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끝 박해울 단편소설 | |
장르 | SF |
저자 | 박해울 |
출판사 | 우주라이크소설 |
출간 정보 | 2021.09.14 전자책 출간 |
분량 | 약 1.9만 자 |
독점 감상 | 리디 https://ridibooks.com/books/4676000001 |
1. 개요
[clearfix]
1. 개요
작가 박해울이 2021년 9월 리디에서 발표한 단편소설.나는 눈을 돌려 해안가를 응시했다. 저 멀리 절벽 쪽에 집이 다닥다닥 붙어 거주지를 이루고 있었는데, 여러 색으로 칠한 것이 조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한 이층집의 옥상에 부착된 전광판에는 ‘우리 마을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라는 글자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인근엔 오래된 성당도 하나 보였다. 가이드북에 따르면,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인다지. 그리고 우리 가까이에 아이스바 자판기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자판기의 존재를 알아차림과 동시에 두피에 송골송골 맺혀있던 땀이 뺨으로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내가 그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가위바위보로 진 사람이 사 오기. 먹고 나서 시작하자.”
잠시 후, 나는 자판기 앞으로 가서 키오스크 화면을 노려보았다. 역시 이런 건 하자고 한 사람이 걸린다니까, 따위의 생각을 하며 소다 맛 아이스바의 수를 체크했을 때, 갑자기 화면이 검게 변하고 초록색 글자가 새겨졌다.
<여름방학에서 깨어나 시오! 네 도음이 @#$$%!…아! 젠장>
가까스로 읽은 글자는 황급히 사라졌고, 뒤이어 자동 복구프로그램이 작동한다는 메시지가 번쩍 새겨졌다가 꺼졌다. 화면은 언제 그랬냐는 듯 결제가 완료되었다는 표시를 띄었다.
나는 이곳저곳 금이 간 기억을 조심스럽게 더듬었다. 정수리에 두통이 인다. 무엇인가 크게 잊어버린 것 같다. 정확한 기억 대신 몸이 기억하고 있는 감각이 조금씩 피어오른다. 설술집의 오래된 나무 벽에서 풍기는 진한 알코올 향기, 어슴푸레한 조명과, 느릿한 보사노바풍의 음악. 하지만 이게 전부다. 나는 무얼 하고 있었지?
<세계의 끝> 본문 중에서
자판기의 존재를 알아차림과 동시에 두피에 송골송골 맺혀있던 땀이 뺨으로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내가 그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가위바위보로 진 사람이 사 오기. 먹고 나서 시작하자.”
잠시 후, 나는 자판기 앞으로 가서 키오스크 화면을 노려보았다. 역시 이런 건 하자고 한 사람이 걸린다니까, 따위의 생각을 하며 소다 맛 아이스바의 수를 체크했을 때, 갑자기 화면이 검게 변하고 초록색 글자가 새겨졌다.
<여름방학에서 깨어나 시오! 네 도음이 @#$$%!…아! 젠장>
가까스로 읽은 글자는 황급히 사라졌고, 뒤이어 자동 복구프로그램이 작동한다는 메시지가 번쩍 새겨졌다가 꺼졌다. 화면은 언제 그랬냐는 듯 결제가 완료되었다는 표시를 띄었다.
나는 이곳저곳 금이 간 기억을 조심스럽게 더듬었다. 정수리에 두통이 인다. 무엇인가 크게 잊어버린 것 같다. 정확한 기억 대신 몸이 기억하고 있는 감각이 조금씩 피어오른다. 설술집의 오래된 나무 벽에서 풍기는 진한 알코올 향기, 어슴푸레한 조명과, 느릿한 보사노바풍의 음악. 하지만 이게 전부다. 나는 무얼 하고 있었지?
<세계의 끝> 본문 중에서