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한 심리학 실험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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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애쉬의 동조 실험(Asch conformity experiment)은 사회심리학자 솔로몬 애쉬(Solomon Asch)가 집단 압력이 개인의 판단과 지각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진행한 고전적 실험이다.정답이 거의 확실한 선 길이 비교 과제를 사용해
“사람은 자신의 눈을 믿는 대신 다수의 의견에 맞춰 거짓 대답을 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직접 검증했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집단이 명백한 오답을 말할 때 그에 따라가는 동조 반응을 상당히 자주 보였고, 많은 사람이 최소 한 번 이상 집단의 오답에 맞춰 답을 바꾸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2. 역사적 배경
2.1. 셰리프의 자율운동 실험과 차이점
애쉬 이전에는 셰리프의 자율운동 실험이 동조 연구의 대표 사례였다. 어두운 방에서 움직이지 않는 빛점을 보게 한 뒤, 빛이 얼마나 움직였다고 느끼는지 말하게 하여 집단 규범 형성을 살펴본 연구이다.하지만 이 실험은 자극 자체가 애매해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었다.
애쉬는 이런 점을 문제 삼고, 애매하지 않고 정답이 분명한 과제에서조차 집단에 순응하는지가 핵심이라고 보고 새로운 실험 절차를 설계했다.
2.2. 시대적 맥락
실험이 진행된 1950년대 미국은 2차 세계대전과 전체주의 체제, 집단 선동, 매카시즘 등 집단 압력의 폐해가 사회적으로 크게 논의되던 시기였다.애쉬의 연구는 “개인이 집단 속에서 얼마나 쉽게 굴복하는지”를 과학적으로 보여 주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3. 실험 절차
3.1. 참가자 구성
실험 참가자는 주로 미국 스워스모어 칼리지(Swarthmore College)의 남학생들이었다.한 그룹에는 보통 여러 명이 함께 들어왔는데, 이들 중 단 한 명만이 실제 피실험자이며, 나머지는 모두 실험자와 사전에 짠 공모자였다.
3.2. 과제: 선 길이 비교
참가자에게는 두 장의 카드가 제시된다.* 첫 번째 카드: 기준선 하나
* 두 번째 카드: 길이가 서로 다른 세 개의 선(A, B, C)
참가자는 세 선 중 기준선과 길이가 같은 선을 말하면 된다.
통제 조건에서 이 과제는 거의 모든 참가자가 거의 전부 맞힐 정도로 매우 쉬운 문제였다.
3.3. 집단 응답 구조
실험의 핵심은 응답 순서와 공모자들의 행동이다.* 참가자와 공모자들은 정해진 순서대로 소리 내어 답을 말한다.
* 진짜 참가자는 항상 뒤쪽 순번에 배치된다.
* 초기 여러 시행에서는 모두 정답을 말하게 해서 참가자가 상황에 익숙해지도록 한다.
* 이후 특정 시행들에서 공모자들은 미리 정해 둔 같은 오답을 일제히 말한다.
이 “핵심 시행”에서 참가자가 자신의 지각대로 정답을 말할지, 아니면 집단의 오답에 동조할지를 관찰하는 것이 실험의 목적이다.
3.4. 통제 조건
비교를 위해, 다른 조건에서는 공모자 없이 참가자 혼자 같은 과제를 수행하게 했다.이 통제 조건에서 오답률은 극히 낮았으며, 덕분에 본 실험에서 나타나는 오답은 단순 실수가 아니라 집단 영향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게 되었다.
4. 결과
4.1. 동조 비율
대표적으로 알려진 결과는 다음과 같은 경향을 보인다.* 공모자들이 오답을 말하는 핵심 시행들만 놓고 보면, 전체 응답 중 상당 비율에서 참가자가 집단의 오답에 동조했다.
* 참가자 개인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많은 사람이 실험 중 한 번 이상은 집단의 오답에 따라갔다.
* 끝까지 한 번도 동조하지 않은 사람도 존재하지만,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다.
즉, “모두가 항상 집단에 휘둘린다”기보다는,
일부는 계속 버티고, 일부는 상황에 따라 왔다 갔다 하며, 또 다른 일부는 집단에 쉽게 따라가는 형태로 개인차가 드러났다는 점이 특징이다.
4.2. 사후 인터뷰: 왜 따라갔는가
실험 후 인터뷰에서 참가자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들을 말했다.* 지각을 의심
- “계속 듣다 보니, 내가 잘못 보고 있나 싶었다.”
- 실제로 집단의 답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지각을 의심한 경우.
* 판단을 양보
- “내 눈에는 이게 맞는 것 같은데, 저렇게 많은 사람이 저쪽이라고 하니 내가 틀렸겠지.”
- 눈으로는 자기 답을 믿으면서도, 최종 판단은 다수 의견에 맡긴 경우.
* 겉모습만 동조
- “정답은 알지만, 혼자 다르게 말하기는 부담스러웠다.”
- 실제로는 정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눈치와 분위기 때문에 오답을 말하는 경우.
