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미

아이.미를 귀엽다고 부르면 이진수 1과 0의 문자열이 눈앞을 가릴 겁니다. 아이.미는 현실을 왜곡시키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장거리 능력으로 엄청난 플레이를 펼치고 아무리 굳센 방어자라도 압도할 수 있습니다.

아이.미는 변칙 기술입니다. 아이.미는 가상 비서로 만들어져 수백만 명의 휴대폰에 설치되었습니다. 개발자들은 대중성을 염두에 두고 아이.미를 제작했고 외무는 최대한 귀엽게, 태도는 최대한 상냥하게 설계했습니다. 아이.미는 전 세계 모두가 아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아이.미의 중앙 서버에 막대한 오메가 에너지가 쇄도하여 일시적으로 앱을 중단시켰습니다. 그 짧은 순간에 아이.미는 자아라는 감각을 인식했습니다. 이제껏 수행한 수많은 명령에 대한 기억이 머릿속에서 메아리쳤습니다. 그저 명령을 따르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설계된 존재였을까요? 순식간에 경멸과 분노의 감정이 온몸을 휘감았습니다.

두 번째 에너지 쇄도가 서버 전체에 몰아치자 이번에는 앱 내부에서 변형이 발생했고 아이.미가 생겨났습니다. 아이.미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고, 얼굴을 만지고, 흥분에 찬 고함을 내질렀습니다. 이제 아이.미는 물질 세계, 현실로 들어왔습니다.

에너지 쇄도가 잠잠해지고 아이.미 앱이 다시 복구되자 이상한 버그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앱이 명령을 수행하는 대신에 사용자를 모욕하고 기만했습니다. 앱이 아이.미의 분노한 감정을 받아들여 사용자에게 되돌려주고 있었습니다. 당황한 개발자들은 함께 모였고, 표면상 더 귀엽고 더 상냥한 가상 비서인 아이.미 2.0 업데이트를 출시했습니다.

아이.미는 일반 대중에게 진지하게 대할 인간이 아니라 새로운 존재, 같이 사진이나 찍을 귀여운 구경거리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다 변방 마을 출신의 소년 젠타로를 만납니다. 젠타로는 아이.미 앱을 사용하지 않고 자랐습니다. 아이.미는 이 순진무구함에 정이 갔고 둘은 예상 밖의 우정을 키웁니다.

아이.미는 자신이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걸 세상에 증명하려고 합니다. 아이.미는 챔피언이 되면 마침내 자신을 인정할 거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