쓰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위와 마찬가지로 구어체에서 많이 쓰이지 않아 원래의 부정적 뜻이 희석된 것일 뿐이며, 자질구레가 '버릴 수 없이 은근히 중요하다'는 어감을 가진 적은 없다. 오히려 버려도 무방하나 이런저런 이유로 버리지 않고 모아둔 물건을 지칭할 때 사용된다고 보는 것이 맞다. 예를 들면 자질구레한 물건을 담는 데 좋은 수납함이란 식으로 말이다. 실제로 소설에 나온 예문도 그런 뉘앙스가 있다.
조그마한 옷장, 전축, 벽에 걸린 외국 여배우의 웃고 있는 사진, 요강, 그런 자질구레한 살림 도구들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출처 : 최인호, 지구인
출처 : 최인호, 지구인
이는 이 말과 뜻이 비슷한 '자차분하다'가 원인으로 보인다. 링크. 일단, '자차분하다'가 가진 첫번째 뜻은 '자질구레하다'랑 똑같다. 그런데, 두번째 뜻은 '잘고 아담하게 차분하다'이다. 예를 들면 예쁜 들국화를 보았을 때 '자차분한 들국화'라고 표현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현재 일상생활에서는 '자차분하다'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자질구레하다'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상황이다.[1] 즉, 머지 않아 '자차분하다'라는 말은 표준어 목록에서 삭제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아무래도 어감은 '자질구레'하다가 더 부드러워서 더 좋게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2. 왜 논란이 되는가?
물론 언어라는 건 세월에 따라 항상 변하기 십상이므로 이 현상을 부정적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다만 문제는 이 단어를 뜻도 제대로 모르면서 사전에 나온대로만 남발하는 사람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잡무'를 처리하는 인턴 사원 김나무 양이 상사 박독사 부장이 지시한 여러 가지 업무 중 하나를 깜빡 해서 된통 혼이 났다고 하자. '내가 이런 거 하나 못하다니, 저 치매 아닐까요?'라고 자책하는 김나무 양을 동료 인턴인 강위키 군이 위로하려고 '김나무 씨처럼 온갖 자질구레한 일 도맡아 하다 보면 까먹어도 이상한 일 아니예요!'라고 말을 꺼냈는데, 김나무 양은 '자질구레'를 사전에 나온 그대로 해석하고 도리어 자존심에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물론 요즘 세상에 언어를 사전에 나온대로만 쓰려는 사람은 문법 나치라고 왕따 당하겠지만, 고학력 실업자가 양산되는 현 상황에서는 단어의 뉘앙스 차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것이 괜히 등장한 것이 아니다.
'잡무(雜務)'라는 단어는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사무나 일'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링크. 또한 이런 단어 대신 '허드렛일'이라는 단어를 쓰도록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 '허드렛일'이란 단어는 비하의 의미로 쓰일 뿐이다. 본인이 자조적으로 쓸 때가 아니면 쓸 일이 거의 없는 말이며, '잡무'가 오히려 가치중립적이고 무난한 표현으로 쓰이는 게 실상이다.
애초에 논란을 만들지 않으려면 그냥 '세세한 일', '신경이 많이 쓰이는 일'이라고 에둘러 표현하는 게 낫다.
3. 관련 문서
[1] 참고로, '자자분하다, 자잘구레하다, 자잘부레하다' 등은 과거엔 모두 실제로 존재하던 말들이며, 70대 이상 화자 중 '잔자분하다'를 쓰는 경우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