애쉬는 이러한 반응을 두고, 지적인 사람들조차 집단 앞에서 스스로의 감각을 거슬러 “검은 것을 희다”고 말하는 상황에 쉽게 놓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5. 변형 실험과 조건
5.1. 동조를 줄이는 요인
* 동맹자의 존재
- 그룹 안에 한 사람이라도 항상 정답을 말하는 인물이 있을 경우, 동조 수준이 크게 감소했다.
- 참가자들은 이 인물에게 심리적 지지를 느끼며 “나만 이상한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 익명 응답
- 공모자들이 여전히 소리 내어 답하더라도, 참가자가 자신의 답을 종이에만 적게 하면 동조가 큰 폭으로 줄어든다.
- 대놓고 눈치를 볼 필요가 줄어들면 집단 압력도 함께 약해지는 셈이다.
* 집단 크기
- 반대되는 사람이 한두 명 정도일 때는 동조가 크게 일어나지 않는다.
- 세 명 정도까지는 집단 수가 늘어나면 동조도 증가하지만, 그 이상 인원을 늘려도 추가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5.2. 동조를 높이거나 변화시키는 요인
* 과제 난도
- 선 길이 차이를 미세하게 만들어 과제 난도를 올리면, 참가자는 자신감이 떨어지고 집단에 더 의존하게 된다.
* 집단의 의견 일치성
- 공모자 사이에 의견 불일치가 생기면 동조가 줄어들고, 모두가 완전히 같은 오답을 말할 때 동조가 가장 잘 일어난다.
* 동맹자의 이탈
- 처음에는 참가자를 지지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 다수 쪽으로 돌아서거나, 중간에 실험을 떠나게 만들면 다시 동조가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 집단 안에서 “혼자 남겨졌다”는 느낌이 주는 압력을 보여 주는 결과로 자주 언급된다.
6. 해석
6.1. 규범적 사회 영향
애쉬의 동조 실험은 규범적 사회 영향(normative social influence)의 대표 사례로 설명된다.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틀린 것을 알면서도 겉으로는 집단에 맞춰 준다.
* 튀어서 미움받기 싫어서
* 어리석어 보이는 것이 두려워서
*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서
이 경우, 사람은 속으로는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겉으로만 동조하는 상태가 된다.
6.2. 정보적 사회 영향과 인지 혼란
일부 참가자들은 실제로도 집단의 답이 맞다고 믿거나, 최소한 자신의 감각이 틀렸다고 강하게 의심했다.이는 정보적 사회 영향(informational social influence)과 관련된 반응이다.
* “나는 확신이 없는데, 저 많은 사람이 저렇게 말하니 저쪽이 더 믿을 만하다.”
* 반복되는 집단 의견에 노출되면서 자기 지각 자체를 수정하는 현상
이런 점은 현실을 해석하는 기준 자체가 타인의 반응에 크게 의존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7. 비판과 한계
7.1. 표본과 문화적 한계
초기 연구의 참가자는 대부분 미국의 백인 남자 대학생이었다.성별, 연령, 문화권이 달라졌을 때도 같은 정도의 동조가 나타나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며, 후속 연구에서는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문화에서 동조 수준이 더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보고되었다.
7.2. 실험 상황의 인공성
선 길이 비교 과제는 일상생활과 거리가 있는 인위적인 상황이다.또한 참가자들은 자신이 “심리학 실험에 참여 중”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순응적인 태도를 보였을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애쉬 실험을 “집단 압력을 극대화한 특수한 상황의 예”로 보는 해석도 존재한다.
7.3. 윤리 문제
실험은 참가자에게 진짜 목적을 알리지 않고, 집단에게 둘러싸인 채 혼자 다른 답을 말하게 하거나 혼자만 맞는 상황을 반복해서 겪게 만든다.현대 기준에서는 이런 기만과 심리적 스트레스에 대해 윤리적 검토가 필요하며, 이후 심리학 연구 윤리 규정이 정교해지면서 비슷한 실험은 더 엄격한 심사를 받게 되었다.
8. 영향
8.1. 사회심리학에 끼친 영향
애쉬의 동조 실험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사회심리학에 큰 영향을 주었다.* 동조 연구의 기본 실험 패러다임 제시
* 집단 크기, 일치성, 동맹자 존재 등 상황 요인의 체계적 분석
* 규범적 영향과 정보적 영향의 구분에 기여
이후 밀그램의 복종 실험,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 등 “개인이 극단적인 상황 압력 속에서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다루는 연구들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8.2. 대중 문화와 사회 담론에서의 활용
애쉬의 동조 실험은 심리학 교과서뿐 아니라 대중서, 언론 기사, 강연 등에서도 자주 인용된다.* 정치적 선동, 집단사고, 회사 회의 문화
* 학교나 직장에서의 집단 따돌림
* 인터넷 여론과 댓글 문화
등을 설명할 때, “많은 사람이 같은 이야기를 할 때 개인이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보여 주는 대표 사례로 반복해서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