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3-09-08 16:47:28

웃는 얼굴

웃는 얼굴
강민영 단편소설
파일:강민영_웃는얼굴.webp
장르 한국소설
저자 강민영
출판사 우주라이크소설
출간 정보 2021.07.14 전자책 출간
분량 약 1.3만 자
독점 감상 리디 https://ridibooks.com/books/4578000002

1. 개요


1. 개요

작가 강민영이 2021년 7월 리디에서 발표한 단편소설.

프란츠 카프카 명작, 변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소설로,
성과주의의 강박이 빚어낸 불안 심리를 '귀 안의 무언가'로 형상화했다.
톡.


처음에는 베개 오른쪽 구석에서 그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톡톡.


두 번째, 살며시 눈을 뜨고 천장을 응시하며 선잠에서 일어났을 때 그 소리는 이번엔 베개 왼쪽에서 들려왔다.


세 번째는 귓가에서, 그것도 양쪽 귓불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톡톡톡.
무언가 귓바퀴 근처를 건드렸다. 세 번째 이후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한쪽 눈을 뜨고 벽에 걸린 시계를 봤다. 새벽 네 시 반.
빨리 다시 잠을 청하지 않으면 영락없이 피곤한 하루를 보내겠지.
나는 자세를 바꿔 다시 잠을 청하려고 팔을 뻗어 오른쪽으로 몸을 돌렸다.
바로 그 순간, 바닥을 향해 있는 오른쪽 귓불 아래쪽으로 '바삭'하는, 큰 소리가 들렸다.
선풍기 바람에 휩쓸려 바닥에 날아다니는 방 안의 비닐봉지,
과자 포장지들과는 분명 다른 느낌의 소리,
그리고 그것들에게는 도저히 날 수 없는 것 같은 묵직한 소음과 축축한 감각이 느껴져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무언가 먹먹한 느낌이 남아 있는 오른쪽 귀를 손으로 가볍게 문질렀다.
머리를 대고 누웠던 베개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바삭거리는 이상한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고요한 방안에 선풍기가 달달달 소리를 내며 얼굴을 천천히 가로저을 뿐이었다.
그제 저녁에 먹고 책상에 높아둔 포테이토칩의 연두색 껍질이 침대 바로 앞까지 밀려와 있었다.
잠결에 착각한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얼굴을 짝짝 때리고 다시 베개 위로 머리를 누이려는 찰나, 나는 '그것'을 발견했다.
하얀색 베개 정중앙에 놓여 있는 작고 가느다란 'ㄱ'자 모양의 검은색 물체.
머리맡에 놓인 취침 등을 켜고 그 물체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얇지만 단단한 재질의 그것이 내 머리카락도, 내 옷도 어딘가에서 빠져나온 실이나 털 조각도 아니었다.
굵고 긴 속눈썹과 비슷한 모양이긴 했지만 애초에 인간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기이하게 구부러진 형태였다.
<웃는 얼굴>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